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 연구소
4장 : 연구소
‘밖에서는 절대 안 보이겠다.’
연구소는 사유지로 등록된 산에 가려져 있었다. 우중충한 직육면체 건물에 내부를 볼 수 없는 유리창은 왠지 모르게 으스스했다. 민성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 곳은 사유지입니다. 함부로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리셋 시뮬레이션 프로젝트의 대표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아, 연락받았습니다. 803호는 좌측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시면 됩니다.”
중앙이 뻥 뚫린 형태의 연구소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섬뜩한 무표정을 하고 있었다. 803호 앞에 이동식 저장 장치를 놔둔 민성은 도망치듯 1층으로 내려왔다.
“부산까지 태워다 드리라는 대표님의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일단 티켓부터 받으시지요.”
민성은 고속버스 티켓을 주머니 안쪽에 집어넣고 승합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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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최근 개발한 인조인간 인식장치의 설계도면을 훔쳐갔습니다.”
“이런······. 어쩔 수 없지. 언론 통제하고, 모든 자료의 물리적 폐기에 집중한다. 그리고 너희 둘.”
“예.”
“무슨 수를 써도 좋으니 그 놈을 찾아와라.”
“알겠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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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와서부터 누군가한테 쫓기고 있었다. 아직 버스를 탈시간이 되려면 다섯 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움직이는 속도를 바꿔가며 한참을 이동한 민성은 낡은 건물 안으로 급히 숨었다.
“목표물이 숨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너희들이 그러고도 프로냐. 빨리 찾아. 시간이 없다.”
순간적으로 민성을 놓친 두 명은 건물 안을 찾아다녔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아 힘들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창고 안에서 잠이 들었었다. 아까 절벽을 오르며 난 생채기가 아려왔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오고 있어 하늘이 어두컴컴했다. 가방 안에 있는 우비를 뒤집어쓰고 왔던 길을 되짚어가며 뛰었다. 역에 도착했을 때, 새벽 두 시였다. 아까 받은 표는 사용 기한이 지나버려 쓰레기통에 버렸고 심야 티켓을 끊어 서울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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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일어나야지. 요즘 매일 일하러 가는 거 보기 좋더라. 엄마가 말했잖아, 누구나 길이 있다고. 근데 무슨 회사라 그랬지?”
어떻게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집까지 돌아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밝아진 어머니의 목소리에 기분이 약간 좋아졌다.
“그······ 배터리 같은 걸 만들어. 어제 지방 출장 갔다 와서 오늘은 하루 쉬는 날.”
“그래, 나는 출근한다. 밥 맛있게 먹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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