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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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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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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19.11.0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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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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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오크 토벌전 -2-

DUMMY

12화. 오크 토벌전 -2-



“당장 출전 준비를 하라!!!”


동생 튀르츠의 사망 소식을 들은 튀르펙은 전군을 이끌고 나왔다. 그는 어린 전사들까지 전부 끌고 나와 엘프의 숲과 사원 사이의 구릉 지대에 집결시켰다.


“북을 쳐라!!!”


“둥! 둥! 둥! 둥!”


몰려온 오크들은 조잡하게 만든 북을 쳐 댔다. 당장 나오라는 신호였다. 엘프 전사 몇이 무기를 챙기기 시작했다. 류연은 그들을 제지했다.


“우리는 바로 어제 오크와의 전투를 치렀습니다. 도발에 응해 나가 싸우면 이득을 보는 건 적뿐입니다. 저들의 도발에 절대 응하지 말고 휴식을 취해 주십시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싸움에 응할 필요는 없었다. 엘프 마법사들이 숲 주변에 결계를 치자 북소리는 대부분 차단되었다. 류연은 며칠 푹 쉬고 출전하기로 했다.



전장에 나갔을 때, 악을 쓰며 북을 두드리던 오크들은 살기만을 내뿜고 있었다.


“걱정할 것 없다. 엘프에게는 내가 있다.”


류연의 한 마디에 엘프 전사들이 풍기던 불안한 기색은 단번에 사라졌다. 엘프 전사들은 오크들이 뿜어내는 살기를 맞받아쳤다. 지난 몇 개월간 훈련한 대로 하면 되는 것이었다.


전운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튀르펙이 신호를 하자 무리 안에서 당당한 덩치의 오크 한 마리가 걸어 나왔다.


“취익-. 나는 부족 서열 2위의 튀르콴이다. 동생 튀르츠의 복수를 하러 왔다.”


전형적인 일기토 신청이었다. 일기토는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네르바는 일기토를 수락했다.


“내 이름은 미네르바. 일기토를 수락하겠다.”


구릉에 모인 모두의 시선이 미네르바와 튀르콴을 향했다. 종족을 대표해서 나온 두 전사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미네르바는 쌍검을 튀르콴은 양날도끼를 들었다. 미네르바와 튀르콴은 빙빙 돌며 탐색전을 벌였다. 양쪽 모두 상대의 빈틈이 드러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취이이익!!!”


미네르바가 일부로 틈을 보이자 튀르콴은 오크 특유의 가래 낀 콧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미네르바는 몸을 틀어 가볍게 그 공격을 피해냈다. 회심의 일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튀르콴은 자세가 무너졌다.


무너진 자세는 다수의 빈틈이나 다름없었다. 미네르바는 튀르콴이 방어하기 힘든 위치에 공격을 가했다. 튀르콴은 막기에 급급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튀르콴은 노련한 전사였다. 미네르바와의 거리를 순간적으로 벌린 튀르콴은 자세를 가다듬고 반격을 가해왔다.


‘으윽.’


양날도끼는 굉장한 중병기다. 그리고 그것을 휘두르고 있는 튀르콴은 당당한 덩치에 걸맞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검을 비스듬히 세워 상대의 힘을 분산시키거나 흘려내는 기술을 류연에게 배우지 않았었더라면 미네르바는 진작 검을 놓쳤을 것이다. 병장기가 맞부딪힐 때마다 저릿한 통증이 그녀의 손에 전해졌다.


양날도끼에 검기를 끌어올린 튀르콴은 미네르바를 사정없이 밀어 붙였다. 엘프들은 연신 뒤로 물러나는 미네르바의 모습에 마음을 졸이며 손에 땀을 쥐어야 했다.


‘미네르바. 절대 지면 안 돼.’


그 중에서도 가장 간절한 건 텐시였다. 텐시는 미네르바가 이기기를 빌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압-.”


텐시의 간절함 덕인지 미네르바는 튀르콴의 도끼를 밀쳐내는데 성공했다.


“푸욱.”


활짝 열린 튀르콴의 가슴팍에 미네르바의 검이 꽂혔다. 가죽 갑옷을 뚫고 들어간 검은 튀르콴의 심장을 관통했다.


“쿵.”


튀르콴의 거구가 대지에 처박혔다. 미네르바는 튀르콴의 몸에서 검을 뽑아 하늘 위로 치켜들었다.


“미네르바 만세!!!”


엘프 진영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반면 오크 진영의 사기는 급속도로 떨어졌다. 오크 전사 몇이 무리에서 나와 튀르콴의 시체를 회수해 갔다.



두 동생을 잃은 튀르펙은 직접 오크 전사들을 지휘하기로 했다. 수많은 도전자로부터 족장의 지위를 몇 년간이나 사수한 튀르펙의 실력은 튀르츠나 튀르콴보다 한 단계 위였다. 튀르펙은 족장을 대표하는 물건인 뼈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와아아아!!!”


떨어졌던 오크들의 사기가 다시 올라갔다. 오크들은 창을 내려찍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돌격!!!”


한 명이 죽으면 두 명이 그 자리를 채운다. 두 명이 죽으면 네 명이 그 자리를 채운다. 그것이 오크의 전술이었다.


옆의 동족이 마법에 구워지고, 엘프들이 소환한 정령에 지져지고, 화살에 쓰러져도 오크들은 눈 깜짝하지 않았다. 엘프 전사들이 이룬 진형에 근접하기만 하면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일념만으로 그들은 전진했다.


“퉁.”


하지만 오크들의 믿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 났다. 엘프 전사들이 이룬 방패벽은 가속도가 실린 육탄 돌격에 무너지지 않았다. 이는 불행의 시작이었다. 뒤따라오던 본대가 막혀버린 선두와 뒤엉켜버렸다.


“창병!!!”


방패 위로 솟아나온 장창은 오크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 뼈아픈 전력 손실에 튀르펙은 이빨을 부드득 갈아야 했다.


“투척 무기를 던져라!!!”


무기 투척은 방패 대열을 무너뜨리는데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각종 투척 무기가 엘프들을 향해 던져졌다.


“5시 방향. 손도끼.”


“4시 방향. 돌멩이.”


“8시 방향. 정체불명의 배설물.”


시위 진압 교본에는 투척물에 대응할 방법도 나와 있었다. 방패를 든 사수 뒤에 자리 잡은 부사수들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투척 무기를 긴 막대기로 쳐 냈다.


“나를 따르라!!!”


무기 투척마저도 막히자 튀르펙은 체내의 기운을 전부 끌어올려 도끼에 집중시켰다. 유형화된 기운이 튀르펙의 도끼 날 주변에 일렁였다.


검사를 다루는 경지에 오른 엘프 전사는 아직 없었다. 튀르펙의 도끼에 맺힌 검사를 본 류연은 그를 저지하기 위해 급히 나섰다.


“콰광.”


튀르펙은 눈에 핏발이 설 때까지 팔에 힘을 줬다. 하지만 자신을 가로막은 검객은 요지부동이었다. 심지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져오기까지 했다.


“묻겠다. 대륙의 인간들은 너보다 강한가?”


“마법 문양이 각인된 검인가?”


“묻는 말에나 대답해.”


류연이 발산하는 기운에 압도당한 튀르펙은 더듬더듬 질문에 답했다.


“인간들이 사는 큰 성에는 나보다 강한 자가 있다. 하지만 많지는 않다.”


“나는 어떤가. 강한가. 아님 약한가.”


“강하다.”

“너는 인간인 것 같은데···. 왜 엘프를 도와···. 우리를···. 막아서는···. 것이냐.”


“난 몬스터와 상종하지 않는다.”


류연의 검강에 튀르펙은 양단되었다. 족장을 잃은 오크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류연은 섬멸 명령을 내렸다.


고대 사원까지 진격한 엘프 전사들은 암컷과 새끼들까지 남김없이 처리했다. 반면 엘프 측의 피해는 사망자 23명, 부상자 272명이 전부였다. 종족 전쟁은 엘프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


오크에게 잡아먹힌 엘프의 유골은 사원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엘프들은 눈물을 흘리며 동료의 유골을 한 곳에 모았다.


“장례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순직한 전사들은,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했습니다. 그들은 가족을 위해, 동료를 위해, 엘프를 위해 끝까지 싸웠습니다. 지금부터 숲의 품으로 돌아간 전사들의 숭고한 영을 기리도록 하겠습니다.”


삽시간에 장내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류연은 엘프들의 흐느낌이 잦아들 때까지 고개 숙여 묵례를 했다. 오늘은 날이 많이 늦었기에 유골은 내일 숲으로 보내져 안장될 것이었다.



합동 장례식을 마친 류연은 고대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오크들이 거주하던 사원 내부는 아주 엉망이었다.


“우웩. 냄새.”


“루엔. 여기 너무 더러워.”


“조금 치우면 괜찮아질 거야. 비가 와서 밖에서는 잘 수 없잖아.”


튀르펙이 기거하던 방도 밖과 마찬가지였다. 썩은 고기가 가죽 깔개위에 놓여 있었고, 바닥은 배설물로 질척거렸다. 류연은 강에서 물을 퍼와 안을 청소했다. 청소를 마치자 그나마 악취가 가셨다.


“엘리스, 텐시. 이제 잘 준비하자. 그만 뛰어다니고 얼른 양치해.”


류연은 방을 밝혀놓은 횃불을 끄려 했다. 하지만 엘리스와 텐시는 멈추지 않았다. 엘리스가 아끼는 머리끈을 텐시가 가져간 것이었다.


“야. 이리 줘.”


“싫은데? 싫은데? 와서 뺐어보던가.”


“달라고!!!”


머리끈을 가져간 텐시는 끊임없이 엘리스의 약을 올렸다. 엘리스는 있는 힘껏 쫓았지만 엘프라는 종족이 원채 발이 빨라 간발의 차로 텐시를 계속 놓쳤다.


“루엔. 나 좀 봐. 예쁘지?”


“야!!!”


엘리스는 얼굴이 시뻘게져 소리쳤다. 보다 못한 류연은 둘을 붙잡아 화해 시켰다.


“텐시도 하나 만들어 줬잖아. 그거 하면 되지.”


“치. 엘리스만 편애한다니까.”


텐시는 엘리스에게 머리끈을 돌려주었다. 엘리스는 돌려받은 머리끈을 손목에 묶었다. 텐시는 울음을 그친 엘리스를 놀려댔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 난데요~”


“아. 좀 저리 가라고.”


“쿵.”


엘리스는 텐시를 강하게 밀쳤다. 뒤로 밀쳐진 텐시는 벽에 부딪혔다. 사원 벽을 이루고 있던 돌 중 하나가 안으로 움푹 들어갔다.


“쿠르르릉.”


돌이 들어가며 굉음과 함께 벽이 양 옆으로 이동했다. 벽 뒤에는 숨겨진 공간이 있었다.


“저긴 뭐야? 루엔. 들어가 보자.”


“텐시. 잠깐만.”


류연은 나무 막대기에 불을 붙여 횃불을 만들려는 텐시를 제지했다.


“아. 왜.”


“안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막 들어가선 안 돼. 위험해.”


“그럼 다 같이 들어가자.”


“생각 좀 해보고.”


“루엔은 매일 생각 좀 해보겠데.”


“신중하자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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