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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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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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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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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19.12.0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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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수상한 참가자들 -2-

DUMMY

20화. 수상한 참가자들 -2-

시드미안 백작.png

프렐리아 대륙의 기사나 용병들은 평균적으로 큰 체격을 지녔다. 그들은 호리호리한 체형의 류연을 쉬운 상대로 인식했다.


그 덕에 류연은 참가증을 비교적 쉽게 모을 수 있었다. 직접 상대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으면 알아서 상대가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류연은 네 번째 참가증을 얻는 과정에서 약간 실수를 했다.


“쨍그랑.”


‘이런. 너무 힘을 썼군.’


슬슬 주가가 오르던 중에 만난 네 번째 상대는 연합왕국에서 이름이 제법 알려진 자유기사였다. 류연은 검기를 다루는 경지인 소드 엑스퍼트에 오른 그를 너무 쉽게 이겨버렸다.


그날 이후 주변을 맴돌던 불나방들이 싹 사라져버렸다. 그렇지만 본선 날짜까지는 아직 3주 이상 남았기에 류연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본선 날짜가 가까워지자 류연은 슬슬 조바심이 났다. 류연이 느긋하게 있는 동안 이미 웬만한 출전자들은 참가증을 모아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미 본선 등록을 마쳤습니다.”


“본선에서 한 수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게다가 본선 등록을 마친 참가자들의 참가증은 빼앗을 수 없었다. 결국 류연은 본선 시작일 이틀 전까지도 참가증을 하나 더 획득하지 못했다.


‘미리미리 해 둘걸.’


“오늘도 공친 거야?”


“그럼 본선에 참가 못 해?”


“아니야. 참가 할 수 있어. 막바지에 서두르는 놈은 나 말고도 늘 있기 마련이거든.”


류연은 애써 둘러댔다. 엘리스와 텐시는 미심쩍은 눈으로 류연을 바라보았다.



“멍청한 놈!”


페어리 힐즈의 서관 5층에는 류연을 긴장하게 했던 기사들이 투숙하고 있었다. 무리의 대장인 중년 기사는 지금 휘하 기사 한 명을 질책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런 변방에 파견된 이유를 다시 말해줘야겠어?? 위에서 내려온 명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 셋 중 하나를 엘론드 백작의 자리에 앉히라는 것이다. 그런데 너는 이런 수준 낮은 대회의 예선도 통과하지 못했어.”


“죄송합니다. 스승님.”


그의 이름은 카라스였다. 카라스의 실력은 세 도제 중 가장 뛰어났으나 카라스에게는 단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카라스의 성정이 너무 잔혹하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벌을 주고 인성 수련을 시켜도 그 점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랬다. 다른 둘이 적당히 실력을 숨기고 참가증을 모아온데 비해 카라스는 그러지 않았다. 카라스는 예선전에서 만난 상대를 전부 죽였다. 참가자들은 카라스를 피했고 결국 카라스는 류연처럼 참가증을 하나 모으지 못했다.


“긴 말 않겠다. 본선에 출전하지 못하면 삼 년간 폐관수련을 시키겠다.”


폐관수련만은 싫었다. 카라스는 급히 머리를 굴렸다.


‘그 자유기사.’


카라스는 소녀 둘을 수습기사로 데리고 다니는 자유기사가 생각났다.


“다녀오겠습니다.”


카라스는 검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


미래는 현재와 과거의 작은 우연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만들어진다. 류연과 카라스의 대결 또한 그 톱니바퀴 중 하나였다.


“엘리스, 텐시. 잠시 관중석에 가 있어. 위험하니까 절대 연무장으로 내려오지 말고.”


흉포한 기운이 다가오고 있었다. 엘리스와 텐시를 안전한 관중석으로 올려 보낸 류연은 상대가 다가오길 차분히 기다렸다.


“내 이름은 카라스. 너의 참가증을 빼앗기 위해 찾아왔다.”


“찾아와 줘서 고마워. 돌아다니기 귀찮았는데.”


연무장 안에 살기가 흘렀다. 검에 힘을 실은 카라스는 공간을 쪼개 들어왔다. 류연은 한 발 물러나며 카라스의 검을 막아냈다.


‘무척 난폭한 칼솜씨로군.’


카라스는 검사를 다루는 블레이드 나이트 급 기사였다. 그의 공격은 투박했지만 끊임없이 휘몰아쳤다. 비슷한 실력이었다면 이 연환공격에 류연은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류연은 카라스보다 한 단계 위의 경지인 소드 마스터였다. 소드 마스터에 오른 검사와 그러지 못한 검사는 내공의 위력뿐만 아니라 검의 이해도 면에서도 차이가 컸다.


류연은 어렵지 않게 카라스의 공격을 막아냈다. 공격이 막히자 카라스는 비기를 전개했다. 그러나 류연은 이마저도 쉽게 막아냈다.


‘저 새낀 뭐야.’


카라스는 변방에서 저런 수준의 기사를 만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공격이 막히자 카라스는 악에 받혀 검을 휘둘렀다.


“제가 이겼습니다. 그만하시지요.”


류연은 이쯤에서 그만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카라스는 그것을 도발로 받아들였다.


“죽어라!!!”


카라스는 방어를 도외시하고 공격해 왔다. 카라스를 상처 없이 제압하려면 류연도 살짝 밑천을 내비쳐야 했다. 류연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쾅!!”


카라스는 튕겨나가 연무장 구석에 처박혔다. 카라스의 입에서는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실력을 더 키우고 오도록. 참가증은 가져가겠다.”


류연은 검을 집어넣고 카라스에게 다가갔다. 류연이 품에서 참가증을 꺼내려 하자 자존심이 상한 카라스는 떨어진 검을 붙잡고 휘둘렀다. 류연은 휘둘러지는 검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


류연은 손속이 잔인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명백한 적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사안이었다. 류연은 카라스의 손목을 차 검을 빼앗았다. 그리고 그 검으로 카라스의 심장을 찌르려 했다.


“잠깐.”


“누구시오.”


그때의 중년 기사였다. 검을 쥔 손을 뻗으려던 류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지만 여기서 물러날 순 없었다.


“내 이름은 아그수스. 저 멍청한 놈의 스승이지. 어렵게 키운 제자이니 한 번 용서해 주지 않겠는가? 이렇게 사과하겠네.”


“싫습니다. 카라스는 저에게 암습을 가하려 했습니다. 그것도 1대 1의 대결에서 말입니다.”


여기서 힘들게 키운 제자를 잃을 순 없었다. 아그수스는 기사로서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을 감수하며 기운을 방출했다.


‘크윽-.’


노도와 같은 기운이 몰려왔다. 류연은 그것에 저항하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


기세 싸움은 오래지 않아 끝이 났다. 패배한 쪽은 류연이었다. 다른 데 정신이 팔린 탓이었다.


‘-.’


아그수스의 기운을 맞받아치자 팔찌의 보석이 반짝였다. 류연은 몇 년간 팔찌의 수납과 통신 기능만 사용해 왔었기에 잠시 원 기능을 잊고 있었었다.


‘아그수스의 정체는 드래곤? 드래곤이라면 단순히 유희를 나온 드래곤인가, 아님 제르미온이 찾는 전임 드래곤 로드인가.’


“참가증은 네 것이다. 카라스는 데리고 가겠다.”


류연이 상념에 빠진 사이 아그수스는 카라스를 데리고 연무장을 떠났다.



“참가증 다섯 개를 모으셨군요. 본선 진출권을 발행해 드리겠습니다.”


입회인이 본선 진출권을 발행해 주었지만 류연은 그것을 손에서 떨어뜨렸다. 엘리스는 관중석에서 내려와 류연이 떨어뜨린 본선 진출권을 챙겼다.


“텐시. 루엔 데리고 숙소로 가자. 좀 쉬게 해야 할 것 같아.”


“알았어.”


엘리스와 텐시는 류연을 부축해 숙소로 갔다. 침대까지 류연을 데리고 간 둘은 따뜻한 음식을 주문해 먹였다.


“루엔. 이빨 닦고 자. 샤워도 하고.”


“어. 그래. 나중에 할게.”


“우리한텐 매일 하라 그러면서. 얼른 해. 엘리스랑 난 이미 하고 왔어.”


떠밀려 욕실로 들어간 류연은 기계적으로 몸을 씻었다. 피부를 따라 흐르는 물방울의 감촉이 오늘따라 불편하게 느껴졌다.


‘후.’


밖으로 나왔을 때 엘리스와 텐시는 소파에 기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둘을 침대에 편히 눕힌 류연은 억지로 잠을 청했다.


**


“교외로 잠시 나가자. 확인해 볼 게 있어서.”


엘리스는 옷을 입고 왔다. 반면 텐시는 여전히 이불 속에 들어가 있었다.


“추운데. 난 여관에 있으면 안 돼?”


“혼자 있으면 심심할걸?”


“그것도 그러네.”


셋은 하이네스 근처의 야산으로 갔다. 꽤 깊은 골짜기까지 들어가자 인적이 완전히 끊겼다. 팔찌를 풀어 평평한 바위 위에 올려놓은 류연은 정신을 집중했다.


‘아무 변화도 없네.’


기운을 최대치까지 방출해 보았음에도 팔찌는 빛나지 않았다. 팔찌는 확실히 드래곤에게만 반응하는 물건인 듯 했다. 류연은 아그수스의 정체가 더욱더 궁금해졌다.


“제르미온님한테 연락해 보는 게 어때?”


“그러는 게 낫겠지?”


류연은 마법 통신을 걸었다. 마법 통신은 한참이 지나서야 제르미온과 연결되었다.


“오랜만이군. 행보는 지크레아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네.”


“급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류연은 있었던 일을 제르미온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끝까지 들은 제르미온은 난색을 표했다.


“당장에라도 가고 싶지만 나는 지금 자리를 비울 수 없네. 로인의 성체 각성이 막 시작되어서 말이야. 로인의 각성이 끝나는 대로 바로 달려갈 테니 아그수스의 위치를 계속해서 추적해주게. 부탁하겠네.”


“알겠습니다.”


제르미온도 시원한 답변을 주지는 못했다. 류연은 일단 하이네스로 다시 돌아갔다.


**


그렇게 어영부영 본선일이 다가왔다. 본선은 하이네스 도심에 위치한 하이란 스타디움에서 진행되었다. 류연은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너희들도 얼른 준비해. 개회식에 늦겠어.”


“루엔이 웬일? 저런 자리 싫어했잖아.”


당연히 개회식에 참석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참가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대회 일정과 대진표도 봐야 되고, 출전했을 때 너희들이 기다리고 있을 장소도 봐 둬야지.”



출전자는 참가증을 모아 본선에 진출한 서른한 명과 시드를 받아 예선전 없이 진출한 한 명으로 총 서른 두 명이었다. 류연은 오늘 있을 본선 첫 경기였다.


“너희들은 여기 있으면 되겠다.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배고프면 매점에서 간식 사 먹고.”


하이란 스타디움에는 편의 시설이 구비된 선수 대기실이 있었다. 류연은 그곳까지 둘을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텐시. 절대로 도박하지 마. 나랑 약속했지?”


“안 할게.”


‘엘리스. 부탁한다.’


‘알았어. 잘 보고 있을게.’


류연은 경기장으로 나가며 귓속말로 엘리스에게 부탁했다. 엘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수들 입장합니다. 첫 번째 대결은 하이킨 왕국의 기사 루모스 시드미안 경과 자유기사 루엔 간의 대결입니다.”


“와아아아!!!”


류연이 경기장으로 올라가자 사방에서 폭죽이 터졌다.


‘이런 분위기도 나쁘진 않네.’


약간 떨리기도 했지만 집중되는 시선에 기분이 좋아졌다. 류연은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상대로 나온 루모스 시드미안은 하이킨 왕국에서 인기가 아주 많은 기사였다. 루모스는 곱상한 얼굴, 나긋나긋한 목소리, 젊은 나이에 비해 뛰어난 검술까지 인기가 많을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하이킨 왕국의 기사 루모스 시드미안입니다.”


“자유기사 루엔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공하시지요.”


다만 루모스는 허세가 좀 심했다. 그 말도 모자라 허세가 육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류연은 그의 콧대를 꺾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샥-.”


류연의 발도와 동시에 본선 1차전이 끝이 났다. 루모스는 얼빠진 표정으로 반 토막 난 검을 떨어뜨렸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낸 사회자는 겨우 해설을 이어갔다.


“자유기사 루엔 경의 승리입니다. 마치 섬광과도 같은 발도였습니다.”


류연은 검을 높이 들어올렸다. 관중들은 환호했다.


“루엔!! 루엔!! 루엔!!”


대진은 토너먼트 식이었다. 류연은 16강에 무난하게 안착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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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새로운 시작 -1- 23.04.05 1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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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네오 로렌시아 -1- 23.03.19 147 4 11쪽
231 유리를 소개합니다 -1- 23.03.12 176 3 9쪽
230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2- 23.03.05 164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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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마지막 한 걸음 -1- 23.02.05 17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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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운명의 갈림길 -1- 23.01.22 18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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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영혼을 베는 낫 -1- 23.01.11 204 4 9쪽
220 이차원으로부터의 귀환 -1- 23.01.06 197 4 9쪽
219 프롤로그 : 새벽의 경계 22.12.31 201 4 2쪽
218 로인 외전 : 로인은 못말려 22.12.20 204 4 7쪽
217 에필로그 : 로렌시아 제국전기 22.12.20 226 3 3쪽
216 종전 -3- 22.12.11 213 4 11쪽
215 종전 -2- 22.12.11 207 3 12쪽
214 종전 -1- 22.12.04 21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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