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다시 전쟁 (3)
* * * * *
드레프타의 도시 내부에서 약 900마리가 넘는 툼베르의 습격으로 인한 지옥도가 발생하고 있었다면, 게이트가 자리한 이 외곽지역은 고요함 그 자체였다.
오히려 풀벌레 소리마저 잃어버린 침묵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끝! 진짜, 진짜 끄으읕! 끝. 났. 다아아으아~!"
"수고했어, 미라이! 코어랑 게이트 연결은 내일 오전에 하자. 시연은 오후이니까 시간은 널널해.”
”그래. 위변조방지랑 암호화 처리랑 자잘한 안전장비 설치도 시연 마치고 나서 천천히 하자. 난 당장 침대 위로 쓰러지고 싶어!"
"우와~, 달 기운 거 봐! 우리 정말 심하게 열심히 달린 거 아니니?!"
"으으~, 그러게~. 두고봐! 본국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내가 진짜로 미친듯이......"
- 바스락.
성취와 해방감에 들떠있던 리사와 미라이의 귀가 이질적인 기척에 움찔했다.
이는 요정족의 뾰족한 귀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집음(集音)능력이 발달한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입증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리사..."
"어, 나도 들었어."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한 그녀들은 비상시 행동요령대로 대응했다. 겉으론 태연한 척하며 야금야금 뒷걸음질 치던 그녀들은, 이윽고 코어와의 거리가 3m 내로 좁혀지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각자 목표를 향해 냅다 달려나갔다.
- 호다다다닥...!
- 찌익, 찌이익~.
그녀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코어 양 옆에 세워진 원형 기둥에 둘둘 감겨 있던 양피지를 찢는 행위였다.
- 위이이이잉~.
제약이 풀린 원형기둥 내의 마나들이 요동치며 청록색 빛줄기들을 즉각 내뿜었다. 그렇게 중앙 코어를 중심으로 수십 가닥 갈라져 뻗어나간 빛줄기들은 지면에 감춰진 마법진을 자극시켰다.
- 우웅-!
이와 같은 그녀들의 긴급대응이 매우 적절한 조치였음은 이 결과물로써 활성화된 직경 33m의 반구 형태의 방어 결계가 완성됐을 무렵에 확인할 수 있었다.
- 쿠아아아아!
하늘에서 날벼락처럼 떨어진 불덩이가 작업장 테두리에 설치되어 있던 간이 결계를 완전히 삼켜버렸다. 덩달아 대기 중의 마나까지 불안정해진 바람에 작업장의 모든 마법등불들마저도 빛을 잃고 말았다.
"이... 이니스몰레드(Ignismoled, 응집된 불꽃)?!"
"트로돈의 화염마법이라고? 정찰단계가 아니었던 거야?!"
그녀들은 겁먹은 유년기 소녀들처럼 서로 얼싸안은 채 부들부들 떨었다. 그것은 어린 시절 새겨졌던 강한 트라우마가 또 한 번 자극됐을 뿐만 아니라, 그녀들의 작업장 안으로 밀려오는 그림자가 한두 개가 아님을 목격한 까닭이었다.
“"히익!"”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던 리사와 미라이는, 시커먼 그림자들의 손에 의해 다시 빛을 머금은 마법등불들이 훤히 비춰낸 실체을 두고 경악했다.
"트, 트로돈!”
요정족의 천적이라 불리는 존재들이 비상 결계를 에워싼 광경은, 그녀들에겐 가히 악몽과도 같았다.
실물로 마주한 트로돈 전사들의 살기는, 그녀들이 과거 전투적성검사 중에 상대했던 환영체 따위완 비교도 안 될 만큼 차가웠으며 또한 끔찍했다.
게다가 심사중 물리고 뜯겨지는 게 환상통인 줄 뻔히 알아도 심정지 일으키는 경우가 허다한데, 하물며 허상이 아닌 진짜와 마주친 그녀들의 심경이 어떨지는 정말로 가늠키 어려울 정도였다.
"어, 엄마...!"
실제로도 위기에 대한 냉정한 고찰은 고사하고, 흉악한 포식자를 마주한 피식자의 뿌리 깊은 공포가 하의를 축축히 적시려는 것에 애써 저항하는 수준이 고작이었다.
한편.
툼베르와의 양동작전으로 이렇다할 피해 없이 게이트 시설을 점령한 아르카니토는 여유가 만만이었다.
"크크크, 왕위쟁탈전은 시작과 동시에 끝인가? 아우들이 참으로 허망해 하겠어. 크하하핫."
그러다 그는 게이트의 핵심 장치가 없다는 썩 달갑지 않은 보고를 전해듣곤, 리사와 미라이가 있는 비상 결계 앞으로 걸음을 옮겨왔다.
"이 몸에게 필요한 물건을 너희들이 갖고 있다지?"
긴 혀를 날름거리는 아르카니토의 입에서 나온 언어는 트로돈의 공용어였다. 그러나 필수 교과과정 등을 통해 그것을 꾸준히 익혀온 리사와 미라이에겐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것을 이리 다오. 그러면 내 너희들만큼은 잡아먹지 않겠다고 약속하겠다."
"......"
그가 지금 아무리 너그럽게 이야기한다 한들, 리사와 미라이가 그 요구에 순순히 응할 리 없었다. 트로돈의 기술자들이 워프게이트의 연결좌표를 재설정하는 순간 어떤 재앙이 초래되는지 너무나 잘 아는 까닭이었다.
"...저, 절대로... 줄 수 없어요."
“안 줘! 못 줘! 왜 줘?!”
"크큭, 앙칼지게도 거절인가? 푸후후훗, 잊지 마라. 이 몸이 자비를 관대히 베풀었고, 미천한 너희가 그것을 스스로 거부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여기까지 말한 아르카니토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황금색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간이 결계를 산산히 분해시킨 불기둥이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번엔 비상 결계에 그대로 직격했다.
- 쿠아아아아아-!
"꺄악-!"
"괜찮을 거야, 리사!"
꺼림칙한 화염이 파도처럼 쓸고 갔다. 하지만 최근 요정족 최고 마법사들이 개량하는데 성공한 이 최후의 결계는, 다행히 미라이의 희망처럼 그것을 보란듯이 견뎌냈다.
"호오?! 오드노아들의 마법이 꽤나 진일보 했구나? 이런 얄궂은 먹잇감들 같으니! 크하하하!!!"
피식 비웃은 아르카니토의 지팡이가 한 번 더 춤을 추자, 이번엔 끝이 뾰족한 2m 크기의 드릴날처럼 생긴 불기둥 6개가 나타나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 위이이잉~.
"그러나 발전은 너희 오드노아만의 전유물이 아니란다."
""!!!""
리사와 미라이는 그것이 진보된 형태의 트로돈 황족 고유마법이란 사실을 단번에 알아봤다.
"허억! 결계를 보조해야 해! 어서!"
"아, 알았어!"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분주해진 그녀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그녀들의 발밑에서부터 일어나고 있었다.
- 프스스스스...
"쿨록, 콜록!"
"우욱!"
흙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가 지정된 위치에서 피어난 신경가스는, 원형기둥에 마나를 불어넣고 있는 그녀들의 집중력을 헤집고도 남았다.
"쿨록, 콜록!"
"프흐흐흐, 이 몸은 언제나 확실한 승리를 선호하지. 어디 더욱 발악해보거라."
이윽고 그의 손짓에 따라 춤추던 불기둥들이 비상결계를 단번에 무력화시킬 기세로 낙하했다.
"제, 젠장... 안 돼! 콜록! 콜록!"
그녀들이 그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으나, 경미한 마비증세까지 일어난 몸뚱이가 마음처럼 따라주질 않았다.
- 콰과과광!
마치 절벽에서 떨어진 바위가 산산이 으깨지는 듯한 굉음 이후, 후끈 달아오른 먼지바람이 역풍처럼 온 사방을 덮쳤다.
"뭐지?"
그런데 조금도 고려되지 않는 현상에 깜짝 놀란 건, 오히려 아르카니토 쪽이었다. 본래가 그가 그렸던 그림은 이토록 강렬한 폭발음과 후폭풍이 아닌, 바람구멍과 함께 갈갈이 찢겨나간 결계가 유지력을 잃고 흐물흐물 해체되는 장면이었기 때문이었다.
- 휘유우우우.....
이내 작업장 일대의 먼지가 이내 누그러지고, 다시 모든 이의 시야가 뚜렷해졌다.
"어떻게...?"
헌데 이전과 다른 특이점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트로돈들을 등지고 결계 사이에 떡하니 자리잡은 루카스였다.
"어? 이런! 당신들은 숨 쉬기가 어렵습니까?"
루카스는 희뿌연 가스에 매우 고통스러워하는 리사와 미라이의 상태를 확인하고서 즉시 적절한 조치를 행했다.
"조금만 참아주길 바랍니다. 허잇차!"
- 팍!
일단 루카스가 아르카니토의 화염마법에 정통으로 피격 당고도 멀쩡한 것부터가,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선 기적이라 봐야했다. 그 외의 다른 현상들을 모두 논외로 치더라도 말이다.
- 찌지지지지직!
그런데 그는 그것도 모자라 트로돈 선봉대도 잠시 애먹었던 비상 결계마저 맨손으로 찢으며 리사와 미라이를 구해내는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저, 저럴 수가!!!’
저도 모르게 침을 꿀떡 삼키는 맞은편 트로돈 전사들에겐, 가히 기적 이상의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정작 구해진 쪽도 정신적으로 충격 받았긴 매한가지였다.
"콜록, 콜록.... 루, 루카스... 씨?"
"이, 이걸 대체 어떻게..."
다만 그녀들이 다른 면으로도 굉장히 놀랐다는 사실이 약간 더 달랐을 뿐이었다. 가장 큰 원인은 화염에 후루룩 녹아버린 루카스의 옷가지에 있었으며, 당연한 말이지만 그녀들의 놀라움 사이에도 간극은 존재했다.
'트로돈 왕족을 압도하는 전사라니... 이 남자는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옴마마맛! 세상에! 저 꽉 짜인 근육 좀 봐!'
리사가 전래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영웅적인 무위와 그의 듬직함에 잠시 넋을 잃은 반면, 미라이는 루카스의 치밀하게 단련된 신체와 우람한 남성성을 때문에 어쩔 줄 몰랐다.
"무탈합니까, 요정족 아가씨들?"
"아... 네... 저기.. 그런데..."
"저어... 이거라도..."
그제야 자신이 순수한 알몸이 됐음을 자각한 루카스는, 리사가 건넨 작업용 앞치마를 받아서 착용했다. 공교롭게도 사이즈가 너무 작아 정상적으로 착의가 불가한 탓에, 그 윗부분을 대충 반으로 접어 허리춤에 묶어야 했다.
"흠흠, 본의 아니게 아가씨들에게 미안합니다."
"아뇨, 아뇨. 오히려 감사... 아, 아니! 괜찮아요!"
“......”
사뭇 민망해진 루카스는 머뭇대는 트로돈 선봉대를 가리키며 화제를 돌렸다.
"저건 뭡니까?"
"어... 그게... 트로돈이라고..."
"핫! 그, 그게요!"
정신 차린 미라이가 리사 앞을 가로 막으며 대화를 중단시켰다. 엉겁결에 기밀사항을 외부인에게 발설하려던 친구를 말려야 했던 것이다.
"그으... 한 마디로 도둑이에요, 도둑!"
"도둑?"
"네! 이 워프게이트의 코어를 노렸어요! 우리 게이트를 탈취해서 악용하려는 게 틀림없어요!"
"으음..."
진실을 기반으로 한 거짓말은 언제나 설득력이 강했다. 비록 어딘가 살짝 미심쩍은 구석이 있을 지라도 종국엔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루카스 또한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트로돈 전사들을 돌아봤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꺼져라."
갓난아기의 턱받이를 하의로 착용한 듯한 그의 겉모습이 아니었더라면, 이 엄숙한 경고는 조금 더 효과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옥의 티이자 미약한 차이였을 뿐, 그의 영향력은 장내를 압도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트로돈 전사들은 그의 협박에 크게 움찔했고, 리사와 미라이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되어 트라우마를 까맣게 잊을 정도였다.
그래도 트로돈 선발대의 우두머리인 아르카니토의 정신회복 속도는 남달랐다. 바로 목전이었던 성공이 좌절됨 속에서 생겨난 분노가 내면의 공포를 밀어낸 경우라 하겠다.
‘...그, 그럴 수 없다! 거의 다 이루었거늘!’
게이트 코어를 리사와 미라이에게서 빼앗아 그의 기술자들에게 넘기기만 하면, 정말로 모든 게 끝날 상황이었다.
오드노아의 정수가 녹아있는 저 핵심 부품. 딱 저 1개의 물건만 손에 넣는다면, 실제로 그런 결말을 이뤄냈더라면, 초월자 라호나바스에게 공로를 인정받아 왕위쟁탈전을 한 방에 종식시킬 수 있었을 터였다.
"Si, Si Bala nin Mongmi?! (네 정체를 밝혀라!)"
대뜸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선 아르카니토는, 루카스를 향해 고함치듯 외치면서도 이성을 최대한 냉철하게 유지하려 애썼다.
'필요하다면 불공정 협약이라도 맺어야 한다! 저깟 놈쯤이야 위대하신 라호나바스께서 능히 처리해주실 터! 다소 굴욕적이더라도 왕위쟁탈전의 종지부부터 찍어야 한다!'
아르카니토는 이와 같은 의지를 활활 불태웠다. 그러나 그로썬 상상도 못한, 아주 기본적인 걸림돌이 존재하고 있음은 아직 인지하지 못했다.
"...응?"
당장 서방대륙의 공용어조차 어수룩한 루카스가 타행성 종족의 고유언어를 알아먹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뭐지? 그건 어디 나라 말?"
"앗, 제, 제가 알아요! 저 자가 루카스 씨를 갈가리 찢어 죽이겠다고 하네요!"
"미, 미라이..."
크게 당황한 리사가 엄청난 오역을 정정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뻔뻔해지기로 굳게 마음 먹은 미라이는 그녀에게 한쪽 눈을 깜박이며 빠르게 저지했다.
"넌 가만 있어! 내가 통역할 테니까, 알았지?"
"...하, 하지만..."
"루카스 씨, 저 놈들에게 전할 말 있으면 하세요! 제가 통역해드릴께요!"
"오,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속사정을 모르는 루카스는, 너무나 순진하게도 안면이 있는 미라이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렸다.
"음... 그럼, 저들에게 전하십시오. 이대로 떠나면 살려준다. 지금 당장."
“넵!”
미라이는 곧장 아르카니토를 향해 크게 외쳤다.
"Da degil jul alaa! (너흰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
리사는 크게 놀라 한 걸음 물러선 트로돈 무리를 구경하는 가운데, 형언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에 휩싸였다.
‘저 무시무시한 포식자들이 벌벌 떨고 있어! 굉장해! 내가 직접 보고 있는데도 꿈만 같아!’
덕분에 내심 못마땅했던 일말의 양심과 불편함조차도 자취를 쏘옥 감췄다.
‘더! 더! 힘내봐, 미라이!’
한편, 왜곡된 경고를 전달받은 아르카니토는 불필요한 소모전을 피하고자 어투는 물론 태도 또한 완곡하게 다듬었다.
"Ni Guyukni ji Algi Molada, Hwassin iyeoo Salgo sik Pooyo! (이곳이 당신의 영토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이름 모를 화신이여, 나는 그대와 거래를 원합니다!)"
“저 자가 뭐랍니까?”
"에... 전지전능한 신에게 도전하고도, 감히 살기를 바라냐는데요?"
"...뭣이?! 저, 전지전능...?"
일순간 루카스의 눈에서 팍 튀기며 일어난 불꽃이 이글거리다 못해 눈두덩이 위로 넘실거렸다. 아무래도 그동안 자극되지 않았었던 그의 광신도 본성이 다시금 눈을 뜬 모양이었다.
‘전지전능... 전지전능이라... 아하하하, 이 빌어먹을 이교도 놈들은 어딜가나 있군!’
더불어 '이 세상에 녹아들기 위해 마족의 힘은 쓰지 않겠노라.'고 했던 스스로의 다짐에 작은 균열마저 일어났다.
"...요정족 아가씨. 당신은 꼭 전해야 합니다. 내 말 전부를, 그리고 반드시입니다."
"넵!"
어금니를 꽈뜩 깨문 루카스의 목소리부터가 신경질적인 것이 여간 범상찮았다.
"너흰 죽는다, 단 하나의 이유. 그것은 신성모독!"
"신성모독?"
뜻밖의 단어선정에 고개를 잠시 갸웃한 미라이였으나, 그녀의 엉터리 통역엔 조금도 지장될 게 없었다.
"Viola ni sina Defile! (신성모독의 대가는 죽음 뿐이다!)"
"...Jockgak ne ssang, amolang Hwassin! Aggraa, payols! Ordin Trodon!(...쉽지 않을 것이다, 이름 모를 화신이여! 형제들이여, 겁 먹지 말고 맞서라! 트로돈을 위하여!)"
"전쟁! 결코 다시 전쟁!"
"...이 썩을 이교도놈들이!!! 오냐, 다 죽여 씨를 말려주마!"
아무 말 잔치로 몹시 신난 미라이. 하지만 아무래도 상황이 이쯤 되고나니, 맞은편 아르카니토 또한 이상함을 감지할 수밖에 없었다.
"...Nuu... Nuu... Odnoa flutrea!!! Bisoro Kannan mi zozu notias?!!! (너... 너 오드노아 계집 년!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아뿔사! 내가 너무 흥분했나?!'
본인의 작은 실책을 깨달은 미라이가 루카스의 눈치를 슬그머니 살폈다.
- 쒸익... 쒸익...
다행히 그녀에겐 행운이 천운처럼 따라주고 있었다. 눈이 반쯤 까뒤집혀 뜨거운 콧김 내뿜는 루카스에겐, 그런 사소한 부조리를 판단할 만큼의 이성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우어어어어어!!! 이교도에게 죽음을!!!"
사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달아 있었다. 이제 아르카니토와 트로돈 전사들의 선택지는 오직 한 가지 뿐이었다.
"Omana! Aggraa, ningiri payols! Ordin Trodon! (제기랄! 맞서 싸워라! 형제들이여!!! 트로돈을 위하여!)"
"Ordin Trodon! (트로돈을 위하여!)"
"Ordin Trodon! (트로돈을 위하여!)"
"Ordin Trodon! (트로돈을 위하여!)"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통역이 화근이 된 전투, 아니 학살의 전장이 활짝 열렸다. 약 500명의 트로돈 전사들이 거센 폭풍과도 같은 루카스를 저지하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 쳐댔다.
"크오오오! 이교도에겐! 합당한 죽음을!!!!!!"
- 작가의말
흐름상 조금 부족한 감이 있어서 특별히 3연참을 해봤습니다. 일찍 출근해서 부랴부랴 올렸기 때문에, 평소보다 오탈자가 많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수정해보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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