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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kyming_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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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순창사또 이성렬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대체역사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급시우C
작품등록일 :
2021.05.12 11:14
최근연재일 :
2021.09.17 23:3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15,960
추천수 :
414
글자수 :
532,488

작성
21.07.07 07:45
조회
66
추천
1
글자
12쪽

64화. 욕심을 내면 삶이 힘들어 지니까

DUMMY

“할매, 축하해요~”

객사 앞마당에서 기장할매를 보자마자 달려가 주름진 두 손을 꼭 붙잡는 아정.


“아이고~ 뭐가. 일만 늘었다.”

할매가 투덜거렸다.


“관모 일도 하고, 위원장 일도 하는 거여라?”

“그건 아니고, 사또가 내보고 위원장 일만 하라대.”

“나쁘지 않네요.”

“글치. 근데 사또가 순창 떠나면 복권 일을 계속할 대가리가 없다. 다들 눈 먼 돈 먹으려고 눈이 시뻘건데, 젊은 사또 돌아가면, 나도 일 그만두고 놀아야지.”


“일 그만 하시려구?”

“노인네 작작 좀 부려먹어라!”

험한 말투와 다르게 낯빛은 밝은 기장할매.


“일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대다. 앞으로는 맛있는 거 먹고, 열심히 놀아야지. 내가 늙어서 신나게 놀라꼬 초년에 고생한기라.”


언제나 주관이 당당한 할매를 보며 아정은 정겹게 웃었다.

“뭐 먹고 싶어요?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며르치회에 동래 막걸리 먹고 싶네.”

“멸치회요?”

“그래, 기장 며르치, 갓 잡은 거 회로 먹으면 진짜 맛있데이. 에효. 여기 순창은 말린 것 밖에 못 먹제. 진짜 아숩다. 아숩어.”


“동래 막걸리는 어떻게든 구해보겠는데, 멸치회는 어쩌지?”

“아이고! 아정아... 며르치회는 지금이 제철이 아닌기라. 겨울 지나고, 봄에 먹어야 맛있다.”

아정이 진지하게 고민하자 할매는 손사래 치며 사양했다.


“관모 일 고만 둬야지, 고만 둬야지, 기회만 봤는데... 내 살다살다 처음 보는 걸 하자는 기라. 복 주는 제비뽑기가 재미있게 보여서 하는 거지. 참말로 성가시다.”

“울 할매만큼 머리 좋은 분 없으니까.”

“조만간에 일 고만 두면, 따뜻한 봄날에 순창고추장 들고, 천천히 지리산 구경하믄서, 기장 내려가, 초장에 며르치회 먹어야지.”

할매는 주름진 얼굴로 온화한 미소 지었다.


“지금부터 꼬막이 맛있는 철이잖아. 조만간에 벌교 꼬막 비빔밥 먹을까요?”

“하모.”

“오늘이라도 빨리 보부상한테 동래 막걸리 주문해야겠다.”

“아이고... 천천히 해라. 뭐 그리 급하노.”


“헤헤헤.”

아정은 할매의 손을 잡고 흔들며 눈꼬리를 휘며 배시시 웃다,

“니는 지금 사또 보러 왔제?”

기장할매의 단도직입에 아정의 입이 벌어졌다.


할매와 대화하느라 성렬 나리를 잠시 잊었다. 갑자기 등에서부터 긴장감이 몰려온다.


“우짤낀데? 니 사또랑 연분 나고 싶나?


“모르겠어요.”

아정이 입술을 말아 물었다.


“사또가 나는 괜찮드라. 좀 게으른 거 빼면.”

“...”

“첫인상은 여자 훌치게 생겨가 벨로 였는데... 보면 볼수록 진국이다.”

“...”

“젊어서 그런가 머리 돌아가는 게 비상하다. 사또 쟈는 무인도에 갖다 놔도 살 것 같다.”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성렬 나리가 아정이 가장 존경하는 똑똑한 할매에게 칭찬 받으니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분이 좋은 걸.


“사또랑 니랑 한 자리에 같이 있으면, 내 눈에 참 이뻐빈다. 둘이 함께 있는 모양새가 눈꼴 시리지 않아.”

“그건 할매가 나 많이 이뻐해줘서 글지라... 이번 일로 나 싫어하는 아낙들 엄청 늘어났어. 사또 곱상하게 생겨서 좋아하는 여인네들이 나 지금껏 다모 일 해왔던 거, 과부가 사또 꼬시려 한 거라 말하고 다녀.”

의연한 미소로 말하는 아정.


사또를 꼬시려 다모 일을 시작한 건 아니다. 결코 꼬리치려던 건 아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담백한 마음뿐이었던 걸까.


기실, 제게 호감을 보이는 잘 생긴 사내와 함께 있는 게 즐거웠다. 대한민국에서 온 사내라는 비밀의 공유도 특별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겸손의 가면을 쓰고 우월감을 만끽했는지도 모르지.


그러는 동안 욕심이 자라났다. 매력적인 이성을 내 것으로만 하고 싶은 욕망.


그러나 일부종사의 굴레, 아정의 낙인은 법률상 수절하고 지내라는 과부였다.


실상, 조선에서 과부재가금지법이 제대로 지켜진 적은 없다. 차가운 법 보다 인간의 온기가 더 절실한 사람들. 하지만 재취를 한 과부들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그녀들의 소문은 언제나 지저분했다. 재취한 여자들은 대개 나쁜 계모였고, 음탕한 요부였다. 심지어 재가한 집에서 학대를 받아도 소송에서 보호받지 못했다.


이러한 조선의 관습 속에서 장사를 하는 아정은 공동체 무리에게 미움을 사면 안 되었다. 호감 있는 성렬 나리와 친하게 지내지만, 염문이 나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런데 언제든지 나 외에 다른 여자가 성렬에게 다가갈 수 있음에 불안함이 일었다. 과부와 달리 정인을 둘 수 있는 기생이 싫다. 나 말고 다른 여자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는 성렬이 미웠다.


그 출렁이는 감정을 설명할 수 없어, 정대감의 별장 앞에서 성렬 나리에게 그저 짜증만 냈다.


다음 날, 근복당에 물귀신이 나타나 사또가 죽었다는 말에 그 오만가지 생각과 불편한 감정이 싹 날라갔다. 그저 성렬이 살아주기를 바랬다. 그녀 곁이든, 그녀가 없는 곳이든. 살아주기만을.


하지만 뒷일을 생각지도 않고, 입술을 맞댄 인공호흡 때문에 소문이 요상하게 돌고 있다. 앞마당에 사람들이 있었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소문이 잦아들 때까지 행동을 조심해야겠지.


성렬 나리는 대한민국으로 떠날 사람, 나는 여기서 장사하고 살아가야 할 사람. 사랑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잖아.


“여편네들 질투하는 거 한 두 번 겪나? 살기가 팍팍해지니까 강짜도 더 심해지는 거지. 요즘 조선에서 먹고 사는 게 쉽지 않다이가. 여 순창은 그나마 나은데... 다른 데는 수령관들이 농민들 등골 빼먹는다고 정신읎다. 높은 사람들이 저러면, 나라꼴이 답이 없거든. 하늘이 복을 주겠나?”

“길고 긴 흉년이 올 것 같혀요.”

“앞으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겠지만 권세가들은 우짜든동 먹고 산다. 그래서 나는 니가 사또 첩으로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데이.”

“...”

“셔블에 마누라가 있어서, 내는 그게 쪼매 걸리긴 한데...”

“...”

“사또가 아정이 니한테 다정하다이가. 나이 차이도 크게 안 나고...”

할매의 말을 조용히 듣던 아정의 입꼬리가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


“할매... 성렬 나리는 떠날 사람이구...”

“가봤자, 셔블 아니가?”

“할매... 성렬 나리는 나 딱하게 봐서 다정하게 대해주는 거야. 나리 어머니가 서학 믿는대요. 서학 경전에 고아랑 과부를 불쌍히 여기라고 했대.”

“불쌍하게 보는 게 뭐 어때서?”

“싫어요. 동정 받는 거.”


침묵이 흘렀다. 할매는 세월에 패인 손으로 아정의 볼을 만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불쌍하다는 말이 뭔 줄 아나?”

“...”

“어여쁘게 여기는 거데이. 세종대왕님께서 우리 백성들을 어여삐 여겨 스물여덟자를 만들어주셨다이가. 어여쁘다는 말이 불쌍하다는 말이기도 하고, 귀엽다, 이쁘다는 말도 된다.”


평소와 다른 부드러운 어투. 아정의 잔머리를 만져주는 꺼칠한 손.


아정은 오랫동안 할매의 깊이 있는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봤다. 사랑은 구걸도, 동정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할매가 저렇게 말하는 건 이유가 있지 않을까.


불쌍해서 사랑하고, 사랑해서 애틋한 마음. 사랑보다 지독한 연민.


“사또는 니를 동정하는 게 아니고, 니가 어여쁜 거 아니겠나.”

“...”

“본부인 성격을 내가 들은 바 없어 학실히는 모르는데... 마누라가 순하면, 첩도 할만하다. 낭군 일찍 죽고 자매처럼 지내는 집도 있다.”


“...”

대답 없이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순창사또 이성렬은 대한민국에서 온 미혼의 사나이. 그리고 서류상의 진짜 사또, 퇴암 이성렬은 오만한 본처를 둔 기혼의 남정네.


서류상의 퇴암과 한국에서 온 성렬을 같은 사람으로 여기는 할매가 울적한 표정의 아정을 지긋이 바라봤다.


“와? 첩이 싫나?”

“응, 첩이 되는 건 싫어요.”


아정의 말에 할매는 긴 한숨을 쉬었다.


“그래, 첩보다 본처가 낫지. 배곯는 것 보다 마음 편한 게 더 나을 수 있지.”

“응, 난 본처 할래요.”

“사또는 본처 있다... 사또 말고 다른 사내, 눈에 들어오는 놈 있나?”

“없어요.”

아정이 단호하게 말하고, 싱긋 웃었다.


“문디, 지랄한다.”

기장할매는 허물없는 말을 걸쭉하게 뱉었다.



* * *


아정은 객사 사랑방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내뱉었다.

드르륵-, 미닫이문을 열었다.


사방침에 팔을 괴고 누워있던 성렬이 보료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정아!”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아정이 새초롬하게 성렬을 봤다. 고작 입 한번 맞췄을 뿐인데, 안 그래도 잘생긴 성렬 나리가 더 잘생기게 보인다. 여기서 헤벌쭉 웃었다가는 실없는 여인으로 보이겠지.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마음 복잡한데, 오랜만에 고작 웃는 얼굴 조금 봤다고 입꼬리가 올라가려고 해. 하지만 이런 감정을 내비치고 싶지 않아. 무표정을 유지하려는 아정의 입술이 오리처럼 삐죽 튀어나온다.


“죽다 살아났더니 그간 너무 바빴어.”

아정의 표정을 살피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성렬.


심폐소생술이 제일 먼저 훅 떠오르는 아정은 붉어진 볼을 감추지 못했다. 성렬 나리의 건강한 입술과 요망한 혀 놀림. 차 한 모금 마실 정도의 매우 짧은 순간에 느껴본 그 생경한 감각.


아정은 입술을 감추듯이 꾹 물었다.


“천아정, 나랑 대화 안하기로 했어?”


성렬의 말에 아정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초조하다. 애써 밝게 말하지만 아정의 속을 모르겠다. 성렬은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


* *


가스중독 사고가 났던 날의 짧은 입맞춤. 인공호흡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녀와 입술을 맞대고, 그녀의 단 숨결이 들어오니, 키스하고 싶었다. 이유는 없어. 그냥 하고 싶어. 감사와 사랑을 담아.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보다 조금 더 은밀했지. 보다 조금 내밀한 접촉이 있었지만, 10초도 안 되는 키스이지 않았던가.


감사를 담은 인사성 뽀뽀와 사심을 담은 으른의 뽀뽀, 그 사이 어딘가.


서로에게 호감이 있으니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라고 쉽게 생각했다만, 놀란 눈을 하고 말문을 잃어버린 아정을 보자 불안했다. 앗, 강제추행인 셈인가?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기습키스는 현대사회에서 범죄다. 조선시대도 그런 거야? 실수했나?


죽다 살아난 몸 상태보다 두 손으로 입술을 가린 아정의 감정이 더욱 신경 쓰였다. 눈치를 보는 성격이 아닌데, 눈치를 보게 되네. 이것 참.


그녀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사또가 깨어나자 방 안으로 수봉을 비롯한 아전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향리들이 성렬을 둘러싸는 동안 아정은 무릎으로 뒷걸음치더니 벌떡 일어나 밖으로 휙 나가버렸다.


부활한 자에게 포상으로 주어진 낭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람들의 어수선한 질문공세만이 성렬의 주변을 맴돌았다.


*


“네가 사 달라는 찬합 구했어.”


입꼬리가 내려간 성렬이 말했다. 어째 힘이 없는 목소리. 아정이 방안을 돌아보니, 보료 머리맡에 청록색 비단 보자기가 보인다. 성렬의 시선도 아정을 따라갔다.


“자기 물건은 잘 찾는구나.”

아정의 정수리를 쓰윽 쓰다듬는 성렬. 커다란 손의 온기가 머리를 타고 발끝까지 내려가는 것 같다. 몸의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


그 손으로 더 다정하게 만져줘요, 차마 입 밖으로 그 말을 내지 못하고, 성렬의 손을 피해 뒤로 한걸음 물러서는 아정.


마음과 다른 행동을 해야 해. 평행선에서 그를 바라봐야 해. 욕심을 내면 삶이 힘들어 지니까.


한 발 물러서는 아정을 성렬이 우두커니 바라봤다. 그러다 천천히 쓸쓸한 목소리를 내었다.


“나... 괜찮지 않아.”

아정이 자신을 피하는 게 느껴진다. 그러면 내가 조선에 살 이유가 전혀 없지.


그제야 아정은 걱정스레 입을 열었다.

“나리...”


작가의말

choroo님 매번 글마다 댓글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1 choroo
    작성일
    21.07.08 20:09
    No. 1

    기장할매 삶의 지혜가 느껴지네요. 아정과 성렬 이제 진도 나가나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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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질투 +1 21.09.17 24 0 12쪽
95 94화. 시작은 헬로우 +2 21.09.15 36 1 12쪽
94 93화. 괴물은 아니야 +2 21.09.13 34 2 12쪽
93 92화. 누구냐 +1 21.09.10 41 1 12쪽
92 91화. 아름다운 구속 +1 21.09.08 48 1 12쪽
91 90화. 소망을 따라가는 선택 +1 21.09.06 36 1 12쪽
90 89화. 눈빛의 온도 +1 21.09.03 38 2 12쪽
89 88화. 편지할게요 +1 21.09.01 40 2 12쪽
88 87화. 이 감정의 목적지는 너였음 +1 21.08.30 43 2 12쪽
87 86화. 굽이굽이 이어진 길 +1 21.08.27 43 1 11쪽
86 85화. 얼레리꼴레리~ 정분났구나 +1 21.08.25 49 1 12쪽
85 84화. 사이비 +1 21.08.23 43 1 12쪽
84 83화. 같은 사또끼리 치사하게 +2 21.08.20 51 1 13쪽
83 82화. 이거 외교문제인가 +1 21.08.18 54 1 11쪽
82 81화. 거기서 거기, 도찐개찐 +1 21.08.16 51 1 12쪽
81 80화. 내 남자의 위기를 감지하는 촉 +1 21.08.13 61 1 12쪽
80 79화. 만신창이로 만드는 힘 +1 21.08.11 50 1 12쪽
79 78화. 독이 든 성배 +1 21.08.09 50 1 12쪽
78 77화. 누구나 계획은 다 있다 +1 21.08.06 51 1 13쪽
77 76화.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1 21.08.04 54 1 12쪽
76 75화. 부끄러움은 잠깐이고 후회는 길기에 +1 21.08.02 56 1 12쪽
75 74화. 이때를 위함이라 +1 21.07.30 50 1 12쪽
74 73화.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길 +1 21.07.28 50 1 12쪽
73 72화. 처음도 끝도 없는 타임리스 +1 21.07.26 52 1 12쪽
72 71화. 아니야. 뭔가 있어 +1 21.07.23 57 1 12쪽
71 70화. 항상 그 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 21.07.21 52 1 12쪽
70 69화. 보여지는 면이 전부가 아님을 +1 21.07.19 6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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