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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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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마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바샄
작품등록일 :
2021.02.09 03:34
최근연재일 :
2021.03.23 12:15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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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7,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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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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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2화. 뜻이 있으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

DUMMY

“우헤헤헤헷!”


경박하다는 말조차 고상하게 느껴지는 저질스러운 얼굴이었다.

표정은 어찌나 변태스러운지, 주먹이 울다 못 해 저렸다.


호숫가 마을을 출발한 지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았다만.

벌써 나는 광사가 과부들을 먹여 살린 연유를 알아버렸다.

성질 더러운 호인인 줄 알았더니, 그저 여자라면 사족 못 쓰는 사람이었단 말인가.


광사는 막야루에서 여자를 끼고 놀다가 붙잡힌 단자건보다 더했다.

아주 약간의 친절.

그것만으로 광사의 마음은 봄눈 녹듯 사르르 녹아버렸다.


나는 정체 모를 배신감을 느꼈으나 우는 주먹을 달래야만 했다.

당소소의 불심이 그런 일로 사람을 때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서였다.

대단한 불심이라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소소는 광사의 그 헬렐레한 얼굴을 마주하고도 표정 하나 구기지 않았다.


광사를 구워삶아 내 진의를 밝혀내겠다.


당소소는 그런 의도로 광사를 어르고 달랬으나.

광사가 호구지 바보는 아니어서, 광명교와 곤륜파를 이간질한 사실을 실토하진 않았다.


광사는 제 딴에 내게 품은 억하심정만 주르르 펼쳐놓았다.

몇 마디 말을 하건, 이놈을 패고 저놈도 팬다는 유형의 말일 수밖에 없었으니.


“폭력으로 사람을 교화할 수 없습니다.”


당소소가 내게 할 말도 그 정도였다.


“그래서 거세해 두었으니, 소저는 저놈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소.”


당소소가 입술을 달싹이며 머뭇거리다가.


“···저 사람은 마음으로 태 소협을 따르는 것이 아니니···차후에 화가 될 것입니다.”


그리 말하길래.


“소저도 저놈이 거세되어 다행이라고는 생각하시는구려.”


그리 말했더니.


“아닙니다!”


당소소가 목청을 높였다.


“아니겠지요. 다만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선현의 말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왜인지···”

“아니 그게···”


나는 낙타를 채근해 당소소와 거리를 벌렸다.

놀리는 맛이 있는 소저였다.


“너와는 약속이 있으니 고쳐줄 것이다.”


예쁜 소저에게 감추고픈 비밀을 들킨 광사가, 거세당한 수소처럼 땅만 보고 있길래 한 마디 위로를 건넸다.


싣고 온 곡식 대부분은 민풍에서 막야루주의 수하들에게 건넸다.

주먹구구로 살아온 놈들이 곡식의 막대한 양에 어찌할 바를 모르길래, 죽간에 물품 출납부 쓰는 법을 일러주었다.


“오오오!”

“과연 대단하십니다!”


평소라면 코가 우쭐했겠으나 당호와 당소소가 보는 앞이라 적잖이 부끄러웠다.


“쌀을 받아가는 사람이 거의 상인이니 구휼이 아니라 장사를 하시는 것 아닙니까?”


요놈 잡았다.

그런 눈으로 당소소가 말했고.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어야 하는 법. 보아하니 소저는 귀하신 가문의 자녀분 같은데, 민풍은 쌀 살 돈도 없이 굶주리는 사람은 적습니다. 그런 사람은 따로 돕지요.”

“태 도사께서 쌀이 부족할 때에, 이만큼 쌀을 풀어놓으시니 쌀값이 안정될 것입니다. 그것만으로 큰 도움이고 구휼입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더니.

막야루주의 수하들은 눈치 줄 것도 없이, 내 마음을 읽은 양 처신했다.


“제가 오늘 하나 배우는군요.”


당소소는 불자답게 의연하게 대처했으나, 볼에 은은한 홍조가 어린 것이 부끄럽기는 했나 보다.


“빈자들에게 나눠준 곡식을 이문까지 붙여 장부에 기록하고 있으니, 구휼이 아니라 고리대였군요.”


요놈 이번에는 잡았다!

우전에서 몰려든 사람은 상인보다 빈자가 많았기에, 당소소는 자신 있게 말했는데.

불심으로 입꼬리는 내리누르고 있었으나, 슬며시 반달을 그리는 눈은 막지 못했다.


“당연하지요.”


나는 눈웃음은 지적하지도 않았다.


“진정한 의미의 구휼이란 자립심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오. 공짜가 아니기에 허투루 먹어 없애지 않을 것이고, 공짜가 아니기에 적선 받는 거지라는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오. 그렇기에 저들은 내가 붙인 이문을 달게 받아들일 터요.”


당소소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그리고 나는 그 이문을 바탕으로 더 많은 빈자를 자립으로 이끌 것이니, 시간이 흐르면 세상에서 빈곤이 사라지지 않겠소.”


밥값을 해라.

천신교의 가르침이었다.

자기가 먹은 식기를 닦는 것. 산문 앞을 청소하는 것. 땔감을 주워오는 것.

천신교는 열 살 난 아이에게도 일을 줬다.

너는 버려졌으나 천신교에서는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밥을 주는 것이니, 굽실거리며 눈치 살피며 밥을 먹지 말라고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내 경우에는 글을 배우고 나서, 오래된 고서를 새 종이에 옮겨적는 일을 몇 년이나 맡았다.

허드렛일을 할 수 없던 시절에도, 짓궂은 동무들은 몰라도 교단 어른들의 차별은 받지 않았다.


지금 몫을 할 수 없다면, 할 수 있게 될 때 하면 된다.

그때는 죽도록 부려먹을 테니 지금은 편히 있어도 좋다.


어른들이 그리 말하며 내게 글을 가르쳤으니 나도 우전 사람들에게.

지금 곡식 살 돈이 없다면 나중에 갚아라.

이문을 붙여 갚아라.

그리 말하며 할 일을 주었다.


“네 말은 구구절절 옳으나, 이곳이 여정의 종착역이라면 나와 할 말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당호가 허름한 대막객잔을 살피며 그리 말했다.

공수교대.

우전에 이르러 내 불심을 당소소에게 증명하였으니, 당호만 납득시키면 된다.

당호는 의심하고 있을 테지만 표면적으로는, 내가 광명교의 교인이라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아미파와 연이 있는 분들이시다. 탁현에게 옥을 가지고 오라고 일러주어라.”


대막객잔에 머무르고 있는 막야루주를 탁현에게 보냈다.

당소소와 당호를 천소소와 천호로 소개했으니, 셋이서만 대화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아미파를 굳이 언급한 이유는, 막야루주가 곤륜파의 포로들을 감춰주었으면 해서였다.


“여기는 광명교가 아닙니다.”


막야루주가 자리를 비우고 당호와 당소소만 남은 자리에서 드디어 나는 실토했다.


“하지만 나는 광명교도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광명교도들이 나를 광명신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광명신이라···”


당호가 말끝을 흐렸다.

나는 무명신공의 불꽃을 일으켜, 불꽃 속에 오른팔을 잠기게 해 보였다.


“광명교의 사람들은 이런 재주가 가능한 사람을 광명신이라 칭송합니다만, 보셨다시피 그것은 내가 익힌 무공의 조화 때문이고, 나는 그런 신적 존재가 아닙니다.”

“불 속에서 불타지 않는 팔이라. 흔한 기예는 아니로군.”

“실은 말 그대로 불타는 괴인이 될 수도 있으나, 낭자가 함께 자리하셨으니 보이지는 않겠습니다. 옷이 다 타버려서 말입니다.”


내가 벌거벗은 것도 아닌데 당소소가 얼굴을 붉혔다.


비로소 나는 곤륜파와 광명교를 싸우게 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곤륜파 사람들을 죽인 일은 빼고, 화전의 옥으로 일어난 분쟁으로 꾸몄다.


“지금 보니 태 소협은 화전의 옥이 차지하고 싶어, 나와 내 손녀를 꾀어낸 것이로군. 곤륜파와 부딪치지 않으려면 내 도움이 필요할 테니 말이지.”


당호의 목소리에는 은은한 노기가 서려 있었다.


“나는 네가 광명교의 중추에 자리하고 있을 줄 알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교주나, 그에 근접한 고인의 제자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듣고 보니 너는 광명교의 중추가 아니라, 이단이거나 반란세력이구나.”


나는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호의 도움으로 화전의 옥을 차지하려면 광명교를 피해갈 수 없었다.

지금은 감춰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렇습니다. 나는 탑리목의 아들이지 광명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지요. 모르시겠소만 여기 탑리목 남부는, 곤륜파와 광명교가 묵시적으로 약속한 비무장지대입니다. 양을 기르면 양을 죽이고 밭을 갈면 밭을 엎어버리지요. 마적 떼를 용인해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지켜만 봅니다. 양쪽 모두 여기 사람이 상대편을 편들까 봐 두려워해서지요.”


나는 말을 이으며 당소소를 바라보았다.


“소소는 아무런 말도 하지 마라.”


당소소가 뭐라 말하려 입술을 벙긋거리자 당호가 선수를 쳤다.


“보물을 두고 일어난 다툼은 절대로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지. 그곳으로 들어선다는 것은 너와 나뿐만 아니라, 당가의 목숨까지 경각에 놓을 수 있는 일이다.”


탁현이 옥을 가지고 와서 언쟁은 잠시 멈추었다.

당호는 일품옥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그동안 나는 탁현에게 가르친 천신도와 천신공의 성취를 확인했다.

한 달쯤 지났나. 고무적인 발전을 기대할 단계는 아니었다만 일 년 뒤를 기대할 만한 성과는 있었다.


“궁수대는 그렇다 할 성과는 아직 없습니다만, 말 관리는 체계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맞서 싸우지는 못해도 도망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적어도 수행할 준비는 해놓았다는 것이로군. 수고했다.”


나는 탁현을 내보냈다.

당호와 당소소가 우리 대화를 그대로 들었다.

들려주려고 한 대화였기 때문에, 나는 어깨를 추어올려 보였다.


“네가 보여준 보물을 무더기로 출토할 수 있는 광산이라면, 가히 천하에서 노리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위험으로 우리를 내몰려 하면서 감춰야 할 일을 드러내는 저의를 모르겠다. 조금 전 자네와 자네 수하의 행동은 명백히 감춰야 할 것이었으니.”


당호가 손안에서 일품옥을 굴리며 고개를 저었다.


“네 실력은 나이보다 훨씬 고강하지만, 네가 여기 수장이라면 나는 더더욱 자네와 손잡을 이유를 못 찾겠다. 솔직히 나는 자네 사부나 아버지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다.”


혹시 그런 후견인이 있느냐?

당호의 눈이 그리 묻길래.


“나는 따로 뒷배가 없습니다. 달리 말해 이곳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바로 접니다.”


나는 똑바로 당호의 눈을 바라보았다.


“오래 감출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지금 솔직해야 앞으로의 일을 의논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의 일?”

“탑리목을 차지하는 일 말입니다.”

“곤륜파와 광명교가 정면으로 맞붙었는데 무슨 수로 탑리목을 차지한단 말인가? 그 싸움의 승자가 탑리목을 차지하지 않겠는가?”


막야루주가 들어오길래 술을 가져오라고 주방으로 내쫓았다.


“나는 그 싸움의 승자가 곤륜파도 광명교도 아닌 내가 될 거라 믿습니다만, 못 믿으실 겁니다.”

“믿고 말고 할 것이 있나요? 저는 말씀하신 것처럼 광명교와 곤륜파의 악행을 확인할 수만 있다면 태 소협을 돕겠습니다. 약속한 대로요.”


당소소가 끼어들었다.


“소저는 젊은 혈기로 앞서가지 마시오. 당신 할아버지가 당신만큼 마음이 선하지 않아, 내게 캐묻는 것이 아니니.”


네 편 들어주는데 이러기냐?

슬며시 고개를 돌리는 당소소의 입술이 비죽 튀어나왔길래.


“내가 탑리목 주민들에게 무작정 베푸는 것이 아니라 대가를 받기로 한 것과 같은 이치요. 선을 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소. 그러나 선을 다수에게 지속해서 행하는 것은 극히 어렵소. 당 전 가주는 내 뜻이 그르다고 다그치시는 것이 아니라, 지속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있으신 게요.”


어느새 팔짱을 끼고 있는 당호가, 나와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의 대화로, 내가 준비하는 것이 싸움이 아니라 도망이라는 것을 아셨을 것입니다. 광명교와 곤륜파를 앞서는 내 유일한 이점이 바로 탑리목을 잘 안다는 점이지요. 탑리목에서라면 나는 그들에게서 도망칠 자신이 있습니다.”


막야루주가 술과 잔을 가져다주고는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화전의 옥만 가져온다면 나는 여기서 힘을 기를 것입니다. 곤륜파와 광명교가 옥 광산을 두고 다투는 것을 재미나게 구경하다가 빼앗을 것입니다.”

“약강에서 몰래 곡식을 조달할 수 있다면 적지 않은 시간을 벌 수 있겠군. 아무래도 네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은, 광명교도 곤륜파도 차지하고 싶지 않은 땅일 테니 말이지.”


나는 잔에 술을 따랐다.


“내가 두 분에게 원하는 것은 약강에서 안정적으로 곡식을 조달하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전장 가까이 계실 필요도 없지요. 약강 가까이 호숫가가 있었잖습니까? 나는 두 분이 거기 교두보를 세우고 총괄을 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거기라면 나와 내 손녀에게 거의 아무런 위협도 없을 것이네. 혹여 네가 다른 마음을 품는다고 해도 대응할 수 있을 터이고.”


나는 슬쩍 잔을 당호 앞으로 밀어주었다.


“하지만.”


당호가 술잔을 가로막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화전의 옥이 꼭 필요한가? 네 말이 사실이라면 곤륜파와 광명교는 싸움을 이미 시작했으니, 여기서 힘을 기르면 되는 일 아닌가?”

“시간이 부족합니다.”

“젊은 네가 시간이 부족한 이유가 무엇인가?”

“탑리목을 차지하는 것이 제 진정한 목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네 목표가 무엇인지 물을 수 있겠는가?”


나는 손끝으로 턱을 긁다가 검지로 머리 위를 가리켰다.


“사내가 품을 포부란 당연히 천하뿐 아니겠습니까?”


당호가 내 손끝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천정밖에 보이지 않아 멋은 없지만 파란 하늘이 보인다고 생각하십시오.”


당호는 잠깐 천정에 시선을 두었다가.


“네가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은, 처음 얼굴을 마주하고서부터 알았다. 구파일방에 고개 숙이고 평생을 살았으니, 천하라는 말이 언급되는 곳은 이야기 속밖에 없는 줄로만 알았지.”


술잔을 들었다.


“곤륜파와 광명교가 옥 광산을 두고 다투니, 너는 그들 몰래 옥을 탈취할 방법 또한 가지고 있겠지?”

“곤륜파만 맡아준다면, 광명교는 내게 수단이 있습니다.”


실은 아직 없다만.

화전의 화일을 두들겨보면 방도가 없진 않을 것이다.


“공교롭군. 공교로워···이 정도 품질의 보옥이 나는 광산이라니. 살날보다 죽을 날이 가까운 나조차 욕심이 생기는군.”


일품옥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당호는 제멋대로 광산에만 가면, 일품옥 같은 옥이 쏟아져 내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당호와 당소소를 우전까지 끌어들일 때처럼, 사실을 다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눈에 선하다.

옥 광산에서 이게 뭐냐고 불호령을 내릴 당호의 모습이.

씨근덕거리며 곡괭이질을 할 당호의 모습이.


거기서 설련에 대해 들으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쪽같은 손녀에게 더할 나위 없는 보물이 될 영약이 바로 설련이니까.


곤륜파를 속이는 것도 혈혈단신이라면 어렵지 않겠지만.

옥도 설련도 잔뜩 싣고 돌아오는 길이라면 당가의 어른이라도 위험하다.


어쩌면 피가 튈지도 모르지.

아니 피가 튈 곳으로 가야겠지.

당소소가 싸우면 당호도 자연스럽게 싸우게 될 터이고.

피가 튄다면 그때부터 당가는 나와 진정으로 천하를 도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칠 것이다.


“거짓말을 하셨습니다.”


당호와 술 한 잔을 나눠마시고 내려놓는데, 당소소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들켰나?

내 음흉한 속내를?


“구휼이라고 하셨는데 알고 보니 전쟁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할아버지와 제게 구휼이 아니라 전쟁 준비를 도우라고 하시는군요. 화전에서 오셨다더니 우전이었구요. 거짓말이 습관적이십니다.”


당소소는 당호의 목적이 자신을 아미, 즉 불도에게서 벗어나게 하는 것으로.

구파일방에 종속된 당가의 미래를 바꾸는 포석을 두려 한다는 것을 모른다.

전음으로 할걸.

당소소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너무 많이 해버렸다.

전쟁 준비가 거짓말이었다고 할 수도 없고 이거.


나는 그제야 조금 전 당소소가 당호에 맞서 나를 옹호한 것이, 시험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요 요망한 꼬맹이가···

끄으응···


“흐으으음···”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데.


“구휼을 위한 전쟁 준비라는 변명은 듣지 않겠습니다. 의원이 불자와 같다는 말씀처럼 궤변입니다. 그런 식으로 돌고 돌면, 악인들의 전형적인 말장난처럼 선과 악도 하나라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사실 나는···미륵이오.”


일단 던져보고 생각하자.


“미륵불 말씀입니까?”


생각하자, 생각하자.


“여기 사람은 나를 현신한 미륵불로 알고 있소. 광명교인에게 광명신으로 불리는 것처럼 말이오.”


생각. 생각.


“거짓말이지.”

“아주 새빨간 거짓말이시지요.”


말을 마친 당소소의 입술이 고집스레 닫혔다.


“뜻이 있으면 거짓말을 해도 되오. 나는 광명교인에게는 광명신이라 했고, 여기 사람들에게는 미륵불이라 거짓말을 했소. 거짓말로 불필요한 싸움을 피할 수 있었고, 많은 목숨을 살렸소.”

“이를테면 착한 거짓말이란 말입니까?”

“그렇소.”


말은 맞는데 속는 기분인걸?

찌푸려진 미간을 보니 당소소는 그리 생각하는 듯했다.


“착한 거짓말로 전란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습니까?”

“여기 있소.”


나는 엄지로 내 가슴팍을 가리켜 보였다.


“이곳에서 사람들을 살펴보시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나는 되도록 말로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오. 손해 보는 것도 매우 싫어하지. 내가 전란을 준비하는 이유는, 오히려 전란으로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이곳 상황 때문이오.”


당소소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으나.


“지금 당장 알아볼 것입니다.”


그리 말하고 나섰으니, 급한 불은 껐다고 할 수 있었다.


“한 잔 받아라.”


당호가 내 잔을 채웠다.


“본의 아니게 네가 내 손녀딸에게 세상 공부를 시키는 셈이나,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도 있는 법. 내 너를 도울 것이니, 너도 소소의 배움에 도움이 돼라.”


내가 당호의 잔을 채웠다.

당호가 술을 받으며 빙글거리고 웃고 있었다.


이놈이 제 일을 내게 맡기다니···

두고 보자 늙은이.

아니 어린 주제에 하대를 아주 자연스럽게 하는 놈.

넌 내가 두고두고 부려먹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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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서열 정리도 시킬 겸 21.03.22 79 1 13쪽
36 36화.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 웃지 21.03.21 82 2 14쪽
35 35화. 검법이 뛰어나길래 누가 만든 거냐고 물었더니 21.03.20 91 1 12쪽
34 34화. 어머니가 된다면, 그때는 알 수 있을 것이오 21.03.19 90 1 17쪽
33 33화. 갱도에서 열흘 굴렸더니 노인네가 더위를 먹었나 21.03.18 84 1 16쪽
» 32화. 뜻이 있으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 21.03.17 95 1 18쪽
31 31화. 불자나 의원이나 그게 그거니 의원을 하시오 21.03.16 100 1 14쪽
30 30화. 어린 놈 고민을 들어주었더니 죽이려 드네 21.03.15 107 1 21쪽
29 29화. 부자연스러운 그림을 연출할 수밖에 없었다 21.03.14 101 1 15쪽
28 28화. 네가 약한 게 아니라 내가 엄청나게 엄청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다 21.03.13 112 1 16쪽
27 27화. 나는 도사, 스님, 미륵, 전주, 광명신, 대장이다 21.03.12 137 1 14쪽
26 26화. 누가 새겨놓았는지 보통 앙금이 아니었다 21.03.11 121 2 16쪽
25 25화. 작명가가 바로 옆에 있었다 21.03.10 129 2 14쪽
24 24화. 연기가 아니라 대를 이어온 삶 그 자체였다 21.03.09 142 3 15쪽
23 23화. 차도살인의 계략을 짰다 21.03.08 150 2 15쪽
22 22화. 광사를 한 번 따라해 봤다 21.03.07 161 2 16쪽
21 21화. 차가운 설련을 가져왔는데 왜 21.03.06 173 1 14쪽
20 20화. 곤륜산맥의 정상에 오르다 21.03.05 186 1 15쪽
19 19화. 살아있는 불이 되었더니 +1 21.03.04 177 3 16쪽
18 18화. 실전은 언제나 예상과 다르다 +1 21.03.03 172 3 13쪽
17 17화. 보물을 가지고 도망칠 계획을 짰다 +1 21.03.02 197 2 14쪽
16 16화. 알고 들어간 함정이 매서운 것은 알겠는데 +1 21.03.01 225 2 12쪽
15 15화. 원래는 반땅하려고 했었다 +1 21.02.28 228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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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합공은 연습할 수 없었기 때문에 +1 21.02.26 243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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