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시우파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를 죽일수 있을까? (사신무황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시우파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7
최근연재일 :
2023.01.27 21:03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233,303
추천수 :
3,438
글자수 :
1,033,004

작성
22.10.05 08:00
조회
973
추천
14
글자
11쪽

정사(情事)

DUMMY

장백파 원로들과 인사를 마친 일행들이 향한 곳.


이곳에 온 목적이지만 진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봉분들 앞에 드디어 도착한 이들. 이곳까지 오느라 무척이나 긴 길을 걸어온 것 같았다.


“흑...흑”


긴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사신각 제자들은 마치 방금 죽음을 알게 된 것처럼 숨죽인 채 오열하거나 목 놓아 울었다.


장백파의 제자가 아닌 설연화조차 두 눈에서 물방울들이 나와 궤적을 그리며 뺨을 스쳐 지나가니 봉분들의 앞은 슬픔들로 가득 찼다.


사부이자 아버지, 형제 같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리고 그 슬픔은 이 사태의 원인, 흉수들에 대한 분노로 바뀌기 시작했다. 말로만 들었을 때와는 다르다. 이렇게 직접 봉분들을 보니 그들의 가슴 안에서는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


밤이 되었다. 제자들은 모두다 김취려가 안내한 곳으로 가 잠을 청했다. 그리고 남은 두 사람. 바로 위광과 설연화다.


“해동검제님께 가는 것인가요?”


위광이 아무 말 없이 걷기 시작하자 설연화가 그 옆에 서서 물었다.


“맞소.”


위광과 설연화는 백운암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짧지 않은 거리이지만 두 고수의 발걸음은 웬만한 성인이 뛰어가는 것보다도 더 빨랐다.


반시진도 되지 않아 도착한 곳. 바로 백운암 앞에는 여전히 장백신군의 묘가 있었다. 위광이 묘 앞에서 절을 했다. 그리고 설연화도 위광과 마찬가지로 장백신군의 묘에 절을 했다.


“······”


위광은 한 동안 장백신군의 묘 앞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습니다. 아직 제 일을 끝내지 못했지만 이 여자와 함께 헤쳐 나가고 싶습니다.”


위광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설연화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장백신군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 그리고 위광의 마음에 대한 기쁨이 함께 했다.


“해동검제님. 저 연화입니다. 장공자와 함께 할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 험난한 길이겠지만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목숨을 걸고 위광을 지켜낸 설연화다. 위광은 모든 것을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마음들이 위광의 행동에 투영되었다. 설연화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는 위광. 고개를 숙인다.


“많은 것이 부족한 나요. 그리고 내가 헤쳐나갈 길은 그 누구보다 험난 할 것이오. 그렇지만 나와 함께 해주시오. 내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겠소.”


위광의 고백에 설연화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위광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안았다.


“사랑해요.”


설연화의 한마디. 그 말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설연화가 위광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위광이 설연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도 사랑하오.”


둘은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얼마 멀지 않은 거리. 장백신군과 위광이 함께했던 집을 향했다.


방안은 예전 그대로였다. 변한 것이 있다면 뽀얗게 쌓여 있는 먼지들뿐.


위광과 설연화는 간단히 집안을 청소했다. 청소가 끝나자 시간은 깊은 밤이 되어 있었다.


이제는 자야 할 시간. 위광이 이불 몇 겹을 겹쳐 바닥에 깔자 설연화가 발걸음을 그곳 앞으로 향했다.


무엇인가 어색한 기류가 흘렀지만 설연화는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저 위광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설연화.


위광의 눈에 들어온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위광이 손을 들어 그녀의 뒷목을 향했다.


‘두근두근’


두 사람 다 심장의 떨림이 크게 느껴졌다. 무공의 고하와는 상관없다. 서로에 대한 감정을 느꼈고 그것들을 처음으로 재차 확인하려 한다. 떨리지 않을 사람은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위광의 입술이 다가왔다. 설연화는 피하지 않고 두 눈을 감았다. 촉촉한 그녀의 입술이 위광의 입술과 닿았다. 그리고 뒤이어 느껴지는 위광의 혀. 설연화의 입술이 열리고 위광과 설연화의 혀가 뒤엉켰다.


‘쿵쾅쿵쾅.’


서로의 심장이 미칠 듯 뛰었다. 너무나도 황홀한 기분에 정신까지 혼미해질 정도다.


이번에는 위광의 손이 설연화의 어깨를 향했다.


그녀의 옷깃을 부여잡는 위광. 순간 설연화가 움찔했으나 이내 모든 것을 위광에게 맡기겠다는 듯 그의 손이 자유로이 움직이도록 가만히 뒀다.


서로의 입술이 잠시 떨어졌다. 거칠어진 호흡. 내가고수인 둘에게도 입맟춤의 시간은 심장을 더욱 빠르게 움직일 뿐이었다.


설연화의 상의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부끄럽지만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오히려 위광에게 다가가 다시 입맞춤을 하는 설연화.


이번에는 설연화의 손이 위광의 옷깃을 잡았다. 그의 상의가 벗겨지자 탄탄한 상체가 드러났다.


설연화가 그의 몸을 신기하듯 바라봤다. 넓은 가슴과 굴곡진 복근들, 딱 벌어진 어깨는 남자로서의 강한 매력을 발산했다.


설연화의 눈이 위광의 하단전을 향했다. 예전 부상을 당해 정신을 잃고 송화강에서 장백신군에게 구명의 은을 입었다고 들었다.


그때 입었을 것 같은 상처. 위광의 하단전 부근에는 커다란 흉터가 남아 있었다.


설연화의 얼굴이 밑을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은 곧 위광의 흉터를 덮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그의 고통을 없애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녀의 입술은 흉터에 머물렀다.


짜릿한 느낌. 위광으로서는 점점 사고를 잃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위광이 설연화를 번쩍 들어올리고는 그녀를 이불 위에 눕혔다.


흥분과 두려움, 그리고 놀라움이 교차하는 둘의 마음.


위광이 남아 있는 설연화의 모든 옷을 벗겨 던졌다. 서로를 애무하며 모든 것을 맡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믿음과 마음이다.


순간 위광의 눈이 설연화의 눈을 바라보며 허락을 구한다.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이는 설연화.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마땅히 가져야 할 본능들이 서로의 몸을 통해 발산된다.


삼생(三生)의 연(緣). 하늘이 내려준 서로의 짝을 통해 천리를 배운다. 음과 양이 하나가 되듯, 그렇게 둘은 하나가 되었다.


******


“이게 바로 그때의 상처죠?”


위광이 자신의 복부 밑 부분을 바라봤다.


“맞소. 사부님이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 자리에서 죽었겠지.”


“그럼 이 흉터는?”


설연화가 이제는 거의 희미해졌으나 아직은 그 자국이 남아 있는 가슴팍의 상처를 가리켰다.


“해남도에서 도철에게 입은 상처요.”


설연화가 위광의 상체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생각보다 다친 적이 많네요? 그렇게 강하면서···”


“아직은 멀었소.”


위광의 담담한 대답. 딱딱한 말이었지만 설연화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저 걱정과 함께 미소로 위광을 바라봤다.


“해동검제님과의 생활은 어떠셨어요?”


위광의 모든 것이 궁금한 설연화였다.


“그저 수련들만 했을 뿐. 말할 것이 별로 없소.”


“그래도 이야기해줘요. 네?”


설연화가 위광의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매혹적인 목소리에 위광은 다시 한번 짜릿한 느낌을 받았다.


어쩔 수 없이 시작되는 위광의 이야기. 말솜씨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는 천천히 장백신군과의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풀어가기 시작했다.


위광이 모든 이야기를 끝마치자 설연화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위광에게 말했다.


“해동검제님의 소식을 들고 왔을 때··· 제가 많이 미웠겠어요.”


“그렇지 않소. 다만··· 그 천마라는 자가 대체 얼마나 강하길래 사부님이 저리 되셨는지 믿을 수가 없었소.”


“그 자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장공자님이라면··· 꼭 이겨낼 수 있을 거에요. 저도 옆에서 도울게요.”


힘이 되는 한마디. 그녀가 있기에 더욱 강해지리라 마음 먹는 위광이었다.


“그런데 예전의 일들은 전혀 기억이 안 나시는 거에요?


설연화의 물음에 위광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이내 마음먹었다는 듯 그녀에게 말하는 위광.


“사실 꿈을 꿀 때가 있소. 악몽이지. 이 꿈은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소.”


“얘기해줘요.”


“이 이야기를 듣고 당신이 나를 미워하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겠소.”


위광이 자신의 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설연화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장공자님이?”


위광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묻는 설연화의 목소리에는 놀람이 가득 섞여 있었다.


“꿈이기에 확실치는 않지만 내가 검마였던 것 같소.”


“그럼 장공자님의 얼굴을 한 그 자가?”


“그 자가 지금의 검마겠지.”


“어찌 그런 일이...”


현 무림의 최대 적. 육마 중 하나인 검마가 위광이었다니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설연화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장공자님이 검마 일리는 없어요. 그땐 이미 이곳 장백에 있었을 테니.”


“하지만 내가 패천궁의 검마였다는 것은 변함이 없소. 내가 만약 그 당시에 악행을 저지르던 사람이었다면?”


“설령 그렇더라도 기억을 잃고서 장공자님은 올바른 길을 가고 있어요.”


“기억을 잃었다 해서 과거의 일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오.”


“패천궁은 정대한 문파였어요. 비록 지금은 변절했다지만 육마련이 발호하기 전 까지는 적어도 그랬죠.”


이미 사랑에 빠져 있는 설연화다. 어떤 것이 진실이든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의 위광이었다.


“패천궁은 장백의 원수요. 난 내 기억이 돌아오더라도 그들을 향한 검을 절대 돌리지 않을 것이오. 그것은 다른 육마련도 마찬가지. 다만...”


“다만?”


“내가 기억을 잃기 전 악행을 저지르던 사람이라면 어찌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소. 모든 것을 끝냈을 때 나 또한 스스로 끝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지.”


위광의 말에 설연화의 얼굴이 크게 굳었다.


“그래서 결론은 내리셨나요?”


“아니오. 하지만 당신을 만나고서... 모든 것이 끝나더라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소. 당신이란 사람은 나에게 삶에 대한 욕구를 더욱 강하게 주고 있는 것이지.”


위광이 두 눈에 눈물이 맺혀있는 설연화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만졌다.


“미안해요. 원래는 안 이러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네요.”


설연화가 위광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사랑해요. 당신이 어떤 사람이었던 저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아요. 나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의 장공자님 바로 당신이에요.”


*******


“조금 더 있다 가면 좋으련만···”


위광 일행이 모두다 병사전에 앞에 서 작별을 고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떠나 보내는 이들. 김취려의 입에서 아쉬움이 짙게 베여있는 말이 나왔다.


“감사합니다. 장백파를 부탁 드립니다.”


위광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자 뒤에 있던 사신각 제자들, 설연화도 인사를 했다.


“너희는 모든 은원을 해결하고 오거라. 이곳은 신경 쓰지 말고.”


오유일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지금 떠나면 언제 돌아올지, 그리고 돌아올 수나 있을지 확실치 않지만 모두가 미소를 머금고 다시 중원을 향해 떠난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소원을 빈다. 다시 그들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그렇게 위광 일행은 모두의 걱정 속에 장백산을 뒤로 하고 다시 하산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44 뾰족이언니
    작성일
    22.10.05 08:27
    No. 1

    (//⊙△⊙//) '더,더!' "아~! 이렇게 절묘하게 끊어 버리시다닛~!" (//⊙△⊙\\) ㅎㅎㅎ 으읏 재미있게 읽고 다시 읽고 싶어 지네융^^*)>ㅎㅎㅎ 다음화도 기다려 집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8 시우파
    작성일
    22.10.06 11:41
    No. 2

    19금으로 갈 수는 없기에ㅠㅠ 어쩔 수 없이 ㅋㅋ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를 죽일수 있을까? (사신무황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글을 마치며... 감사 인사 드립니다. +3 22.11.08 411 0 -
187 외전(마천위 이야기2) +2 23.01.27 503 8 15쪽
186 외전(마천위 이야기) 23.01.25 637 7 17쪽
185 에필로그 +8 22.11.08 1,026 16 11쪽
184 결전(決戰) +1 22.11.08 1,035 11 17쪽
183 삼신기(三神器) +2 22.11.05 908 12 12쪽
182 파천압뢰(破天押牢) +2 22.11.04 891 11 12쪽
181 숙적(宿敵) +3 22.11.03 893 14 12쪽
180 출현(出現) +2 22.11.02 907 13 12쪽
179 군산혈전(君山血戰) +1 22.11.01 906 12 12쪽
178 적유어(赤鱬魚) +6 22.10.31 887 14 12쪽
177 벽암진인(碧巖眞人) +4 22.10.30 929 13 11쪽
176 만전(萬全) +4 22.10.29 909 13 13쪽
175 진격(進擊) +2 22.10.28 914 12 12쪽
174 결정(決定) +2 22.10.27 885 14 12쪽
173 격분(激忿) +4 22.10.26 900 14 11쪽
172 주작팔멸(朱雀八滅) +3 22.10.25 900 12 12쪽
171 화섬팔멸(火掞八滅) +2 22.10.24 909 12 12쪽
170 명멸청광(明滅靑光) +4 22.10.23 949 14 13쪽
169 금국신승(金菊神僧) +4 22.10.22 973 15 13쪽
168 형산대전(衡山大戰) +6 22.10.21 997 15 12쪽
167 검왕 사(劍王 死) +4 22.10.20 991 16 11쪽
166 음양뇌령신공(陰陽雷靈神功) +2 22.10.19 981 15 14쪽
165 단우형(段優炯) +1 22.10.18 948 14 12쪽
164 후예사일(后羿射日) +4 22.10.17 963 14 12쪽
163 흑망(黑芒) +3 22.10.16 952 15 14쪽
162 기련쌍노(祁連雙老) +2 22.10.15 952 15 13쪽
161 관일창검(貫日槍劍) +3 22.10.14 964 13 14쪽
160 상비사(象鼻寺) +4 22.10.13 996 13 12쪽
159 운명(運命) +2 22.10.12 965 14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