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바샄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천마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바샄
작품등록일 :
2021.02.09 03:34
최근연재일 :
2021.03.23 12:15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1,486
추천수 :
103
글자수 :
257,960

작성
21.03.15 12:15
조회
107
추천
1
글자
21쪽

30화. 어린 놈 고민을 들어주었더니 죽이려 드네

DUMMY

“내가 당가의 사람이라는 것을 어찌 알았나?”

“중원 사람이 약 냄새가 진동하는 데다, 측량할 수 없이 고강한 무공을 가졌다면 당가 사람 아니겠습니까?”


체격이 좋아서이기도 했지만 언급하지 않았다.

당가 사람은 예전부터 체격이 좋았는데, 그것까지 말했다가는 내가 너무 많이 안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코가 좋군.”


노인장의 미간 주름이 깊어지며 고민하는 낌새이길래.


“탑리목 동쪽에서도 심심찮게 당가의 환을 볼 수 있지요.”


거짓말을 던져보았다.


“당가의 환이 흔한 물건이 아닐 텐데 거기까지 갔다고?”

“곤륜을 넘어오는 모양이더군요.”


곤륜파 짓이라고 거짓말을 보태보았다.


탑리목은 청해도 아니고 신강 땅이다.

무슨 말이든 진위를 가리기는 까마득히 어려운 곳이다.


후우우우.

노인장은 깊게 한숨을 내뱉더니.


“그것이 상생 아니겠나?”


노인장은 그제야 자신이 여기에 있는 이유를 말해주었으나, 상생이 몹시 싫은 얼굴이었다.


“상생이라면 정무문과 정의문이 청성과 아미가 아니라 당가의 이름을 내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아하니 정무문과 정의문에는 노인장 같은 실력자가 없는 것 같습니다만?”

“당가는 무가가 아니라 의가. 무를 알리는 것은 구파의 몫이다.”

“그렇다면 구파의 고수가 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노인장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할 뿐 답을 하지 못하는데.


“구파의 고수가 여기 있지 않습니까?”


카랑카랑한 음색의 여인이 끼어들었다.


“네가 낄 자리가 아니다.”


노인장이 만류했으나.


“어째서 그렇지요? 지금 저자가 본가와 본파를 이간질하고 있지 않습니까?”

“본가와 본파?”


나는 노인장에게 황당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노인장이 말없이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렇소. 본가와 본파요.”


이번에는 젊은 사내였다.

여인은 정무문의 사람들과 사내는 정의문의 사람들과 함께 서 있었다.

나는 좌우를 번갈아 보다가 노인장에게 다시 시선을 줬다.

노인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추측이 맞다.”


청성 속문에는 당가의 여식이 아미 속문에는 당가의 남아가 속해 있고.

당가의 어른이 두 속문의 뒤를 봐주는 괴상한 상황이 진실이라고?


“맞는 건 알겠는데 납득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연유를 물을 수 있겠습니까?”

“너는 탑리목에 사는 자인가?”

“탑리목에 사는 자니 여기서 나눈 말이 중원까지 흘러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히 구파에게는 말입니다.”

“보자 보자 하니. 못하는 말이 없구나!”


못할 말도 아닌 것 같은데 당가의 젊은 사내가 덤벼들었다.


“못하는 말이 없구나!”


젊은 여인까지 덤벼들었다.

사내와 여인은 많게 봐야 스물 언저리였으나, 곤륜파의 삼대제자만큼은 실력이 있었다.

나는 각기 세 합씩을 어울려주고는 멀찌감치 튕겨내 버렸다.


“내 당가와 인연이 있어 여기서 참는다. 너희 가문의 어른과 내가 손속을 나누는 것을 봤을 텐데, 주제 파악을 먼저 해라.”


으름장을 놓자 찌그러지더니.


“다들 거처로 돌아가라.”


노인장의 말을 따라 순순히들 돌아간다.


“당가와 인연이 있었나?”


객잔이 텅 비자 노인장이 그리 물었다.


“계속 덤벼들까 싶어 허언한 것입니다.”


있었다만, 전생의 일이라 없는 척했다.


“네가 당가와 연이 있든 없든 소란은 그만해주지 않겠나? 입장 상 포교 활동을 계속되면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서.”


위협보다는 부탁하는 듯한 말씨였다.


“자다가 봉변을 당할 수도 있겠군요.”


노인장은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와 싸우는 것은, 나로서도 적잖게 심력을 소모해야 할 터라 내키지 않아.”

“당가가 아미와 청성의 속가라도 된 것입니까?”


노인장이 속을 모르게 깊이 웃었다.


“칠십 년도 넘은 일을 그리 말하는 걸 보니, 너는 백 년은 넘은 과거에서 온 사람 같구나.”

“아시다시피 탑리목에서도 끄트머리에 걸린 땅에 사는지라, 소식이 늦습니다. 약강도 처음이구요.”


노인장이 자리에 앉아 제 잔을 채웠다.

그러고는 병을 쥐고 빤히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니, 앉으라는 말인지 꺼지라는 말인지 모르겠는데.

앞에 앉으니 내 잔을 채워 주었다.


우환 있는 늙은이 냄새가 풀풀 났다.

나이도 어린 것이, 보아하니 삼십 년도 더 살게 생겨 먹은 놈이 이 벽지에서 우환이라니.


“노 선배. 욕심이 너무 많으신 것 아닙니까?”


눈앞의 사내에게 약강이 너무도 좁아 보여 넘겨짚어 보았다.


“어째서 욕심이라고 생각하느냐?”

“당가가 아미, 청성의 속가라는 것이 그리도 못마땅합니까?”

“못마땅하지 않다.”

“그렇다면 어째서 내게 재미가 없느냐고 물으셨습니까? 나는 그 말을 노 선배가 지루하다는 말로 들었습니다.”


노인장은 말없이 잔을 비우고는 빈 잔을 내밀었다.

나는 빈 잔을 채웠다.

노인장이 단박에 잔을 비우고 크으 탄성을 내질렀다.


“내 이름은 당호다.”


당연히 모르는 이름이었다.


“탑리목 서쪽에서 온 자네는 모를 이름이겠지만 당가의 전대 가주였지. 손을 섞었으니 알았으려나 모르겠는데, 나는 어렸을 적 아미와 청성을 돌며 무공을 배웠다.”

“당가의 가주가 되실 분이셨으니, 최상승절기는 배우지 못하셨겠군요.”


당호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잔을 비우고 내 잔과 당호의 잔을 채웠다.


“내 아비도 아미와 청성에서 무공을 배웠기에 의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문으로 돌아와 당가의 비전을 익혔으니, 가까운 사천 땅에서 명문 명가라 불리는 자들끼리 다지는 우호 관계라고만 생각했지.”


나는 주방으로 가서 식은 만두를 내왔다.


“가주가 되고서야, 아미와 청성에서 수학한 시절이 볼모의 시절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청성이든 아미든 명문 정파답게 나를 대접했으니, 섭섭한 점은 없다.”

“섭섭하지 않지만 감사하지도 않으시겠죠.”

“젊은 사람이 매섭구만. 맞다. 감사할 일은 아니지. 당가의 가주될 사람이 도가 문파와 불가 문파를 오가며 눈칫밥을 먹게 했으니 대접에 대가는 치른 셈이지.”


당호와 내가 나란히 잔을 비웠다.


“옛날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잔을 내려놓고 말했더니 당호가 실실 웃는다.


“네 무례를 벌할 생각도 들지 않는 걸 보니 나도 늙은 게지.”

“환갑이나 자셨습니까? 몇 살이나 되었다고 나이로 유셉니까?”

“나는 일흔을 삼 년 앞두고 있지.”


그럼 동생이네.


“요즘 이야기는 재미가 있길 바랍니다.”


확! 뒤통수를 후리고 싶은 마음을 채근하는 말로 다스렸다.

뒤통수를 후리기에는 상대가 너무 강해 보이기도 하고.


“이 나이가 되니 하고 싶은 말은 많아지는데, 들어줄 사람은 없어져만 가니 젊은 네가 이해해다오.”


봐주겠다는 듯 슬쩍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당호가 실없이 웃는다.


“내 손녀 한 명이 아미에 입적하려고 한다. 속가가 아니라 아예 불가에 귀의할 마음으로 불심이 깊은 불자이지.”


우환 있는 사람이 다 그렇듯 당호는 웃다 말고 푸욱 한숨을 내뱉었다.


“조금 전 상대한 내 종손들의 실력은 어땠나? 그래 뵈어도 청성, 아미 본산에서 사범으로 와 있는 애들인데.”

“좋았습니다.”

“훌륭하지는 않았지. 자네와 동년배임에도 둘이 합공하여 몇 초식 받지도 못했지. 늦게나마 종손들에게 사정을 봐주어 고맙다.”


당호는 돌연 일어나 포권하더니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나는 당호의 빈 잔을 채웠고 당호가 단박에 비웠다.


“불가에 귀의하려는 손녀는 조금 전의 종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질이 뛰어난 게로군.”

“바로 맞췄군. 도저히 눈뜨고 아미에 주지 못할 정도로 아까운 재능이야. 내 네 실력을 자세히는 모른다만, 네가 한심하지 않을 만한 수준은 될 게다.”

“아미와 청성에게 볼모로 잡히지 않으려고 뒤로 꼭꼭 숨겨놓기까지 했겠군.”

“또 맞췄군!”


당호가 기막히다는 듯 내 얼굴에 검지를 까딱거렸다.


“십 년 후에는 내 경지에 오를 것이고, 이십 년 후에는 당가제일고수는 물론 사천제일고수를 꿈꿀 만한 재목이지. 의술은 말할 것도 없고. 한데 탑리목 이 척박한 땅에서 중생을 구제하겠다니···. 아미의 장문인이 되려는 포부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할아버지로서 미치고 팔짝 뛸 노릇 아니냐?”

“불자로 이 땅을 구한다고? 의원이 아니라? 당가가 뿌리까지 구파에 먹혀버린 꼴인데?”


헛허허···

나는 늙은이처럼 웃고 말았다.


“포교를 하려는지, 구파에 시비를 걸려는지 모를 네가 들어도 황당하지 않으냐?”


당호가 내 잔을 채웠다.

나는 천천히 잔을 비웠다.


“이렇게까지 말을 많이 하신 것으로 보니, 노 선배는 나를 죽여 입막음하셔야 하시지 않겠습니까?”


당호는 이제 입까지 떡 벌렸다.


“또 맞추다니···너는 정녕 눈썰미가 백 년은 산 사람처럼 날카롭구나.”


당호는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에서 또 한 병의 술을 가지고 왔다.


“술맛이 좋으니 병째로 마십시다.”


당호가 허허허 크게 웃고는 양손에 한 병씩 병을 나눠 들고 왔다.

곧 생사결을 할 우리는 사이 좋게 한 병씩 병목을 쥐고 마셔댔다.


“나는 탑리목에서 난 자로서 구파일방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해한다. 구파일방은 여기 사람을 짐승처럼 대하지.”

“나는 탑리목 전체를 차지할 생각입니다.”

“이해는 하네만 용납할 수 없는 내 처지를 이해해다오.”

“혼자서 다 차지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너 혼자서는 무리지.”


나는 남은 술을 몽땅 마시고 병을 거꾸로 세워 보였다.

남김없이 마셨다는 뜻이었다.


“불자의 마음과 의원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 나에게는 노 선배 손녀의 마음속에 잠자고 있을 의심을 깨울 방도가 있습니다만. 들어보시겠습니까?”

“내 나 혼자 떠들었으니 못 들을 것도 없지.”


생사결을 준비하는 듯 당호는 술을 베어 마시고 있었다.


“탑리목 동쪽에서 광명교와 곤륜파가 크게 싸울 겁니다. 그곳으로 노 선배의 손녀를 데리고 갑시다. 배부르고 등 따시니 불자의 마음이 커지는 것이지, 전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의원의 마음이 깨어날 겁니다.”

“곤륜파가 싸운다고?”


기분 좋은 듯 당호가 소리 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곤륜파 그 말종 위세가 높아지기 전만 하더라도 본가가 이 꼴은 아니었지. 무당, 청성의 지원을 받아 야금야금 덩치를 불려 나가더니, 근자에는 청해로 본산을 옮긴다는 소문도 들리더군. 허허헛. 역사 없는 문파란 그렇지. 본산을 옮긴다니. 아마 구파일방의 수뇌부들도 적잖이 우스워할 일일 게다.”

“소림, 아미가 당가에 영향력을 높이려고 적잖게도 괴롭혀댔겠군. 감춰둔 손녀가 그리 불심이 깊어진 걸 보면, 당가에 불당이라도 들여놓았겠습니다.”


거짓말이 아닌 듯 당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쯤 하자. 고민이란 무릇 말해봐야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니.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한탄만 하는 꼴이니.”

“하지만 가슴이 조금 후련해지지 않았습니까?”

“그건 부정할 수 없겠군.”


당호는 내력을 일으켜 손끝에서 피어오르는 주독을 내게 똑똑히 보였다.

술 동무는 이만하면 되었으니 승부를 보자는 뜻이었다.


“나는 당 전 가주와 싸우기 싫습니다. 예전부터 나는 구파를 싫어했지 당가는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아미, 청성에 치이는 동병상련 신세여서 그랬을까.

당가는 그때 이미 가문의 자제들을 청성, 아미의 제자로 보내고 있었다.

천신교로서는 선망의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가문이었단 말이다.


청성, 아미에 꼼짝없이 두들겨 맞을 입장이면 중간에 서서 중재도 해줬다.

양털과 의약품을 맞바꾸기도 많이 했고.


“이대로 가면 당가는 의술 또한 빼앗긴 채 쪼그라들고 말 겁니다.”

“이미 거의 다 빼앗겼다.”


당호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빼앗긴 것은 돌려받아야 마땅합니다!”


나는 일부러 천천히 주독을 몰아내며 말을 이었다.


“당 가주는 못할 일이나 당 전 가주는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당 전 가주는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당 전 가주가 탑리목에 와 있는 이유가 불심이 깊은 손녀 때문이라고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호는 손을 까딱이며 일어나라고 채근했다.


“손녀분과 당신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일어나 출수할 준비를 마쳤다.


“나는 당신을 죽이기 싫습니다.”

“뭣?”


당호의 입가로 노기를 품은 숨결이 밀려 나오는 사이.

나는 당호의 면전까지 접근해 있었다.


당호의 머리 위로 천신수가 흐드러졌다.


당호가 잽싸게 몇 보 물러섰고 천신수가 허망하게 허공에서 흩어졌으나.

나는 무명신공을 운용할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

당호 같은 고수를 상대로 몰래 내력을 모으는 잡기를 쓸 순 없었기 때문이다.


-쩡


천신권이 당호의 뱃전에 작렬했다.

당호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양팔로 배를 막았으나, 찰나 몸짓은 둔해졌다.


-쩡


또 한 번의 천신권이 당호의 뱃전에 작렬했다.

주르르 당호가 객잔의 외벽까지 밀려나 등을 기댔다.

2단계의 무명신공으로 펼치는 천신권은 당호 같은 고수조차 물러나게 할 만큼 강했다.


“생각보다 강하군.”


당호가 여유롭게 웃었으나.


“삼 할은 여력을 남겨뒀습니다. 나는 여전히 당신을 죽이기 싫습니다.”


당호가 삽시간 안색을 굳히더니 접근해왔다.

접근해오는 만큼 나는 물러났다.


“운룡대팔식? 자네 곤륜의 사람인가?”

“아닙니다.”


당호가 내가 뿌려낸 천신장을 막아냈다.


-펑


당호의 등이 터져나갔으나 보지 않아도 옷만 터져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무당의 면장이라는데 당 전 가주가 보기에는 어떻습니까?”


나는 재차 천신장을 뿌려내며 물었다.


“이런 무공이 무당에 있었으면 본가가 아미에 괴롭힘을 당하진 않았겠지. 대신 청성의 괴롭힘을 더 많이 받았을 것이다.”


당호는 세 차례 천신장에 더 당하더니 나와 거리를 벌렸다.

순간.


-쩡


천신권이 작렬했다.

당호는 채 흘려내지 못했다.


“남들은 백보신권이라는 데 당 전 가주 생각은 어떻습니까?”


당호의 이마 위로 진땀이 흐르고 있었다.


“권풍이 조금 강하다고 백보신권이라면 나 역시 백보신권을 쓰는 곳을 다섯은 말할 수 있다.”


다행하게도 연하림과의 수행으로 진화한 천신장과 천신권은, 당호 같은 노 강호의 눈에도 소림의 것으로, 무당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소림과 무당이 나를 잡아 죽이고 내 무공을 뺏어서, 다음 세대에 내 권장을 백보신권이라, 면장이라 말해도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당가의 미래가 바로 그렇다는 것인가?”


당가의 미래만을 두고 한 말은 아니었다.

나 역시 또다시 무공을 빼앗길 수 있었다.

구파일방에게 굴복한다면.


“당신은 모르진 않겠지만 구파일방이 그리 잡아먹은 집단이 없지 않습니다. 뭐 당가의 이름이 아니라, 당가의 의술만 이어지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더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당호의 신형이 흐리멍덩해지는가 싶더니 삽시간 내 등 뒤로 돌아갔다.

나는 급히 몸을 돌렸으나 당호의 손가락에 옆구리를 찍히고 말았다.


당가의 성명절기 난화지였다.

당호가 진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당호의 손속이 생각보다 빠르고 강해서, 무명신공의 반격을 제때 사용하지는 못했다.

당호가 되돌아온 제 공격에 당황하는 동안, 핏물을 눌러 삼키며 객잔 밖으로 몸을 날릴 수는 있었다.

당호가 뒤늦게 따라나섰다.


-펑


나는 한 차례 구름을 밟아 객잔 맞은편 건물의 지붕에 올랐다.


“그건 또 무슨 신법인가?”

“보시다시피 당가의 전 가주라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신법입니다.”


-펑


당호가 지붕으로 쫓아 오르자 나는 다시 지붕 아래로 내려섰다.


“나는 너를 얕보았다.”


당호가 지붕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붙잡으려고 했었지만, 네 수준이 생각 이상이라 그럴 수가 없을 것 같다.”


당호의 손끝에서 햇볕을 받은 비침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이걸 쓰면 너는 죽는다. 실은 나 역시 너를 죽이기 싫으니, 항복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내 주책으로 네가 알면 곤란할 말을 적지 않게 했으나, 나는 네가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는 사람이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무엇인가?”

“나는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으니, 불심이 깊은 사람을 찾아가 보호를 요청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생각만 하는 걸 보니 그 불심이 깊은 사람이 너를 지킬 수 있는지 걱정이 되는 것이로군.”

“틀렸습니다. 나는 그 사람을 잡아다가 당신 비침의 방패막이로 삼을 것입니다.”


비침이 날아들었으나 나는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천신권의 권풍에 비침이 힘없이 떨어졌다.


당호가 비침을 던져내며 접근해왔다.

비침 하나에 천신권이 한 번이라니 내력 손해가 막심했다.

당호 같은 노강호가 그러한 사실을 놓칠 리 없었다.

무명신공으로 부운을 활용하지 않고 당호에게서 달아날 수 없었으니, 나는 손해를 보며 물러서기만 했다.


호흡이 조금 거칠어졌을 뿐 견딜 만했다.

곤륜의 정상에 오른 이후 내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내가 이긴 것 같지 않습니까?”


당호와 나는 약강 시내를 한 바퀴 돌아 정의문의 대문 앞에 서 있었다.

소란을 알았는지 정의문의 무사들이 문을 열고 다가섰다.

대부분이 구면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했으나.

제일 강한 기백을 뿜어내는 사람이 소녀였으니 고민할 것도 없었다.


“소소야! 사교도다!”


천신보를 밟아 당소소의 등 뒤로 사뿐히 내려앉고 있는데.

당소소가 빙글 고개를 돌리나 싶더니, 어느새 손아귀를 내 명치로 밀어 넣고 있었다.


빨라서가 아니라 현란하여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난화지.

내력 부족으로 당호의 손보다는 느렸지만 깊이에서는 밀릴 것도 없는 것 같았다.


-콰아악!


위력도 만만치 않았다.

당소소가 휘청거리며 물러나는 것을 보니, 무명신공의 반격이 되받아내는 위력도 만만치 않았다.


-콰악!


당호의 손아귀가 등에 틀어박혔다.

나는 핏물을 눌러 삼키며 당소소에게 달려들었다.

뒷걸음 하는 당소소와 고꾸라지는 내가 한 데 엉켜 굴렀다.


“이노오오오옴!”


당호의 노호성이 전에 없이 날카로웠으나.

나는 당소소를 품에 안은 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당 소저 나는 사교도가 아니오. 평범하게 포교 활동을 하려는데 당신 할아버지가 죽이려 드니, 당 소저가 중재해주면 안 되겠소?”


당소소가 흘깃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티 없이 맑은 눈이 얼마간 적의를 품고 있었는데.


스물이나 되었을까? 보기 드문 미인이구나!


생각을 맺기도 전에 당소소의 팔꿈치가 뱃전에 꽂혔다.

당소소는 반대편 손바닥으로 제 팔을 때려, 반격이 되받아치는 경력을 상쇄하고는, 내 등에 발길질까지 했다.

당소소는 반격의 약점이 등이라는 것을 벌써 알아차렸다. 적의는 없는 듯 실린 경력은 얕았다.


“소녀의 몸을 함부로 더듬었으니, 사정을 묻기 전에 매부터 맞는 것을 탓하지 마세요.”


맑은 물이 흐르는 듯한 목소리였으나.


“함부로 더듬은 것이 아니라 소저의 할아버지가 발로 걷어찼기 때문이오.”


말은 바로 했다.


“저놈의 포교 활동이라는 것이 죄 없는 자들을 두들겨 패는 일이었다. 두들겨 패서 억지로 자기 뜻을 따르게 한다면, 사교이지 않겠느냐?”

“죄 없는 자가 아니라 포교 활동을 방해하고 주먹질까지 한 건달이었습니다. 건달의 갱생을 위해 노력했으니 오히려 찬사를 받아야 할 일이지요!”


나와 당호는 당소소를 사이에 두고 원을 그리며 대치를 이어갔다.


“건달의 갱생은 불가의 자비와 대승적에서 한 뜻이나 다름없지 않소?”


나는 슬금 목을 빼 당소소에게 속삭였다.

희고 긴 목덜미에 숨결 한 점이 내려앉자 당소소는 간지러운 듯 슬쩍 목을 뺐다.


“이노오오오옴!”


눈깔이 뒤집힌 당호가 죽일 듯이 쫓아왔다.


“소저는 앞뒤를 살피지도 않고 조부의 말만 믿고 내게 한 수를 내밀었소.”


나는 당호에게서 도망 다니며 말을 이었다.

정의문의 무사도 있고 종손에다가 손녀까지 있으니, 당호는 얼굴이 터질 듯이 달아올랐지만 비침은 쓰지 못했다.

비침을 써도 잡을까 말까 한 나를, 비침 없이 잡기란 요원했다.


“불가의 자비와 멀고 먼 행동을 하는 실책을 이미 저질렀으니 깊이 생각하시오.”


당호와 허둥지둥하는 정의문 무사들과, 당소소의 주변을 다섯 바퀴쯤 맴돌았을까.


“할아버지!”


당소소가 목소리를 높이자 당호가 뚝 멈춰섰다. 정의문 무사들도 멈춰섰다.


“들어보도록 하지요. 건달의 갱생은 대승적으로 불가의 자비와 같으니까요.”


나도 멈춰섰다.


죽인다. 너를 반드시 죽인다.

당호가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이려고 하길래.


내가 이겼소.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날려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 탄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21.03.24 58 0 -
38 38화. 무공은 가르치려고 만드는 것이다 21.03.23 73 1 13쪽
37 37화. 서열 정리도 시킬 겸 21.03.22 79 1 13쪽
36 36화.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 웃지 21.03.21 82 2 14쪽
35 35화. 검법이 뛰어나길래 누가 만든 거냐고 물었더니 21.03.20 91 1 12쪽
34 34화. 어머니가 된다면, 그때는 알 수 있을 것이오 21.03.19 90 1 17쪽
33 33화. 갱도에서 열흘 굴렸더니 노인네가 더위를 먹었나 21.03.18 84 1 16쪽
32 32화. 뜻이 있으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 21.03.17 95 1 18쪽
31 31화. 불자나 의원이나 그게 그거니 의원을 하시오 21.03.16 100 1 14쪽
» 30화. 어린 놈 고민을 들어주었더니 죽이려 드네 21.03.15 108 1 21쪽
29 29화. 부자연스러운 그림을 연출할 수밖에 없었다 21.03.14 102 1 15쪽
28 28화. 네가 약한 게 아니라 내가 엄청나게 엄청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다 21.03.13 112 1 16쪽
27 27화. 나는 도사, 스님, 미륵, 전주, 광명신, 대장이다 21.03.12 137 1 14쪽
26 26화. 누가 새겨놓았는지 보통 앙금이 아니었다 21.03.11 121 2 16쪽
25 25화. 작명가가 바로 옆에 있었다 21.03.10 129 2 14쪽
24 24화. 연기가 아니라 대를 이어온 삶 그 자체였다 21.03.09 142 3 15쪽
23 23화. 차도살인의 계략을 짰다 21.03.08 150 2 15쪽
22 22화. 광사를 한 번 따라해 봤다 21.03.07 162 2 16쪽
21 21화. 차가운 설련을 가져왔는데 왜 21.03.06 174 1 14쪽
20 20화. 곤륜산맥의 정상에 오르다 21.03.05 186 1 15쪽
19 19화. 살아있는 불이 되었더니 +1 21.03.04 177 3 16쪽
18 18화. 실전은 언제나 예상과 다르다 +1 21.03.03 172 3 13쪽
17 17화. 보물을 가지고 도망칠 계획을 짰다 +1 21.03.02 197 2 14쪽
16 16화. 알고 들어간 함정이 매서운 것은 알겠는데 +1 21.03.01 225 2 12쪽
15 15화. 원래는 반땅하려고 했었다 +1 21.02.28 228 2 15쪽
14 14화. 안 아파. 베여도 안 아파 +1 21.02.27 220 2 16쪽
13 13화. 합공은 연습할 수 없었기 때문에 +1 21.02.26 243 2 15쪽
12 12화. 머릿속에서 은을 꺼냈는데 금이 된 사연 +1 21.02.25 300 2 14쪽
11 11화. 예의 바른 놈, 취한 놈, 속은 놈 +1 21.02.24 291 2 15쪽
10 10화. 신우전회 +1 21.02.23 338 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바샄'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