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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득남 작품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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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가득남
작품등록일 :
2022.07.14 23:48
최근연재일 :
2022.07.25 20:59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5,836
추천수 :
874
글자수 :
85,875

작성
22.07.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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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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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
12쪽

009. 열매가 익어가다

DUMMY

009. 열매가 익어가다




“뭐어...... 계약을 하고 왔다고?”


늦은 저녁상을 준비하던 황민영의 놀란 음성이 방안을 채웠다.


“오빠가 우리 아파트 간대! 그것도 32평! 내 방도 있다 했어!!”


오빠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밥상 자리에서 조잘조잘 잘도 떠들었다.

목소리에 기대감이 충만하고 얼굴은 행복감에 물들었다.


“도영아 이게 뭔 일이라니.”


분명히 아들이 집을 나서기 전에 이사를 가자 말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건 아들의 효심에서 비롯된 말로 치부하고 넘겼다.

그런데 그 말이 거짓이 아닌, 진실이었다는 사실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인은 월 백도 벌기 어려운 시대이다. 겨우 한 달을 넘긴 시간만에 최소 몇 천만원에 이르는 아파트를 매매했다는 소식은 쉽사리 믿을 수도 이해가 가지도 않았다.

숟가락으로 된장국을 뜨는 아들을 바라봤다.


“말씀 드렸잖아요. 해외로 넘어가면 큰돈을 벌고, 복귀하는 날 이사를 갈 수 있을 거라고요.”


말을 하며 된장국을 입안으로 넣어 우거지를 우적우적 씹으며 ‘캬, 맛있다’ 추임새를 넣는 걸 빼놓지 않았다.


“도영아, 솔직히 말해주겠니.”


아들의 마음은 아주 잘 알고 느끼고 있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드는 동시에 불안감이 스멀 피어 올라왔다.

뉴스에서 나오는 나쁜 일과 유사한 일에 아들이 포함되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음, 어쩐다. 이걸 어떻게 성명을 드려야 순순히 받아 들이시려나.’


길가다 잡상인에게 구한 청자가 있는데 알고 보니 진품이더라, 그래서 뉴욕까지 날아가 경매에 내보내 2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와 아파트를 계약했다?

과연 먹힐 이야기 일까?

도리도리.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였다.

대답이 궁해졌다.

중간에 낀 채영은 어색한 기류에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눈치를 보기 바빴다.


[...... 주택은행에서 발행하는 주택복권 발행규모가 매주 5개조 3백만매에서 1개조가 늘어난 6개조 360만배 18억원 규모로 확대 변경된 이후 1등 당첨금 1억5천만원 1매, 2등 3천만원 2매, 3등 3백만원 6매......]


‘어라, 가만. 이거다!’


때 마침 방송에서 흘러 나오는 소식에 정신이 번뜩 뜨였다. 이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그래도 청자보다는 말이 된다 생각했다.

물론, 이것도 비현실적인 이야기이지만, 이것 외에 다른 건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은요.”


이윽고 도영의 입술이 떨어졌다. 도영은 빠르게 정리한 스토리를 아무렇지 않게 표정 변화 없이 어디서 돈을 구하게 되었는지를 소상히 털어냈다.


“와아...... 완전 대박.”


숟가락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채영의 입이 쩌억 벌어지며 감탄이 터졌다.


“도영아...... 정말이야?”


아들이 주택복권 1등에 당첨되어 1억원이 넘는 돈을 수령 받았다는 소리에 얼떨떨한 시선을 보냈다.


“맞아요. 당첨소식을 숨기고 해외로 넘어간 건, 죄송해요. 확실히 준비되면 말씀을 드리려 했어요.”


해외로 넘어간 건 지인의 일을 돕기 위함도 있지만, 넓은 세상을 보고 하고자 하는 걸 찾기 위하여 간 거였다로 매듭을 지었다.

막 생각해 낸 아이디어와 스토리 였지만, 꽤 그럴싸하고 괜찮았다.

스스로 만족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여 자신을 칭찬했다.


“아...... 부처님 하느님 예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황민영은 두손을 가슴에 얹고 고개를 숙여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엄마, 울지마. 왜 울어. 흑흑.”


싱글벙글 웃으며 기대 어린 얼굴로 신나 하던 이채영이까지 연달아 울음을 터트렸다.

지난 1년이란 시간을 떠올리자, 설움이 복받쳐 밖으로 쏟아진 모양이다.


“......”


무사히 큰 문제 하나를 해결했다. 뿌듯한 시선으로 둘의 모습을 바라보던 도영은 멈췄던 숟가락을 열심히 움직였다.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진짜 입만 열면 거짓말이네. 사기꾼으로 키워도 되겠어.



채팅창은 오늘도 도영으로 인해 시끌벅적 한 가운데, 조소진의 팩트성 한마디가 작렬했다.


따르르르릉.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제가 받을게요.”


밥을 급히 해치운 도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어, 세연씨. 무슨 일이에요. 아, 아니에요. 사실 저도 전화를 하려던 참이었어요.”


무슨 일인지 도영의 귀볼이 붉어졌다.

쑥쓰러움이 묻은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제 용건은 내일 말할게요. 그래요. 그럼 내일 그 시간에 명동에서 봐요.”


“세연이니?”

“네에.”

“만나기로 한거야?”


축축하게 젖은 눈가가 얇게 휘어졌다. 입가에는 푸근한 미소가 어렸다.


“내일 보자네요. 저도 마침 고마운 마음에 선물도 주고 식사라도 대접하려 했는데.”


도영은 괜히 밀려오는 민망함에 이런저런 이유들을 들먹이며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늘어 놓았다.


“그래, 우리에게 아주 고마운 아이야. 잘 챙겨줘. 난 이제 상을 정리해야 겠다. 그럼 들어가서 쉬어.”


눈물을 대충 닦고 상을 정리하였다. 채영은 도영의 뒷퉁수를 보며 묘한 미소를 짓고는 황민영의 정리를 도왔다.




**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채영의 활기찬 목소리를 듣는 걸로 아침을 시작했다.


“채영아, 도시락 가져가야지!”


싱크대에 올려둔 도시락을 놓고 간 딸을 향해 소리를 쳐보지만, 채영은 이미 시선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주세요. 나가는 김에 갔다 줄게요.”


도영도 일찍 일어나 식사를 마치고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 신고는 채영의 도시락을 챙겼다.


“그래줄래.”

“다녀올게요.”

“그래, 차 조심하고.”

“네.”


끼이익, 턱!


“녀석, 이사가는 게 그렇게 좋았나.”


문을 닫고 걸음을 옮기던 걸 멈추고 뒤돌아서 낡아 빠진 건물을 바라봤다.


“꼭 나머지 돈까지 구해서 이사간다.”


각오를 다시 심장에 새기고 다시 등을 돌려 멈췄던 걸음을 움직였다.


목적지는......


“미안, 헤헿. 어제 일 때문인지 너무 들떠서......”


채영의 고등학교였다.

자신만의 개인 공간이 필요한 나이.

다시 자신의 방이 생긴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상상에 빠지다 도시락을 챙기는 걸 잊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혀를 빼꼼 내밀었다.


“뭐, 그럴 수 있지. 공부 열심히해. 난 간다.”


여동생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는 걸음을 옮겼다.


“아직인가.”


다음으로 도착한 장소는 명동역이었다. 도영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손목에 착용한 시계를 바라봤다.

11시14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늦었죠.”


곁으로 숨을 헐떡이는 세연이 다가와 두손을 모아 합장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니, 나도 막 왔어.”


만나기로 한 시간은 11시 15분경. 세연이 도착한 시간은 11시 22분.

그리 늦지 않은 적당한 시간에 도착을 하였다.


“가자.”

“그런데 우리 어디가요?”


도영이 발을 움직이자, 세연도 어깨를 맞춰 걸었다.


“음, 레스토랑.”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에휴, 저런 얼뜩이.



조소진은 한마디 던졌지만.


“전 아무거나 먹어도 돼요.”

“아냐. 내가 꼭 챙겨 주고 싶었어. 오늘은 내게 맡겨줘.”


도영은 싹 무시하고 세연을 챙겼다.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부탁할게.”

“...... 아. 네.”


계속되는 거부에 도영은 강하게 말했다. 다른 날과 다른 시선에 세연은 더는 거부하지 않고 뒤를 따랐다.

따라라란.

홀에 들어서자 분위기 있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중앙에는 작은 분수대가 물을 뿜고 있었다.


“......”


누가 보더라도 비싸 보이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세연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다 얼굴 하나는 더 큰 도영의 얼굴로 향했다.

날선 턱라인이 시야로 먼저 들어왔다. 동시에 이상한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무슨 생각을!’


도리도리 고개를 털며 생각을 지웠다.


“......랑 미디움 레어로 2개 주세요.”


그런 와중에 도영은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고 있었다. 세연은 꿀 먹은 벙어리로 도영을 응시했다.


“정말 많이 생각했어.”


그러던 차, 도영의 얇은 입술이 떨어졌다.


“무슨 생각을......”


두근두근.

오른 손을 심장이 자리한 가슴 위에 올렸다.


“너의 대해서.”


해외에 있는 동안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잘때도 일어날때도.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을 때마저 세연의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힘겹게 답을 내릴 수 있었다.


“......”


세연의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내가 이런 건 둔해서 잘 몰랐어. 친했으니까, 늘 옆에 있었으니까. 모든 것들이 단순하게 당연하다 생각했어. 그런데 아니더라.”


도영은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앞으로 쭉 밀었다.


“......이건.”


테이블 위에 올려진 작은 상자에 세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 마음을 알게 됐어. 설사 내 마음을 거부해도 앞에 있는 건 받아줬음 해.”


이런 말들은 태어나 난생 처음 해본다.

연애를 잊고 살아온 시간이 너무도 길었다.

지금 하는 말이 맞는 표현인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꼭 내 마음도 받아 줬음 좋겠어. 널 진심으로 좋아해. 아직은 내가 부족한 게 많지만...... 날 믿어 주지 않을래. 꼭 행복하게 해줄게.”


용기를 짜내어 힘겹게 말했다.

거절당할까 싶어 당장 자리를 뜨고 싶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러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눈앞의 여자를 절대 놓치기 싫다는 마음이 다리를 강하게 붙들었다.


“과장님은 절대 부족하지 않아요. 정말 자상하고 멋진 분이세요. 신입때부터 존경하고...... 저도 좋아했어요.”


도영의 진심이 통했다. 아니면 지금의 순간을 세연이 기다려 왔는지 모르겠다.


“그 말은......?”

“이거 받으면 과장님은 제게 되는 건가요?”

“세연아......”


주문한 요리가 식탁 위에 놓여졌다. 그 순간에도 둘의 대화는 멈추지 않았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도영은 의자에서 일어나, 열린 상자 안에서 반지를 꺼내었다.


“내가 끼워줘도 될까.”

“...... 네.”


도영은 내밀어진 손을 잠시 살피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 주었다.


“나의 마음 받아줘서 고맙다. 세연아.”

“저도 감사해요.”


꿀떨어지는 시선이 점차 거리를 좁혀 가까워졌다. 두사람의 눈이 감기며 입술이 맞닿았다.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이 정도면 그냥 진상이네. 진상이야.



또 다시 조소진의 질투성 문장이 한 줄을 차지했다.


“그런데 제 손가락 사이즈는 어떻게 알았어요?”

“그건...... 비밀.”


입술을 뗀 도영의 눈동자에 장난기가 맺혔다.

동시에 또 다른 행복감이 자리해 있었다.


“치사해요.”

“그래서 싫어?”

“아니요.”

“그럼 된 거지.”

“..... 피이.”


세연아, 넌 정말 멋진 여자야.

널 알게 된 게 어쩌면 내 인생의 최고의 행운이 아닐지 모르겠다.

도영은 입술을 삐죽이는 세연을 보며 행복감에 취했다. 이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




세연과 사귀기로 한지 하루하고도 몇 시간이 지나는 동시에 이사일까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날.


“됐다!”


1금융부터 시작해 사채까지 당기면서 부족한 돈을 만드는데 성공을 하였다.

도영은 두 손을 하늘 높이 뻗어 만세를 불렀다.


“와, 내 방이다!”


1990년 7월 20일, 도영은 예정대로 평촌 비산동 아파트로 이사를 하였다.

이채영의 신난 목소리가 창을 통해 아래로 뻗어 내려갔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오팩(OPEC)총회에서 이틀간의 회의 끝에 원유 공시가를 현행 배럴당 18달러에서 21달러로 3달러를 인상하고 산유량 상한선을 2249만배럴로 소폭 올리기로......]


며칠이 지난 날.

도영에게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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