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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병 속 선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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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세잔
그림/삽화
치맥한잔
작품등록일 :
2024.04.03 10:29
최근연재일 :
2024.06.02 22:28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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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40
추천수 :
1,266
글자수 :
243,687

작성
2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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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9쪽

무법을 배우다(2)

DUMMY

석호의 몸에 달라붙은 그것은 반쯤 액체로 된 전분처럼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더니 이내 온몸을 돌처럼 굳혔다.


순식간에 옴짝달싹도 못하게 되었다.

그것은 오행의 기운도, 영기도 아니었다. 한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경험이 일천해서가 아니라 종문 내에서 이것을 수련하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 이것이 정녕 무법이 맞습니까?”

석호가 움직이지 않는 입을 열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다.

그가 몸을 틀려고 해도 온몸이 딱딱히 굳은 것처럼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곳은 발가락 한두개 정도로 노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닿지 않은 곳 뿐이었다.


“맞춰봐. 이것을 파훼할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공짜로 알려주지.”

“정말입니까?”

“그렇고 말고.”

석호는 말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노인의 조언을 받아 전신에 힘을 빡 주었다.

하지만 그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기운은 두텁기 그저 없었고, 거대한 이불을 뒤집어 씌운 것 마냥 답답한 기분을 느꼈다.

석호가 낑낑대며 그것을 부수려 했지만 그럴수록 기운은 그를 더 옭죄었다.


“답답하지? 응 그렇지?”

노인이 히죽이죽 웃으며 얄미운 표정을 지었다.


“장난 그만치고 제대로 알려주십쇼.”

석호는 이마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벌리기조차 힘든 입을 억지로 벌려 말을 이었다.



“젊은 놈이 끈기가 없어서야 쯔쯔. 똥 싸듯이 아랫배에 힘을 빡 줘봐. 그러면 풀려.”

석호는 노인의 말에 따라 온몸에 힘을 줬다.

그러자 괄약근에 힘이 들어갔다 빠지면서 커다란 방귀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노인이 깔깔 대며 웃었고 ‘아이고 배야’하면서 바닥에 굴렀다.

석호가 바보도 아니었고 노인의 행동은 자신을 놀리는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노인이 바닥에 뒹구는 순간부터 석호는 속에서 열기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몸을 속박하는 무언가에 대한 반감이 크게 올라왔다.


“으하하하하.”

“어이쿠야. 이러다 애 떨어지겠네. 이놈이 화통이라도 삶아 먹었나?”

노인이 뭐라 투덜대던 석호는 미친 사람처럼 크게 웃었다.


“내가 비록 하찮은 이유로 수선의 길에 오르고자 했지만, 평범한 나무꾼도 하늘을 베려 하건만, 수선에 발을 딛은 내가 이런 것도 부수지 못해 우스갯거리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석호가 이를 갈며 전의를 일으키자 호리병 속 존재가 심어놓았던 씨앗이 발아했다.

눈앞에 한 사내가 날아올라 벼락이 내리치는 하늘을 향해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

거대한 칼을 든 사내가 행성보다 더 큰 거인을 향해 일검을 내리쳤다.



- 나무꾼이 도끼질 한 번에 나무를 베어냈다.



- 내 앞에 아이가 서 있다면 아이를 벨 것이고. 부처가 서 있다면 부처를 벨 것이다.



어째서 저들이 내 앞에 서 있는가?

그들이 내 앞에서 무엇을 보여주려 한 것인가?

나무꾼은 정말로 하늘을 베려 한 것이고, 사내는 정말로 신을 베려 한 것이던가?

그저 그러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한 말이 아닌 것인가?


석호의 몸을 감싸고 있던 기운이 전의와 맞닿자 반으로 쩍 갈라지더니 가루처럼 부서져 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사라지지 않았고 석호의 기세와 감응하며 순식간에 하나가 되어 눈과 코 사이에 있는 청명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것은 영기도 아니었고, 대자연의 기운도 아니었으며, 그저 인간이 내면의 수련을 통해 만들어낸 기운이었을 뿐이다.


그것의 태생은 영기와 다른 것이었지만, 세상에 기록된 수만가지 조화들 중 하나였다.

태초에 존재하던 다섯 갈래의 기운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인간이 고대의 신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 낸 조화였다.


“저놈은 뭐하는 잡종이길래 단전도 없이 전의를 깨우치고 내가 일궈낸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흡수한단 말이냐?”

그저 장난삼아서 한 말이었는 데, 분노로 자신의 기운을 부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아이고, 아까워 죽겠네. 내가 어떻게 키운 기운인데 그걸 껍질 째 벗기지 않고 홀라당 벗겨먹은 거냐!”

노인은 평생을 노력하여 키워놓은 기운이 절반 가량으로 줄어든 것을 보며 바닥에 엎드려 대성통곡을 하고 싶었다.

석호는 몸이 가벼워짐을 느끼는 동시에, 무언가 몸속에 충만하게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피부의 바깥쪽에 자리하고 있었는 데, 피부에 자란 솜털처럼 촘촘하게 그의 몸을 덮고 있었다.


“이놈아 니가 가져간 그게 뭔지나 아느냐?”

삿대질을 하는 노인을 보며 석호는 어안벙벙할 따름이었다.

석호가 노인을 보며 피식 웃었다.


“고작 그깟 기운 때문에 그러십니까?”

자신의 경지가 높지 않았기에 흡수할 수 있는 기운이 많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또한 본인이 흡수했기 때문에 노인이 장난삼아 자신에게 보냈던 이 기운이 얼마나 하찮은 양인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노인은 환장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가 할 법한 생각이었을 뿐이다.


“고작이라니! 내가 저걸 키운다고 오백년 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느냐? 아이고 아까워 죽겠네. 저 도둑놈이 내걸 홀라당 훔쳐 가다니.”

“오백년이라고요?”

“그래! 무려 오백년이다. 니 할애비의 할애비의 할애비 그 이상의 할애비가 밭을 갈던 시절에 내가 연구하고 해독한 것이라고! 끄응.”

“원하신다면 돌려드리겠습니다.”

노인은 손을 뻗어 석호가 내미는 기운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석호의 기운가 동화되었기에 자신이 흡수하려 해도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았다.


노인의 몸에 존재하는 건 그 자체로 순수한 기운이었고, 석호의 몸에 있는 건 전의와 뒤섞인 잡종이었기 때문이다.


“됐다 됐어. 이거야 원... 내기는 내기이니 두말할 수도 없고...”

노인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렇고. 어르신. 언제 쯤 제게 무술을 가르쳐 줄 것인가요?”

“무술? 전의를 깨우치고 호연지기를 흡수했는 데 그깟 게 이제 뭐가 중요해?”

“?”

“검을 휘두르면 검의가 되고, 창을 휘두르면 창의가 되는 것을. 전의는 투쟁의 시작이자 모든 무법의 완성이니 더 이상 배울 게 뭐가 있더냐?”

“아니... 그래도 검을 잡는 법 정도는 알려 주셔야죠!”

석호는 그냥 가려는 노인을 보며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노인이 길을 가다말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바위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지금 당장 이 돌멩이를 내리쳐봐.”


“당신 정말로 미쳤습니까?”

“이 씨벌. 어린놈이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그깟 돌멩이에 주먹질 하는 게 뭐가 힘들다고.”

“저게 돌멩이입니까? 바위지요. 사람 주먹하고 저 큰 바위하고 부딪치면 손이 다치는 게 정상 아닙니까!”


퍼석.

“뭐? 사람 주먹하고 부딪치며 뭐 어쩌고 어째?”

노인의 주먹이 닿기 무섭게 그것은 형체도 찾지 못할 정도로 박살이났다.


“아니...”

“어이, 저기가서 주먹질 좀 해봐.”

“예...”

석호는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왼주먹에 힘을 빡 주며 바위를 향해 일권을 내질렀다.


퍼석.

주먹이 바위 모양으로 파고 들어갔다.

돌가루가 떨어지는 감각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부드러운 모래에 주먹을 넣었다 뺀 듯한 기분이었다.


“아니 이게...”

“그게 바로 호연지기다. 세상의 것과 전혀 다른 기운이지. 오로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지만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것이야. 자유로움의 상징이자, 대도와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것이지. 너는 방금 전에 전의를 깨달으며 호연지기가 섞인 나머지 온몸이 무기가 되어 버린 것이야. 호연지기를 네 영기와 섞었다면 둘도 없는 술법을 쓸 수 있겠지만 이미 섞여 버린 것을 우야겠나. 앞으로 네 깨달음에 따라 그 방향이 달라지겠지.”


“그래도... 그저 몸이 튼튼해지는 거 밖에 없지 않습니까?”

“더 이상 창칼이 너를 위협하지 못하는 데, 걱정할 게 있더냐?”

노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

“아참 그리고 네게 한가지 당부해줄 말이 있는 데. 전의란 투쟁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이야. 자네가 어떻게 그것을 깨달았는지 모르지만,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결코 포기하지는 마. 전의는 기세이기에 그것이 꺾이는 순간 결코 돌이킬 수 없을 거야.”

“예. 감사합니다.”

쩝.

노인은 입맛을 다시더만 다시 제 갈길을 떠났다.


“에휴. 공헌점 몇점 얻어가려다 밑천까지 탈탈 털렸네.”

“노인장! 가시는 길에 밥이라도 사드시지요.”

석호는 황급히 주머니에서 공헌점이 적힌 명패를 꺼내 노인에게 던졌다.

그것을 받고 빤히 쳐다보던 노인은 다시 석호에게 던지며 한마디 말을 남겼다.


“됐어! 안먹어!”

하지만 말과는 달리 석호의 공헌명패에서 무려 100점이라는 점수가 차감되어 있었다.


“노인장?”

석호는 화들짝 놀라며 그 노인을 찾으려고 했지만, 어디로 사라졌는지 눈씻고 찾아보아도 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작가의말

이번 편 제목을 수정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 되네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쓰다보니 방향성이 조금 바뀐 거 같아 저도 당혹스럽습니다..ㄷㄷ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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