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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kyming_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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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순창사또 이성렬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대체역사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급시우C
작품등록일 :
2021.05.12 11:14
최근연재일 :
2021.09.17 23:3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15,956
추천수 :
414
글자수 :
532,488

작성
21.06.2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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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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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56화. 굳이 일을 벌려야 하나

DUMMY

다닥 다닥 다그닥, 세 마리의 말이 섬진강을 향해 긴박하게 달렸다. 순창의 향리들이 앞서 달리고, 성렬이 그 뒤를 따랐다.


섬진강 상류에서부터 흘러온 시체 1구가 하류로 떠내려가고 있다.

향리들이 멈춰 선 언덕에 성렬도 잇달아 말을 세우고, 그들과 함께 시체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사람을 더 부를까요? 사또?”

“여기 옥출산 지나면, 남원과 곡성이죠?”

성렬은 천천히 주변을 돌아봤다. 그리고 강줄기의 먼 끝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사또.”

“돌아가요. 우리 관할 아니잖아요.”

성렬은 지체하지 않고 먼저 말머리를 돌렸다. 사건 해결하기 귀찮아. 왜 이리 이 세상은 사건 사고가 많은 거야. 쯧.


*


“사또, 대성이 영어 공부 안 끝났어라?”

찬기대여방의 달구가 대청마루에서 조심히 물었다.


“다 됐어.”

대성이 문밖을 보고 소리쳤다. 이내 세필 붓을 내려놓고, 영어 단어가 적힌 종이를 성렬에게 넘겼다.


시간이 날 때마다 대성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성렬. 대성이 알파벳을 비롯한 기초영어를 습득한 지금,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의 필요를 느꼈다. 직접 영어교재를 만드는 게 번거로운 것도 있고.


영어교재나 영어동화책을 구하고 싶은데, 선교사 데이빗에게 부탁하러 한양에 올라가야 하나. 한양까지 먼 길. 편지를 보내볼까.


“안으로 들어와.”

성렬이 대청에서 있는 달구에게 말했다.


달구가 미닫이문을 살며시 열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공손히 무릎 꿇고 앉아, 채점하는 성렬과 동그라미의 움직임을 빤히 보는 대성을 옆에서 지켜봤다.


“지금까지 배운 단어 다 맞았다. 너 은근 머리 좋구나.”

성렬이 담담한 어투로 대성을 칭찬했다.


“우리 천가가 머리 하나는 비상혀요.”

대성이 채점된 종이를 받아들며 우쭐거렸다.


“남의 나라말, 배워가지고 뭐에 쓴디야?”

달구가 대성에게 물었다.


“누이랑 셔블 갈 때마다 양인들을 보잖여. 첨에는 해괴했는디, 눈에 익을수록 뭔가 멋있어야. 서울의 높으신 나리들도 색목인들에게 꼼짝 못하더라고.”


“외국어를 배우면 활동 영역이 넓어지지. 달구도 같이 배울래?”

“아녀라. 지는 접소에서 배운 것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디.”

달구는 손을 크게 휘저으며 부정하더니,

“아차차! 근복당에 간다고 하니께, 작청에서 이거 사또께 드리라고 하던디요.”

부랴부랴 종이에 싼 물건을 성렬에게 건넸다.


성렬이 종이를 펼치자 기다란 용수철이 나왔다.


“영어로 용수철을 뭐라 혀요?”

이를 지켜보던 대성이 물었다.


“Spring.”

“스프링? 코쟁이들은 웃기네. 봄도 스프링이고, 용수철도 스프링이요?”

“봄도, 용수철도 스프링. 또 샘물을 말하기도 하고, 생기를 뜻하기도 해. 동사로는 뛰어오르다, 일어나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복잡허다.”

대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 저었다.


“스프링을 봄, 용수철, 샘, 이렇게 바로 대입해서 기억하지 말고, 이 단어의 느낌, 중심개념을 생각하는 것이 덜 복잡할 거야.”

대성의 영어 과외교사 성렬이 성실하게 설명했다.


“그게 무슨 말이여요?”

“Spring은 움츠렸던 힘이 움직여서 위로 솟아오르는 거지.”


“그거랑 봄이랑 무슨 상관이여?”

“겨울의 차가운 땅에는 아무 것도 없지만 봄이 되면 싹이 위로 솟아나오잖아. 죽은 듯이 잠자던 개구리들도 깨어나고. 죽은 줄 알았던 것들이 용수철처럼 뛰어올라 만물이 살아나는 그 생기 넘치는 봄, 스프링.”


“크으~ 멋지구만.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오는 게 당연하다 여겼는디. 보이지 않는 힘이 움직이고 솟아올라 봄을 만들어낸다는 게 좀 감동인디요.”

성렬의 설명을 듣던 대성이 크게 감탄했다.


“그렇네. 멋진 단어네.”

대성의 탄복에 새삼 성렬도 함께 공감했다.


“사또, 근디 그 용수철로 뭐하시게요?”

달구가 물었다.


“마이크를 만들어 보려고.”

“마이크요?”

“마이크가 뭐다요?”

대성과 달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을 보였다.


“소리를 증폭시키는 거. 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지게 하는 거지.”

“그런 거 만들어서 뭐에 쓰게요?”

“사또 의자에서 매번 큰 소리 내기, 귀찮아서.”

“사또는 그런 것도 만들 줄 알아요?”

“유치원 다닐 때 배웠거든. 종이컵과 종이컵 사이에 용수철을 끼우고 겉을 고정해서 마이크를 만들었지.”

대성과 달구가 쉬지 않고 던지는 질문에 성렬이 하나하나 답했다.


“우리 사또는 머리가 남다르구마잉.”

달구가 감탄했다.


“영어도 진짜 잘 혀.”

대성이 은근 슬쩍 성렬을 칭찬했다. 하지만 성렬은 뒤이은 달구의 질문에 대성이 자신을 칭찬하는 걸 놓쳤다. 대성의 입꼬리가 잠깐 시무룩 내려갔다.


“노래 부를 적에도 좋을 것 같은디요?”

“그렇지. 여기저기 쓸모가 많지.”

“지한테 만드는 법 좀 알려줄 수 있어라?”

달구가 물었다.


“알려줄 수 있지. 근데 취미삼아 만들기엔 용수철 가격이 비싸던데...”

“비싸다구요? 관아에서 얼마에 사는 디요?”

대성이 용수철 가격을 궁금해 했다.


“1냥이라고 했던 것 같아.”

“이게 1냥이요? 우리는 철점에서 이거 3전에 사는 디.”

대성이 서안 위에 올려 진 용수철을 손에 잡아 요리조리 돌려보았다.


“3전? 3배 이상 눈팅이 맞는구나.”

성렬이 쓴 입맛을 다셨다. 어쩌겠어. 관아 납입가가 그러하다면. 굳이 조선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찜찜하다. 향리들이 나를 호구 취급하는 거면.


“근디... 호방 어른이 구입할 때 보니까 2전에 사시던디.”

달구가 잠시 머뭇거린 뒤 소리를 낮춰 말했다.


“내부 삥땅도 있구나.”

씁쓸하게 말하는 성렬. 그는 손가락으로 서안을 다그닥 두들기며 생각에 빠졌다.


조선후기 경제가 엉망진창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경기가 죽은 것은 아니다. 십시일반. 적당한 세수 확보가 가능한데, 나라에 도둑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양반과 천민은 세금을 내지 않기에 다수의 양민 백성은 과징으로 힘겨워 했다.


게다가 부농이나 서민 갑부들은 공명첩 등을 사들여 신분 상승을 함으로 조세에서 면제되었다. 그러니 부족한 조세는 평범한 양민에게 계속 전가되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조세 불균등의 심화는 조선의 중산층을 아작 냈고, 빈농층은 더욱 두터워졌다.


미래에서 온 성렬이 조선의 법을 바꿀 수는 없다. 그건 미래에서 오지 않더라도 꽤 버거운 일 아니겠는가.


양민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는 없을까. 내부 삥땅을 막고, 양반과 천민에게까지 세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


조선인들의 삶에 관여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자신이 사또로 있는 한 순박한 순창사람들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고 싶기도 하다. 갈등된다. 굳이 일을 벌려야 하나. 조용히 살다 현대로 돌아가고 싶을 뿐인데.



*


“사또, 나, 가요. 아이고(I go), 바이(bye).”

대성이 영어 채점지를 챙기고 일어나, 성렬에게 손을 흔들었다.


“I go home. 목적지도 넣어서 말해.”

“집으로 안 가는디요.”

성렬이 정정하자, 대성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So, where are you going?”

“I go to 접소.”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꾸하는 대성.


“우리 대성이, 영어 겁나 잘하는구마잉.”

그들의 대화를 옆에서 듣던 달구가 대성을 칭찬했다.


“접소가 어디야?”

접소. 어째 익숙한 이름이다. 아까 달구가 접소에서 뭘 배운다고 했지. 어디서 들었더라? 성렬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날카롭게 물었다. 갑자기 대성이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며 당황했다.


“그런데가 있어요.”

그의 동공이 잠깐 흔들리더니, 서둘러 말을 얼버무렸다.


“동학 모임 하는 곳인디.”

달구가 대성과 동시에 쪼르르 말했다. 대성이 달구를 보며 가볍게 인상을 찌푸렸다. 눈치 챙겨, 달구.


대성은 누이의 권고대로 동학 모임 대신 성렬에게 영어를 배우러 다녔다. 영어를 배우는 건 재미있었다. 그렇다고 동학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동학?”

성렬이 재확인했다.

“...”

“너, 동학 안 나가고, 영어 공부하러 오는 거 아니었어?”

성렬의 눈썹이 미묘하게 씰룩 거린다.


“누이가 잔소리해서 그동안 안 나갔는디... 근디... 이번에는...”

대성이 말끝을 흐리며 가고 싶은 구실을 말하려 했다.


“위험해.”

성렬이 대성의 말을 싹둑 자르며, 미간을 찌푸렸다. 미래에서 온 사람이 과거의 사람에게 간섭하고 참견할 권리는 없다.


전적으로 대성의 인생이다. 동학 교리가 나쁜 것도 아니다. 탐관오리를 처벌하라는 그들의 주장이 틀린 것도 아니다. 하지만 위험하다. 가까운 미래에 관군과 싸우는 동학군. 1년 뒤 고부농민봉기에서 잠깐 승리하지만 그 이후에 패배가 더 쓰라리다. 2년 뒤 관군과 일본군에 의해 공주 우금치에서 학살당하듯 패배한다.


만에 하나, 대성이 동학군으로 참전해 불의의 사고가 나면, 아정이는 어떻게 하라고. 생각만으로도 끔찍하고, 홀로 남은 아정을 생각하면 심장이 아려온다.


내세에서 온 성렬이 앞으로 다가올 가까운 미래를 대성에게 언질했음에도, 그는 왜 멈추지 못하는 걸까. 여자들이 변덕쟁이라면 남자들은 고집쟁이인 걸까.


“고부 접주가 온단 말이여요.”

씩씩대며 말하는 대성. 말을 끊어먹는 성렬에게 화가 난다. 다른 사람에게는 느긋한 자세를 취하면서 나한테는 왜 저래? 내가 그를 칭찬한 이야기는 씹고 흘리고.


대성은 일어나지 않은 미래보다 지금 당장 그의 주변인들과 함께 하는 현재가 더 중요했다. 달구도, 기주아범도, 동계리의 유씨도, 께복쟁이 동무들도 사내들이라면 다들 접소에 얼굴을 비쳤다. 그리고 접소 밖 일상에서도 동학을 화제 삼아 이야기 나눴다.


그러나 장마철 이후로 접소에 가지 않은 대성은 주변 지인들이 모여 대화할 때 묵묵히 듣는 병풍이 되고 있었다. 점점 소외감을 느꼈다. 싫었다.


‘너 거기 있었냐?’하는 옅은 존재감에 종종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걸, 저 인물 반반한 사또는 모르겠지. 누가 봐도 잘생긴 그는 태어나자마자 누구에게나 주목받는 걸 당연하게 여겼을 테니.


대성은 마룻바닥을 쿵쿵 울리며 걸어 나갔다.


“고부 접주가 오든 말든 네가 왜 가!”

성렬이 대성의 뒤를 쫓아 대청으로 나갔다.


“지가 고부 옥에 붙잡혀 있을 적에 그분이 도와주셨어라.”

“천대성, 말은 똑바로 하자. 내가 그 고부사또 조병갑이랑 담판 지어서 너 빼낸 거야.”

조금 울컥한 성렬. 생색내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아정의 동생이 그 누구보다 자신을 형처럼 생각하고 따라주었으면 좋겠다.


“사또는 당연히 순창사람 도와주셔야 하는 거 아녀라?”

대성은 찬바람을 풍기며, 서둘러 내아를 빠져나갔다.


“야! 천대성!”

성렬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두 사람 사이의 냉기에 눈치만 보던 달구는 사또에게 고개를 크게 숙여 인사하고, 빠른 걸음으로 대성의 뒤를 쫓아 나갔다.



*


“저는 공주집회에서 동학인들의 힘을 보았습니다!”

전봉준의 힘찬 웅변에 순창 접소에 모인 200여 명의 동학교도들이 천둥과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 중에는 대성도 있었다.


1892년 10월 17일경, 공주집회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서인주와 서병학이 주도한 공주에서 동학교조 최제우의 억울한 죽음을 풀고, 동학 공인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와 더불어 충청 지방 수령관들이 동학을 믿는 농사꾼을 수탈하는 걸 금하게 해달라고 충청감사에게 요청했다.

충청감사는 교조 신원과 동학 공인은 정부 소관의 일로 권한 밖이나, 탐관오리의 수탈은 적극 금지하겠다고 답변했다.


“열흘 뒤 우리 다시 삼례에서 만납시다! 그곳에서 전라좌도, 우도의 모든 동학인들이 모여 전라도 수령관들의 학정을 성토하고, 더 이상 우리 농민들을 수탈하지 말라! 우리의 뜻을 반드시 관철해야 합니다!”

또 한 번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터졌다.


그때였다.


“우리 순창군민은 동학당에 현혹되거나 동요하지 않기 바랍니다.”

구군복의 성렬이 나졸을 여럿 이끌고 접소에 나타나, 직접 만든 수제 마이크를 들고 외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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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질투 +1 21.09.17 24 0 12쪽
95 94화. 시작은 헬로우 +2 21.09.15 36 1 12쪽
94 93화. 괴물은 아니야 +2 21.09.13 34 2 12쪽
93 92화. 누구냐 +1 21.09.10 41 1 12쪽
92 91화. 아름다운 구속 +1 21.09.08 48 1 12쪽
91 90화. 소망을 따라가는 선택 +1 21.09.06 36 1 12쪽
90 89화. 눈빛의 온도 +1 21.09.03 38 2 12쪽
89 88화. 편지할게요 +1 21.09.01 40 2 12쪽
88 87화. 이 감정의 목적지는 너였음 +1 21.08.30 43 2 12쪽
87 86화. 굽이굽이 이어진 길 +1 21.08.27 43 1 11쪽
86 85화. 얼레리꼴레리~ 정분났구나 +1 21.08.25 49 1 12쪽
85 84화. 사이비 +1 21.08.23 43 1 12쪽
84 83화. 같은 사또끼리 치사하게 +2 21.08.20 51 1 13쪽
83 82화. 이거 외교문제인가 +1 21.08.18 54 1 11쪽
82 81화. 거기서 거기, 도찐개찐 +1 21.08.16 51 1 12쪽
81 80화. 내 남자의 위기를 감지하는 촉 +1 21.08.13 61 1 12쪽
80 79화. 만신창이로 만드는 힘 +1 21.08.11 50 1 12쪽
79 78화. 독이 든 성배 +1 21.08.09 50 1 12쪽
78 77화. 누구나 계획은 다 있다 +1 21.08.06 51 1 13쪽
77 76화.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1 21.08.04 54 1 12쪽
76 75화. 부끄러움은 잠깐이고 후회는 길기에 +1 21.08.02 56 1 12쪽
75 74화. 이때를 위함이라 +1 21.07.30 50 1 12쪽
74 73화.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길 +1 21.07.28 50 1 12쪽
73 72화. 처음도 끝도 없는 타임리스 +1 21.07.26 51 1 12쪽
72 71화. 아니야. 뭔가 있어 +1 21.07.23 57 1 12쪽
71 70화. 항상 그 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 21.07.21 52 1 12쪽
70 69화. 보여지는 면이 전부가 아님을 +1 21.07.19 6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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