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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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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asquerR
작품등록일 :
2018.08.02 17:46
최근연재일 :
2020.05.08 00:06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9,389
추천수 :
82
글자수 :
474,693

작성
19.07.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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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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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경계#8

DUMMY

"안돼."


단호하게 말한 나르시아는 머리를 쓸어넘겼다. 너무 엉망진창이 된 것 같다는 자각은 들었으나, 피부에 느껴지는 소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불안감 탓에 그들의 말이 더욱 신경 쓰였다.


"언니만 가겠다니. 나도 데려가 줘."

"세라스, 이건 위험한 일이야. 그리고 시오르. 너도 마찬가지고."

"그 정도 일이라면 우리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보통이라면 시오르가 나설 뿐일 것이다. 레아는 그의 편을 들겠지만, 위험하다고 제대로 경고만 하면 시오르가 알아서 제지할 것이다. 하지만 세라스까지 나선다고 할 줄은 몰랐다. 눈빛으로 보아하니 단단히 화가 난 듯했다.


"맞아. 길 하나 틀어막는 거는 충분하다고."

"하지만 너희 둘 다 마법이 너무 미숙해. 주변에 피해가 안 가게 조절하는 단계까지는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나르시아는 그 말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히죽였다. 자신의 말이 온전히 사실이니 아무도 반박할 사람은 없다. 이들을 굳이 위험한 곳으로 보낼 이유가 없다. 그러면서 속으론 그들이 자신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입장임에 만족했다.


자리에 앉아있는 다른 일행과 다르게 일어선 그녀는 제복의 겉옷을 걸쳤다. 차가운 성에는 옷의 온기 덕에 녹았으나, 축축한 느낌이 그대로 올라왔다. 왼팔을 기준으로 솟아나는 차가운 기운은 시큰거렸다. 또 마력이 역류하는 탓에 핏줄이 짙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 그렇기에 제복의 깃을 더욱 빳빳하게 세웠다.


하지만 시오르는 그녀를 따라서 일어섰다.


"부탁이야. 돕게 해줘."

"...알잖아. 어중간한 도움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어."

"뒤에서 그분들 돕는 일 정도는 괜찮잖아."

"경비대든 테사르노든, 네가 제대로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안 드는데."


그렇게 말하고 나간 나르시아. 문이 닫히자, 시오르는 한숨을 쉬며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세라스는 무척이나 아쉬운 듯이 투덜거렸다.


"대체 왜 안 된다는 거야? 나도 나름 실력은 충분한데."

"안 된다니까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곤 하지만, 여기에만 있는 건 조금 걱정이네."


레아의 말에 시오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루니르노 마법사를 붙잡고 심문한 후로, 그들은 다급하게 행동에 나섰다. 결국 남겨진 그들은 자신들의 주변을 맴도는 온갖 환각을 버틸 생각만 했다. 레아는 조심스레 시오르 곁에 다가갔다.


"시온, 너무 걱정하지 마. 꼭 우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해결될 일이야."

"그러겠지...?"

"그럼. 저분들 덕분에 우리가 안전한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우리 지금 땀내 나는 거점에서 뭐 하는 건지...."


세라스의 불평에 레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들이 있는 경비병들의 초소는 무척이나 습했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게 문제인 줄 알았는데, 레아가 마력을 움직여도 냄새는 거의 빠지지 않았다. 나름대로 청소한 덕에 이 정도의 환경이 나올 줄은 그들은 예상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식사도 얻어먹었고 제일 안전한 곳 중 하나에서 지켜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해야죠. ...아, 감사해야지. 세라스."

"그건 그래. 하지만 내 손으로 루니르노 놈들을 혼쭐내줄 수 있었는데. 그것도 합법으로."

"하지만 그 사람들은 강하잖아."

"걔들이 강한 건 저주 같은 금지된 마술을 주로 부려서 그렇지. 기본 마법은 우리보다 훨 못난 경우가 많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세라스는 콧대가 당장이라도 솟구쳐 올라갈 듯했다. 시오르가 보기엔 확실히 그녀는 호전적인 성격이다. 게다가 자신감으로 가득 찬 모습은, 위풍당당하기까지 했다. 불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왜? 뭐가 웃겨?"

"아니, 그냥 불이랑 어울린다 싶어서."

"...그거 무슨 의미야."

"칭찬이겠지. 시온이 누구 놀리는 데에는 재능이 없거든."


레아의 말에 아리송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세라스. 결국 포기한 것인지 팔을 내저었다.


"에이 씨. 내 알 바 아니야."

"그보다 조용하네."

"그러게. 다른 분들은 뭐 하고 계시지?"


조용한 것이 신경 쓰였던 시오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초소 안쪽에는 루니르노 마법사를 묶어뒀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당연. 하지만 많은 사람이 나간 뒤로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것은 이상했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자, 마력이 난잡하게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력석에 마법을 새겨서, 주변에 흩날리는 마력을 온통 뒤죽박죽으로 섞이게 만드는 게 죄인들을 가두는 데에 유용했다. 그렇게 해서 마법사들의 마법을 무용지물에 가깝게 망가트린다. 더한 죄인이면 수갑에 비슷한 마법을 걸어서 추가적으로 제제하고, 아예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도구가 있다고 한다.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호기심에 설레면서도, 지금부터 들어갈 장소가 중요한 곳임을 알기에 주변을 둘러봤다. 건너편에는 두 병사가 앉아서 죄인을 지키고 있었다.


"저기 죄송한데 계신가요?"

"누구냐."

"아, 조금 전에 신세 졌던 나르시아 님의 일행입니다. 잠시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안쪽에서는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시오르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아마 그의 출입을 논하는 것이라는 계산이 닿을 때쯤, 건너편의 병사는 대답했다.


"마법에 관련된 도구는 두고 와라. 칼 같이 날카로운 것도."

"네."


자신의 호주머니를 확인하던 그는, 허리춤에 달린 벨트를 확인했다. 마공학 관련 기재를 잠깐 보관하고, 책을 걸어두는 용이지만 그 안에는 잡다한 도구가 좀 있었다. 아예 벨트를 벗는 게 빠름을 안 그는 벨트를 풀고 근방 책상에 올려두고는 안으로 걸어갔다.


안에 있는 두 병사는 피곤한 모습으로 그를 마주했다. 다른 죄인은 보이지 않았으나, 방금 잡혀 온 늙은 마법사 하나만 빈 감방을 채워주고 있었다.


"무슨 일이니?"

"아, 나르시아 님이 나가시면서 두 분에게 부탁드린다고 하셨거든요."

"뭐야. 그런 거면 괜찮아. 죄인 맡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감옥을 확인하는 시오르는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허공을 떠도는 마력은 바람에 흩날기보다는 가만히 있다. 하지만 이곳에 있으면 온통 마력이 부딪치고 움직이며 흘러왔다. 감각을 꿈틀거리게 하는 흐름이 신기했던 그는 마력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그러던 중, 마력의 흔들림이 기묘한 부분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가닥 흘러나오는 마력은 혼자 당당하게 멀어졌다. 그리고 그 근간은, 루니르노 마법사에게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시오르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니?"

"혹시 이분, 제대로 묶인 건가요?"

"그렇지. 수갑 채우고 혹시 몰라서 나가기 전에 약 만들어서 재웠으니까."

"죄송한데 다시 확인해주시겠어요? 지금 저 사람, 마력이 새어 나오는데...."

"뭐?"


병사 중 하나는 그 말을 듣고 웃었으나, 다른 한 명은 고개를 돌려서 노인을 바라봤다.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즉시 자신의 허리춤에 걸어둔 열쇠를 꺼내 들었다.


"잠깐 뒤 좀 봐줘."

"엥? 이런 얘 말을 들으려고?"

"루니르노 녀석들 마법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알잖아. 이러다가 진짜 무슨 일 나면 곤란하다고."

"하여간 조심성은 많아서. 기다려봐."


남은 병사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열쇠로 문을 연 병사는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가서 남자의 상태를 살폈다.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병사는 팔짱을 낀 채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병사는 노인의 호흡과 맥박이 일정한 것을 확인했다. 흥분했거나 긴장한 것은 아니기에 약간은 안도감이 들었다. 적어도 그가 깨어나서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얼마나 이 일을 하며 고마운지 말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눈을 돌리자마자 기겁하고 말았다.


노인의 팔에 장착된 수갑은 박살 난 채로 있었다.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떨어진 파편을 본 그는,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손으로 위험한 상황임을 알린 그는 즉시 어떤 방향을 가리켰다. 낯빛이 어두워진 병사는 신호를 보고는 시오르에게 고개 숙여서 작게 속삭였다.


"저쪽 책상 위에, 수갑이 하나 있을 거야. 그거 조용히 가지고 와줘."

"네."


시오르는 조용히 대답하고는 감옥 안쪽에 비치된 책상으로 걸어갔다. 비상용으로 준비한 수갑 주변에는 심문 기록과 죄수 명단이 보였다. 마법을 막아서는 마법이 걸려있을까 걱정된 그는 그것을 맨손으로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수갑을 건넨 그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서 그 상황을 지켜봤다. 병사들도 긴장한 채로 다시 노인의 팔에 수갑을 채우기 위해 다가왔다.


그 순간, 거대한 마법진이 노인의 앞에 생겨났다. 아무도 감옥 안에서 제대로 마법을 쓸 수 없는 것을 알기에, 그들은 누가 마법을 시전했는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진 묻지 않도록 하지."

"젠장! 뒤로 물러서!"


마법진은 감옥 안의 비틀린 마력의 흐름을 정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끌어들인 인력 자체를 활용하듯이 뒤집힌 나무는 가시처럼 날카로운 마력을 마구잡이로 방출했다. 시오르는 다급하게 마력을 꺼내 들려고 했으나, 주변의 흐름이 그의 마법을 성립하지 못하도록 혼란스럽게 움직였다.


가까이 있던 병사는 난폭한 마력에 휘말려서 온몸에 거대한 자상을 입었다. 또한 감옥의 벽도 무너졌고 창살은 무의미해졌다. 바깥에서 지켜보던 병사는 팔 쪽에 마력을 집중해서 신체를 강화했다. 느긋하게 걸어가려는 노인이 앞으로 오자, 그는 용기 내어서 돌진했다.


"어딜 도망가!"​


노인은 할 수 없다는 듯이 팔을 병사에게 향했다. 손에서 나온 마력의 칼은 짙은 파란색을 띄고 있었다. 상당히 순도 높은 마력은 웅웅거리며 병사의 가슴을 꿰뚫었다. 신음을 내뱉으며 저지하려던 팔이 아래로 향하자, 노인은 시오르를 흘깃 보고는 바깥으로 달려나갔다.


병사가 앞을 가로막아둔 덕에 피해를 받지 않았던 시오르는, 아찔한 광경을 뒤로 하고 필사적으로 달렸다. 순간, 무언가 떠오른 그는 노인의 뒤를 쫓으며 소리쳤다.​


"레아! 세라스! 피해!"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른 사실은 노인은 그들을 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세라스가 노인을 확인하고 화염을 채찍처럼 휘두르기도 전에, 노인은 문을 부수고 마을로 탈출했다. 감옥을 나오며 옆에 놓인 자신의 허리띠를 장착한 시오르는 당혹스러워하는 두 사람을 마주했다.


"시온! 방금 그 사람...."

"안에 병사 두 분이 다치셨어! 빨리 와줘! 아니, 감옥 안이니까 여기까지 데려와야 해!"

"이런 미친! 그럼 저 미친놈을 마을에 둬?"


세라스의 말은 맞았다. 만약 그가 탈출했다는 것을 늦게 알릴수록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허약한 자신만으로는 그들을 이곳까지 데리고 나올 여력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도 환각은 시오르의 시선을 어지럽혔다.


"우선 나랑 레아가 두 분 살리고 있을게! 네가 누나한테 가서 알려줘!"

"언니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고?"

"분명 저주를 제거한다고 했는데...."


그 말에 일행은 서로의 표정만 바라봤다. 나르시아는 그들에게 어디로 가는지 설명하지 않았고, 마땅한 연락책을 두지 않았다. 단지 목적만 알기에 그들 중 누구도 병사들이 향한 곳을 알지 못했다. 하다못해 근방의 병사가 있으면 알리겠으나, 분명 모두를 데리고 가야 할 정도로 큰일이라고 했다.


시오르는 마땅한 방법이 없나 고민하다가, 환각과 함께 답답함이 개어나갔다.


"아, 저 병사분들!"

"심문할 때도 저기 지키고 계셨지?"

"미치겠네. 그럼 결국 저 사람들 살리는 게 먼저라는 거지?"


그렇게 일행은 빠르게 감옥 안으로 달려갔다. 터벅거리는 발소리가 점차 울리면서 새어 나왔다.



작가의말

낡은이라서 그런가, 비가 오니까 삭신이....

그래도 오늘 보러 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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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후기 20.05.08 92 0 1쪽
80 마지막 여명#5(完) 20.05.07 77 0 14쪽
79 마지막 여명#4 20.04.30 53 0 20쪽
78 마지막 여명#3 20.03.26 27 0 15쪽
77 마지막 여명#2 20.03.19 65 0 12쪽
76 마지막 여명#1 20.03.12 35 0 16쪽
75 잘못된 시작들#8 20.03.05 49 0 17쪽
74 잘못된 시작들#7 20.02.27 44 0 16쪽
73 잘못된 시작들#6 20.02.13 39 0 16쪽
72 잘못된 시작들#5 20.02.06 43 0 13쪽
71 잘못된 시작들#4 20.01.30 43 0 15쪽
70 잘못된 시작들#3 20.01.23 37 0 14쪽
69 잘못된 시작들#2 20.01.16 42 0 15쪽
68 잘못된 시작들#1 20.01.09 42 0 15쪽
67 갈라지는 비극#3 19.12.01 32 0 12쪽
66 갈라지는 비극#2 19.11.28 30 0 16쪽
65 갈라지는 비극#1 19.11.21 31 0 13쪽
64 정말로 잃어버린 것#9 19.11.14 42 0 19쪽
63 정말로 잃어버린 것#8 19.11.07 55 0 14쪽
62 정말로 잃어버린 것#7 19.10.24 3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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