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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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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마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바샄
작품등록일 :
2021.02.09 03:34
최근연재일 :
2021.03.23 12:15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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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87
추천수 :
103
글자수 :
257,960

작성
21.03.0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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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24화. 연기가 아니라 대를 이어온 삶 그 자체였다

DUMMY

나는 삼락객잔의 문을 뻥 박차고 들어섰다.


“본도는 곤륜의 일대제자인 현도라고 하오.”


눈은 번득였지만 도사답게 공손히 포권했다.


“곤륜에서 이 먼 우전까지 어인 일이신지요?”


려사가 목을 움츠린 채 다가왔다.


“일주일쯤 전에 곤륜파의 제자들이 이곳을 찾지 않았소?”

“아···다녀가셨었지요.”

“혹시 무슨 시비가 있지 않았소?”

“광명교의 무사들과 아주 사소한 다툼이 있었지요. 젊으신 분들끼리의 다툼인지라, 연장자들께서 좋게 무마하셨습니다.”

“광명교가 여기까지 세를 넓혔는가?”


려사가 손사래를 쳤다.


“그러기에는 우전에 교인이 될 만큼 재력 있는 사람이 없지요.”


려사는 씁쓸한 얼굴로 우전에 궁둥이를 깔고 앉으면 손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담 탑리목 서쪽에 있는 광명교가 왜 이곳에 나타난단 말인가?”


려사가 슬쩍 주방에 있는 장우를 흘겼다.


“곤륜산을 가끔 찾는다고 하더군요.”


장우가 절뚝거리며 걸어 나오며 말했다.


“책륵을 오가는 상인들이 가끔 일러주는 것이지요. 들리는 말로는 광명교의 교인들이 책륵에서 곤륜산으로 자주 넘어 다닌다고 하던데요···”


곤륜파에서 화전으로 가려면 우전을 거쳐 가지 않고 책륵을 거쳐 가는 것이 훨씬 빠르다.

곤륜파와 광명교만 싸우게 하고 우전은 뒤로 빠지려면 책륵을 꼭 상기시킬 필요가 있었다.


-짝짝


나는 손뼉을 치며 연습의 종료를 알렸다.

려사와 장우가 즉시 표정을 구겼다.


“대장은 문 좀 박차고 들어오지 마십시오. 곤륜의 도사들은 그러지 않는다고 몇 번 말해야 아십니까. 더구나 포권이라니요. 앞뒤가 안 맞잖습니까. 참 감 없으시네.”


려사놈이 삿대질을 했고.


“너무 작위적으로 책륵을 언급하는 것 같습니다.”


장우가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으며 묵상에 빠졌다가.


“광명교가 우전을 정기적으로 들리는 게 아니라고 하는 편이 좋겠는데요. 광명교가 자주 찾는다는 말을 들으면, 곤륜파에서 한두 명이라도 남겨서 감시하려 할 테니까요.”

“맞습니다. 저라도 그럴 겁니다.”


장우와 려사가 죽이 잘 맞는 가운데.


“거짓말이 복잡해지면 꼬리가 잡히기 쉽지 않을까?”


내가 슬쩍 끼어들었으나.


“대장은 좀 빠지시죠. 이건 우리가 전문입니다.”


려사가 턱을 쳐들었고.


“거짓말이라고 하십니다만 려사나 저나, 삼락객잔에 든 도사들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법을 옹알이하며 자랐습니다. 그리고 보십시오. 려사나 저나 지금껏 사지 멀쩡하게 살아있습니다.”


장우가 가슴을 쫙 펼치려다가 이마를 팍 구겼다.

장우는 아직 다친 몸이었다.


“그것이 바로 우전의 남쪽 문 삼락객잔이라는 곳입니다. 이를테면···”

“이 분야 만큼은 대장보다 우리가 고수라는 뜻이지요.”


장우와 려사가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이니 탓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싸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싸우지 않는 것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적들끼리 싸우게 하는 것이다.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그리 말했기 때문일까.

장우와 려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말코들을 속여낼 거짓말을 가다듬었다.

그들에게는 일생일대의 숙적을 맞이한 것 같은 진중함이 느껴졌다.

그들은 하나하나 세부사항을 조율하며, 곤륜파가 광명교로 쳐들어갈 길을 우전에서 책륵으로 돌리려 노력하고 있었다.


내심 우전이 흉수로 의심받지만 않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목표는 더욱 원대했다.

내가 도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그 분야에서 그들과 나의 격차는 뚜렷했다.


“그래 알았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너희 의사를 존중하마.”

“당연히 그러셔야지요.”

“이건 대장이 하실 수 없는 일입니다.”


사십 대의 장우, 십 대의 려사가 부자처럼 똑 닮은꼴로 팔짱을 끼고 말했다.


나는 뜻하지 않게 그들의 지시를 받는 처지가 되었고.

다른 생각을 할 여유까지 생겨서.

광사를 불러 곤륜의 도사가 오는 지 망을 보라 했더니.


“방금까지 망보다 오는 길입니다.”


한심하다는 듯한 말대답이 돌아왔다.

이놈이 마적이었으나 우전의 주민이기도 했다는 것을 잠깐 잊었구나.


“대장께서 아혈은 점해두셨지만 혹시 몰라서요.”

“숨소리도 듣는 고수가 올지도 모르니···”


막야루주와 연하림은 곤륜파의 포로들을 가둬둔 우물 위에 두꺼운 뚜껑을 씌우고 있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민풍으로 피난 갈 준비는 어젯밤에 모두 마쳤다고 했다.


혈겁을 벌인 자리에 깃발을 꽂은 지 이틀.

나는 할 일도 할 생각도 없어져서 잠을 잤다.


꿈에 구파일방 놈들이 왔다고 병장기를 챙기던 천신교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바삐 움직이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꿈에 나는 그들 틈에서 구파일방과 맞섰다. 날 서린 병장기가 그들 머리 위로, 옆구리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냈다.


막았으니 이제 벨 참인데 잠이 깼다.

나는 몸을 뒤척이며 못다 꾼 꿈을 이어보려고 눈을 감았다.


“손님 오십니다!”


광사가 우렁차게 외치는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시야가 넓은 탑리목이었다.

광사는 화경에 이른 고수라도 엿들을 걱정은 없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

삼락객잔을 찾을 손님은 곤륜을 넘은 사람밖에 없음에도, 도사를 손님이라 바꿔 말했다.


난간 아래를 흘겨보니 려사는 비질을 하고 장우는 주방에서 식칼을 갈고 있었다.

싸리비와 식칼이 꼭 백전노장의 병장기처럼 불필요한 동작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 아직은 벨 때가 아니라 막을 때였다.


지켜보지 말라고 숨어있는 걸 알아차릴 고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려사와 장우와 광사까지 으르렁거렸으니 조심, 또 조심하면서.

나는 대들보 위에 몸을 숨겼다.


늘어지라고 하품이 나왔다.



***


광사의 외침이 있고 한 식경이 흐른 후.

등판에 눈꽃 문양을 새긴 말코들이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말코들은 참상을 목격했을 텐데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려사가 핀잔한 대로 문을 걷어차지도 않았다. 심지어 말도 없었다. 다소 서늘한 눈빛으로 객잔을 훑어볼 뿐이었다.


선두에 선 오십 대의 말코는 적어도 청옥신 수준의 고수였다.

일대제자가 인솔한 제자들이 실종되었으니 장로급이 나선 것이었으나.

지금 내 실력이라면 장로급이라도 기척을 숨길 수 있었다.


“곤륜파에서 오셨습니까?”


움츠러든 목, 굽은 허리, 겁먹은 듯 웃는 얼굴.

려사는 점소이란 이런 것이라고 과시하는 듯한 자세로 다가섰다.


“근래 외부인이 있었나?”


근래라···말코답게 꼬투리 잡기 쉬운 애매한 단어 선정이었다.


“한 주 전쯤에 곤륜의 도사님들이 다녀가셨습니다만···”


려사는 고개를 숙인 채 흘끔 말코를 올려보며 말했다.


“그건 알고 있다.”


오십 대 말코가 흘려 말하며 턱짓하자, 뒤에 선 곤륜의 말코들이 객잔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주방에서 칼을 갈던 장우가 칼을 놓고, 주춤주춤 려사 곁으로 다가섰다.


“장숙수로군. 이제 자네가 주인장이 되었는가?”


오십 대 말코가 알은체하자.


“다 도사님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장우가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예상대로 오십 대 말코는 장우를 기억했다. 장우가 주연을 맡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 있었다.


“살림이 퍽 나아지지는 않은 모양인데요?”


주방을 뒤지던 말코가 그리 말하기에, 나는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양고기 네 근, 만두피 백 개, 독주 일곱 병 빼고는 모조리 치워버린 장우의 혜안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세부적인 것까지 완벽하지 않으면 얼굴에 초조함이 묻어날 것입니다’


그리 말한 것처럼 장우의 얼굴에는, 곤륜의 힘센 도사를 마주한 두려움만 떠올라 있었다.

감추는 게 있다는 낌새는 털끝만큼도 내비치지 않았다.


“술병에 묵은 먼지가 없는 걸 보니 근래 선객이 계셨는데요?”

“그···그건 곤륜의 도사분들께서···”


장우는 곤란하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말코 앞에서, 말코를 욕보이는 말이었기 때문인데.


“사문을 벗어나면 그럴 수 있지. 곤륜파는 술을 엄금하는 문파가 아니니.”


오십 대 말코가 주방을 기웃거리는 말코에게 힐난하듯 말했고.


“내가 찾는 외부인은 광명교의 인물일세.”


이어 광명교를 입에 올렸다.


“광명교라면?”

“탑리목 서북부에서 활동하는 교단일세. 천산남로를 통하는 교역품은 모조리 그들의 영역을 지난다더군.”

“아아···들어본 기억이 납니다. 우전은 작고 가난한 곳이라 직접 들르신 적은 없습니다만, 책륵을 오가는 상인들에게서였죠 아마?”


장우는 의문형으로 말을 맺으며 려사를 바라보았다.


“광명교에서 곤륜으로 가는 사람이 꽤 된다고 했는데, 그럼 그 사람들이 광명교 사람들인가?”


려사는 기억이 뚜렷하지 않은 것처럼 뒤통수를 긁적이다가.


“말 타는 무리야···탑리목에는 마적이 들끓고 있으니 적잖게 봤습니다만···깃발을 들고 다니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오십 대 말코의 벌름거리는 콧구멍이 대들보 위에서도 훤히 보였다.


“자세히 이야기해봐라!”


오십 대 말코의 목소리에 노기가 서렸다.


“그···그렇게 말씀하셔도 자세히는 모르는지라···혹시 저희 객잔에 들르시려나 아무리 쳐다봐도 들르시지는 않으셔서···”

“그자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갔느냐?”


오십 대 말코는 본색을 드러내려는지 려사의 멱살을 감아쥐었다.


“채···책륵 쪽이었습니다. 하룻밤 새 오가기는 먼 거리라 기이했던 기억이 나네요···”

“책륵에서 와서 어디로 갔느냐?”

“그 곤륜산자락을 따라 종일 말을 몰다가, 그대로 책륵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곤륜을 넘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여기서 거기까지는 보이지 않는지라···”

“하룻밤 새 오가기는 먼 거리라 하지 않았느냐?”


려사가 목이 졸려 컥컥거리자, 일대제자로 보이는 말코가 오십 대 말코를 제지했다.


“말을 계속하라.”


오십 대 말코가 후우우 콧김을 내뿜고는 말했다.


“저야 사정을 자세히는 모릅니다만···상행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말에 짐을 많이 실었더군요. 제가 아는 것은 거기까지입니다···”


짐이 많으면 거기 말 먹이도 있을 수 있고, 침낭도 있을 수 있었다.

유목 생활은 탑리목보다 곤륜 사람이 더 잘 알았다.

려사가 행간에 숨긴 논리는 틈이 없었다.


“제자들을 모으거라.”


오십 대 말코가 려사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말했다.

일 각이 지나지 않아 말코들이 객잔에 모였다.


모두 아홉 명이었다.

오십 대 말코와, 말코를 보좌하는 일대제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삼십 대의 이대제자였다.

절정고수가 한 명에, 절정에 버금가는 일류고수가 한 명, 일류고수가 일곱 명이었으나.


화전으로 가면 몰살이다.

장로로 보이는 오십 대 말코도 살아 돌아오긴 어려울 것이다.


오십 대 말코는 청옥신을 쓰러뜨렸을 때의 나와 비슷한 실력이었다.

그때 나는 죽을 뻔했고, 지금 광명교의 화전지부는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다 죽으면 곤란한데?

다 죽으면 곤륜파가 또 우전부터 심문하고 들 텐데?

혈겁을 발견한 즉시 본산에 전령을 보냈겠지만, 여기 사정을 아는 누군가도 살아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우전이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삼락객잔 뒤로는 죄 빈집만 있었다더군.”


자리에 앉은 오십 대 말코가, 장우가 따르는 술을 받으며 물었다.


“얼마 전 곤륜의 도사분들이 마적 떼를 벌할 때, 도망친 것이지요.”


소름 끼치게 놀라운 문답이었다.

곤륜파의 도사에게 당한 주민은, 주민이라 칭하지도 못하는구나.

곤륜파의 제자가 애먼 주민을 핍박할 리가 없으니까.


우전에서 곤륜파의 손에 당한 사람은 주민이 아니라, 모두 마적이어야만 했다.

짧은 문답 속에 대를 이어온, 곤륜파와 우전의 관계가 모두 담겨 있었다.

백이십 년 전 아미, 청성과 천신교의 유사한 관계가 짧게 머릿속을 스쳤다.


“마적 놈들이 어찌나 날뛰던지 객잔 안에서까지 소란이더군요. 저도 크게 다칠 뻔했습니다.”


장우는 매도 먼저 맞는다고 책잡기 전에 다친 사실을 털어놓았다.

객잔에서 발견될지 모르는 혈흔과 집기가 부서진 흔적에 근거까지 세웠다.


“쯧쯧. 객잔에서는 싸우지 않는 것이 곤륜과 우전의 오랜 불문율이거늘.”

“그러게나 말입니다. 몹쓸 놈들.”


장우가 제 잔에 술을 채우고 보란 듯 쭉 비웠다.

오십 대 말코가 그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피식 웃고는 제 잔을 비웠다.

이어 말코들이 잔을 비워대기 시작했다.


“적당히들 목만 축여라. 오늘 우리는 본산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장우가 눈을 번쩍이고는 오십 대 말코의 잔을 채웠다.

오십 대 말코가 장우의 잔을 채웠다.

장우가 황송하다는 듯 두 손으로 술을 받았다.


“외람된 말씀입니다만···멀찌감치에서 늘 곤륜을 가슴에 품고 산 졸자로서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비장하기까지 한 공손함이었다.


“말해보게.”


오십 대 말코는 속이 타는지 금방 잔을 비웠다.

장우는 쏜살같이 말코의 잔을 채웠다.


“광명교를 약하게 보지 마십시오.”

“뭐라고?”


오십 대 말코가 눈을 가늘 게 뜨며 장우를 노려보았으나, 장우는 허리를 곧추세우고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러니 짧게 보지 마십시오. 제가 드리는 말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오십 대 말코는 한참 장우의 곧은 눈을 노려보더니.


“자네는 어찌 내 마음이 경동하는 모습을 알아차렸나 보군. 산에 올라야 산을 알 수 없듯, 자네는 도사가 아니지만 도사나 다름없네.”


깊게 웃고는 일대제자를 불렀다.


“이대제자 중에 무공수위가 떨어지는 둘을 골라, 본산에 오늘 일을 상세하게 고하게 하라.”

“알겠습니다.”


일대제자가 포권해 보였다.


걱정이 무색하게, 소리 없는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게.

완벽한 마무리였다.



***



장우와 려사는 남은 양고기를 모두 구워 곤륜의 제자들을 배불리 먹였다.

만두는 가는 길에 먹으라고 포장해주고 늦은 오후, 노을빛을 타고 멀어져가는 말코들을 오랫동안 전송했다.


“미친놈들. 객잔을 거덜 내고 돈 한 푼 안 내고 가네.”


장우와 려사가 객잔으로 돌아오자 광사가 툴툴거렸다.


“죽으러 가는 놈들 노자에 보탰다고 생각합시다. 저놈들이 다 죽을 것으로 생각하니 분하지만은 않습니다.”


장우가 힘없이 미소지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연기였다고 칭찬하고 싶은데, 가슴이 먹먹해 그럴 수가 없구만.”


내가 들보에서 뛰어내린 후 말했다.


“숨어계셨습니까?”


려사가 핀잔했다.


“깃발이 무슨 색이었는지도 알려주셨어야죠. 얼마나 진땀 뺏는 줄 압니까!”


려사가 흥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순순히 려사의 구박을 받아들였다.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려는 것이었으니까.


“대장님.”


장우가 내게 물었다.


“오늘은 한잔해도 괜찮겠지요?”


일대적수를 쓰러뜨린 장우였기에 책륵으로 떠나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코들이 죄다 술을 처먹어 버렸잖냐.”


그래서 그리 둘러대는데.


“저 삼락객잔주 장웁니다. 말코들의 칼부림을 다섯 번도 넘게 봤었다구요.”


장우가 터덜터덜 주방으로 걸어가더니, 덜컹 바닥을 뜯었다.


“술은 여기 많아요. 양고기도 만두도 있지요. 우전에서 객잔하려면 이 정도는 필수입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 말하듯 장우가 어깨를 으쓱 너스레를 떨었다.


“막야루주와 연하림을 불러라.”


차마 뺄 수가 없는 상황.

마실 수밖에 없겠지만.

늦더라도 오늘 밤에는 책륵으로 떠나야 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공으로 술을 몰아내야 할 것 같은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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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 웃지 21.03.21 82 2 14쪽
35 35화. 검법이 뛰어나길래 누가 만든 거냐고 물었더니 21.03.20 91 1 12쪽
34 34화. 어머니가 된다면, 그때는 알 수 있을 것이오 21.03.19 90 1 17쪽
33 33화. 갱도에서 열흘 굴렸더니 노인네가 더위를 먹었나 21.03.18 84 1 16쪽
32 32화. 뜻이 있으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 21.03.17 95 1 18쪽
31 31화. 불자나 의원이나 그게 그거니 의원을 하시오 21.03.16 100 1 14쪽
30 30화. 어린 놈 고민을 들어주었더니 죽이려 드네 21.03.15 108 1 21쪽
29 29화. 부자연스러운 그림을 연출할 수밖에 없었다 21.03.14 102 1 15쪽
28 28화. 네가 약한 게 아니라 내가 엄청나게 엄청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다 21.03.13 112 1 16쪽
27 27화. 나는 도사, 스님, 미륵, 전주, 광명신, 대장이다 21.03.12 137 1 14쪽
26 26화. 누가 새겨놓았는지 보통 앙금이 아니었다 21.03.11 121 2 16쪽
25 25화. 작명가가 바로 옆에 있었다 21.03.10 129 2 14쪽
» 24화. 연기가 아니라 대를 이어온 삶 그 자체였다 21.03.09 143 3 15쪽
23 23화. 차도살인의 계략을 짰다 21.03.08 150 2 15쪽
22 22화. 광사를 한 번 따라해 봤다 21.03.07 162 2 16쪽
21 21화. 차가운 설련을 가져왔는데 왜 21.03.06 174 1 14쪽
20 20화. 곤륜산맥의 정상에 오르다 21.03.05 186 1 15쪽
19 19화. 살아있는 불이 되었더니 +1 21.03.04 177 3 16쪽
18 18화. 실전은 언제나 예상과 다르다 +1 21.03.03 172 3 13쪽
17 17화. 보물을 가지고 도망칠 계획을 짰다 +1 21.03.02 197 2 14쪽
16 16화. 알고 들어간 함정이 매서운 것은 알겠는데 +1 21.03.01 225 2 12쪽
15 15화. 원래는 반땅하려고 했었다 +1 21.02.28 228 2 15쪽
14 14화. 안 아파. 베여도 안 아파 +1 21.02.27 220 2 16쪽
13 13화. 합공은 연습할 수 없었기 때문에 +1 21.02.26 243 2 15쪽
12 12화. 머릿속에서 은을 꺼냈는데 금이 된 사연 +1 21.02.25 300 2 14쪽
11 11화. 예의 바른 놈, 취한 놈, 속은 놈 +1 21.02.24 291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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