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계획을 세우다

003. 계획을 세우다
3개월은 어선 수리기간이라 큰 돈은 벌진 못했고, 9개월간 약 630만원을 벌었다. 총 800만원 돈을 만들어 복귀했다.
여기에 후원을 받은 금 10돈을 현금화한 돈까지 합치면 총 840만원.
“분명 큰 돈이지만, 역시......”
부족하다.
아무리 작은 회사지만, 기업은 기업.
개인이 집단을 이기기란 매우 힘들다. 이기기 위한 유일한 조건은 막대한 현금.
하지만 들고 있는 돈은 고작 840만원.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것도 세연씨가 퇴직금을 양보해 이 정도 있는 거지...... 그것도 아니었으면.......”
지금보다 더 적었을 터이다.
[아니에요. 그 돈은 과장님을 위해서 사용하세요. 저도 일해서 꼭 도움을 드릴게요.]
아니라고 괜찮다고 그렇게 말을 했지만, 세연은 꼭 도움이 되고 싶다며 고집을 부렸다.
조금은 부담이 되면서도 미안했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세상에 내 편이 가족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고생했어요.]
“세연씨도...... 날 좋아하는 걸까.”
그러다 세연의 마음에 생각이 미쳤다.
─ 이유라/2007/연애 상담사: 헐, 얼탱이 없네요. 제가 보기에 이 사람 연애하기 글렀어요.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ㅋㅋㅋ 완전 공감 하나 찍고 가요.
─ 이형호/1998/주식: 남자 망신 다 시키네...... 쯧쯧.
도영의 목소리에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도영을 찰지게 씹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그럼 세연씨가 저에게 마음이 있다는 건가요?”
─ 하성진/1991/경영: 내가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연애 공부도 꼭 필요한 공부로 보인다.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깔깔깔깔깔.
“정말로 절 좋아한다고요?”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답답아, 당연히 좋아하니까, 1년간 기다리고 너희 가족을 돌본 거지. 보니까 번 돈으로 집에 음식이며 옷이며 지원을 해준 거 같던데. 그걸 아무런 마음도 없이 불쌍하다는 마음 하나로 가능할 거 같아?
“......”
팩트에 머릿통이 직격당했다.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여자인 입장에서 너를 왜 좋아하는 지 모르겠지만... 당장 잡아. 그런 여자 다신 없다.
“하지만, 전 돈이......”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독거노인으로 살 거 아니면 당장 잡아. 돈에 쩔쩔 거리지 말고.
─ 이유라/2007/연애 상담사: 소진님 말이 맞아요. 능력이야 키우면 그만이고, 두 사람 다 예전부터 마음을 두고 있던 거 같아요. 서로 오래 붙어 있다 보니 도영님은 느끼지 못했던 거겠죠. 섭섭한 마음을 가질 지언 정, 도영씨를 은근히 챙겼을 거예요. 티나지 않게.
“그러고 보니......”
[어라, 책상이 깨끗하네.]
[너무 바쁘신 거 같아, 제가 정리했어요. 장 대리가 두고 간 보고서는 왼쪽 결재함에 넣어 두었고, 슬리퍼 낡아 보여서 하나 준비했어요. 헤헿.]
시키지 않았음에도 늘 챙겨주던 기억들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갔다.
“나는 그게 부사수로서 잘 보이기 위한 일인 줄 알았는데......”
─ 이유라/2007/연애 상담사: 여자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모든 걸 해주고 싶어 해요.
“감사해요.”
너무 바보 멍청이다.
아까만 하더라도 포옹을 하며 체온을 느꼈으면서, 그걸 이제야 깨우쳤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 이유라/2007/연애 상담사: 언제든 물어 보세요. 제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언제든 해드릴게요.
전문가와 함께 한다는 건, 정신적으로 매우 든든했다.
어두운 미래조차 밝게 느껴질 정도로 희망의 싹을 피웠다.
─ 하성진/1991/경영: 이제 어떻게 할 건가? 복수를하겠다 했는데.
복수라는 단어에. 채팅창이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강렬하고 자극적이며 짜릿한 맛에 취해 각자의 의견을 채팅창에 적었다.
“그러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휴.”
800만원 조금 넘는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았다.
답은 부정적으로 너무 어려웠다.
─ 하성진/1991/경영: 공자의 복수는 몇 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 하였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게.
“......”
─ 이형호/1998/주식: 쯧, 사네 자식이. 그때의 호기는 어딘 간겨.
“완벽하게 무너트리고 싶어요. 장기전으로 가면 이쪽이 불리해 질 게 뻔해서요.”
자본주의 세상에서 집단과 돈의 힘은 절대적이라 할 정도로 엄청났다.
─ 이형호/1998/주식: 어쩔 수 없지. 내가 나서는 수밖에. 다른 사람들도 기본적으로 아는 정보겠지만.
─ 하성진/1991/경영: 아, 맞군. 그게 있었어. 역시 돈을 버는 데에 투자만한게 없지.
이형호의 말에 무언가 눈치를 챈 하성진이 맞장구를 쳐주었다.
“투자...... 아, 그게 있었구나. 선생님들의 정보를 이용한다면......”
잠깐 잊고 있었다. 채팅창에 있는 사람들과 이를 활용한 방법을.
침이 절로 꿀꺽 삼켜졌다.
─ 이형호/1998/주식: 1990년 당시 유명한 사건으로 손을 꼽는다면, 역시 걸프전으로 발생한 오일쇼크지. 정말 부러운 놈일세. 내가 그때로 넘어갔으면 단숨에 수천억 자산가가 되었을 건데 말이야.
“걸프전이요? 전쟁이 난다는 건가요?”
─ 하성진/1991/경영: 맞네, 맞아. 그거라면 그깟 작은 기업 하나 정도는 별 거 아니지.
─ 이형호/1998/주식: 한국을 떠나자.
“하, 한국을요......?!”
그러다 갑작스러운 얘기에 동공이 흔들렸다. 꿈에 부풀었던 정신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 하성진/1991/경영: 나도 공감이야. 한국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너무 적어. 지금 주식을 한다해도 상한가는 고작 6% 수준. 외국이 사업이든 투자든 하기에는 최고다.
“네에......”
도영의 얼굴에 고민의 기색이 짙어졌다. 배를 타고 나가 집을 떠난 기간이 약 1년.
그런데 또 얼마되지 않아서 다시 한국을 떠나야 한다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 이형호/1998/주식: 96년부터 시작해 아시아 전역으로 큰 위기가 발생할 거다. 97년에는 한국에 외환위기가 찾아와 대부분의 기업들이 무너질 거고. 대비할 필요가 있어.
그러거나 말거나 채팅창은 쉬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
─ 하성진/1991/경영: 뭐라고? 외환위기??
이형호의 말에 하성진은 크게 놀랐다. 얘기만 들어도 끔찍한 대사건이 97년도에 벌어진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했다.
“국내 기업들이 다 무너진다고요? 그게 가능한거예요?!”
─ 이형호/1998/주식: 불가능할 건 또 뭔가. 외환보유고, 고정환율제, 태국 바트화 등등 여러 문제들로 한국은 끝난다.
─ 정도영/1999/투자: 그 시절 기억나네. 김정권이 당선되고 종금사 수를 대폭 늘리고 해외에서 돈을 빌려와 기업들에게 돈을 빌려주면 돈을 번다는 논리에 기업들에게 아주 펑펑 돈을 빌려줬지. 2%대에 빌려와 기업들에게 8%대 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나머지 6%를 먹었지.
─ 이형호/1998/주식: 호오, 오랜만에 얼굴 비추십니다. 오랜만에 나와서 아주 정확한 정보를 주시네요. 크크. 아주 기업들이 난리나서 돈을 빌려갔죠. 부채비율이 500%가 넘어갔던가.
─ 정도영/1991/투자: 519%였지. 외환보유고에 달러가 부족한 상태에 러시아는 모라토리엄을 선언... 종금사는 빠르게 기업들 자금을 회수하고 그 파장은 기업들 부도로 이어지고. 외환위기가 시작됐지.
한국역사를 말하는 정도영의 글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 이형호/1998/주식: 덕분에 제가 죽었죠. 전재산을 잃고 한강에 다이빙 했습니다.
이를 이어 이형호는 자신의 비사를 이야기하였다.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그러고 보면 신기하네. 각자 다른 차원에서 살다 죽었는데, 모든 차원의 역사가 똑같이 돌아가니까. 살아온 시간만 다르고 말이야. 이름/죽은년도/직업을 적어 놓은 것도 그런 이유고.
채팅창 분위기가 어두워 지려 할 때, 조소진이 끼어 들어 글을 올렸다.
“......”
채팅창에서는 엄청난 정보들이 사정없이 쏟아졌다. 소진에게 약간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채팅창을 지켜봤다.
─ 정도영/1999/투자: 그땐 자네 같은 사람들이 많았지. 나야 운이 좋아 피했고. 소진의 말은 늘 신기할 따름이야.
이형호의 말에 답변을 달아준 정도영은 소진이 말한 부분의 대한 감상평을 적었다.
─ 하성진/1991/경영: 자자, 그런 얘기들은 우리끼리 하고, 대충 정해진 거 같네요. 그렇지 않아요?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와씨, 돈 진짜 개 편하게 버네. 내가 저자식이었음 돈을 갈퀴로 쓸어 담았다.
부러움이 가득한 조소진의 글이 채팅창 한 부분을 채웠다.
─ 정도영/1999/투자: 끌끌, 그렇지. 이 정도면 아주 완벽하게 나왔네. 어떤가, 도영군.
“그렇네요. 제가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감이 잡혔어요. 그리고 결정했어요. 한국을 떠나기로요.”
끝내 결정을 하였다.
걸리는 부분들이 몇 가지 있지만, 용기를 내 앞으로 전진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 정도영/1999/투자: 아주 꽉 막힌 멍청이는 아니구만. 끌끌.
─ 조소진/2005/패션: 투자하면 내게 얼마 줄래?
“네에? 투자라니요?”
뜬금없는 투자소리에 눈을 깜박였다.
─ 조소진/2005/패션: 고작 800만원 넘는 돈으로 해외로 넘어가 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내가 가진 걸 투자할테니, 수익의 50%를 내게 줘. 그럼 투자할게.
“아아......”
─ 하성진/1991/경영: 오호, 그 생각을 또 못했네. 아주 좋은 방법이야. 나도 돈이 부족해 곤란하던 차였는데 말이야.
조소진의 이야기는 채팅창을 가득 채웠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어요. 얼마나 투자를 해주실 지 모르겠지만, 그 모든 투자금이 금이겠죠? 그 많은 금을 저 혼자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따라요.”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난 또 뭐라고. 여기서야 금이 화폐 대용으로 사용되지만, 그쪽에선 꼭 금만이 화폐로 바꿀 수 있는 건 또 아니잖아. @세종대왕 @이순신 @반고흐 @장보고...... 저기요. 나와보세요.
“뭐, 무어어어어어?!”
조소진이 언급한 사람들을 보자 이도영은 깜짝 놀랐다. 생각도 못한 이름에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 장보고/846/장군: 정독 끝났네. 그래 왜 불렀나?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장보고가 응답을 하였다.
도영의 눈이 멍청하게 변했다.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오오! 딱이네요. 청자 하나만 주세요.
다짜고짜 청자를 달라 말하는 소진의 패기에 채팅창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장보고/846/장군: 내 청자를?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청자 하나가지고 째째하게 굴진 않겠죠?
조소진에게 있어 빠꾸는 없었다.
─ 장보고/846/장군: 흠......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돈 벌 기회라고요.
─ 하성진/1991/경영: 하여튼, 이런 쪽으로 머리는 비상하다니까. 아주 좋은 방법이야.
─ 장보고/846/장군: 그렇구만. 그럼 결제는 어떻게 되는 겐가?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최종 낙찰가를 기준으로 아저씨한테 금을 줄게요. 그걸 투자금으로 삼고 거기서 나온 수익중 50%는 우리가 공평하게 나누는 거죠.
조소진은 확실하게 방향을 제시했다. 이런 데에 도가 텄다.
“조,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조용히 앉아 관망을 하고 있던 도영이 입술을 떼었다. 조소진의 이야기에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 장보고/846/장군: 좋아, 그러지. 이왕 투자할 거 괜찮은 청자 내어주지. 커흠.
─ [장보고/846/장군님께서 고려청자 1점을 후원합니다.]
즉시 허공에 검은 구멍이 생기며 청자(푸른 빛깔 자기)가 바닥에 내려앉았다.
“...... 이런 보물이.”
─ 장보고/846/장군: 내 일은 끝난 거 같으니, 이만 들어가겠네.
장보고의 얼굴에 초승달이 떴다. 잠을 청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표시였다.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그거 아는 분에게 물어보니 2~3억정도는 거뜬히 받을 거라니까, 잘해봐.
“감사합니다. 소진 선생님.”
도영은 손에 들린 고려청자를 조심히 내려놓고 허공에 뜬 창을 향해 몇 번이고 절을 하였다.
─ 조소진/2005/패션 디자이너: 개놈아, 절 그만해! 우리를 몇 번이나 죽일 셈이야! 두번반 몰라!
조소진의 일갈이 채팅창 끝을 장식했다. 순식간에 채팅창은 ‘ㅋㅋㅋ’로 도배가 되었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작가 꿈가득남 입니다.
다음 연재편수 부터는 21시20분 고정으로 연재 합니다.
(연참이 가능한 날은 하도록 하겠습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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