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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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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asquerR
작품등록일 :
2018.08.02 17:46
최근연재일 :
2020.05.08 00:06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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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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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글자수 :
474,693

작성
19.03.14 16:31
조회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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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모든 마법은 머리에서부터#5

DUMMY


"네?"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네메시스티아로 향하는 선로가 파괴돼서...."


식사를 마치고 온 일행이 전해 들은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나르시아는 당황한 기색도 감추지 못하고, 책상 위에 팔을 올리고 고개를 내밀었다. 이야기를 전하던 여자 직원은 눈을 제대로 마주 보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 그렇게 된 거랬죠?"

"네. 정말 죄송합니다. 나르시아 님."

"언니, 이제 어쩌지?"


세라스는 걱정스러운 듯이 언니를 올려다봤다. 지금 그들이 서두르는 것은, 단지 시오르의 조사를 종결 내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만약 이르미온이 실존한다면, 그리고 정말 시오르를 처리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더라면. 그런 만약의 가능성이 그들을 서두르게 하고 있다.


기차에서 시오르는 적어도 여자 쪽은 이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걸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시오르가 미세 가문의 부정을 고발하면 곤란해진다. 미네트가 원치 않더라도, 프라시온은 어떻게든 입막음하려 할 것이다. 발터 또한 미네트의 의견은 중요히 여기지 않았다.


어떤 쪽이든, 여자들은 시오르의 안전을 우선하기로 했다. 당사자는 의자에 앉아 고민 중이다. 썩 밝았던 그의 표정이 어두워질수록, 레아는 그의 곁에서 떠나질 않았다.


"시온, 괜찮아. 우리가 있잖아."

"그래도 걱정이야.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모르는 걸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렇지. 하지만 고마워. 덕분에 진정됐어."


레아가 너무 걱정하는 모습에, 시오르는 태연스레 웃으며 말했다.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낸 그녀였지만, 이내 안도한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럼 지금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는 게 없나요?"

"제가 알기로는 없는데....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직원은 다급히 자리를 비웠다. 혼자 짝이 없는 라흐벨만, 아까 먹은 빵조각을 입에서 털어내며 서 있었다. 심심했던 것인지 공중에 떠다니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일행은 각자의 일로 바빴기에 그런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흘러, 직원은 다급히 달려와서 나르시아에게 말했다.


"저기....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한데...괜찮으실까요?"

"어떻게 가는 거죠?"

"급한 운송 건이 있어서, 오늘 밤 무렵에 소로그에서 레빈스 지역 남서부에 있는 시드크리소 행 열차가 있어요."

"솔더리스 근방이네."​


그녀의 중얼거림에 직원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옆에서 듣고 있던 세라스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마경?"

"저, 정말 죄송합니다! 갑작스런 사건, 사고 탓에 정말 이 경로뿐이라서...."

"무슨 일인가요?"


시오르는 그들이 있는 곳에 다가왔다. 이에 세라스는 고개를 돌려 불만을 표했다.


"마경 솔더리스 근방에 있는 선로는 멀쩡하대. 그거 타려고 밀렌에 있는 소로그까지 가는 것도 너무한데, 그 불길한 땅 근방이라니."


그녀의 설명을 듣고 시오르는 머릿속에서 지도를 그렸다. 현재 있는 엘더리즘 역은 나투르 왕국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소로그는 밀렌 지역의 북부. 그리고 라흐벨을 통해 전해 들은 위치가 맞다면, 반원을 그리듯이 한참은 돌아가는 길이 된다.


약 400년 전에 존재했던 마왕의 거점들. 흉하게 변한 산맥과 괴이하게 변한 짐승, 그리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마력이 존재하는 불결한 땅. 사람들은 마경이라 부르며 피하는 곳이다. 당연히 정신 멀쩡한 사람들은 지나갈 생각도 하지 않는 곳이다. 어지간히 급한 운송이라서 이런 길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그는 생각했다.


"게다가 짐칸 비슷한 거에 탈 거 아니야? 불편하다고."


직원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세라스는 불만을 표했다. 반면 나르시아는 무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레아는 나르시아의 고민이 깊어지자 옆으로 다가왔다.


"고민되시는 건가요?"

"별로 안 내키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해. 마법으로 날아가는 것도 고민을 해봤지만, 그렇게 가능한 건 저 여자뿐이고."


누굴 지칭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들은 레아는 조심스레 되물었다.


"그렇다고 저희가 지금 마차를 부르는 것도...."

"늦지.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천천히 갔어야 했나."


한참을 고민하던 나르시아는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나 불편하냐는 질문을 내던지는 시오르의 모습이, 어찌나 불쌍해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모습에 내심 안심한 그녀는 직원을 보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죠."

"정말이신가요...?"

"귀족 셋, 평민 하나, 정령 하나. 제일 빠른 편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르시아 님! 저희가 최대한 빨리 준비하겠습니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라흐벨은 조용히 생각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왔다. 레아와 마주한 날, 루니르노 신도들이 들이닥쳤다. 리든으로 도착하자, 종복들의 마력이 일부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애초에 루니르노를 지금 현자 시나한이 붙들고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칼립소 지역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나한도 시오르가 이 근방에 있으리라 추측한 것 같다.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빈도가 늘어나는 변질된 짐승. 모든 걸 맞춰서 생각할 때,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다. 늪에 빠진 것처럼 불쾌한 느낌이 밀려오자, 고개를 내저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라흐벨은 그럴 리 없다고 부정했다. 우연일 뿐이다. 자신의 계획이 어이없게 틀어진 것뿐이다. 절대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굳게 믿었다. 자신이 그간 저지른 잘못에 대해 반성하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겨우 계약자와의 신뢰를 회복했는데, 이렇게 끝날 수 없었다.


그런 라흐벨의 어깨에 누군가의 손이 닿았다. 순간, 놀란 그녀는 고개를 획 돌리면서 팔을 치웠다. 놀란 시오르는 잠시 멈춰 섰다.


"너였냐."

"그럼 여기서 누나 부를 사람 말고 더 있어? 가자, 출발한대."

"어디로?"

"밀렌 지역으로 해서 돌아가려나 봐. 빠르면 좋지."


이르미온과 미세 가문에 대한 걱정을 털어낸 것인지, 걱정하지 않는 척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그는 생각보다 이런 일을 잘했다. 거짓말을 제대로 못 하는 자신과는 다르게.


그러고 보니, 시오르는 결국 체이든 가문에게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나르시아와 세라스가 전해 들었을 것 같지만, 지금은 위기 상황이므로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애써 표정을 펴고 그를 따라갔다.

​​

"그래. 서둘러서 나쁠 거 없지."


------


점차 땅은 불그스름하게 변해갔다. 겨우 목숨을 붙인 숲이 순식간에 멀어져갔다. 시오르는 창밖을 바라보며 신기하다는 생각만 했다. 엘더리움 사막을 포함한 시리아 지역은, 마력이 희박한 땅이다. 모든 생명의 근원이 메마른 탓에 건조하고 메말랐지만, 자연의 마력이 돌아옴에 따라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마력의 여러 모습에 신기함을 느끼는 그는 창밖의 세계에 감탄했다. 저물어가는 태양이 모래 언덕에 걸려서 굴러떨어지듯 움직였다. 불어오는 바람은 모래를 싣고 멀리 흩날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레아는 안도를 표했다.


수많은 일이 있었다. 고작 13일이 지났을 뿐인데. 하지만 이 짧은 시간은 그들의 만남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그에게 조금 더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시온, 직접 보니까 어때?"

"정말 최고야. 세상에 나와서 이렇게까지 돌아다닐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아직 놀랄 기력은 남겨둬. 밀렌, 시리아 지역도 굉장하지만 레빈스 지역은 더 대단하니까."

"수도는 정말 어떤 모습일까?"


그의 푸른 눈동자에는 호기심이 어려있다. 선명하고 밝은 눈동자는 풍경을 담아내는 데에 바빴다. 그 틈에 한 가닥으로 묶은 긴 뒷머리가 찰랑대며 그의 손길을 덮었다.


"아, 간지러워."

"미안, 너무 가까웠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물러선 레아. 혹시 불쾌했나 싶어서 걱정한 그녀였지만, 시오르는 오히려 웃고 있었다. 그런 백금발은 부럽다는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그 표정에 빠져서 멍하니 있었다. 모든 게 움직이고 있는데, 그녀의 시간만 잠시 멈춰 섰다.


"다들 머리색이 화려한데 나만 검정이니까, 뭔가 밋밋한 것 같기도 하고."

"야, 그럼 염색할래?"


세라스는 시큰둥하게 있다가, 그의 말에 고개를 들고 말을 걸었다.


"언니 염색은 원래 내가 했을 만큼 자신 있어."

"진짜? 그럼 생각해볼게."

"아, 나는 염색 아니다."

"누나는 말 안 해도 알 것 같은데?"

"뭘 알아? 정령이 염색을 했을 수도 있지."

"언제는 검정 머리가 부러워서 염색하면 어떻겠느냐더니."


시오르의 말에 라흐벨은 뾰투룽한 표정을 지었다. 뭘 또 기분 상하냐고 말한 그는 약간 낡은 의자 쪽에서 눈을 돌렸다. 모래바람이 흩날리는 창밖으로 다양한 것이 보였다. 처음 보는 식물도 스쳐지나갔고, 말들이 저 멀리 달려갔다.


"어?"


황무지 위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순식간에 지나친 탓에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걸레나 다름없는 것을 입고는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오르는 이에 몸을 움직여서 열차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작 그 방향에는 라흐벨이 서 있었다. 자신과 같은 방향을, 거의 노려보듯이 바라봤다. 인상이 화내는 듯한 그녀였지만, 찌푸려진 미간과 옆으로 째진 눈동자는 진심임을 보여줬다. 그런 모습에 당황한 시오르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누나, 무슨...."

"다들 가만히 있어라."


일순간에 열차 주변으로 수많은 마법진이 생겨났다. 푸른 마법진이 서로 맞물리듯 빠르게 회전하며,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이 상황에 당황한 나르시아는 라흐벨에게 달려갔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죽기 싫으면 가만히 있...."


그리고 큰 폭발음과 함께, 열차는 크게 흔들렸다. 열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균형을 못 잡고 비틀거렸다. 당황한 일행은 바깥을 바라봤다. 붉은 화염이 창의 형태로 열차를 공격하고 있었다. 라흐벨이 펼친 방어막은 회전하며 창을 구성하는 마력 자체를 빨아들였지만, 일부는 마법진에 닿아서 폭발한 것이다.


이어지는 충격에 라흐벨은 바쁘게 마법을 바꿔나갔다. 거대한 마력이 파도치듯 몰려나갔으나, 섬세하게 짜여진 마법 여러 개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공격하는 이도 둔기의 형태로 변형하고 속성을 바꿔나갔다.


"치사하게 소모전으로 하겠다고! 안돼, 절대 그렇게 못 둬!"


과하게 화난 듯한 라흐벨은 검은 마력을 활로 만들어서 소환했다. 거대한 활은 활시위를 당기고, 열차 뒤편을 완전히 파괴하며 거대한 마력 화살을 발사했다. 쏜살같이 날아간 화살은 어떤 마법진에 적중했으나, 검붉은 마법진은 짐승의 주둥이처럼 그것을 집어삼켰다.


멀리 있는 존재는 자신 주변에 있는 마법진을 전부 파괴했다. 그 순간 일어난 거대한 마력의 파동이, 해일처럼 그들을 덮쳤다. 눈치챈 라흐벨은 시오르를 감싸 안았다.


나르시아는 얼음 벽을 빠르게 만들었지만, 세라스와 함께 구석으로 나가떨어졌다. 레아 또한 고통을 호소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보호를 푼 라흐벨은 혀를 찼다. 자신이 걸어뒀던 모든 마법이 파괴당한 상태였다.


"괜히 말려들면 안되겠지."


라흐벨은 검은 마력을 이끌어내서 열차의 연결 부분을 잘라냈다. 당황한 역무원과 차장은 그저, 승객 칸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바라봐야만 했다. 점차 열차의 속도가 줄어들자, 시오르는 다급하게 레아를 일으켜 세웠다.


"레아! 괜찮아?"

"이게...뭐야...."​


시오르는 라흐벨을 바라봤다. 그녀는 우려스럽다는 듯이 입술을 꾹 깨물고는 앞을 바라봤다.


"저건 그냥 마력이야. 기술이고 뭐고 없이, 단순히 마력이 가지는 억지력만으로 깡그리 밀어버리는 힘이지."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언젠가 네가 만나야 했던 녀석이야. 지금 절대 만나선 안 되는 녀석이고."


의미심장한 말에 시오르는 그저 고개를 들었다. 희열과 만족으로 가득 찬, 홀로 중얼거리던 쓸쓸한 목소리가 그들에게 인사했다.


"우리의 저주스러운 첫 번째 만남을 축하하자. 그래, 첫 번째 만남을."


작가의말

어째선가 피곤한 나날이 이어지네요

아, 혹시 몰라서 미리 말씀드리지만

다음 주에는 제가 갑작스레 갈 곳이 생길지 몰라서

만약 업로드가 불가능하면, 휴재하려고 합니다.

만약 일 없으면 그냥 정상 업로드 하고요.ㅎ


아무튼 오늘도 보러 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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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후기 20.05.08 92 0 1쪽
80 마지막 여명#5(完) 20.05.07 77 0 14쪽
79 마지막 여명#4 20.04.30 53 0 20쪽
78 마지막 여명#3 20.03.26 27 0 15쪽
77 마지막 여명#2 20.03.19 65 0 12쪽
76 마지막 여명#1 20.03.12 35 0 16쪽
75 잘못된 시작들#8 20.03.05 49 0 17쪽
74 잘못된 시작들#7 20.02.27 44 0 16쪽
73 잘못된 시작들#6 20.02.13 39 0 16쪽
72 잘못된 시작들#5 20.02.06 43 0 13쪽
71 잘못된 시작들#4 20.01.30 43 0 15쪽
70 잘못된 시작들#3 20.01.23 37 0 14쪽
69 잘못된 시작들#2 20.01.16 42 0 15쪽
68 잘못된 시작들#1 20.01.09 42 0 15쪽
67 갈라지는 비극#3 19.12.01 32 0 12쪽
66 갈라지는 비극#2 19.11.28 30 0 16쪽
65 갈라지는 비극#1 19.11.21 31 0 13쪽
64 정말로 잃어버린 것#9 19.11.14 43 0 19쪽
63 정말로 잃어버린 것#8 19.11.07 55 0 14쪽
62 정말로 잃어버린 것#7 19.10.24 38 0 14쪽
61 정말로 잃어버린 것#6 19.10.17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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