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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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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asquerR
작품등록일 :
2018.08.02 17:46
최근연재일 :
2020.05.08 00:06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9,408
추천수 :
82
글자수 :
474,693

작성
19.03.07 19:24
조회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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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모든 마법은 머리에서부터#4

DUMMY

세라스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났다. 나르시아도 신경 쓰는 것인지 힐끔 뒤를 쳐다보곤 했다. 이 분위기를 일으킨 시오르는, 다들 너무 눈치를 보는 게 아닌가 여자들을 둘러봤다. 나쁜 의미는 아니나, 아침보다 분위기가 저조된 것이 분명했다.


그 중심에는 라흐벨이 있었다. 안 그래도 험한 인상이 주눅이 들면서, 당장이라도 범죄를 저지를 것 같은 사람처럼 보였다. 다행히 로브가 있었던 덕에 얼굴을 잘 가리고 있다. 매서운 시선이 불안하리만큼 시오르를 향하고 있었다.


"누나, 화 풀어. 내가 미안하다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말해야 했어?"

"그건 할 말이 없긴 한데...."


지금 화내고 있는 여자가 어떤 존재인지 알면, 상당히 위험한 일로 인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의 불안감과는 반대로 지극히 남매스러운 대화만 이어질 뿐이다. 조금이나마 이 상황에 익숙한 레아는 한숨을 쉬며 두 사람의 언쟁 아닌 언쟁을 말렸다.


"이제 그만 해요. 별일 아니잖아요. 그리고 시온도 말조심 했어야지."

"미안."

"아니, 그래도 안부 좀 물으려 했더니 냅다 그게 자랑이냐고...."

"게다가 두 사람 자꾸 싸우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곤란하잖아요."


그 말에 라흐벨은 한숨을 푹 쉬었다. 아까부터 곤란한 듯한 표정의 시오르가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세월이 지나도 이런 부분은 섬세하기 힘들다고 자조하며 고개를 저었다.


"알았다. 나나 쟤나 철없기 굴긴 했지."

"누나가 사과할 건 아니지. 내가 냅다 말해놓고 사과도 안 했으니까."


시오르는 안심한 것인지 살짝 웃었다. 하지만 리버스 가문의 두 자매는 어색함에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리든 역이라는 목적지를 두지 않았더라면, 곤란함에 잠시 자리를 떴을지 모른다.


그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세라스는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오빠를 바라봤다.


"대체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 나름 열심히 살았지."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기감 없이 그걸 누나라고...."


세라스는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시오르는 잘 모르겠다며 대답했으나, 라흐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누가 보더라도 표정에서 곤란해하는 기색이 드러났다. 로브에 가려졌지만 미묘하게 땀을 흘리는 것 같기도 했다.


"남들이 누나 보고 뭐라고 하긴 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어. 지금까지는 나름 좋은 사람 같을 뿐이야."

"하지만 진짜 가족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그만둬. 세라스. 쟤도 얼마나 힘들겠어."

"언니...."


나르시아는 고개를 살짝 돌려 뒤에 있는 일행에게 말했다.


"다 왔어. 리든 역."


리든 역의 모습은 그간 봐왔던 풍경과는 약간 이질감이 느껴졌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목조 건물과 석조 건물을 밀쳐내고, 억지로 비집고 들어온 것 같은 건물이 있었다. 다행히 역 앞의 광장까지는 그런 어색함이 뻗어 나오지 못했다. 단지, 각지고 뻣뻣한 느낌을 주는 석재 건물은 철 주괴 같은 느낌을 풍겼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다. 마공학으로 이뤄진 시계가 정중앙에 설치됐고, 어느 열차가 왔음을 알리는 글씨가 허공을 메웠다. 그런 단순하면서도 혼란스러운 풍경 속, 일부는 아예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인 듯 복장부터 개방적이고 노출이 심했다.


다만 시선은 자연스레 귀족인 나르시아와 세라스를 향했다. 정중하고 깔끔한 복장의 사람은 많았으나, 화려하고 과시적인 나투르 왕국의 복장은 그들이 유일했다. 몇몇 사람들은 그들의 가문을 알아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나르시아는 한쪽에 있는 매표소 쪽으로 향했다. 직원은 그녀를 보자, 자연스레 옆으로 비키며 아무도 줄 서지 않은 곳으로 안내했다. 옆에 길게 줄 서 있던 사람들은 당당히 들어가는 다섯 사람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어서오십쇼.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세온 3세의 명령으로 조사 나왔던 사람입니다. 나르시아로 찾아봐 주세요."

"나르시아...나르시아.... 아, 바로 출발하시는 겁니까?"

"조사 대상을 찾아서 네메시스티아로 수송하려고 하는데, 열차는 있나요?"


매표소 직원은 펜으로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그게 말이죠. 며칠 전에 변질된 짐승 놈들이 깽판을 치는 바람에, 직행으로 갈 수 없습니다."

"엘더리즘 역을 거치는 건요?"

"그건 가능합니다. 다만 시설이 좀 나쁘고, 오래 걸립니다만 괜찮으시죠?"

"엘더리즘? 언니, 이번에도 너무 돌아가는 거 아니야?"


세라스가 이를 지적하자, 매표소 직원은 손바닥을 쳤다. 시선이 집중되자 그는 하려던 말을 시작했다.


"오히려 정확히 보신 겁니다. 북동쪽으로 돌아가던 길은 루니르노 신도들이 파괴했고, 직행 길이 방금 말씀드린 대로 망가진 겁니다."

"하여간에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이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거 뱃사람들까지 울상 짓고 있으니 경쟁자인 저희는 말 다 했죠. 뭐, 그건 그거고. 유일하게 대륙 중앙인 황무지로 향하는 길은 안전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총 몇 분이시죠?"

"평민 하나, 귀족 셋, 정령 하나. 기왕이면 지정석으로."

"잘 알겠습니다. 정령분은 간단히 확인만 하겠습니다."


직원의 말에 라흐벨은 마법으로 매표소 안의 무언가를 끌고 왔다. 당황한 직원은 손을 뻗었으나, 이미 그것은 라흐벨의 손까지 끌려왔다. 손바닥만 한 큰 유리구슬을 든 그녀는 조심스레 마력을 밀어 넣었다.


구체는 밝은 빛을 일으키며 푸른 마력을 선명히 보여주었다. 이윽고, 구슬 안의 푸른 마력은 붉은 불길이 되어서 타오르고는 사라졌다. 멍하니 보고 있던 직원은 어느새 자신의 앞에 놓인 구슬을 알아차리고 집어들었다.


"됐지?"

"네. 화염을 다루시는 분이군요. 그렇지만 멋대로 마법은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마공학 장비들은 죄다 마력에 민감하거든요."

"알겠어. 빨리 들어가자고."


라흐벨은 당당히 열차 승강장을 향해 걸어갔다. 정령과 인간의 마력이 미묘한 차이를 가지는 점을 이용한 검문 도구임을 알아본 시오르. 그는 초조한 표정으로 직원과 라흐벨을 바라봤다. 엄청 세심한 도구인 탓에 망가지진 않았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문제는 없었는지, 직원은 시오르에게 공손히 인사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라흐벨이 자신의 마력을 속이기 위해 그런 것임을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냥 살짝 무례해 보이거나, 성급한 부류로 느껴졌다. 시오르도 그녀의 성급함을 알기에, 당연히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며 뒤를 따랐다.


인파를 넘어서 도착한 승강장은 상당히 한산했다. 두 개의 선로가 크게 떨어져 있어서, 한쪽에만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허공에 떠 있던 라흐벨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런 공사는 잘도 했구나."

"네티아 마공학은 이런 면에서 발달했잖아. 책에서도 그랬고."

"그건 알아. 저번에 듣기론 공사 중이라 했는데, 이 정도 보수하는 거 빨리 끝내서 좀 신기했어."

"하지만 역시 마음이 안 내켜."


레아의 눈빛에는 꺼진 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무언가 피어올랐다.


"열차는 나투르와의 전쟁 당시, 서쪽을 빠르게 횡단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잖아. 그 후에는 아예 병기를 탑재한 전차가 됐고."

"불편할 만하지. 하지만 원래 그런 과정에서 뭐가 발전하는 법이야. 사람이 어릴 때 싸우면서 큰다잖아?"


그녀의 부정적인 말에 대답한 라흐벨. 시오르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다르지. 칼이 그런 것처럼."

"시온 말이 맞는 것 같네."

"내가 먼저 말했거든."

"하지만 전 싸우면서 크지 않았다구요."

"그런 거치곤 철들었긴 하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동안, 선로 끝에서는 쇠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일행이 고개를 돌리자, 봉을 반쯤 자른 듯한 외형의 열차가 다가왔다. 허연 증기를 뿜어내며 다가온 열차는 이내 멈춰 섰고, 역무원은 문을 열어서 손님을 반겼다.


시오르 일행은 그들의 안내에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열차 안은 아침에 있었던 숙소처럼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붉은 가죽 쇼파에 앉은 나르시아는 옆에 있는 원형 탁상에 있는 잔을 집었다. 손가락 끝에서 나오는 한기에 차가운 서리가 꼈다.


그녀는 옆에 놓인 수통을 열어서 음료를 따랐다. 시원한 과일음료를 한 모금 마신 그녀는 자기 앞에 서 있는 시오르를 발견했다.


"왜?"

"근데 어디로 가는 거예요?"

"엘더리즘 사막 쪽. 대륙 정중앙을 거쳐서, 다른 열차를 타고 수도로 갈 거야. 푹 쉬고 있어."


나르시아의 말에 시오르의 눈은 은은히 빛났다. 사막은 어떤 모습일까 내심 궁금해진 것이다. 시리아 지역에 속해있긴 하지만, 관리할 것이 역과 길뿐인 황량한 곳이다. 한때는 찬란했던 문명들의 거점이었고, 네티아와의 100년 전쟁 때 메말라버린 땅이었다.


흥미를 느끼며 주변을 둘러본 시오르는 근처에 있는 쇼파에 앉았다. 그런 사막 가운데에 어떤 것을 쌓아 올린 것일까? 그 생각을 하니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하는 시오르는 쇼파가 무척 편한 것을 느꼈다. 같은 생각인지, 라흐벨이 바로 옆에 누워서는 발을 그의 무릎 위에 올렸다.


"푹 쉬고 일어나면 점심일 테니 좀 쉬자고."

"벨 언니, 그래도 시온한테 발 올리는 건 좀...."

"무릎배게 몇 번이나 해줬는데 한 번 정도 이해해줘. 그렇지?"

"그렇긴 하죠. 자, 레아도 여기 앉아."


어느 부분에서 놀란 것인지 모르겠으나, 레아의 표정은 분명 당혹스러움을 드러냈다. 반면 세라스는 분명히 불쾌한 부분을 말했다.


"아픈 사람 간호해준 거에 생색 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왜? 너도 누우면 해줄까?"

"눕긴 뭘 누워요? 전 우리 언니 있거든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우쭐대는 그녀. 정작 나르시아는 이 모습을 말없이 지켜봤다.


"아무튼 레아, 멀리 가는데 앉아서 가자."

"아, 응...."


레아는 조심스레 그의 옆에 앉았다. 팔다리를 공손히 모으고는 살짝 고개를 돌린 채, 시오르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수줍어하는 것 같았다.


다시 열차는 하얀 증기를 뿜어냈다. 창밖의 풍경은 점차 옆으로 미끄러져 갔다. 열차가 출발하자, 시오르는 바깥의 풍경을 조용히 바라봤다. 아직도 열차에 타지 못한 사람들이 그들이 타고 있는 열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용히 그 시선을 바라보는 시오르는 무언가 떠올랐다. 만약 가족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자신도 저기에 있었을지 모른다. 원래는 배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으니, 저보다 더 오래 기다렸을지 모른다. 내심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아쉽다고 생각했다.


조용히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바라봤다. 시오르의 눈에는 그들이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 멀어지고 있는 것은 자신임을 알았지만, 그 감각이 그에게 너무나도 새로웠다. 빠르게 나아간 열차는 그를 빠르게 싣고 떠나갔다. 몸이 살짝 흔들렸지만, 마차보단 아니었기에 편히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는 나눌 수 있었다.


작가의말

이제 3월의 시작이군요.

저도 열심히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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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마지막 여명#5(完) 20.05.07 7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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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마지막 여명#3 20.03.26 27 0 15쪽
77 마지막 여명#2 20.03.19 65 0 12쪽
76 마지막 여명#1 20.03.12 3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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