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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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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마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바샄
작품등록일 :
2021.02.09 03:34
최근연재일 :
2021.03.23 12:15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1,493
추천수 :
103
글자수 :
257,960

작성
21.03.0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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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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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9화. 살아있는 불이 되었더니

DUMMY

어림잡아 백오십 보.

단령궁 탁현과 나 사이의 거리였다.

별호에 ‘궁’이 들어갈 법하게 그 거리에서 화살은 정확하게 내 몸통을 노려왔다.

손에 든 활이 제 것이 아니었기에 흔들리는 말 위에서 쏘는 것이었기에, 쳐낼 만은 했지만.


내력 소모가 적지 않았다.

신공을 활용하진 않았으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손해는 기분 나쁜 법.

화살통이 비면 말겠거니 기대가 무색하게, 탁현의 옆으로 다가선 광명교의 무사가 제 화살통을 건네었고.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어 활에 화살을 메겼으나···


-푸슈우웅!


첫발은 창공 속으로.


“모른다! 저놈 활 쏠 줄 모른다!”

“접근하라! 접근해도 좋다!”


반가운 얼굴.

화일과 화이가 시뻘건 얼굴로 말을 달려왔다.

텁석부리, 화삼이 죽었다는 말은 들었겠지.


그놈은 배신자잖아.

광명교의 보물을 제 사내와 맞바꾸려고 한 놈이니, 그리 열 낼 것은 없다고.


-푸슈웅 푸슈웅!


화살 한 발씩을 쏴주었으나 헛발.

대신 말머리가 흔들릴 정도의 위협은 됐다.

백 보 안이면 얼추 근처에 떨어질 정도는 쏠 수 있었으니.


-푸슈웅 푸슈웅!


오십 보 안으로 들어서자 내 화살은 칼을 휘둘러 쳐내야 할 정도가 되었다.


“화살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라!”


멀찌감치 탁현의 뒤에서 청옥신이 소리쳤고.

화일과 화이의 접근이 오십 보에서 멈추자, 나도 활시위를 놓지 않았다.


맞출 만한 거리로 들어오면 쏜다.

팽팽하게 당긴 활시위로 시위만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탁현의 화살은 머리 위로 떨어졌고.

손이 모자란 나는 시위를 당긴 활로 화살을 쳐내며, 궁술 공부를 하고 있었다.

활에 관해서는 일타강사까지는 못 되어도 한···

삼타강사 정도는 될 법한 탁현의 지도에 맞추어.


화일, 화이. 탁현, 청옥신.

다섯 발 남은 화살로 남은 네놈의 말을 못 쓰게 하려고.


화일, 키다리 놈의 울분 섞인 외침처럼 내 마상 활 솜씨는 나쁘지 않았다.

단궁이 장궁이 되니까 힘 조절이 어려웠던 것뿐.


“맞았다!”


탁현의 화살 한 대가 등판에 꽂혔다.


“잡아라!”


청옥신이 일갈했다.

화일, 화이의 말이 오십 보 내로 들어섰다.


말 타본 지 며칠이나 됐다고 내 기마술로는 놈들의 말을 떨어낼 수 없었다.

그렇다는 것을 나는 이놈들과 싸우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뭐겠어?

한 대 맞을 각오로 등판에 내력을 집중해 뒀다.

화살은 뼈를 꿰뚫지 못하고 피륙에서 멈췄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이놈들아 함정이다!

이놈들아 이게 연륜이라는 거다!


나는 말 위에서 홱 허리를 꺾으며 그리 말하고 싶었으나.

낭비할 내력은커녕 기력도 없어 그저 환하게 웃는 낯만 보여주었다.


-퓽! 퓽!


화살 두 발이 화일과 화이의 말을 맞췄다.

노린 대로 머리가 아니라 목 아랫부분이었으나 충분했다.


“아···아닛!”

“이···이런!”


두 말이 뒤처진다는 것을 백 보 뒤의 탁현과 청옥신이 눈치채기 전에.


-퓽! 퓽!


탁현의 말에 한 발.

청옥신의 말에 한 발···


“어림도 없는 짓!”


청옥신이 두 대를 다 쳐내고 그리 말하는 사이···


-퓽!


마지막 한 발이 탁현의 말 머리에 꽂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데 입을 열다니 청옥신은 아직 어렸다.


그러나 도망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빌어먹을 사방이 탁 트인 탑리목.


좌측 지평선에서, 우측 지평선에서 자욱한 흙먼지가 가까워져 왔고.

나를 뒤따르는 청옥신과 자연스럽게 포위망을 형성하는데.


화살은 없고 내력은 바닥이고 머리통이 뜨뜻해서, 달리는 말이 가르는 바람이 열풍처럼 느껴졌다.


궁술을 잘 모르고 무작정 내공만 실어 쏘느라 내력 손해가 컸다.

탁현 저놈을 잡아다가 궁술을 좀 빼 와야 하는데.


연구전에는 왜 궁술을 다룬 무공절기가 없었을까.

강호인들은 왜 궁술을 등한시할까.


여기서 살아남으면 궁술부터 연구해야겠다.

살아남으면···

살아남으면···


-푸히히힝!


말이 고꾸라지길래 나자빠졌다.


일어날 힘은 없고 세차게 고개만 흔들었다.

흐리멍덩하던 초점이 바로잡히며 보이는 것은.


이제부터는 말 타고 못 간다.

그리 말하는 듯한 바위산.

곤륜산이었다.



***



천신보. 천신보. 천신보.

머릿속으로 그리 읊조리며 산을 기어올랐다.

야트막한 평지를 찾아 가부좌를 틀었다.


“저놈 뭐하냐?”

“가부좌를 틀었는데요?”

“운기조식하는 것 같은데요?”


곤륜산은 바위산.

어지간히 기어 올라가지 않으면 아래에서도 훤히 보인다.


“곤륜파의 영역으로 들어오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시오.”


그렇게만 말하고 다시 운기조식은 하는데.

집중하기가 어렵다.

한쪽 귀를 열어두고 반쪽짜리 운기조식을 할 수밖에 없다.

까딱하면 주화입마에 빠질 위태위태한 상태.


-핑!


화살이 옆구리를 긁고 지났다.

무리하게 중단한 운기조식은 내 상태를 주화입마의 목전까지 가져다 놓았다.

나는 온몸에서 솟구치는 열기를 느끼며 다시 천신보를 펼쳤다.


이제는 못 쫓아오겠지.


그럴 만한 높이까지 올라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한쪽 귀를 열어둘 여유는 없었다.


-퍽!


화살이 가슴에 꽂혔다.

태양절맥의 육신, 산 아래에서 쏜 화살.

두 가지 다행한 사실로 목숨은 건졌으나, 주화입마에는 발을 딛고 말았다.


-뻐어억!


옆구리에 청옥신의 일장이 꽂혔다.

신발 밑창이 주르르 끌리며 뒤로 밀려나, 바위에 등을 처박았다.


-쩌저적!


바위로 절반의 내력은 흘려냈으나 절반만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장력이었다.


“곤륜파가 무섭지 않은가?”


위협에도 불구하고.


“곤륜산이 얼마나 넓은데 여기까지 도사가 나타나겠는가. 자네를 빨리 처리하고 돌아가면 별일은 없겠지. 나는 자네를 빨리 처리할 자신이 있네.”


청옥신이 다시 일장을 뿌렸다.

태극권을 응용한 무공으로 되돌려주었다.

상단전으로 무리하게 내공을 운용해야 했기에 머릿속에 태양절맥의 양기가 스며들었다.

나는 다시 튕겨 날아갔으나 청옥신도 꿇기 직전까지 무릎이 구부러졌다.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않겠어?


나는 청옥신의 장력을 빌어 산을 오르는 키다리, 화일의 면전에 다가섰다.

화일의 머리 위로 천신수가 흐드러졌고, 화일이 혼란한 사이 천신권 한 방이 아랫배에 꽂혔다.


“오면 죽입니다.”


나는 화일의 목을 움켜쥔 채 위협했다.


청옥신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투로를 방해하려고 밀어낸 화일을 어깻짓 한 번으로 피해냈다.


-쩡!


일장이 맞부딪히고 나도 청옥신도 세 보를 물러섰다.


“이 해괴한 무공도 곤륜파의 절학인가?”


청옥신의 입가에 혈흔이 비쳤다.

내 혓바닥에서도 비릿하게 피 맛은 났으나, 청옥신의 장력을 되돌려주는 것이 점점 쉬워지고 있었다.


“아니. 곤륜이 알 턱 없는 무공이지.”

“인제 와서 곤륜의 도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인가?”

“인제 와서 돌려주면 물러가겠나?”


나는 품속에서 일품옥을 꺼내 보이자 청옥신의 푸른 눈이 가늘게 빛났다.


“말이 짧군.”


어린놈이···


“네놈이 더 짧다.”


청옥신이 일 장이 내 가슴팍에 떨어졌으나 뒤로 튕겨 난 것은 오히려 청옥신이었다.


“이···이게 무슨···”


동어반복 그만 듣고 싶어서, 청옥신의 머리 위로 천신수를 펼쳐놓았다.

그리고 당연한 듯, 그 사이를 꿰뚫는 천신권 한 방!


묵직하다.


청옥신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화일에게 전개한 손속을 봤겠지만, 위력도 속도도 변화도 차원이 다르다.


내가 이 정도라고.

이게 내 전력이라고.


큰소리로 외치고 싶었으나 입을 열진 않았다.

입을 열면 그대로 혀가 타들어 갈 것 같아서.


산자락 아래로 드넓은 탑리목이 한눈에 들어왔다.

등 뒤로 곤륜산의 험준한 산맥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저편으로 철새 한 떼가 날아가는 감각이 느껴졌다.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 뜨거운데 머리만 차게 가라앉았다.

다시 태어나서 다행이다.

무공을 익혀서 다행이다.

그러한 고양감이 전신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태양절맥의 양기가 내부에서부터 육신을 불태우며, 억지로 절정의 경지를 열어놓았다.

2단계에 이르지 못한 신공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폭주.

다시 한번 화마 속의 죽음을 약속한 신세.


전생처럼 죽음이 서럽지는 않았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광풍단주를 어떻게 생각하나?”


무릎은 꿇었으나 승부가 난 건 아니라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일어서는 청옥신에게 물었다.


“필요악이었지.”

“악이라는 것을 알고도 방관했다고 이해해도 좋겠나?”


-패앵!


등판을 노려오는 화살을 잡아챘다.

어느 틈에 능선 위로 올라선 탁현이 쏘아낸 것이었다.

탁현의 화살을 잡아채자 조심조심 접근하던 광명교 인물들이 멈추어섰다.


“그리 큰 악행이었다고는···”

“탑리목의 사정을 아나? 작은 갈취로도 사람이 굶어 죽을 수 있는 황량한 땅이 탑리목이다.”

“인제 와서 그게 뭐가 중요한지?”

“네가 죽일 놈인지 아닌지 묻는 것이다. 나는 마교도가 아니니.”

“마교도?”

“너는 보물이 나는 땅에서 마적단과 호형호제했으니 죽을 놈이다.”


죽이겠다고 선언하였으니 더는 대화를 섞을 이유가 없었다.

청옥신이 일장을 뻗어왔고 나도 일장으로 응수했다.

내력에서는 여전히 청옥신이 우위였지만 손속의 깊이는 비교할 수 없었다.


뒤로 튕겨 난 것은 내 쪽이었으나, 청옥신은 어깨가 터져나갔다.

손해는 청옥신이 컸다.

허공 너머를 때리는 격공장을 응용한 천신장만의 비법을, 절정의 경지에서 어설프나마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또 무슨···”


말이 이어지기 전에 또 한 번의 격돌.

이번에 터져나간 곳은 옆구리.

청옥신은 내력만 고강하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으나.

손바닥을 맞대면 다른 곳이 터져나간다는 것은 알았다.


청옥신은 요리조리 내 손바닥을 피해 다녔다.

꽉 막힌 정파 놈과는 다르게 물러난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는 않았다.


청옥신의 팔꿈치가 등판을 찍어왔다.

화전지부를 야바위로 맡은 것은 아닌 듯 공격을 되돌려줄 수 없는 약점을 제대로 예상했다.

나는 앞으로 굴러 충격을 줄이며 자세를 다잡았으나 청옥신의 일장이 면전까지 다가와 있었다.


잡았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일장은 받고 가슴께에 천신권을 처먹여 주려고 했는데.


일장을 때린 청옥신이 훌쩍 뒤로 물러났고 희게 빛나는 천신권의 권기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도저히 약관을 갓 넘은 실력은 아니로군.”


어느새 멀찌감치 물러선 청옥신은 여유가 있었다.


“실력도 실력인데 손속이 감히···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고절하군. 자네가 아까 말한 것처럼 곤륜파의 도사가 아니라면 광명교에 드는 것은 어떤가? 자네가 본교에 끼친 피해는 책잡지 않겠네.”


나는 접근하여 천신권을 뿌려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설혹 자네가 곤륜파의 도사라고 해도 마찬가지일세. 자네 같은 위인을 본교에 침투시킬 정도면 곤륜파도 다 된 게지. 아니면 천하를 통째로 오시할 수준이던가.”


청옥신은 내 공격을 피하기만 하며 말을 이어갔다.

청옥신의 무공은 공수전환이 빠른 특징이 있었다.

발은 따라잡겠는데 공격을 박아넣기가 어려웠다.

그러니 청옥신도 맞붙기는 어려워도 피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자네 품에 있는 화전의 보물을 내가 독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자네 정도의 재능이면 본교를 이끄는 교주가 될지도 모를 일이야. 이래도 계속 주먹질을 할 텐가?”


하나 잊고 있군.


-뭉클


나는 복숭아뼈에서 피어오른 뭉게구름을 딛고 뛰었다.

전처럼 착지가 엉성하지 않아서, 박치기할 일은 없었다.

뭔가 조잘거리려던 청옥신이 입을 꾹 다물고 몸을 날렸다.


삽시간 십여 보를 달아나는데.

어림없지.


소림에서 오해할 만도 한 천신권이 권기가, 열 보를 날아 청옥신의 등판에 꽂혔다.


“끄으읍!”


청옥신이 땅을 굴렀다.

천신권 연타를 먹여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야가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머리가 지끈거리기는커녕 상쾌한 것이, 이미 요단강을 건너고 있는 것 같은데.

마지막 싸움일 게 뻔한데!


기습공격으로 끝내기는 그렇잖아.

아쉽잖아.


이렇게나 불타오르는 싸움인데.

조금 있으면 진짜 불타오를 것 같은데!


“도망가지 마. 맞서 싸워.”


그래서 그리 말할 수 있었다.


“나 안 죽이면 네가 죽는다고.”


오라고 손을 까딱거릴 수 있었다.


“이 자식이이이!”


노호를 터뜨리며 청옥신이 달려들었다.


이후로 얼마나 싸웠는지는 모른다.

오래 싸웠다는 것은 안다.


나는 곤륜의 장로에 비견되는 광명교의 청옥신과 막상막하로 싸웠다.

청옥신의 표정이 바쁘게 희노애락을 넘나들었다.

아마 내 얼굴도 그랬을 것이다.


청옥신이 내 손에 쓰러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둘 다 대자로 뻗어 숨이 넘어가기 직전인데, 먼저 죽는 쪽이 진 거로 하기도 우습고.

비겼다고 할까?

그러긴 또 아쉽고.


죽는 마당에···


나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어느새 모인 광명교의 인물들이 넋 빠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불이···몸에서 불이 나십니다만?”

“괘···괜찮으신지요? 도사님?”


괜찮지 않아.

나른하니 졸린 데 눈을 감으면 그대로 죽을 테니까.


“이래 봬도 아직 안 죽었는데 안 덤빌 거냐?”


말끝마다 불길이 훅훅 뿜어졌다.

진짜로 숨결에 불이 붙었다.


오라고 손끝을 까딱거리는데도 불길이 화륵화륵.

옷가지가 불타고 등판에 가슴팍에 꽂힌 화살마저 타들어 가는데, 신기하게도 피부가 타지는 않는다.

신공이 최후의 항쟁 중인가.


모르겠다.


졸릴 정도로 뜨거울 뿐, 몸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조차도.


“마···말씀을 하신다···불 속에서···마···말씀을···과···광명신(光明神)이 현신하셨다···”


탁현이 내 앞에 넙죽 엎드렸다.

눈치 보던 몇 명이 따라서 엎드렸다.


“그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인가. 광명신이라니!”

“하늘을 걸어야 광명신일지니!”


광명교의 인물들은 삽시간 두 패로 나뉘어 옥신각신했다.

싸우든지 말든지 곧 죽을 테고 청옥신보다 약한 저놈들과 싸울 마음은 들지 않았다.

한꺼번에 다 덤벼들면 또 몰라도.


“이제 각성하신 게다! 곧 하늘을 걸으시겠지!”

“그러니 광명신이 아니라는 게야!”


근데 왜···

안 죽지?


잠을 자볼까?

아니···아니지···


하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일동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펑펑펑펑


구름을 네 번 연이어 밟으니 얼추 하늘을 걷는 느낌은 나는데.

지금으로서는 거기까지가 한계였고 착지도 우스꽝스러웠지만.


“하···하늘을 걸으셨다아아아앗!”

“과···광명신이시여!”

“몰라봤나이다! 의심했나이다!”


이놈들의 눈깔이 돌아가기에는 충분했나 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저리 우러러보는 시선을 받고 있자니, 벌거벗은 몸이 불타는 것도 상관 않고 가슴이 쫙 펴지는데.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잖아?


“미혹에 빠지지 마라. 의심하지 마라. 화전을 압제하던 청옥신은 죽었다. 광명신의 걸음은 사해 만방을 도탄에서 구해내는바. 이웃한 책륵이 굶주리는 것을 지켜만 보지 말라. 탑리목에서 마적 떼가 준동하게 두지 말라.”


대가리를 처박은 놈들이 어깨를 부르르 떠는데.

이게 말로만 듣던 광신도인가?


“그럼 가거라! 가서 내 명을 받들어라! 오래 지나지 않아 내 광명교의 총단을 찾을 것인즉!”


광명교의 인물들이 미친놈처럼 산을 달려 내려가는지, 굴러떨어지는 것인지···


그래도 저놈들은 착하게 살겠지.

무려 광명신을 대면한 놈들이니까.


죽기 전에 좋은 일 했다.


아니···

아직도 안 죽었다.


그러니 나는 걸음을 옮겼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신발까지 불타버려 맨발로 돌을 밟으며.


추운 곳으로, 더 추운 곳으로.

이 불이 꺼지고 내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등산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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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서열 정리도 시킬 겸 21.03.22 79 1 13쪽
36 36화.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 웃지 21.03.21 82 2 14쪽
35 35화. 검법이 뛰어나길래 누가 만든 거냐고 물었더니 21.03.20 91 1 12쪽
34 34화. 어머니가 된다면, 그때는 알 수 있을 것이오 21.03.19 90 1 17쪽
33 33화. 갱도에서 열흘 굴렸더니 노인네가 더위를 먹었나 21.03.18 84 1 16쪽
32 32화. 뜻이 있으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 21.03.17 95 1 18쪽
31 31화. 불자나 의원이나 그게 그거니 의원을 하시오 21.03.16 100 1 14쪽
30 30화. 어린 놈 고민을 들어주었더니 죽이려 드네 21.03.15 108 1 21쪽
29 29화. 부자연스러운 그림을 연출할 수밖에 없었다 21.03.14 102 1 15쪽
28 28화. 네가 약한 게 아니라 내가 엄청나게 엄청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다 21.03.13 113 1 16쪽
27 27화. 나는 도사, 스님, 미륵, 전주, 광명신, 대장이다 21.03.12 137 1 14쪽
26 26화. 누가 새겨놓았는지 보통 앙금이 아니었다 21.03.11 122 2 16쪽
25 25화. 작명가가 바로 옆에 있었다 21.03.10 129 2 14쪽
24 24화. 연기가 아니라 대를 이어온 삶 그 자체였다 21.03.09 143 3 15쪽
23 23화. 차도살인의 계략을 짰다 21.03.08 150 2 15쪽
22 22화. 광사를 한 번 따라해 봤다 21.03.07 162 2 16쪽
21 21화. 차가운 설련을 가져왔는데 왜 21.03.06 174 1 14쪽
20 20화. 곤륜산맥의 정상에 오르다 21.03.05 187 1 15쪽
» 19화. 살아있는 불이 되었더니 +1 21.03.04 178 3 16쪽
18 18화. 실전은 언제나 예상과 다르다 +1 21.03.03 172 3 13쪽
17 17화. 보물을 가지고 도망칠 계획을 짰다 +1 21.03.02 197 2 14쪽
16 16화. 알고 들어간 함정이 매서운 것은 알겠는데 +1 21.03.01 225 2 12쪽
15 15화. 원래는 반땅하려고 했었다 +1 21.02.28 228 2 15쪽
14 14화. 안 아파. 베여도 안 아파 +1 21.02.27 220 2 16쪽
13 13화. 합공은 연습할 수 없었기 때문에 +1 21.02.26 243 2 15쪽
12 12화. 머릿속에서 은을 꺼냈는데 금이 된 사연 +1 21.02.25 301 2 14쪽
11 11화. 예의 바른 놈, 취한 놈, 속은 놈 +1 21.02.24 291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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