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노케니온
“흐음... 이 정민석이라는 아이, 낮이 익군.”
중년사내가 자신이 들고 있는 서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가 가리키고 있는 곳에는 정민석의 사진이 있었다.
“예, 죽은 정천우의 아들입니다.”
중년 사내의 말에 뒤에 서있던 남자가 민석의 사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호오. 그래?”
“예,”
“기대가 되는데? 과연 그 아비의 그 아들일지...”
중년 사내의 중얼거림이 사내의 뒤에 서있던 남자의 귀를 때렸다.
민석과 창선, 진명은 레노케니온의 정문 앞에 서있었다. 경비는 그들을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용을 대리고 있으니 입학하려는 예비 학생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알지 못하는 언어로 그들끼리 한참을 대화하며 들어가지를 않으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 누구냐?”
보다 못한 경비가 입을 열었다.
“...저요?”
민석이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너희들 말이다. 한참동안 들어가지 않더군.”
“아, 저희는 레노케니온에 입학하려는 학생입니다.”
민석은 경비의 말에 입을 열었다. 원어민 같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더듬더듬 말한 것도 아닌, 적당히 유창한 정도의 영어였다.
“그런데?”
“문제는 저희가 레노케니온에 오는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
“입학하려하는데 입학수속을 어디서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민석과 창선, 진명은 이곳, 레노케니온이 처음이었다. 그런 그들이 입학 수속을 어디서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그들도 레노케니온에 대해서 미리 알아보았지만 입학수속을 어디서 받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보지 못했었다. 그것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하하하. 그것 때문에 그렇게 한참이나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은 너희들이 처음인 것 같다. 정문으로 들어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벽 하나가 보일 거다. 그냥 걸어가면 되.”
“벽으로 말입니까?”
“그래, 벽은 환상이야. 위에서 내려다보면 벽이 보이지 않지.”
“역시 레노케니온, 대단하군요.”
민석이 대단하지 않냐 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경비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경비의 말대로 왼쪽에 벽이 있었다.
“음. 저게 환상이라는 거지? 대단하네.”
찬성이 중얼 거렸다. 확실히 세계의 드래곤스쿨 중 1,2위를 다툰다는 레노케니온인 만큼 환상도 그냥 만들지 않았다. 벽은 성벽과 같이 큰 돌이 싸여 있는 듯한 모양이었는데, 정말 정교했다.
“그럼, 가자.”
민석이 심호흡을 한번 한 다음 조용히 말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네, 확인 완료 되었습니다. 레노케니온에 입학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여기, 학생증과 시간표입니다. 정상적인 수업은 내일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원하신다면 둘러보아도 좋습니다. 만약 지낼 곳이 없다면 기숙사 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민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모든 입학 수속을 마쳤다. 정상적인 수업은 내일 시작 될 것이었다.
레노케니온에는 많은 과목이 있었다. 수학, 과학 등, 기본적인 과목부터 라이딩, 검술, 골렘 메이킹, 사격 등의 전문적인 과목도 있었다.
1학년 1학기에는 선택과목이 1개뿐이었다. 민석은 선택과목으로 골렘 메이킹을 선택했다. 민아가 골렘술사이니 아무래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진명도 역시나 골렘 메이킹을 선택했고, 찬성은 사격을 선택했다.
“장난 아니게 크다...”
찬성이 레노케니온을 보며 중얼 거렸다. 레노케니온은 사람들이 감탄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져 있었다. 용들을 위한 시설들과 사람들을 위한 시설들이 같이 어우러져 있으니 크기가 클 수밖에 없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웅장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도 이제 내일부터 정상적으로 여기를 다닐 거다.”
진명이 찬성을 보며 말했다. 이제야 실감이 났다. 자신들이 레노케니온에 왔다는 것이 말이다.
“좋아, 그래서 여기가 어디라고?”
레인이 민석을 바라보았다.
“레노케니온, 드래곤 스쿨이라고.”
민석이 고개를 저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몇 번을 말하는 것인지, 지금까지 듣지도 않고 있다가 이제야 물어보니 황당한 것이다.
“나는 교육 받을 필요 없어.”
“나는 받아야 돼.”
“아, 그래? 그럼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게. 수고해, 공부 열심히 하고.”
“후...”
민석이 저 멀리 날아가는 레인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도 걱정이다. 레인이가 저러니...”
찬성이 민석을 돌아보며 말했다.
“힘들다, 인터넷을 허락하지 말았어야하는데... 저 녀석 정말... 말도 안 듣고 뭘 아는 것은 왜이리 많은지 나한테 뭐라 해대고...”
“그래도 배운 것도 많잖아. 그 녀석 자기가 좋아하는 거면 절대 포기 안하고 배우잖아, 네가 레노케니온의 수업을 레인이 흥미를 가져볼 수 있게 해줘보던가.”
“그런 교과서 같은 조언은 사양이다. 아마 지금 배우고 있는 거 다 성공하고 나서야 제대로 하겠지...”
“지금은 뭐 배운다고 저러는 건데?”
“동물 키우기.”
민석이 찬성의 물음에 황당하지 않냐 는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
“동물?”
“어, 동물.”
“그건 배워서 뭐하겠데?”
“몰라, 키워서 잡아먹으려나 보지.”
“참 특이하네... 우리 흑룡이는 인터넷보다는 뛰고 나는 것을 좋아하고, 키우기보다는 사냥을 더 좋아하는데...”
“...”
보통 용들은 전자기기를 잘 사용하지 않았다. 신체구조상 사용하기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용이었다.
하지만 레인은 하루의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지내니 다른 용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래도 레인은 아는 게 많아서... 머리가 좋으면 뭐해, 배우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데,”
찬성이 말했다.
“그런데, 수면기는 완전히 지나간 것 맞지?”
“아니면 저 녀석이 저렇게 팔팔 하겠냐.”
“혹시 레인이가 어딘가 이상한 것 아닐까?”
찬성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가 지금 말하려는 것은 민감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무슨 말이야?”
“혹시 뭐, 그...”
“뭐? 빨리 말해,”
민석이 찬성을 바라보았다.
“혹시 장애가 있거나...”
“...후... 나도 정말 걱정이다.”
민석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레인은 분명히 수면기가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이 자라지 않았다. 아직도 일어서면 성인의 허리정도와 키가 비슷할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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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번에 일이 많았네요... 앞으로는 더욱 자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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