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알백찬원님의 서재입니다.

내 동체시력이 정신나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알백찬원
작품등록일 :
2022.09.01 02:08
최근연재일 :
2022.09.19 01:07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30,671
추천수 :
2,399
글자수 :
173,148

작성
22.09.01 02:09
조회
7,709
추천
115
글자
16쪽

002화 ─ 어우 멀미가

DUMMY

5.


‘그럼 나도 슬슬 손이나 풀어볼까.’


삼촌 양봉운은 으드득 소리가 나도록 손가락을 잡아당겼다.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게임 속 화면에 적응을 마쳤다.


‘일단 시혁이가 멀미는 안 한다니까 다행이긴 하네.’


조카가 게임 플레이 화면만 뜨면 알 수 없는 어지럼증을 호소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번에는 반응이 좀 달랐다.


‘하지만 그건 삼촌으로서의 이야기고.’


양봉운의 서든 어썰트 계급은 준장.


반면 그의 조카 시혁의 계급은 훈련병이다.


계급이 서든 어썰트란 게임의 실력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애초에 이동하는 방법조차 오늘 처음 배운 시혁과 봉운의 실력 차이?


그 격차를 굳이 말하는 것조차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그렇기에 봉운은 마음먹었다.


운동하기 전에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는 생각으로 하기로.


‘뭐 샷빨 연습이나 하는 셈 치고 하면 되겠지.’


FPS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기는 누가 뭐라 해도 정확한 사격능력이다.


일명 ‘샷빨’.


눈앞에 나타나는 적을 향해 빠르고 정확하게 총알을 박아넣는 일.


일반적인 경우 본격적인 게임에 돌입하기에 앞서, FPS 플레이어들은 십여 분 정도를 사용해 AI 더미 방에서 플레이하곤 했다.


플레이어가 아닌 AI 더미들이 돌아다니는 맵에서 샷빨 감각을 회복하기 위한 몸풀기를 하는 것.


하지만 AI들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편이었다.


‘사실 초보자만큼 실감 나는 더미는 없거든.’


실전 감각 회복을 위해선 AI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플레이어와 함께 하는 것이 더욱 효과가 좋다.


‘그냥 가볍게, 좀 놀아준다고 생각하자. 시간 낭비는 아니니까.’


봉운은 조카 차시혁에게 말했다.


“자 그러면 외나무다리 위에서 만날까?”


“좋아요, 삼촌.”


양봉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철컥 노리쇠를 잡아당겼다.


‘일단은 나도 M4부터.’


M4는 서든 어썰트는 물론 각종 FPS 게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화기다.


평균적인 데미지에 평균적인 집탄율, 평균적인 반동까지.


FPS 계에선 가장 표준적인 무기이자 실력의 척도가 되는 기본기.


‘음···. 그래도 재미 좀 붙이게 해줘야겠지?’


봉운은 조카 시혁의 흥미가 쉬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방금 전의 상황.


시혁의 머리통이 보이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겼다.


시혁의 입장에선 시야에 삼촌의 얼굴이 보이기도 전에 바닥에 드러눕는 황당한 상황이었을 것.


‘그래서 FPS에 신규유저 유입이 안 되는 거기도 하니까.’


초보자가 게임에 채 흥미를 느끼기도 전에, 고인물들에게 학살당하는 것만큼 풀을 죽이는 행위는 없다.


특히나 서비스 기간이 20년이 넘은 서든 어썰트의 고인물 수준은 썩다 못해 석유가 되어버린 수준.


비단 서든 어썰트만이 아니라 FPS라는 장르 자체에 신규 유저 유입이 적은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실력이 안되니까.


그래서 재미가 없으니까.


‘먼저 고지를 올라가게 해주자.’


그것은 봉운의 배려였다.


시혁이가 먼저 고지로 올라가 좋은 사격 위치를 선점하게 해주고자 하는 배려.


‘그래봤자 허공에다가 난사나 하겠지 뭐.’


초보자들은 눈앞에 적이 나타났을 경우 무차별적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을 테니까.


그렇기에 봉운은 외나무 다리가 놓인 언덕으로 올라가기 전 잠시 멈추어 섰다.


마음속으로 천천히 카운트다운을 셌다.


‘셋, 둘, 하나.’


그가 재빠른 걸음으로 언덕 위로 튀어 나갔을 때였다.


“···응?”


봉운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신의 화면이 회색으로 물들어있었다.


‘뭐지? 왜 갑자기 죽었지?’


그때 문득 옆자리 PC에서 조카가 고개를 빼꼼 내밀며 물었다.


“삼촌.”


“응.”


베시시한 미소와 함께.


“아팠어요?”




6.


‘방금 뭐였지?’


봉운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의 화면에 지평선 너머 언덕 위의 정경이 나타나기도 전에 캐릭터가 죽어버렸다.


채 0.1초도 되지 않은 딜레이 만에.


의문스런 표정으로 시혁에게 물었다.


“방금··· 너가 쏜 거지?”


“그럼요. 머리통 하나가 근처에서 튀어나와서 바로 쐈어요.”


‘머리통 윗부분만 보였을 때 쐈다고? 그것도 정확하게?’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 찰나에 자신에게 사격을 가했다고?


하지만 양봉운은 금세 납득했다.


‘하기야 총알에는 눈이 없으니까.’


초보자가 쏜다 한들, 총알이 빗겨나갈 일은 없다.


게다가 시혁이 든 총은 서든 어썰트의 기본이자 초보자에게 가장 적합한 M4가 아니던가.


하필 시혁의 조준선 정중앙이 있는 곳으로 자신의 머리통이 튀어나왔다고 가정한다면, 시혁은 그저 마우스 클릭 한 번만으로 직전과 같은 상황을 연출해낼 수 있었다.


한마디로


‘럭키 샷.’


FPS의 세계에서 그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었다.


심지어 이제 막 FPS를 시작한 초보자라도 단 두 세 발의 총알로 세계 1등 프로게이머를 죽이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공평한 전장.


그게 FPS란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했다.


‘하필 시혁이가 딱 에임 쪼고 있는 곳으로 들어간 모양이군. 운도 없게시리.’


봉운은 가볍게 게이밍 의자를 덜컹거리며 자세를 잡았다.


‘좀 집중해볼까?’


그가 다시 마우스를 쥐었다.


“다시 올라와 봐.”


봉운은 안전지대에 리스폰되자마자 언덕으로 내달렸다.


‘이번엔 내가 먼저 올라가야지.’


그의 시야에 작은 언덕이 보였다.


그가 발걸음을 옮긴 순간이었다.


타타타탕-!


‘···뭐야.’


봉운은 잠시 당황했다.


언덕의 시야를 확보하기도 전에 모니터가 회색으로 물들었다.


직전과 같은 상황이 다시 한번 연출됐다.


고개를 다시 한번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나 보였어?”


“네. 머리통 보였는데요.”


“이번에도 그랬단 말이지?”


봉운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집어삼켰다.


‘이상하네. 아까랑 다른 방향으로 올라갔는데.’


조카가 조준선을 겨누고 있을 만한 곳을 예상했다.


그렇기에 아까와는 반대 방향의 루트로 언덕을 올라갔다.


하지만 이번에도 조카의 탄환이 미간을 꿰뚫었다.


‘짜식, 벌써 수싸움을 할 줄 아는 거야? 그래봤자 쪼고 있는 데에 내가 운 나쁘게 걸린 거겠지만.’


봉운은 다시 한번 애꿎은 게이밍 의자를 들썩였다.


높이를 높였다 낮췄다 하며, 팔꿈치의 높이를 정확하게 PC 데스크의 높이와 일치시켰다.


마우스 패드 주변을 손바닥으로 몇 번 쓱쓱 쓸어냈다.


“다시!”


안전지대에 리스폰이 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봉운은 언덕으로 내달렸다.


‘이번엔 무조건 내가 언덕을 선점해야지.’


이번에는 최단 코스를 택했다.


리스폰 지점에서부터 언덕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동선 낭비 없이 직선으로 달렸다.


마침내 그가 목표지점에 도달했을 때였다.


‘오, 내가 먼저왔···!’


타타타타탕-!


옆자리 앉은 시혁.


그가 혼잣말인 듯 아닌듯한 혼잣말을 뱉었다.


“어휴 다행이다. 잠깐 딴 생각하다가 늦게 올라갔는데.”


옆자리에 앉은 시혁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R 버튼을 눌러 소모된 탄환을 여유롭게 재장전했다.


“근데 삼촌, 삼촌이 이번엔 봐준 거죠? 하기야 형은 준장이고 난 훈련병인데. 그래서 저 올라올 때까지 안 쏴준 거죠?”


순박한 얼굴로 묻는 시혁.


거기에 봉운은 자기도 모르게


“응? ···으응.”


하고 대답하고야 말았다.


그러나 실상, 봉운은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는 본 것 자체가 없었다.


‘난 쟤 올라오는 것도··· 못 보고 죽었는데?’




7.


아.


이 맛이구나.


FPS라는 건 이 맛에 하는 거구나?


시혁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들떴다.


삼촌의 아바타가 보이자마자 방아쇠를 당겼다.


날아간 탄환은 정확히 삼촌의 미간에 구멍을 냈다.


마우스를 클릭하는 순간, 곧장 하늘 높이 치솟는 삼촌의 피.


이 재미였군.


비유하자면, 마치 학교 시험장에서 어려운 수학 문제 하나를 정확하게 풀어낸 느낌이라고나 할까.


거기서 느껴지는 단발적인 성취감.


도파민.


게다가 아주 정직해서 좋았다.


시혁이 파악한 FPS란 게임의 로직은 단순했다.


적이 보인다.


적에게 조준선을 돌린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긴다.


단 소총의 특성을 고려해 거리를 계산해 약간의 오조준을 곁들인다.


반동을 제어해 한 지점에 정확히 꽂힐 수 있도록 에임을 컨트롤한다.


‘완전··· 간단하고 명쾌한 게임이잖아?’


물론 변수는 있다.


아바타가 이동하는 경우, 모니터 화면 가운데에 있는 조준선이 조금씩 벌어진다.


한마디로 에임이 흔들린다는 뜻.


하지만 거기에도 규칙, 즉 일종의 패턴이 있었다.


모니터 화면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실제 이동 중 사격을 하는 경우 모니터 화면에는 십자 형태로 표시된 에임이 벌어지는 그래픽 효과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몇 번 벽에다 이동 사격을 하면서 알아낸 게 있었다.


이동 중 나타나는 특수한 탄착군 형성 패턴.


요약하자면, FPS란 게임은 총마다 거리에 따른 탄착군 패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거다.


거기에 이동하는 방향이나 속도에 따른 미세한 변형 탄착군 패턴이 있고.


그러니까 만약 그 패턴에 따른 사격 요령을 숙달한다면?


그리고 상황에 따라 그 상황에 맞는 패턴형 사격을 가하면?


그럼 무조건 적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거지.


그리고 시혁에게 이 가설은, 더는 가설이 아니었다.


반복된 실험으로 충분히 증명됐다.


삼촌이라는 아주 성실한 실험체의 도움을 받은 거긴 하지만.


“삼촌, 이거 꽤 재밌는데요?”


왜 여태까지 이 재미를 몰랐을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혁이 좋았던 건, 게임 화면을 보면서도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평소에 느꼈던 눈알의 간지러움.


뭔가 마음 한구석에서 느껴지는 답답함.


체질에 맞지 않는 격한 파도 위의 조각배에 올라가 있는 듯한 느낌.


그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 게임이란 이렇게 재미있는 취미인데.


그동안 이런 걸 즐기지 못하고 살았다니!


‘난, 아무래도 FPS가 체질인가 본데?’


타타타탕-!


“시혁아, 이거 지금 벌써 몇 번째냐?”


“7번째요.”


허나 솔직해지자.


시혁은 삼촌이 자신을 배려해주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선점하고 있는 언덕 위로 올라오면서 단 한 발의 사격도 가하지 않았다.


삼촌은 준장이고, 시혁은 훈련병이다.


‘삼촌이 진짜 실력을 보여주겠노라 마음만 먹으면 난 끝장이겠지?’


역시 삼촌은 배려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이었다.


근데 그러자 문득.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근데 이 FPS란 게···


원래 이렇게 아무나 해도 맞추기 쉬운 게임인가?




8.


‘어이가 없네.’


양봉운은 몸에 확 열기가 돌았다.


온몸이 자기도 모르게 화끈거리고 있었다.


시스템 창에 떠 있는 킬데스 전적창.


1킬 8데스.


맨 처음에 시혁을 사살한 이래 단 한 번도 외나무다리에서 시혁을 죽이지 못했다.


아니 제대로 총알을 쏴볼 기회조차 없었다.


시혁의 캐릭터를 제대로 본 적조차 없었다.


‘뭔가 이상해. 어떻게 내가 가는 루트를 다 알고 있는 거지? 어떻게 미리 다 내가 가는 방향에 에임을 쪼고 있는 거냐고.’


가설은 있었다.


‘어뷰징.’


봉운은 의심하기 시작했다.


‘짜식이 몰래 내 모니터 훔쳐보나?’


물론 봉운에게는 두 번째 가설 또한 있었다.


오히려 본능적으로는 그쪽이 더 끌리는 것도 사실이었다.


조카 차시혁.


‘얘 여기에 재능있나?’


FPS는 여타의 게임 장르보다 ‘재능’이 중요한 게임이다.


도저히 훈련으로는 따라올 수 없는 타고난 반응속도, 그리고 마치 실제 게임 세계 속에 들어간 것 마냥 아바타와 한 몸처럼 움직이고 조준하는 플레이어들.


오직 그런 선천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이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FPS 프로게이머였다.


또한 그런 이유에서, FPS 프로게이머들은 대단한 연봉을 받는다.


비록 대한민국에서만큼은 FPS의 인기가 덜하지만, 세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카운터 어썰트]의 탑급 프로대회 상금은 세계 모든 게임대회를 통틀어 2, 3위 수준.


심지어 매년 벌어지는 모든 대회의 우승상금을 합산한다면 세계 1위라는 걸 대한민국 사람들은 잘 모른다.


FPS라는 게임 장르는 대한민국이라는 불모지에서만 인기가 떨어질 뿐, 전체적인 파이의 크기를 놓고 따진다면 어마어마한 시장규모를 가진 영역인 것이다.


마치 시장규모 세계 1위인 스포츠가, 대한민국에선 존재조차 희미한 NFL인 것처럼.


‘근데 시혁이가 그런 재능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은 없지. 애초에 게임 울렁증 같은 게 있는 녀석이.’


양봉운은 게이밍 의자를 모니터 쪽으로 조금 더 깊숙이 끌어당겼다.


등받이를 살짝 왼쪽으로 틀어 조카가 절대 자신의 화면을 보는 게 불가능하도록 일종의 가림막을 쳤다.


‘좀 놀라게 해줄게, 시혁아.’


리스폰이 되자마자 봉운은, 이번엔 전과 달리 10시 방향으로 달렸다.


두 사람이 플레이하고 있는 맵의 이름은 ‘외나무 다리’.


하지만 외나무 다리라는 이름의 함정에 속아선 안 된다.


큰 틀에서 보면 두 진영 사이의 교전 지역은 단 하나다.


맵 정중앙에 위치한 외나무다리 구간.


그러나 좀 더 디테일하게 따지자면, 적진을 향해 침투할 수 있는 루트는 총 세 개였다.


가운데에 있는 외나무다리 지형 외에 양옆에 위치한 작은 샛길 두 개가 있는 것.


봉운은 은밀하게 그 샛길 중 하나를 택했다.


‘시혁이가 그걸 알 턱이 없지.’


이 샛길만 따라간다면 시혁을 측면에서 습격하게 되리라.


정면만을 주시하고 있는 시혁을 아주 깜짝 놀라게 해줄 방법이었다.


‘치사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시혁아. 게임은 언제나 실전이잖냐.’


조심스럽게, 천천히 샛길을 따라 이동했다.


머리 위로 보이는 외나무다리.


그 위에서 시혁의 발걸음이 툭툭-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봉운은 은밀히 이동했다.


발걸음 소리가 나지 않도록 왼쪽 쉬프트키를 새끼손가락으로 눌렀다.


‘얘가 아직 사운드 플레이 개념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심은 해야지.’


점점 헤드폰 속으로 들리는 시혁의 발걸음이 커져갔다.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다.


마침내 얼핏 시혁의 아바타가 보인 순간이었다.


‘흐흐, 정확하게 헤드샷으···.’


눈 깜짝할 찰나.


봉운은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타타타타타타-!


“아씨 깜짝이야 삼촌! 왜 거기서 나와요! 거기도 길이 있음 말해줬어야지!”


고개를 돌아보자 시혁은 정말이지 놀란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봉운이 그쪽 방향으로 오리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얼굴.


그러나 진정 놀란 사람은 시혁이 아닌 양봉운이었다.


‘아니 분명히 정면 쪽 보고 있었잖아! 총구가 그쪽 가 있는 거 내가 봤는데?’


모니터에서 외나무다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시혁의 모습을 어렴풋이 보았다.


절대 자신이 서 있는 곳을 향해 조준선을 대고 있었다는 게 아니라는 뜻.


“야 시혁아, 너 내 화면 봤냐?”


“아닌데요.”


“그러면 나 이쪽으로 오는 거 어떻게 알았어?”


“몰랐다니까요. 와, 삼촌이 조카한테 이런 비열한 술수를 쓸 줄이야.”


“진짜 몰랐던 거 맞아?”


“당연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나 진짜 깜짝 놀라 죽는 줄 알았다니까.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오길래.”


봉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 너··· 킬캠 좀 보자.”


“킬캠이요?”


봉운은 시혁으로부터 마우스를 건네받았다.


“응. 네가 나 죽일 때의 장면을 찍힌 영상을 말하는 거야. 리플레이.”


봉운은 길게 늘어진 타이머 바를 딸깍거렸다.


‘뭔가 말이 안 되는데. 정면을 보고 있으면 옆쪽에서 접근하는 걸 알 방법 자체가 없는데?’


그리고 마침내.


화면에 시혁과 봉운이 조우하기 직전의 영상이 나타났다.


“어디 보자. 네가 여기서 딱 여기를 보고 있을 때쯤에···.”


시혁의 화면은, 확실히 외나무 다리 위쪽, 그러니까 정면 방향을 향해 있었다.


연신 좌우로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언덕 위쪽으로 나타날 적을 향한 에임.


그런데 무언가 좀 이상했다.


“야 너 왜 이렇게 화면 좌우로 흔드냐. 보는 내가 다 멀미 나겠다.”


“그래요? 별로 빠르게 흔든 것도 아닌데?”


태연한 시혁의 대답.


그러나 시혁의 화면은 분명 정신없이 사방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픽셀들이 문드러지듯이 일그러지고 있는 화면.


그 순간.


눈 깜짝할 찰나에 조준선이 시계방향으로 움직였다.


타타타타타-!


그 과정을 확인한 봉운.


“시혁아 너···.”


시혁을 향해 천천히 그리고 아주 느리게 고개를 돌렸다.


“···이 화면이 보여?”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동체시력이 정신나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업로드 문제로 21화를 삭제했었습니다 22.09.16 247 0 -
공지 트테님, El라미수님, pprws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 22.09.13 162 0 -
공지 매일연재. 연재 시간은 '기습연재' +3 22.09.10 2,917 0 -
25 024화 ─ 라부아지에 +15 22.09.19 3,200 89 20쪽
24 023화 ─ 니코 +4 22.09.18 3,238 86 24쪽
23 022화 ─ 엘 카포 +7 22.09.16 3,847 110 15쪽
22 021화 ─ 추축국의 패배로 +3 22.09.16 3,137 67 20쪽
21 020화 ─ 비수가 날아와 +8 22.09.14 4,025 94 15쪽
20 019화 ─ 대외비 +10 22.09.13 4,220 99 14쪽
19 018화 ─ 유종의 미 +6 22.09.12 4,131 84 19쪽
18 017화 ─ 트럼프 카드 +5 22.09.12 4,252 86 15쪽
17 016화 ─ 오더 +3 22.09.11 4,209 88 13쪽
16 015화 ─ 만두귀 +3 22.09.10 4,568 87 18쪽
15 014화 ─ 피카소는 훔친다 +2 22.09.09 4,618 95 18쪽
14 013화 ─ 선택해 +4 22.09.08 4,512 88 14쪽
13 012화 ─ 이제 알았다 +3 22.09.08 4,526 84 17쪽
12 011화 ─ RaveN +3 22.09.08 4,677 89 16쪽
11 010화 ─ 없으면 말을 하지 +8 22.09.07 4,887 98 15쪽
10 009화 ─ 아니 왜 벌써 +3 22.09.06 4,922 93 12쪽
9 008화 ─ 이야... 어렵다! +2 22.09.06 5,037 90 13쪽
8 007화 ─ 이빨 썩어 +2 22.09.05 5,381 97 19쪽
7 006화 ─ 왜 쉽지 +4 22.09.04 5,676 94 14쪽
6 005화 ─ 녹슬지 않았어 +5 22.09.03 5,892 102 15쪽
5 004화 ─ 딱 15분 +3 22.09.02 6,147 99 13쪽
4 003화 ─ 소망은 소박하게 +6 22.09.01 6,793 108 10쪽
» 002화 ─ 어우 멀미가 +2 22.09.01 7,710 115 16쪽
2 001화 ─ 어지럼증 +11 22.09.01 9,860 124 15쪽
1 프롤로그 +3 22.09.01 11,167 133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