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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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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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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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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19.12.27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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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류연 외전 : 평행세계

DUMMY

27화. 류연 외전 : 평행세계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류연은 프렐리아 대륙에 온 이후 한 번도 꿈을 꾸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 프렐리아 대륙 생활이 적응이 돼서인지 류연은 오늘 정말 오랜만에 꿈을 꿨다.



류연은 꿈속에서 눈이 떠졌다. 흐릿하던 시야에 서서히 사물의 윤곽이 잡혀갔다. 지금 있는 곳은 프렐리아 대륙이 아니라 현대였다.


“일어났어?”


정말로, 다시 한 번만이라도 들을 수 있기를 염원했던, 하지만 다시는 들을 수 없게 된 따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그곳엔 소영이가 있었다.


“벌써 일곱 시 반이네. 유리야 너도 일어나. 유치원 늦겠다.”


이불 안에서 작은 꼼지락거림이 느껴졌다.


“나 졸려. 조금 더 잘래.”


“안 돼. 얼른 일어나. 당신도 늦겠다.”


소영이는 1층으로 내려갔다. 조금 있자 유리가 졸린 눈을 부비며 침대 밖으로 나왔다.


“아빠. 좋은 아침.”


류연을 본 유리는 반갑게 인사했다. 유리의 외모는 기억 속의 것과 약간 달랐다. 유리의 머리는 검은색이었고, 피부도 희긴 했지만 창백하지 않았다.



“늦었는데 유리나 좀 씻기지. 여기서 뭐 해.”


“그냥.”


집의 구조는 그대로였다. 부엌으로 간 류연은 아침 식사를 준비 중인 소영이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소영이는 툴툴대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가만히 품에 안겨 있었다.


둘은 잠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조금 있자 프라이팬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


“계란 탄다.”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식탁 좀 차려 줘. 유리 준비시키고 올게.”


류연은 밥과 국을 적당히 퍼와 식탁을 마저 차렸다. 밥을 먹고 있자 소영이가 유리에게 노란 유치원 단체복을 입혀 부엌으로 왔다. 류연은 깜짝 놀라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유리의 가슴팍에 달린 명찰 때문이었다.


[샛별 유치원 병아리 반 류유리]


“왜? 뭐 잘못됐어?”


“아, 아냐. 밥 먹자.”


밥을 먹은 류연은 대충 준비를 마치고 현관으로 갔다. 유리는 현관에 앉아 구두를 신고 있었다.


“또 유치원 버스 놓쳤잖아. 일찍 일어나라니깐. 오늘도 아빠한테 태워 달라 해야겠네.”


소영이는 류연에게 어젯밤 싸 둔 도시락을 건넸다. 류연은 차 키와 도시락을 챙겼다.


“잘 다녀와.”


“응.”


류연은 소영이와 짙은 입맞춤을 나누고는 밖으로 나갔다. 주차장으로 가 차 문을 열어주자 유리는 조수석으로 쪼르르 달려가 앉았다.


하지만 류연은 유리의 유치원이 어딘지 알지 못했다. 류연은 유리에게 물었다.


“우리 유리 유치원이 어디였더라?”


“에? 나한테 장난치는 거지? 어제도 데려다 줬으면서.”


“진짜 몰라서 그래. 부탁해.”


“어쩔 수 없지. 착한 내가 알려줘야겠네.”



“잘 하고 와.”


“응. 아빠도.”


유리의 설명을 들어가며 류연은 겨우겨우 유치원에 도착했다. 유리는 통학 버스에서 막 내린 또래들 사이로 사라졌다.


‘회사를 가야 하는데···. 회사는 또 어디지?’


류연은 지갑을 열었다. 지갑 안쪽에 명함이 있었다.


[LM 출판 대리 류연.]


류연은 명함 뒷면에 그려진 약도를 보고 회사를 찾아가기로 했다.


‘이런.’


하지만 서울의 도로는 만만치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차에 달린 내비게이션도 먹통이었다. 오토바이는 수준급이었지만 승용차는 겨우 운전만 할 수 있었던 류연은 결국 회사를 가는 걸 포기했다.


‘다시 집으로 가야겠다.’


복잡한 도로를 한참 헤매다 보니 벌써 점심때가 되어 있었다. 류연은 골목길로 들어가 차를 돌리기로 했다.


“아···.”


골목길로 들어간 류연은 갑자기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집에 가는 길이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까처럼 길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집이 있는 위치 자체가 생각나지 않았다. 소영이에게 전화를 해 물어보려 했지만 핸드폰은 유리가 가지고 갔는지 주머니에 없었다.


‘모르겠다. 모르겠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계기판의 디지털시계는 이른 오후의 시간을 표시하고 있었다.


‘밥이라도 먹고 나면 생각나겠지?’


도시락은 아주 맛있었다. 그렇지만 집의 위치는 여전히 생각나지 않았다.


류연은 일단 다시 도로로 나가기 위해 차 키를 돌렸다. 그러나 작동한 건 자동차의 엔진이 아니라 라디오였다.


“어젯밤 150년 만에 지구를 방문한 베텔기우스 혜성의 소식입니다. 기상청은 베텔기우스 혜성이 오늘 오후 5~6시경 한반도 상공을 빠르게 통과할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오늘 하루 전자기기가 잘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덜컹-.”


류연은 라디오를 끄고 다시 차 키를 돌렸다. 그러나 시동은 여전히 걸리지 않았다. 수첩에 차를 세워둔 위치를 대충 적은 류연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큰 길로 나가자 빌딩 숲 사이로 비온 뒤의 청명한 가을 하늘이 보였다. 거리에는 차도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이 넓은 도시에 혼자라 생각하자 류연은 약간 피부가 오싹해졌다.


‘뭐. 찾을 수 있겠지.’


하지만 오산이었다. 류연은 결국 집의 위치를 떠올리지 못했다. 하늘에는 붉은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류연은 다급해졌다. 거리는 퇴근하는 회사원들로 북적거렸다.


‘여기가 대체 어디야. 소영아···. 유리야···.’


류연은 앞으로 한참을 뛰었다. 하늘이 완전히 붉게 물들 때까지 앞으로 뛰어가자 한강이 나왔다. 그제야 머리가 맑아지며 집의 위치가 떠올랐다.


“XX동 가주세요.”


결국 류연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녀왔어.”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 거야. 연락도 안 되고.”


소영이는 걱정스런 얼굴로 류연을 맞이했다. 현관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꼴은 진짜 말이 아니었다. 류연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거기 있지 말고 들어와서 이야기 해.”


거실로 간 류연은 오늘 있었던 일들을 둘에게 말해주었다.


“아빠 바보야? 집을 까먹었다고? 아침에도 그러더니. 나한테 길 물어봤잖아.”


“유리야 너무 그러지 마. 아빠가 요즘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나 봐.”


“삐이이익-.”


주방에서 전기밥솥이 증기를 내뿜었다.


“밥 먹으러 가자. 유리가 좋아하는 고기도 있어.”


“와아-.”


유리는 폴짝폴짝 뛰며 부엌으로 갔다. 류연도 엉거주춤 일어나 그 뒤를 따라갔다.


“찌개랑 먼저 먹고 있어. 밥 퍼서 갈게.”


“잘 먹겠습니다.”


류연은 뚝배기의 뚜껑을 열었다.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올라왔다.


‘어.’


숟가락을 드는 것과 동시에 하늘이 빙글 돌았다. 류연은 바닥에 쓰러졌다.


“아빠!!!” “당신!!!”


유리와 소영이의 다급한 외침이 아득하게 멀어져 갔다. 류연은 정신을 잃어버렸다.


**


“어. 일어났다.”


“루엔. 체력 훈련 다 하고 왔어.”


말랑말랑한 감촉이 뺨에서 느껴졌다. 청국장 냄새는 그대로였다. 류연은 실눈을 떴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


엘리스와 텐시는 잠이 든 류연의 얼굴 위에 작고 귀여운 발바닥을 올려놓고 있었다. 다만 체력 훈련을 하고 바로 온지라 두 소녀의 발에서는 진한 청국장 냄새가 났다.


“언제까지 자는지 보려고.”


“발 올리니까 한국말로 잠꼬대를 막 하던데?”


“이것들이.”


류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난스럽게 둘의 발목을 잡아들었다. 거꾸로 붙잡히고 나서도 둘은 뭐가 그리 웃긴지 계속 웃어댔다.


‘그래. 이게 현실이야.’


류연은 둘을 데리고 화장실로 갔다. 류연의 눈에서는 둘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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