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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호리병 속 선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치맥세잔
그림/삽화
치맥한잔
작품등록일 :
2024.04.03 10:29
최근연재일 :
2024.06.02 22:28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59,391
추천수 :
1,268
글자수 :
243,687

작성
24.04.03 11:04
조회
1,363
추천
25
글자
12쪽

악연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2)

DUMMY

석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사방에 메아리쳤다.

석호를 알던 아이들은 그가 화를 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놀랐지만, 석호의 기세를 알아본 제자들은 경지를 초월하는 기세를 알아보고 놀란 것이다.


석호의 기운을 읽은 장로들과 내문제자들의 시선이 석호에게 향했다.

단순한 분쟁은 종문에서도 하나의 유희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 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운은 거들 떠 보지도 않던 자가 대들었다는 사실만으로 밀려오는 부끄러움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설마 네가 나한테 고함을 지른 거야?”

“화를 내야 할 사람은 오히려 나야. 왜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고 못살게 구는 건데!”

석호는 장작이 그저 붉게 변한 손에 스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보며 미치고 팔짝 뛸 기분이었다.


“빌어먹을. 나는 네 놈이 싫었어. 그냥 너 같은 놈은 바닥에서 기어 다니는 게 어울린 다고!”

진운이 인상을 찡그리며 석호를 향해 일장을 날렸다.

하지만 등짐을 내려놓은 석호에게 진운의 일장은 피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석호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진운의 장법을 피했다.

석호가 피하자 진운이 주먹을 쥔 상태로 휘두르더니 손가락을 뱀처럼 놀리며 석호의 가슴과 목을 노렸다.

하지만 석호 또한 가만히 당할 수는 없었기에 짧은 몸놀림으로 진운의 움직임을 간파하며 그의 손을 쳐냈다.


갈수록 진운이 주먹을 내지르는 속도가 빨라졌지만, 이에 질세라 석호가 진운의 주먹을 쳐내는 속도는 그것의 속도를 초월했다.


하지만 계속 같은 행동만 반복하며 체력을 소비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석호가 진운의 팔목을 잡고 제압을 하려 하자 이때를 노린 것처럼 각법을 이용해 석호의 활짝 열린 명치를 가격했다.

하지만 별 충격이 없었던 듯 옷을 탈탈 털었다.


“이정도 수준으로 나한테 명령했던 거야?”

“이 빌어먹을 자식이.”


후우.

석호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장작을 패고 그것을 고정 시키기 위해 지게 사이에 꽂아두었던 부지깽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난 싸우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 하지만...”

자신의 손에 딱 맞는 것을 하나 주워 들었다.


“사냥하는 법은 알아.”

부지깽이를 주워들자 석호의 기세가 몰라볼 만큼 거세졌다.

평소에 야생동물을 사냥했던 탓에 어렴풋이 살기와 기세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네가 나를 사냥하겠다고?”

진운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은 이 종문의 후기지수였다.

비록 입문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자신은 성골이었고, 저놈은 빌어먹을 잡종이었다.

자신은 사냥꾼이 될 운명이고, 저놈은 사냥감조차 되지 않는 시종에 불과했다.


“네깟놈이!”

진운이 손을 뻗자 부지깽이 중 하나가 손바닥 안으로 날아왔다.

그것을 본 석호는 흠칫 놀랐다.

진운이 손을 뻗자 주변의 영기들이 감응하며 진운의 뜻에 따라 영기가 움직인 것이었다.


‘저놈도 할 수 있는 데 나라고 못할 쏘냐?’

석호도 이에 질세라 바닥에 있던 부지깽이들 중 하나를 들어 올렸지만 손바닥에 안착시키지는 못하고 바닥에 뒹굴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비웃는 듯한 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진운과 같이 들어 온 입문 제자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있던 내문제자들과 장로들은 결코 웃지 못했다.


영기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그 또한 이미 연기기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오일도 채 되지 않은 잡부가 연기기에 들어설 수 있는 거지?”

“스승도 없이, 얼마나 오성이 뛰어나길래 벌써 연기에 들어선 것인가!”

그 모습을 본 장로들이 동요했다.

하지만 잡부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니, 자질이 좋지 않아 높은 경지를 바라보기란 요원해 보였다.


“자질만 좋았어도 제자로 받아줄 수 있는 데... 아쉬울 뿐만 아니라 안타깝구나.”

다섯 번째 봉우리에 앉아있던 장로가 안타까움에 한탄이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모든 장로가 부정적인 생각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하. 아직도 자질로 제자들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던가? 수련자는 항시 하늘을 거역해야 하는 법! 네가 비록 자질이 좋지 않을지라도 서른 살 이전에 축기에 들어선다면 이 노부가 받아주마.”

제 구봉에 위치한 장로가 껄껄 웃으며 말을 했다.



장로들은 언제나 제자를 받는 데 목이 말랐다.

자신의 공법과 맞는 진전제자는 평생에 한두명을 찾기도 힘들지만, 가만히 앉아서 과실만 따먹기 보다는 누군가를 키워서 얻는 보상이 그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 제자를 모집한 것 또한 제 삼봉의 장로가 제자를 들이기 위해서였다.

제 삼봉의 장로는 오성과 자질을 매우 중요시 하는 데, 오성은 좋으나 선연이 없어서 자질이 좋지 못한 자는 길가에 차이듯 많았기 때문이다.


내문제자 이상의 핵심제자가 되어서야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는 데, 봉우리에 거주하는 장로들은 원영기의 노괴들이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도를 가지고 있었고, 위선이 되기 위해 자신만의 도를 갈고 닦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쉬운 도가 바로 유정의 도이다.

자신의 제자를 키우고 성장 시킴으로서 자신의 도를 증명하는 방법이었다.


또한 반대로 무정의 도 또한 있는데

자신이 애써 키운 제자나 사랑하는 사람을 죽임으로서 무정을 증명시키는 법이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응석받이에서부터 키워야 하기에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하기에 보통은 유정의 도로 자신의 도를 증명하는 편이었다.


다만 그 가치는 유정보다는 무정이 더 크니, 무정은 유정으로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원영을 수련하던 제 구봉의 장로가 석호를 유심있게 관찰했다.

석호의 성정은 바다처럼 잔잔하나 한번 몰아치기 시작하면 거대한 배도 집어삼킬 것을 알고 있었다.


도를 깨우치기 위해서는 평온함도 중요하나, 수련자는 언제나 하늘에 거역하며 역동적으로 무엇이던지 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네게 정을 주지 못하더라도 성장을 위해 시련과 고난을 선사하도록 하마. 하하하.”

간만에 보는 살기와 기세는 그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다만 그것의 끝이 좋은 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말이다.



자신에게 집중 되어야 할 영광이 사라졌다.

경외감 부러움 질시라는 감정이 포함 된 그 무엇을 말이다.


지금은 그저 누가 이길지 모르는 난타전에 불과했다.


진운이 아무리 제 삼봉의 진전제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배움의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공법의 묘리까지 깨달을 수는 없었다.


그저 원숭이가 따라하 듯 비슷한 몸짓에 영기를 담아 휘두를 뿐이었다.

깨달음이 없기에 동작이 커지고 속도도 느려진다.


하지만 석호는 단순한 동작이지만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간간이 휘두르는 부지깽이는 진운의 움직임을 방해했고, 결코 큰 상처를 줄 수 없었지만 상대를 답답하게 만들고 가랑비에 몸이 젖들이 조금씩 지치게 만들 수는 있었다.


허나 진운 또한 바보는 아니었다.

석호의 의도는 자신의 체력을 빼기 위함을 말이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유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상대를 해보니 거대한 바위에 솜방망이질을 하는 것처럼 별 소득이 없었다.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진운은 지친 사람처럼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언제까지 막기만 할래!”

진운은 자신의 이점을 살려 그를 제압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온몸의 영기를 끌어올라 들고 있던 부지깽이에 집중했다.

그러자 영기가 일시적으로 휘몰아 치더니 표면이 붉게 물들었다.

들고 있던 부지깽이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착각이 느껴졌다.

허나 부지깽이는 결코 불타지 않았고, 뜨겁게 달아오를 뿐이었다.


석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것과 자신의 부지깽이가 부딪치기라도 한다면 순식간에 잿가루가 되어 사라질 것을 말이다.


“나 또한 질 수 없지.”

석호는 들고 있던 부지깽이를 도끼질 하듯이 양손으로 붙잡았다.

하지만 석호가 아는 선에서 열세를 뒤집을 만한 수단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순간 호리병 속에서 누군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을 느꼈다.

도끼질을 하는 모습에 무엇인가 떠오른 듯 회상에 잠긴 목소리였다.


-지나가던 선인이 숲에서 나무를 패지 않는 나무꾼에게 묻길, “당신은 어째서 나무를 패지 않고 있소이까?” 나무꾼이 말하길 “당신 눈에는 쓰러져 있는 나무가 보이지 않는 게요?” 그 어디를 찾아보아도 쓰러진 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선인이 다시금 “당신은 어째서 나와 말장난을 하는 게요?”라 물으니 나무꾼이 대답하길 “내 눈에 나무는 이미 넘어갔소. 그저 당신의 눈에 멀쩡해 볼 뿐이요.”선인이 나무꾼을 보며 말하길 “미친놈일세.”라고 하며 지나가려던 찰나 나무꾼이 손으로 밀자 그 거대한 나무가 가루가 되어 사라지더라. 그것을 본 선인이 깜짝 놀라며 나무꾼에게 묻되.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요.”라 물으니 그저 웃으며 “내 도가 비록 하늘을 베지 못했으나 나무는 베었으니 쓸만하지 않소?”라 말하더니 한 개의 공법을 남기며 세상에서 사라지더라.


호리병에서부터 들려오던 주절거림이 사라지더니 석호의 머릿속에 한 남자가 도끼질을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사내는 무척 젊었고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저 단순히 도끼질을 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거대한 나무들이 맥없이 쓰러졌다.


-나무꾼이 도끼질 한 번에 나무를 베어냈다.

-세상에 군림하기 위해 혈육간의 정을 베어냈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인과를 베어냈다.

-하늘을 베어내려 했으나 그 끝을 알 수 없었다.


석호의 도끼질과 사내의 도끼질이 하나로 겹쳐졌다.

석호의 부지깽이에 영기가 모여들더니 눈에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하나의 도끼날을 만들었다.


그것은 푸른 빛을 띄고 있었고 얼핏 보면 반짝이는 듯한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석호는 그 날로 진운이 휘두르는 부지깽이와 부딪히게 되었다.


그러자 두 개의 부지깽이는 서로 가루가 되더니 사방에 흩어졌다.

다만 석호는 덤덤히 사라지는 부지깽이를 바라볼 뿐이었고, 진운은 바닥에 피를 토하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기절했다.


“피곤하네.”

영기를 소모하자 몸에 진이 빠진 것처럼 노곤했다.

하지만 가슴에 말을 하지 못한 무언가가 충만하게 차올랐다.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모든 게 귀찮아졌어. 안 할래.”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석점의 공헌도 따위는 일개의 가치도 없다고 느껴졌다.

바닥에 나뒹구는 장작을 치울생각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가만히 앉아서 되새김질 할 생각이었다.


“입만 살았던 녀석이군.”

위에서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던 지약이 싸늘한 미소를 진운에게 흘렸다.

진운을 따르던 무리들은 막상 진운이 석호를 당해내지 못하자 진운이 생각보다 약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연기의 수도사였고, 자신들은 아직 연기에 입문조차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들은 곧장 정신을 차리더니 쓰러진 진운을 챙겨 황급히 제 삼봉으로 향했다.


“사형, 저 잡부가 이겼네요. 아까전에 내기했던 보상은 주실 거죠?”

“어...? 으응.”

우백이 품에 안고 있던 단약을 지약에게 건넸다.

우백은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진운이 패하자 원망을 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단약이야 또 얻으면 되지만 그녀는 어찌나 도도한지 지약과의 한끼 식사는 그것보다 구하기 힘든 것이었다.


다만 저 잡부의 오성이 매우 뛰어날뿐더러 도끼를 사용하는 공법을 보자 어느 장로가 비밀리에 키우는 제자는 아닐까?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하기에 마음속에 불평불만을 가졌지만 결코 해코지는 하지 않았다.

다만 길가에서 마주치지 않는다는 선에서 말이다.


“오늘은 재수가 없는 날이네.”

지약이 먼저 떠나는 것을 지켜본 우백은 투덜대며 정자에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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