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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kyming_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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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순창사또 이성렬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대체역사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급시우C
작품등록일 :
2021.05.12 11:14
최근연재일 :
2021.09.17 23:3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15,957
추천수 :
414
글자수 :
532,488

작성
21.07.14 00:34
조회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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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67화. 이게 무슨 일

DUMMY

“이게 무슨 일이래요.”


실신한 소년을 등에 업은 성렬에게 대성이 달려갔다. 흠뻑 젖은 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대성아, 안채 안방에 불을 지펴줘.”

아정이 갓과 도포를 들고 성렬의 뒤를 따라왔다. 대성이 부리나케 북쪽 협문으로 향했다.


“아... 춥다.”

킁, 코를 훌쩍인 성렬은 아정을 따라 살림채 뒤에 위치한 안채로 향했다.


“저 건물은 왜 안 써?”

“이제 대성이랑 저랑 둘 뿐이어서, 주로 살림채에서만 지내요.”

두 사람은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그럼, 요 안채를 우리들만의 비밀장소로 할까? 내가 여기로 몰래 몰래 올게.”

안마당을 지나며 성렬이 아정에게 바짝 다가가 귀에 속삭였다.


“네.”

아정은 간지러운 귀를 만지며 피식 웃었다.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빳빳한 천 재질의 옷을 입은 아이를. 성렬 나리가 시간이 지나면 깨어날 거라고 확신하며 말했기에.


*


“무슨 바지가 이리 질기디야.”

대성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물에 젖은 데님 청바지가 잘 벗겨지지 않는다.


“그러게나 말이다.”

성렬은 애쓰는 대성과 축축한 청바지만을 빤히 지켜만 볼 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사또는 물귀신을 몰고 다니오?”

대성이 투덜거렸다.


“그러게나 말이다.”

성의 없게 대꾸하는 성렬.


상황 재미있게 돌아가네. 성렬이 헛웃음을 지었다. 호수에서 소년을 구할 때 머리 모양만 보고 동자승인 줄 알았다. 그런데 상의를 자세히 보니 회색 라운드 티 위에 청자켓을 입고 있었다. 물에서 건져내니 밑위가 긴 배바지 청바지가 눈에 띈다. 그리고 운동화가 올드하다. 좋게 말하면 레트로. 프로스펙 하키채 모양의 F로고.


이 소년도 미래에서 왔군.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 정도 보이는데, 언제 조선에 온 것일까. 이 10대 초반의 아이는 조선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 걸까. 만약 지금 조선에 막 도착한 것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미래에서 과거로 와 본의 아니게 사또로 출세를 해버린 내가 돌봐야 하는 걸까. 귀찮다. 외면할 수도 없고.


*


성렬이 관아로 돌아가고, 대성과 아정이 안채에서 소년을 돌봤다.


“우찌 사또랑 같이 왔던가?”

“... 우, 우연히 만났어.”

아정이 얼버무렸다.


“아니, 구설수가 조용해질 때까지는 우연히 만나도 모른 척하고 다녀야지.”

누이에게 잔소리를 하는 대성.


“아니... 아니... 물에 빠진 애가 있잖아. 위급상황인데 어떻게 모른 척해.”

변명꺼리를 떠올리다, 갑자기 흥분해 손을 파닥거리는 아정.


대성이 고개를 끄덕인다. 위급상황에는 어쩔 수 없지. 아정은 곁눈질로 눈치를 봤다. 설렁 넘어가는 것 같다. 양 볼에 공기를 빵빵하게 집어넣고, 속으로 후- 한숨을 쉬었다.


“야는 심폐소생술 했디야?”

대성이 물었다.


“나리가 안 해도 된다고 했어. 그냥 기절한 거래.”


대성이 소년 손목의 맥을 잡았다.

“잘 뛰긴 하네.”


“아이가 깨어나면 죽이라도 먹여야겠지?”

아정이 이불을 다정히 매만져주며 말했다.


“찹쌀 넣고 호박죽 끓여. 늙은 호박이 지금 가장 맛있으니게.”

“알았어.”


아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고리를 잡고 미는데,


“설주랑 잘 놀았어? 날이 쌀쌀했는디, 설주는 옷 두텁게 입고 나왔디야?”


대성의 말에 등이 뻣뻣하게 굳는 아정. 경직된 몸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내일, 내가 집 앞에 간다는 말 전했어?”

“아, 아니... 못했어.”


재빨리 휙, 문지방을 넘었다. 거짓말은 너무 힘들어. 콧잔등에 땀이 맺힌다.



***



다음날 오전, 까까머리 소년의 상태가 궁금한 성렬이 근복당을 나서는데, 정대감이 찾아왔다.


“대감님, 오셨습니까?”

“우리 젊은 사또, 순창을 위해 좋은 일 많이 한다 소문이 자자하더이다.”

“대감님, 덕분입니다. 덕망 있는 정대감님께서 복지재단 위원장이라고 하니, 문의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 이런 질문이 군자의 격을 떨어트리는지는 몰라도, 궁금한 것이 있는데...”

“무엇이든 말씀 하십시오.”

“복권위원회 위원장이 높소? 복지재단의 위원장이 높소?”


“복지재단 위원장이 높습니다.”

성렬이 비위를 맞추었다. 그러자 미소를 머금는 정대감.


“그런데 사람들은 복권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소.”

서운함이 말투에서 묻어난다.


“군자의 일보다 노름판에 사람들이 더 몰리지 않습니까? 그와 같은 것입니다. 군자가 아무나 되나요.”

“흐흠. 그렇지요.”


“오늘은 어디 가시나요?”

“고부에 가려고 하오.”

“고부요?”

성렬은 저도 모르게 이맛살을 찌푸렸다.


“고부 사또가 재미난 볼거리를 연다고 해, 겸사겸사 고부의 친우들과 만나 재단 이야기를 나누려 하오.”

“고부에서까지 후원자를 모집하지 않아도...”

엮이고 싶지 않다. 14개월 후면 민란이 일어날 지역이지 않은가.


“전라도의 소식 빠른 양반들은 다들 순창의 복지와 복권에 관심을 두고 있다오.”

“아... 네.”

성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서 하시겠지.


“함께 갑시다.”

“네?”

순간,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내키지 않는 거요?”

“제가 바쁜 일이 있어서...”

“어떤...?”

“뭐... 복권 업무랑... 내년 예산 업무랑 이것저것.”

“복지 일이 복권 일 보다 더 중하지 않소?”


입꼬리가 내려가는 정대감의 표정을 본 성렬.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가야겠네, 고부. 재단 일을 여기서 중단할 수 없으니.


*


고부 관아 상석에 앉은 성렬은 눈을 찌푸렸다.


재미난 볼거리가 이거였어? 오기 싫은 동네에 와서 굳이 이런 걸 봐야 해?


“아앗-”


관아 앞마당에서 죄를 지은 기생이 엉덩이를 드러내고 회초리로 맞고 있다.


대개의 곤장은 옷을 입은 채 진행되지만, 천민은 속곳까지 벗겨내 볼기를 때렸다. 평소 꽃과 같이 꾸미고, 화려한 모습으로 살아도 기생은 천민. 죄 앞에서는 한없이 낮은 자였다.


성렬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기생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에 상석에 앉은 양반들은 성적으로 흥분한 모양새다. 대문 쪽에는 푼돈을 쥐고 입장한 양민들이 목을 쭉 빼고 침 흘리며 구경한다.


벌겋게 달아오른 여인의 엉덩이를 보며, 유흥을 삼는 사내들. 인간 참 잔인하지.


“나는 저렇게 드러내고 치는 것은 별로...”

한 양반이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내 시시덕이,

“물곤장이 최고지. 물에 젖은 투명한 천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한 게 제일 꼴리지 않겠소?”

“배운 양반일세.”

점잖음을 빼면서도 한없이 가벼운 고부의 사족들.


“무슨 죄를 지었어요?”

성렬이 옆자리에 있는 정대감에게 물었다.


“부모에게 불효한 죄라고 하오.”

“어떻게 불효했길래...”

“그게 좀 그런 게... 저 기생의 아비는 누군지 모르며, 관기였던 어미는 10년 전에 죽었다 하오.”

정대감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기생의 볼기짝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본능을 이성으로 누르기는 쉽지 않지. 피하고 말지.


갑자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마당을 가로지르는 성렬.


“순창 사또, 이 좋은 볼거리를 두고, 어디 가는 게요!”

고부군수 조병갑이 대문으로 향하는 성렬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앞으로 고부 사또 조병갑은 큰 화를 입을 것이야!”

성렬이 우뚝 멈춰 빙의된 박수무당처럼 외쳤다.


“뭐... 뭣이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조병갑.


“진짜 추잡하다. 추잡해! 나는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삿대질까지 하는 성렬. 이 눔의 조선시대, 인권은 개뿔 기대도 안하지만 적어도 인간다움을 잃지 말아야지.


하고 싶은 말은 해야겠다.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니까.


“솔직히 야동도 없는 조선시대에 이만큼 꼴릿한 볼거리가 어디 있겠어. 근데 양반들은 공짜고, 여기 대문 앞에서 기웃거리는 남정네들은 푼돈 주고 들어와 보잖아. 이건 불공평하잖아! 대체 무슨 이득을 보려고 그러는 건데? 천민은 엉덩이 까고 맞는 게 이 조선의 룰이라면, 남자 천민일 때도 이렇게 구경꾼을 모아두고 하라고!”


“저, 어린 것이!”

조병갑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마당 내 분위기가 일순에 바뀌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볼기짝 빨간 기생에서 볼 빨간 조병갑으로 향했다.


“부모 없는 기생한테, 불효죄를 억지로 만들어서 이러고 싶냐?! 저 불쌍한 애 곤장 치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전라도의 잘 나가는 양반들을 다 불러 모으냐?! 지저분하게 인맥관리하지 마라. 너 때문에 조선의 양반들 품격 떨어져.”

“저, 저...”


“조병갑! 너! 일 벌리지 마라! 지금이라도 착하게 살아. 언제까지 잘 나갈 것 같아?! 연좌제 없는 세상이 온다 해도, 당신 후손은 너의 악행 때문에 조금만 잘 못해도, 조병갑의 후손이니까 저 따위지. 그런 평가 받아!”

핏대를 세워 외친 성렬은 대문 밖으로 나갔다.


“요즘 젊은 것들은 겁이 없네. 겁이 없어. 말하는 것 좀 보게.”

“틀린 말은 아니지요. 우리가 죄를 지으면 후손이 욕을 먹는 건 당연한 순리지요.”

“저 순창 사또는 느긋한 사람인데, 열을 내는 모습이 마치 딴 사람 같지 않았습니까?”


“순창에는 귀신이 나온다 하지 않소. 정신이 오락가락,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한다 하더이다.”

“도포도 없이 흰 옷만 입고 아침부터 강가를 곧잘 뛰어다녀, 부임하자마자 귀신에 씌였다는 소문도 있었지요.”

“신기한 물건도 들고 다니고, 앞으로의 일도 종종 예언한다 합디다.”


“젊은 사또 눈에, 우리 모두 품격 떨어지게 보였을까요.”

“조병갑만 콕 찝어 말했으니, 우리랑 상관없지요.”

“난 이런 볼거리인지 모르고 왔어요.”


재지사족들이 웅성웅성 쑥덕거린다. 불효죄를 핑계로 음란쇼를 벌린 조병갑을 양반들이 벌레 보듯 본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함께 즐긴 주제에. 억울하기만 한 고부군수.


“저 싸가지를 어떻게 잡들이지.”

조병갑이 이를 갈았다.


“매번 사또가 죽어나가는 순창이지만, 이번 젊은 사또는 물귀신으로부터 살아나지 않았습니까? 명줄이 긴 건, 분명 천지신명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게지요. 순창 사또와 시비 붙지 마십시오.”

조병갑 옆에서 정대감이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뭐요?”

짜증이 난 조병갑. 정대감을 노려봤다.


“내후년 초에 여기 고부에서 민란이 일어난다고 우리 사또가 예언했다오.”


“흥, 그럴 리 절대 없소.”

콧바람을 뿜었다. 믿을 수 없다. 부임하자마자 고부군민들의 고혈을 짜냈다. 권력 앞에 반항하는 놈 하나도 없다. 일본인에게 사채를 빨리 갚고 나도 한몫 단단히 챙겨야지. 민란 일으킬 배짱 하나 없는 개돼지들인데 뭐.


하지만 조금 찜찜하다. 몇 개월 전에 순창군수가 나에게 역사적인 인물이라고 했던가. 설마 그게 민란의 주인공?! 아 됐어. 내일모레 일도 급하지 않은데, 내후년의 일이 뭐 중요하다고.



***


그날 오후, 성렬은 쉼 없이 말을 타고 달려 고부에서 곧장 아정의 집으로 향했다. 아정 또래의 기생을 보니 그만 분노가 뻗고 말았다. 없는 죄를 만들어내는 게 괘씸하다. 혹여나 이 부조리한 조선 사회에서 아정이 그 대상이 될까, 행여나 일어나지도 않는 일마저 걱정하게 했다.


저녁 무렵, 정주댁 안내를 받아 찬기대여방 집무실로 들어서는 성렬.


“사또 나리 오셨서라.”

정주댁이 초인하고 물러났다.


“사또!”

대성이 벌떡 일어나 방긋 웃으며 반겼다.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있었나?


아정의 웃는 얼굴을 보니 스트레스가 잠잠해진다. 그녀 옆에서 까까머리 소년이 다과를 맛있게 먹고 있다. 천가네 남매가 잘 대해줬는지 소년의 표정도 밝다.


“아따, 이 꼬맹이 노래 엄청 잘하는디요. 꼬맹아, 노래해 봐.”


대성이 노래를 청하자, 소년은 코를 컹컹 대더니,


“초가삼간~♬ 집을 짓는 내 고향 정든 땅~♬ 아기염소 벗을 삼아~♬”


두 눈을 질끈 감고 <흙에 살리라>를 미성으로 열창했다.


어? 이건 장전무 18번 애창곡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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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질투 +1 21.09.17 24 0 12쪽
95 94화. 시작은 헬로우 +2 21.09.15 36 1 12쪽
94 93화. 괴물은 아니야 +2 21.09.13 34 2 12쪽
93 92화. 누구냐 +1 21.09.10 41 1 12쪽
92 91화. 아름다운 구속 +1 21.09.08 48 1 12쪽
91 90화. 소망을 따라가는 선택 +1 21.09.06 36 1 12쪽
90 89화. 눈빛의 온도 +1 21.09.03 38 2 12쪽
89 88화. 편지할게요 +1 21.09.01 40 2 12쪽
88 87화. 이 감정의 목적지는 너였음 +1 21.08.30 43 2 12쪽
87 86화. 굽이굽이 이어진 길 +1 21.08.27 43 1 11쪽
86 85화. 얼레리꼴레리~ 정분났구나 +1 21.08.25 49 1 12쪽
85 84화. 사이비 +1 21.08.23 43 1 12쪽
84 83화. 같은 사또끼리 치사하게 +2 21.08.20 51 1 13쪽
83 82화. 이거 외교문제인가 +1 21.08.18 54 1 11쪽
82 81화. 거기서 거기, 도찐개찐 +1 21.08.16 51 1 12쪽
81 80화. 내 남자의 위기를 감지하는 촉 +1 21.08.13 61 1 12쪽
80 79화. 만신창이로 만드는 힘 +1 21.08.11 50 1 12쪽
79 78화. 독이 든 성배 +1 21.08.09 50 1 12쪽
78 77화. 누구나 계획은 다 있다 +1 21.08.06 51 1 13쪽
77 76화.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1 21.08.04 54 1 12쪽
76 75화. 부끄러움은 잠깐이고 후회는 길기에 +1 21.08.02 56 1 12쪽
75 74화. 이때를 위함이라 +1 21.07.30 50 1 12쪽
74 73화.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길 +1 21.07.28 5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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