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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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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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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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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11.0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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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잊혀진 기사 -1-

DUMMY

13화. 잊혀진 기사 -1-



잠시 고민한 류연은 결정을 내렸다. 역시 둘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건 위험할 듯 했다.


“역시 나 혼자 가야 할 것 같아.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같이 가자.” “나도 따라갈래.”


내린 결정을 말해주자 엘리스와 텐시는 쪼르르 달려와 류연의 다리에 매달렸다. 이렇게 되면 둘은 웬만해선 떨어지지 않을 것이었다.


“위험할 듯해서 그래.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루엔이 지켜주면 되잖아.”


“옆에 꼭 붙어 있을게.”


류연은 둘의 애교에 한없이 약했다. 단호해지려 해봤지만 이번에도 류연은 결국 실패했다. 한숨을 내쉰 류연은 병참에 가 투구와 방패를 두 개씩 가지고 왔다.


“이거 쓰고 방패로 몸을 가려.”


가장 작은 사이즈를 입혔음에도 둘에게는 한참 컸다. 머리 크기보다 훨씬 큰 투구를 푹 눌러 쓰고 키 만한 방패를 든 둘의 모습은 영락없는 꼬마 병정이었다.


장비 착용을 마친 꼬마 병정들은 류연의 옆에 와 바짝 붙었다.


“자 그럼 출발하기에 앞서. 따라해. 꼬마 병정은 절대 앞서가지 않는다.”


“꼬마 병정은 절대 앞서가지 않는다.” “꼬마 병정은 절대 앞서가지 않는다.”


막무가내로 달려 나가다 길을 잃어버리거나 함정을 건드릴 수 있으니 언제나 조심스럽게 움직이란 뜻이었다. 나무 막대기에 불을 붙여 횃불을 만든 류연은 좁은 통로를 밝히며 들어갔다.


통로는 지하로 내려가는 구조였다. 건조한 공기가 들이찬 밀폐 공간은 더없이 답답했다. 횃불의 열기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앞에. 조심.”


한 층 정도를 내려가자 함정이 본격적으로 나왔다. 그렇지만 류연은 어떤 종류의 함정에도 능숙하게 대처했다. 이번에도 미심쩍은 줄이 발목 높이에 걸쳐져 있었다. 류연은 옆의 둘이 그것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시켰다.


“나였다면 저 함정들에 전부 걸렸을 거야.”


“나도. 근데 루엔은 어떻게 이리 잘 피해?”


“뭐···. 감으로?”


유리는 훈련 명목으로 종합 상가 건물의 함정 배치를 분기마다 바꿔댔었다. 익숙해 질만하면 어느새 종류와 배치가 바뀌어 버렸기에 류연은 외출할 때마다 고생했어야 했다.


게다가 미궁을 건설하며 직접 함정을 설치도 해 보았었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마법이나 환술로 감춰져 있지 않은 이곳의 함정쯤은 매우 쉽게 간파할 수 있었다.


셋은 드디어 마지막 층에 도착했다. 이 마지막 층에서 류연은 극도의 불쾌감을 느꼈다.


‘기분 나쁜 곳이야.’


마지막 층에는 기괴한 형태를 한 석상이 길을 따라 쭉 세워져 있었다. 석상에서는 데이모스의 마력이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류연은 석상을 전부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과 싸우며 앞으로 걸어갔다. 길의 끝에는 일체형 갑옷이 녹이 슨 채 널브려져 있었다. 갑옷의 형태는 만약 온전한 상태였다면 전시용으로 걸어놓아도 손색이 없을 세련된 걸작이었다.


“루엔. 저 갑옷이 내 마력을 빨아들이고 있어.”


“그러게. 일단 최대한 마력을 붙잡고 있어 봐.”


갑옷은 엘리스와 류연의 마력을 빨아들였다. 류연은 갑옷이 마력을 빼앗아 가는 것을 차단했다. 하지만 신생 마족인 엘리스는 제법 많은 양의 마력을 갑옷에게 빼앗겨야 했다.


“잡으려 해도 안 돼. 빠져나가는 양이 더 많아.”


“그럼 텐시랑 가만히 여기 있어. 내가 처리하고 올게. 절대 움직이면 안 돼.”


“응.”


갑옷을 중심으로 주변의 기운을 흡수하는 마법 문양이 설치되어 있었다. 사원 주변에서 마법 시전이나 정령 소환이 불가했던 이유는 아마 저 마법 문양 때문일 듯싶었다.


류연이 다가가자 갑옷은 본색을 드러냈다. 널브러져 있던 갑옷은 일어나 류연에게 덤벼들었다.


“챙.”


갑옷이 휘두르는 검에는 마력이 충만했다. 검을 뽑은 류연은 갑옷의 공격을 막아냈다. 류연의 검강과 맞부딪힌 갑옷의 검에서 불똥이 튀었다.


“와장창.”


갑옷은 투박하지만 훌륭한 검술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녹슨 갑옷이라는 하드웨어적의 한계로 그 실력을 전부 발휘하지 못했다.


류연의 강공에 버티던 갑옷은 땅에 쓰러져 펄떡거렸다. 류연은 갑옷의 등에 검을 꽂아 갑옷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럼에도 갑옷은 일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발버둥 쳤다.


“루엔.”


“조금만 더 기다려. 곧 끝나.”


“그게 아니라. 저 갑옷이 아파하고 있어.”


“뭐? 진짜?”


류연은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엘리스와 텐시를 이쪽으로 데리고 왔다.


“갑옷의 등에 꽂아놓은 검을 좀 뽑아줘.”


“대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저지할게.”


“응.”


엘리스는 천천히 갑옷에게 다가갔다. 류연을 적대하던 갑옷은 엘리스가 다가가자 적의를 지웠다.


“나는 네가 여기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는 몰라. 그렇지만 난 너의 아픔을 느낄 수 있어. 나랑 같이 가자. 아픔에서 벗어나게 해줄게.”


“그루루루···.”


“저 석상들이 깨어나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흠···. 어쩌지?”


류연은 다시 검을 뽑았다. 석상과 싸울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루엔은 강해. 저 정도는 쉽게 물리칠 수 있을 거야.”


“그루루···.”


갑옷은 힘겹게 무릎을 꿇었다. 엘리스는 프로즌 스피릿을 뽑아 갑옷의 어깨에 살짝 가져다 댔다.


“네 이름은 이제 다크시안이야. 난 엘리스. 잘 부탁해.”


기사 서약이 끝나자 다크시안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갑옷은 고철이 되었다.


“어? 다크시안.”


엘리스는 당황해 다크시안이었던 고철더미 쪽으로 달려갔다.


“엘리스. 거기 말고 프로즌 스피릿.”


다크시안은 장식 형태로 변해 프로즌 스피릿의 손잡이 부분에 안착해 있었다.



“별거 아니네.”


석상의 정체는 석화 마법에 걸린 마물이었다. 오랜 시간 갑옷에 마력을 흡수당한지라 마물들은 쇠약해져 있었다. 마물들은 류연의 검에 무력하게 부서져 나갔다. 류연은 신나게 덤벼오는 마물들을 베어 넘겼다.


“키에에엑.”


마지막 마물이 재가 되어 소멸하는 것으로 전투는 끝이 났다.


“이제 나가자.”


공동 안에는 더 이상 볼 일이 없었다. 류연은 엘리스와 텐시를 데리고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동력원이던 마법 문양이 가동을 멈추자 대부분의 함정이 비활성화 되었다. 그래서 나갈 때는 들어올 때보다 시간이 적게 걸렸다.


“에이 시시해. 깡통 하나 주워온 게 탐험의 끝이야?”


“깡통 아니거든? 얘 이름은 다크시안이야.”


잠시 조용했던 꼬마 병정들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옥신각신하는 둘을 떼어놓은 류연은 담요를 깔고 누웠다.


“나 힘들어. 그만 누워 자자.”


엘리스는 최근 텐시가 류연의 왼쪽 팔을 베고 눕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엘리스는 류연의 오른쪽 팔을, 텐시는 류연의 왼쪽 팔을 베고 누웠다.


“근데 아까 다크시안이랑은 어떻게 대화한 거야? 다크시안은 쇠 긁는 소리만 냈었잖아.”


“다크시안의 마음이 전해져 왔어. 나도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는데 의미는 전달이 되더라.”


“어쨌든 다크시안을 잘 돌봐줘. 사실 방법은 모르지만.”


“킥. 깡통을 어떻게 잘 돌봐줘?”


“왜 이리 심술이야? 텐시도 다크시안 같은 걸 가지고 싶나 보네. 그럼 그렇게 말을 하지. 하나 찾아줄 텐데.”


“저게.”


류연은 일어나 한 판 하려는 엘리스와 텐시를 붙잡았다. 류연도 다크시안의 정체가 궁금했다. 류연은 내일 지크레아 최고 장로에게 가 다크시안의 정체가 뭔지 물어보기로 했다.


**


“루엔님 덕에 사원 주변에서도 마법과 정령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여쭤 봐도 괜찮겠습니까?”


“사원 안에 숨겨진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곳의 최하층에서 가동되고 있는 마법 문양을 파괴하자 해결되었습니다.”


류연은 지크레아 최고 장로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리고 프로즌 스피릿에 깃든 존재, 다크시안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지크레아 최고 장로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제가 직접 한 번 볼 수 있겠습니까? 설명만 들어선 잘 모르겠습니다.”


“엘리스. 다크시안을 지크레아 장로님께 보여드려.”


“다크시안. 잠시 나와 볼래?”


거무튀튀한 쇳조각 뭉치가 바닥에 떨어졌다. 잠시 소환되었던 다크시안은 금세 역소환되었다.


“뭔지 아시겠습니까?”


“리빙아머군요. 저도 책으로만 본 매우 희귀한 존재입니다.”


지크레아 최고 장로는 리빙아머에 대해 읽었던 것을 전부 말해 주었다.


리빙아머는 고위급 마족의 마력에 잠식된 정의로운 기사의 영혼이 일체형 갑옷에 깃들며 탄생한 존재였다.


생전의 자아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 리빙아머는 매우 까다롭게 주인을 고른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엘리스는 텐시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다크시안을 수리할 방법은 없을까요?”


“지금은 소환 시간이 짧아 어렵겠지만 리빙아머는 주인의 실력에 비례해 소환시간이 늘어난다니까 엘리스가 강해진다면 가능할거야.”


“알겠습니다.”


다크시안을 수리할 수 있다는 말에 엘리스는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 참. 루엔님.”


“예.”


“오늘 저녁 승전 연회가 있습니다. 엘리스와 텐시를 데리고 참석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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