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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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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마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바샄
작품등록일 :
2021.02.09 03:34
최근연재일 :
2021.03.23 12:15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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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47
추천수 :
103
글자수 :
257,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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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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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34화. 어머니가 된다면, 그때는 알 수 있을 것이오

DUMMY

수레를 가져갈까 하다가 말았다.


광명교와 곤륜파의 다툼은 탑리목과 곤륜산의 다툼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시국에 곤륜을 오르는 것만도 이목을 사는 일인데, 특수부대라는 말을 붙여도 좋을 정도로 개개인의 무공이 출중하다니.

말코에게 걸리면 당가의 이름을 팔아도, 그냥 넘어가긴 힘든 문제가 될지도 몰랐다.


당가의 본령은 의술.

물러난 전대 가주와 불심 깊기로 소문난 손녀가, 곤륜에 설련이 난다는 소문을 조사하러 가는 중이라는 명분은 준비했지만.


당가는 사천에 있는데 왜 탑리목에서 곤륜을 오르는가?

그 말에 답할 수 있는 명분은 아니었다.


만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고 나와 광명교의 두 교도는, 만나지 않을 만한 길을 알고 있었다.


수개월 전 나와 청옥신이 목숨 걸고 다투고 광명신이 현신한.

두 교도 말로는 하늘도 우리 행로를 보고 지켜주실 길이였다.


따져보면 길이 아니라 방향이라 해야 옳았다.

들짐승이 다니는 길도 없는 그저 묵묵한 돌산이었으니까.


모두 제 체중보다 무거운 옥을 짊어지고 묵묵히 산을 올랐다.

건량을 잔뜩 짊어진 나와 당호의 등이 특히 무거웠다.


“헉. 헉.”


당연하게도 가장 힘든 사람은 내공도 부족하고, 과로가 쌓이고 쌓인 연하림이었다.

연하림은 급기야 산 중턱에서 탈진해 쓰러지고 말았다.


“오늘은 이쯤에서 야숙합시다.”


계곡 사이에 자리를 잡았고 탑리목과는 꽤 거리가 멀어졌다.

곤륜파든 광명교든 붙들릴 위험은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모포를 펼치고 연하림을 눕혔다.

두 교도에게는 땔감을 구해오라 내보내고는, 솥을 걸고 육포를 찢어 넣었다.


고깃국을 끓일 생각이었다.

원기회복에는 그만한 것이 없었다.

간이 밴 육포를 불려 끓이기만 하면 되니 요리 솜씨도 필요 없었고.


“국을 끓이는가?”


당호가 우려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잘 먹어야 옥을 나를 힘도 생깁니다.”

“잘 먹어야 하는 이유가 네가 미식가라서는 아니겠지?”

“따져보면 나는 미식가일 것입니다. 맛없는 음식보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니.”

“혹시 잘 먹어야 할 정도로 길이 고된 것인가? 얼마나 가야 하는지 이제는 말해줄 때가 되지 않았나?”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겠다고 할 양반은 아니니, 말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으나.

제정신으로 오른 길이 아니니 나도 확실히는 몰랐다.


“그저 날이 따뜻해질 즈음 출발했는데, 갔다 오니 여름이 되었지요. 고행길이겠지만 보상은 확실합니다.”


당호는 푹 한숨을 내쉬고는 육포를 잘게 찢고 있는 나를 도왔다.

말없이 다가선 당소소가 일을 거들었다.


“고깃국을 우려낼 것인데 불자인 당 소저가 먹어도 되오?”

“저는 괜찮습니다.”


하루 짐을 지게 시켰더니 당소소는 파리한 안색이었다.


“소저의 식사는 시간이 걸릴 것이오.”


당소소가 먹을 쌀과 밀을 챙기긴 했으나 솥을 둘이나 챙길 순 없었다.


“소소를 네게 시집 보내겠다는 말은 내 취소하지.”


당호가 안색이 나쁜 손녀딸을 안쓰럽게 바라보더니 말했다.


[불자의 길을 벗어날 수 있도록 인도하는데 왜 그럽니까? 장가들고 싶어 하는 말은 아닙니다만.]

[몰라서 묻는 게냐.]


당호가 육포 한 점을 공격적으로 씹어대며 전음성을 보내왔다.


자기도 살아야지.

손녀가 쫄쫄 굶는데 당호는 고깃국을 잘도 먹어댔다.

두 교도도, 반쯤 정신이 돌아온 연하림도 잘도 먹어댔다.


멀찌감치 바위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은 당소소가, 소리 내어 불경을 외워댔다.

적막한 산기슭에 울려 퍼지는 불경보다, 그 속에 담긴 허기의 번뇌가 또렷했다.


당소소는 한밤이 깊어서야 끼니를 때웠다.

나는 밥을 지을 줄 모른다.

당호도 연하림도 두 교도도 모르고, 당소소도 모른다.

종일 노동에 배까지 불러 나자빠진 사람들은, 밥 짓는 데 별 관심이 없었다.


관심 있을 수밖에 없는 당소소는 제 딴에는 열심히 밥을 지었으나, 언뜻 보기에도 설익고 말았다. 찬도 없었다.


“청소와 옷 짓기는 할 줄 알면서 밥 짓기는 몰랐구려. 허허허.”


순간 당소소의 눈빛이 살기를 띠기에, 나는 멀찌감치 배부른 자들에게로 도망했다.


불자가 저런 눈을 하다니.


나는 이번 여정이 당소소를 불도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당호와의 모의에 사뭇 충실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



이렇게나 먼 길이었던가!


눈길이 나타난 것은 닷새가 지나서였다.

탑리목을 벗어나자 비교적 완만한 산길이 이어져서, 길은 한결 편해졌다.


편해졌으나!


등에 진 옥은 점점 무거워져 가고 있었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있으니,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당소소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젖살이 빠지고 눈이 깊어져서 소녀 태를 벗고, 병약한 미인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잘 먹고 무공 수행을 금지당한 연하림 대신, 둔한 걸음으로 일행의 발목을 잡아끌었다.


“미륵불의 현신인 내가 허락하겠소. 고기를 드시오.”

“붓다조차 보시받는 고기는 먹었소.”

“하 우리 일이 늦어지면 중생들의 고통이 얼마나 더해질까. 얼마나 많은 중생이 고통 속에 눈을 감을까!”


당소소를 질타하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배를 곯아서인지 나를 보는 시선에서는 독이 빠져갔다.

고깃국을 끓일 때마다 외는 불경에서는 소리가 사라졌다.


당호는 내가 자기 손녀를 곯리는 데도 모른 척이었다.

내가 일러준 운용법을, 당가의 운용법과 조합하느라 바빠서였다.

내가 자기가 끔찍이 여기는 손녀에게 할 수 없는, 불경 밖의 세상 공부를 시키고 있어서이기도 했고.


“와 진짜 돌아오셨네요!”

“이제는 몸에 불이 안 나네요!”


이것이 인연이라는 것인가?

곤륜을 넘어 처음 만난 사람은.

불타는 내 몸에 꼬치를 구워 먹던 소년과, 어른들을 부르러 간 소녀였다.


“다시 오셨다고 전해라!”


그러나 불은 언제나 순간 피어오르고 사그라지는 법.

흩날리는 잿가루처럼 잊혀가는 법.


대자연의 이치가 곤륜 촌구석까지 스며든 듯.

마을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양 떼를 몰고 오지도 금붙이를 한가득 지고 오지도 않았으니, 배신감을 느낄 만했다.


나는 일행에게 불타는 괴인과, 이곳에서 괴인의 위명이 어떠한지 잘 설명한 후.


“따르지 못할까!”


옷을 벗어두고 불타는 괴인으로 변신해 보이고는,

따뜻한 거처와 식량과 수레를 받았다.


탑리목 인근의 마을에는 수레보다는 길을 닦아 놓으라 일렀기에, 수레는 낡고 약했다만.

당소소와 당호의 등짐을 내려놓을 만큼은 튼튼했다.


수레에 가장 먼저 짐을 내려놓은 것은 나였으나.


“내가 십 년이나, 이십 년쯤 너보다 연상이었다면 수긍했을 것이나, 삼십 년도 아니고 사십 년도 아니고 거의 오십 년은 연상 아닌가! 노인네를 막 부려먹는다면 네 평판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당호가 혓바닥을 그리도 길게 놀렸으니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당호는 힘이 아니라 입으로 나를 눌러놓았다고 생각했는지, 기분이 좋아 보였는데.

어린놈 치기라 생각하고 봐줬다.


어깨도 가벼워졌고 길도 나름은 닦여있겠다, 당소소의 걸음도 조금 가벼워졌다.

들리는 마을마다 따뜻한 밥을 먹이고, 솥뚜껑도 하나 얻어와 설익은 밥을 먹을 일도 없어졌다.

그러나 한번 약해진 몸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태 소협. 그건 힘으로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당장에 가진 재물은 없어도 지식은 있지 않습니까.”


당소소는 그리 말하며 마을마다 으레 하나씩은 있는 와병 환자를 돌보아주었다.

그러다 보니 이번 행로는 저번 행로만은 못해도, 곧 사람들이 몰렸다.

와병 환자뿐 아니라 만성질환자와 고뿔에 걸린 자들도, 곧 죽을 사람처럼 의원의 진맥을 바랐다.

탈도 없는 젊은 사내들이, 예쁜 의원에게 손목이라도 한 번 잡혀보려고 꾀병을 부렸다.


“고뿔 걸린 놈. 풋내나는 사내놈들은 뒤로 물러서라. 나는 사람의 속을 들여 보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니.”


병자를 가려내는 것은 내 몫이었다.


“꾀병은 죽을죄다. 괜한 놈을 진맥하느라 진짜 환자를 돌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 태 소협과 달리 진짜 의원이니, 속일 생각 말아라.”


당호의 몫이기도 했다.

환자를 받으면 탕약을 달이고 침을 놓고 뜸을 뜨고,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랐다.

한 놈이라도 줄일 수 있으면 줄여야 했다.


당소소는 나와 당호의 위협을 제지하지 않았다.


“누구나 제 병이 가장 위중하니 병자들에게 그리 말씀하셔서는 아니 됩니다.”


그리 말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병자가 몰리고 피로는 누적되자, 신경 쓸 여가가 없어져서였다.


우리는 날 밝을 때는 길을 가고, 마을에 머무를 때는 진료를 봤다.

우리는 모두 지쳤다.


어느 마을인가에서 수레를 좋은 놈으로 바꿔서 삐걱거리던 바퀴는 잘 굴렀지만 끌기는 더 어려워졌다.


산은 깊어지고 눈도 깊어지고, 마을이 간격을 벌려가고 병자들이 흩어져가자.


결국 당소소는 몸져누웠다.

집채만 한 덩치, 고강한 내력도 나이는 못 이기는지 당호도 누웠다.

연하림과 두 교도는 간신히 걸음만 옮겼다.


장정 네 다섯보다 무거울 옥과 식량 등 노숙 장비.

두 조손을 실은 수레를 끄는 것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힘들지 않았다.

당소소가 벌인 어쩌면 치기 어린 의행이 고깝지도 않았다.


나는 전생에 의원 신세를 무진장 많이 졌다.

그 신세 연구전에서 일하며 갚았다고는 생각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있었다.


힘들 때 한 손을 거들어준 적은 없었으니까.

스스로 걸을 힘도 없는 놈은, 책상에 앉아 지난하게 무공을 연구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스스로 걷는 것뿐 아니라, 지친 주변 사람의 짐까지 모조리 떠안아도 여유가 있었다.

적어도 저번에 배고프고 불타는 상태로 곤륜을 오를 때보다는.


“자 어부바하십시오.”

“크으으으···”


며칠이나 내 등에 업혀 수레를 오르고 내리면서도 당호는 못 내켜 했다.

힘없는 노인네에게 엉덩이를 팡팡 두드리며 어부바하라고 놀려댔으니 그럴 만했다.


당소소는 순순히 어부바를 했다.

양갓집 규수답게 사내와 가까이 접촉할 일이 없었는지, 등에 업고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면서도 내려놓을 때까지 내색은 하지 않았다.


“후우우우.”


긴 한숨만 내뱉었을 뿐.


평생 산을 모르고 산 두 교도는 고산병을 앓아, 야영한다는 말이 신호라도 되는 듯 궁둥이를 깔고 앉았다.

살아봐야 아는 일이라고 여정 중 늘 매가리 없던 연하림만, 어찌어찌 노숙 준비를 도왔다.


나는 솥을 두 개 걸고 고깃국을 만들고 밥을 지었다.

고깃국에는 마을에서 공수한 고깃덩이를 크게 크게 썰어 끓였고.

밥은 설익지 않게 솥뚜껑 위에 돌멩이를 여럿 올렸는데.

이번 여행의 큰 수확이 하나 있다면 밥 짓는 솜씨가 늘었다는 것이다.


당호와 당소소의 상태가 앉아 먹지 못할 정도로 좋지 않았기에.

놀릴 겸 당호에게 국을 떠먹여 주려고 했는데.


“고얀! 네놈은 싫다!”


투정을 부리길래 연하림을 시켰다.


“고얀! 네놈도 싫다!”


노인 다운 술수로 나를 당소소에게 떠밀려는 줄로만 알았는데.

연하림에게도 떼를 쓰는 모습을 보니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고깃국을 먹으라는 말은 하지 않으리다.”


눈이 침침할 테니 몰래 고깃국을 먹이려다가.

종일 물조차 입에 대지 않은 전적이 있어 강권하지 않았다.

삐친 애 달래는 것도 아니고, 다시 한 숟갈을 떠먹이기가 참으로 어려웠었다.


나는 밥알을 으깬 죽을 당소소에게 먹였다.

당소소는 군말 없이 잘도 먹었다.

죽이 뜨거웠는지 이마에 젖은 머리칼이 들러붙었다.


“태 소협 손이 차네요. 시원합니다.”


머리칼을 떼어주었더니 당소소가 티 없이 웃으며 그리 말했다.

앓는 데 장사 없다고 눈이 흐린 것이 부끄러울 정신도 없는 것 같았다.


“제 고집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린다고 들을 아가씨인가?

목이 근질거렸으나 말없이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앓는 사람의 횡설수설은 들어줘야 한다는 것을, 나는 전생의 경험으로 알았다.


“제 어머니는 불자셨습니다.”


시작되었구나!

힘없는 눈길이 끝없이 나를 찾길래, 들어줄 사람을 찾길래.

나는 진중한 얼굴로 집중하는 척했다.

앞으로도 여러모로 당가의 도움 살 일이 많을 것이었기에.


“병환으로 일찍 돌아가셨지요. 제가 열 살 즈음이니, 벌써 십 년은 되었군요. 그때부터 저는 불도를 닦기 시작했습니다만, 이렇게 누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종일 하고 있으니, 어머니가 그리워서 불도를 닦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도를 닦으면 어머니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당 소저는 죽지 않소.”


묵묵히 들어주려고 했는데 이깟 몸살에 죽는다는 말을 하다니.

피식 웃음이 새버렸다.


“죽을병이 아니라는 것은 의원인 저도 잘 알지요. 할아버지도 그리 말씀하셨고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앓아본 것이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솔직히 겁이 많이 납니다. 지금도요.”


당소소가 내 옷깃을 붙든 손을 부르르 떨기에 마주 잡아주었다.


“당 소저는 죽지 않소.”


나는 당소소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그리고 피식.

또다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압니다만 무섭습니다.”


먹여놓았으니 조금 살만하다고.

초점 잡힌 눈이 가늘어지기 시작하는데.


“무서우면 고깃국을 드시오. 더 빨리 나을 거요. 애도 아니고 어머니 생각을 알려고 불도를 닦다니, 고기를 안 먹다니 그게 뭐요.”


올라가던 눈꼬리가 처졌고 당소소가 울상을 했다.

속눈썹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 눈물이라도 쏟아낼 느낌.

너무 했나?


“하지만 소저가 어머니가 된다면, 그때는 알 수 있을 것이오.”


되는대로 뱉어냈는데.


“그럴까요?”


당소소가 반색했다.


“소저가 태어났으니 어머니께서 불자시긴 해도 비구니는 아니셨을 거 아니오. 그러니 소저의 어머니는 불자보다 어머니에 가까운 사람이셨을 터요. 채식하는 습관은 있으셨을지 몰라도 소저를 가졌을 때, 젖을 물릴 때는 고기를 드셨겠지.”


당소소가 눈을 크게 뜨고 몇 차례 깜빡거렸다.


“태 소협 말씀이 맞습니다. 아···저는 왜 몰랐을까요?”


그것도 몰랐어?

나는 눈으로만 그리 물었을 뿐이었다.


당소소가 깜빡이는 내 눈을 들여다보며, 눈빛으로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은데.

잘 읽어 지지가 않았다.


아이처럼.

그녀는 내 손을 붙들고 잠들었다.


혹시 추울까.

나는 담요를 그녀의 머리끝까지 덮어주었다.



***



다음날.

당소소는 고깃국을 먹었다.


“이제 불자 안 하기로 한 거요?”


놀리려고 낌새를 살폈더니.


“제가 비구니는 아니어도 여전히 부처님 말씀을 따릅니다. 불자가 다 채식만 하고 살란 법은 없지요.”


사뭇 밝은 얼굴이길래 참았다.


“고기를 안 먹는다고 고집을 부리기보다 먹고, 중생 구제에 힘을 더 쓰는 것도 불도의 한 갈래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해냈다. 해냈어.

그런 마음으로 당호를 찾았더니, 노인네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제 손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보쇼. 당 전 가주. 손녀가 속세로 한 걸음 돌아온 것 같은데, 그건 전부 내 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잊을 리가 있겠는가. 다 태 소협 덕분이지. 내 이 은혜는 죽어도 잊지 않겠다.]


어째 당호를 놀릴 상황도 아니었다.


“저 이제 다시 수행을 해도 좋지 않을까요?”


끼니마다 고기를 먹어 얼굴이 번들거리는 연하림이, 봉을 만지작거리길래.


“에라 이놈아!”


뒤통수를 후려쳐주었다.


당호와 당소소는 며칠 만에 거뜬히 일어났다.

고기를 잘 먹어서가 아니라 목적지에 도착해서였다.


우리는 여장을 풀고 설련을 캐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캐기 전에 원기회복을 목적으로 설련을 씹어 먹었다.

추운 곳에서 추운 성질의 영약을 생으로 씹어대니, 다섯 모두가 으슬으슬 몸을 떨었다.

운기를 돕느라 극양한 내력을 지닌 내가 바빴다.


대부분 설련을 캐낸 것은 우리가 아니라 마을 주민이었다.


“병을 치료해줄 테니 약값은 설련으로 내시오.”


며칠 지나지 않아 끌고 온 수레보다 곱절은 큰 수레가 둘이나, 설련으로 가득 찼다.

설련이 너무 많아 옥이 부족해 보일 정도여서.

우리는 수레 위에 잔뜩 눈을 덮었다.


“크하하하하. 이제 당가는 천하제일부가가 될 것이다!”


당호는 당가의 전 가주라는 체통을 잊고.


“크하하하하. 언제 출발하는가.”


호탕한 웃음이 없으면 말문을 열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수레 한 대를 전담해서 끌었다.


다들 따뜻한 곳에서 양껏 설련을 먹을 생각에 의욕이 넘쳤다.

환자도 모두 치료해버려서, 생각보다 빨리 곤륜을 내려가게 되었다.

수레가 내려갈 만한 길은 한정되어 있고. 그런 길은 보통 인적이 드물지 않았다.


“어디서 오셨소?”


필연적으로 우리는 곤륜파의 말코들과 조우하게 되었다.

억지로라도 피를 볼 생각이었는데 잘 되었다.

그런 생각은 아주 잠깐이었다.


책륵으로 가는지 숫자도 숫자였지만.

말코들의 뒤쪽에서 한 명.

서늘한 시선을 보내오는 말코가 문제였다.


기도가 읽히지 않는 고수였다.


[저자는 나보다 강하다.]


당호를 흘겨보았더니, 그런 전음성이 돌아왔다.


[저자가 바로 당대의 곤륜제일고수다.]


그래 어째···

너무 편한 여정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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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서열 정리도 시킬 겸 21.03.22 78 1 13쪽
36 36화.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 웃지 21.03.21 81 2 14쪽
35 35화. 검법이 뛰어나길래 누가 만든 거냐고 물었더니 21.03.20 91 1 12쪽
» 34화. 어머니가 된다면, 그때는 알 수 있을 것이오 21.03.19 90 1 17쪽
33 33화. 갱도에서 열흘 굴렸더니 노인네가 더위를 먹었나 21.03.18 83 1 16쪽
32 32화. 뜻이 있으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 21.03.17 94 1 18쪽
31 31화. 불자나 의원이나 그게 그거니 의원을 하시오 21.03.16 99 1 14쪽
30 30화. 어린 놈 고민을 들어주었더니 죽이려 드네 21.03.15 107 1 21쪽
29 29화. 부자연스러운 그림을 연출할 수밖에 없었다 21.03.14 101 1 15쪽
28 28화. 네가 약한 게 아니라 내가 엄청나게 엄청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다 21.03.13 110 1 16쪽
27 27화. 나는 도사, 스님, 미륵, 전주, 광명신, 대장이다 21.03.12 136 1 14쪽
26 26화. 누가 새겨놓았는지 보통 앙금이 아니었다 21.03.11 121 2 16쪽
25 25화. 작명가가 바로 옆에 있었다 21.03.10 128 2 14쪽
24 24화. 연기가 아니라 대를 이어온 삶 그 자체였다 21.03.09 141 3 15쪽
23 23화. 차도살인의 계략을 짰다 21.03.08 149 2 15쪽
22 22화. 광사를 한 번 따라해 봤다 21.03.07 161 2 16쪽
21 21화. 차가운 설련을 가져왔는데 왜 21.03.06 172 1 14쪽
20 20화. 곤륜산맥의 정상에 오르다 21.03.05 186 1 15쪽
19 19화. 살아있는 불이 되었더니 +1 21.03.04 177 3 16쪽
18 18화. 실전은 언제나 예상과 다르다 +1 21.03.03 170 3 13쪽
17 17화. 보물을 가지고 도망칠 계획을 짰다 +1 21.03.02 197 2 14쪽
16 16화. 알고 들어간 함정이 매서운 것은 알겠는데 +1 21.03.01 225 2 12쪽
15 15화. 원래는 반땅하려고 했었다 +1 21.02.28 226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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