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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뱅이 님의 서재입니다.

The Root : 대악마의 직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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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느림뱅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7:17
최근연재일 :
2022.05.18 09:20
연재수 :
179 회
조회수 :
54,431
추천수 :
1,940
글자수 :
1,135,544

작성
21.12.21 08:15
조회
566
추천
16
글자
17쪽

악마는 희생을 모른다. (3)

DUMMY

* * * * *


누군가 말했다.


'포기하면 편해!'


솔직히 객관적으로도 이 말을 모든 상황에 가져다 붙일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난 40년 간 루카스로 살아온 바리온. 아니, 어쩌면 이제는 루카스란 이름에 더 익숙해진 그에게 있어서만큼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 탁.


사방이 꽉 막힌, 얼핏 보면 널따란 지하 감옥 같은 석실. 푹신한 의자를 굳이 놔두고 낮처럼 밝은 등불 아래 서서 글을 읽던 루카스가, 드디어 책의 마지막 장을 다 읽고나서 덮었다.


'후우~, 간신히 다 외웠군. 어렵다. 어려워. 뭔 놈의 저주가 이렇게나 가지가지로 많은지 원. 대략 굵직한 종류만 암기하는데도 한 세월이네, 한 세월이야! 어휴, 이 망할 마귀 새끼들!'


그는 손에 들린 책을 다른 책더미에 던지듯 올려놓고, 방 한 구석 전신거울 앞에 바로 섰다. 그리곤 잠시 동안 그 속에 투영된 젊은 청년의 형상을 천천히 응시했다.


"후우..."


과연 영생을 누리는 고위마족이라서 그런지 지난 40년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거울로 한 번에 모두 담을 수 없는 약 217 cm의 신장과 암석바위 같은 근육들만 두고 따지자면, 그 옛날 바리온의 육체를 전체적으로 축소시킨 것만 같았다.


물론 그에겐 유감스러운 일이겠으나, 루카스의 얼굴엔 바리온과 비교하여 눈에 띄는 차이점도 존재하고 있었다.


그 중 누구나 단박에 알아챌 수 있는 점을 꼽으라면, 루치펠과 같은 흑갈색 모발과 부리부리한 눈매, 그리고 제니티아를 닮은 검붉은 눈동자와 고른 치열 정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가장 커다란 불만은 정작 엉뚱한 부분에 있었다.


"쳇, 반 토막 꼬맹이 같군."


각 종족의 평균 신장에도 못 미치는 필멸자들이 들었다면 실로 입에 거품 물고 삿대질할 발언이었다. 그러나 존재감만으로 적병들에게 혼란을 선사해줬던 과거의 영광이 아른아른하는 루카스에겐 이것이 솔직한 소감이었다.


"무료함에 또 쓸데없는 생각을 했어. 시간도 아까운데 가볍게 땀이라도 흘릴까? 흐음, 앞으로도 이런 일이 빈번해질 거 같은데...... 아무래도 훈련도구도 좀 가져다 놔야지 안 되겠어."


루카스는 하의속옷 1장을 제외한 의복을 훌렁 벗어 의자 위로 던졌다. 역시라고 해야할까? 잡념을 떨치려 아쉬운 대로 맨손 운동을 시작한 그에겐 설렁설렁이란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흘러 물구나무 선 그의 널따란 등짝에 땀방울이 알알이 맺힐 때쯤이었다.


- 드륵, 드륵. 드드드드드... 달깍, 달깍, 철커덕! 꿍! 끼이이이......


엄청난 비밀금고라도 되는 것처럼, 복잡한 잠금장치가 풀려나는 소음이 어지럽게 울렸다. 그리고 그렇게 석실 문짝을 안쪽으로 삐걱 연 존재가 기운찬 음성과 함께 나타났다.


"도련~뉘임~, 오래 기다리셨죠오오오?!!! 어마맛!"

"헛..."


타샤의 동공이 팽창하긴 했지만, 정작 화들짝 놀라 겉옷을 허겁지겁 챙기는 건 루카스 쪽이었다. 이내 그녀는 민망해 하는 그를 향해 양손 엄지를 치켜세우며 기뻐했다.


"와우!"

"험험, 오늘은 평상시보다 일찍 왔네."


루카스의 덩치에 비하면 밤톨만한 체구인 타샤라 그럴까? 언뜻 보면 가슴 언저리까지 무럭무럭 자란 딸내미가 아빠를 향해 환호하는 몸짓으로 보였다.


"정말 감사해요! 도련님!"


하지만 맞은편 루카스가 느끼는 실제 심정은 전혀 달랐다.


"하악, 하악! 도련님~, 도련니임~!"

"......."

"하, 한 번만! 딱! 한 번만! 만지게 해주세요!!! 가, 가슴! 아, 아니 팔뚝이라도! 제발-!"


돌연 능글맞은 태세로 거리를 좁혀오는 타샤에게, 루카스는 냉랭한 눈빛을 보내며 정색했다.


"타샤, 장난은 허락하겠지만 그래도 선은 적당히 지켜줬으면 좋겠어."

"칫..."


그녀의 성격이 무척 밝은 탓인지, 아니면 이런 루카스에게 충분히 익숙해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샤는 조금도 시무룩해지지 않았다.


"네네~, 알겠습니다요~."

"그나저나 이제 나가도 되는 거야?"

"넹~, 제가 직접 모디얼 님의 종복들을 결계 밖까지 배웅하고 오는 길이랍니다~."

"어째 매년 방문주기가 짧아지는 것 같네. 20년 전만해도 콧배기도 안 보이던 것들이, 최근 들어선 틈만 나면 제 집처럼 들락거리고 있어. 영 귀찮게시리."


이런 그의 투덜거림엔 타샤 또한 크게 공감하는 바였다.


"우리 제니티아 님을 향한 모딜얼 님의 경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터라~, 그 부분은 제가 도무지 어쩔 수 없네요~. 뒤치다꺼리해야하는 저 역시 도련님만큼 매우 못마땅하답니당~. 헤헷~."

"쯧! 군주자리에 꿀이라도 발라뒀나? 하여간 마귀 새...?!"


순간 입버릇처럼 '마귀새끼'라 욕하려던 루카스는, 타샤의 물끄러한 눈동자를 흘끔 의식하곤 저도 모르게 말을 황급히 바꿨다.


"마, 마왕을... 자처하는 놈들은... 아! 그래! 심보가 아주 고약하단 말이지! 진심 불쾌하다니깐! 핫핫핫!"


그래봤자 특정단어가 거진 다 튀어나온 이후의 뒤늦은 대응이었다. 아무리 단순한 사고체계를 지닌 타샤일지라도 루카스의 인간시절을 알게 된 그녀를 속이기엔 영 부족했다.


"...뻔히 다 들었거든요? 뭐... 그래도 나름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도련님."

"흠흠, 이만 어여 가서 본격적으로 수련해보실까?"


본인 스스로 말하면서도 자기 내면의 어딘가가 조금 많이 변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루카스였다.


"아, 잠깐만요! 도련님! 도련니임~!"


그렇게 뻘쭘함에 못 이겨 바깥으로 후다닥 내뺀 루카스에게 타샤가 재빨리 따라붙으며 한 번 더 크게 소리쳤다.


"도련님, 도련님! 제니티아님께서 찾으세요!"

"응? 왜?"

"당연히 저녁식사입니다! 저녁식사!"


정원 어느 구석 모퉁이쯤에서 우뚝 멈춰선 루카스가 떨떠름한 기색이 되어 그녀를 돌아봤다.


"저녁...식사...?"

"네! 오붓하게 저녁을 즐기자고 하셨어요! 모자간에 식사한 지도 제법 오래되셨잖아요?!"

"......"


고위 마족은 물론이거니와, 필멸의 한계에서 벗어난 초월자에겐 식사가 불필요했다. 하지만 간혹 순도 높은 마력을 강탈한다던가, 급격히 바닥난 체력을 손쉽게 보충하려는 경우엔 마물들처럼 예외적으로 섭취 비슷한 행위를 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있어서 통상의 식사시간란, 그저 친교행위 또는 단순한 취미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난 별로 생각이... 없다."

"아잉~, 글쎄! 응접하려고 평소보다 엄~청! 많이 만들었는데, 안 먹고 금방 떠나버리지 뭐예요! 여느 때처럼 유리아나 님이 오셨다면, 저얼~대로! 거절 안 하셨을 텐데 말이죠!"

"타, 타샤가 나 대신 많이 먹으면 되겠네."


이런 루카스의 완곡한 사양엔 단순히 시간낭비란 까닭 이외에도 다른 부차적인 이유가 있었다.


"특별히 오늘은 양 뿐만 아니라, 정성도 평소보다 2배였다구요!"

"...두, 두 배라니..."

"제가 엄청 바쁜 것을 보신 제니티아 님께서 친히 도와주실 정도였어요!"


'오오, 신이시여! 맙소사!'


맛이 없었다.

무엇보다 맛이 없었다.

진실로, 그리고 진심으로 맛이 없었다.


미적지근한 맹물에 차돌 같은 빵을 적셔 먹는 전쟁통 속에서조차, 항상 신께 찬양과 감사기도를 올리던 바리온의 인생이 바탕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겐 마계의 음식이 너무나 가혹했다.


바리온의 자아가 깨어난 이후로 그동안 강산이 4차례나 바뀔 세월이 흘렀건만, 그의 혀는 지금까지도 식사행위 자체를 어떡해서든지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오죽하면 그가 밥 먹기 싫은 첫번째 이유를 제니티아의 잔소리보다 맛없음으로 손꼽았겠는가!


'차라리 정정당당히 고문을 해라.'


애초에 마계는 선계의 최고신들이 부정한 마수와 죄인들을 추방시키기 위해 따로 선별·분리·단절시킨 차원이자 감옥이었다.

그러니 이런 황폐하고 음습하기 짝이 없는 세계에 식재료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있어봤자였다.


객관적으로 먹고 마실 거리라곤 필멸자의 신체에서 뜯어낸 살과 피 뿐인 지옥과 견주자면, 마계엔 식재료가 무척 풍요롭고 다채로움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딴 무한긍정조차도 제니티아의 수제 쿠키 한 조각이면 말끔하게 증발해버리는 사태 또한, 엄연한 진실이자 루카스의 아련한 추억임으로 인정되어야 했다.


"저기. 미안한데. 타샤. 나는. 정말로. 괜찮아."


루카스가 목소리에 힘을 주어 한 마디씩 끊어서 말했으나, 타샤는 그의 의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잉~, 그냥 버리면 아깝잖아요! 네~?! 옛날옛날엔~ 어린 도련님께서 잠들었다가도 눈이 번쩍 뜨셨던! 너무너무 좋아하셨던! 바로 '줄뮤라(Jemura, 역주1)' 스테이크에요! 진짜진짜 오랜만 구했다고요! 오늘 안 잡수시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신다니까요?"


머릿속에서 거대화된 갯지렁이나 지네를 연상케 하는 줄뮤라의 썩어 문드러진 다리 살점을 반짝 떠올린 루카스는, 고개를 빠르게 설래설래 흔들었다. 보나마나 그것을 한 입 무는 순간 후회막심일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타샤가 내 몫까지 먹어줘."

"아이참, 안 돼요! 제니티아 님께서 할 이야기가 있으니, 꼭! 모셔오라고 단단히 이르셨단 말이에요!"

"...거절한다."


루카스에겐 마족들이 이따위 요리들을 즐긴다는 것 자체부터가 이해불가의 영역이었다.

다만 바리온의 자아가 발현되기 이전엔 약간의 문제도 없었다란 과거사에 비춰보면, 미각과 정체성 사이에 엄청난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란 추측만 어쩌다 해볼 따름이었다.


"후우~, 도련님. 또 이렇게 고집 부리시는 건가요? 설마 저와 제니티아 님의 정성 가득한 요리가 불만이신 건 아니죠?!!!"

"어... 으음......."


타샤가 행여 상처 받을까, 지금까지 진실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하고 거짓되게 살아온 루카스였다.

그는 강제로 끌려가 어쩔 수 없이 음식을 삼키는 순간순간마다 그것을 한탄했었으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타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앞에서 정직하지 못했다.


"그, 그건 진짜 아니고... 타샤의 솜씨는 느, 늘 훌륭했지!"

"정말요?"

"그, 그럼! 물론이고말고!"


자기 사람에 대한 배려. 기사단장 시절의 그 또한 전우들과 아랫사람들에게 무척 너그러운 편이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았다.


물론 객관적으로도 지금의 그는 전생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유해져 있었다. 그것도 심지어 그가 경멸해 마지않는 어둠으로 가득찬 이 마계에서 마족을 상대로 말이다.


"미안, 타샤. 하지만 난 별 의미없는 식사보단, 당장의 수련이 훨씬 더 중요해. 고맙지만 사양할게."

"흥! 또 이러실 건가요? 역시 대화로는 끝이 없겠죠?"


루카스는 타샤의 짤막한 대답에서 심상찮음을 느끼고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웠다.


"히, 힘으로 해결하겠단 소리냐?!"

"저도 도련님을 기절시켜서 질질 끌고 가는 일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요!"


말투가 사나워진 그녀에게 맞서는 루카스의 언성 또한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타샤, 그래서 내가 정중히 거절했잖아! 내 의사를 존중해 달라고!"

"에휴~, 물론 저도 그러고야 싶죠~. 근데 도련님도 아시잖아요! 저는 결코 제니티아 님의 명령에 거역할 수 없다는 걸!"

"......이번엔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다."

"네, 네~. 알겠습니다~. 어디 하루 이틀인가요?"

"해, 해볼 테냐?!"


어딘가 내용이 뒤바뀐 것 같은 대화가 오갈수록 둘 사이의 공기가 서먹해졌다.


"히힛, 아직 '성년의식'도 안 치른 도련님께서 절 당해내실 거 같아요? 그냥 얌전히 항복하고 같이 가시는 게 어때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마계에서 태어난 생명체, 특히 고위 마족과 같은 최상위 존재들에게선 의외로 섬세한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표적 예시론 내재된 잠재력을 감당할 수 있는 신체상태가 형성될 때까진, 그들은 조금도 마기를 방출하지 않고 끊임없이 축적시키기만 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라 하겠다.


그들은 당장 목숨을 위협받는 환경에서 태어난 것이 아닌 이상, 이러저러한 부모의 가르침 속에서 순수한 힘을 누적·정제시키는 일련의 성숙기를 가졌다.


이를테면 땅속에서 5~6년을 묵묵히 자란 후에야 비로소 하늘로 순을 쭉쭉 뻗어 올리는 대나무에 빗대어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런 까닭에 마족들이 때가 이르러 진정한 모습으로 거듭나는 특정행위를 가리켜 '성년의식'에 빗대는 전통문화도 그렇게 생뚱맞은 건 아니라 하겠다.


"그, 그딴 건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에~이~, 이미 저한테 수백 번은 더 패배하셨잖아요~."

"윽."


타샤는 사뭇 부끄러워하는 루카스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 건지 얄궂은 조롱을 이었다.


"히히히, 솔직히 고정관념 운운하시는 건 좀 창피하시지 않나요? 데헷!"

"흥! 옛말에! 성공의 반댓말은! 실패가 아닌! 포기...?!!!"


그러나 정작 알고보니 그것은 얕은 속임수였다.


- 쐐애애애액-!


"뜨헉!!!"


루카스의 항변이 채 끝나기도 전, 넓은 하늘 위로 송곳형태의 얼음기둥들이 나타나 난데없이 빗발쳤다.


- 터더더더텅! 쿵! 쿵! 쿵! 쿵!


모양새가 어찌나 한결같이도 아름드리 나무크기 같던지, 그것들이 땅에 하나하나 떨어질 때마다 엄청난 균열과 함께 굉음이 뿜어져나왔다.


"...으이씨... 비겁...!"

"죄송해요! 도련님! 시간이 너무 지체됐거든요! 모처럼 애써서 만든 요리가 차갑게 식는단 말이에요!"


타샤는 루카스가 쀼루퉁할 틈도 주지 않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전력투구하는 루카스의 거센 저항도 여간 만만치 않게 대단했다.


- 팡! 팡!


그는 때론스치듯 피했고, 때때론 서슴없이 뛰어들어 철푸덕 뒹굴었으며, 어느 때는 이미 대지에 박힌 얼음덩이를 세차게 딛음과 동시에 강인한 육체를 새로운 투사체에 맞부딪쳐 물리적으로 박살냈다.


- 퍼엉!


타샤는 끝끝내 자신과의 거리까지 야금야금 좁혀오는 루카스의 분투에 감탄사를 연발로 뿜었다.


"우와~! 세상에나! 아무리 직계자라지만 힘이 개화하기도 전에 이 정도라니! 완전 사기네, 사기야! 본래 능력의 수십만 분의 일도 발휘할 수 없는 마계의 금제만 아니면 완전 장난 아니겠는데요?!"


난생 처음으로 유효사정거리에 진입해본 루카스는, 벅찬 기쁨을 만끽하기 보단 냉정히 억누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 콰과과과과과!


그 대신 자신과 타샤를 삽시간에 가로막은 두터운 얼음방벽을 향해 주먹을 힘차게 퍼부음으로써 첫 승리를 노린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한방을 먹여 보는구나!'


- 쩌저적! 쩍! 투화왁-!


그렇게 산산히 터져나가는 얼음조각들은 마치 그동안의 고된 훈련에 대한 보상처럼 감미로웠다.


'크흐흐흐, 타샤! 결국은 나의 승리다!'


그는 흩어지는 얼음결정체 사이로 언뜻 보이는 타샤의 그림자를 향해 지체 없이 몸을 날렸다.


'...음?!!!'


그런데 순식간에 그의 화창했던 얼굴 위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불행히도 다시 드러난 태산 같은 그녀의 모습은, 결코 방금 전처럼 앙증맞은 아가씨라 부를 수 없었던 까닭이었다.


{키아아아악!}


본연의 모습으로 실체화한 그녀는 전체적으론 굵고 다리가 앞뒤로 1쌍씩 달린 뱀의 형태였는데, 길쭉한 칼날을 닮은 비늘들이 갑옷처럼 빼곡히 둘러져 있었다.


그리고 또렷한 역삼각형의 머리형태는 '제겐 끔찍한 맹독이 있어요.'라는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었으며, 또한 이와 더불어 정수리를 중심으로 왕관처럼 장대하게 돋아난 수십 개의 뿔들은 그의 경각심을 무의식 깊은 곳에서부터 쭉쭉 끄집어냈다.


이 광경을 아주 간략한 몇 마디로 요약하면, 지나가던 이무기가 그녀를 보곤 '어이쿠, 누님! 드디어 용이 되어 승천하십니까!'하며 감탄할 것만 같은 형상이었다.


{엄청 성장하셨군요! 도련님! 이 타샤는 정말 탄복했습니다!!!}


벼락처럼 쩌렁쩌렁 허공을 울리는 그녀의 탄성과, 뒤이어 유성처럼 휘둘러지는 그녀의 거대한 꼬리.


- 쐐에에에에엑-!!!


"하아... 씨... 젠장..."


그것이 저녁 밥상머리에서 정신을 차린 루카스가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작가의말

[1] 줄뮤라(Jemura) : 곤충형 마계 생명체. 주로 늪지대와 같이 습기가 많은 지대에서 서식. 기본적으로 지네를 닮았음. 특히 마계의 태생 자체가 기본적으로 음습하기 때문에 고르게 분포하나, 이를 노리는 상위 포식자들이 많아 주로 땅속에 파묻혀 생활하기에 실제로 마주치긴 어려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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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애물단지 (5) + 편애와 편증 (1) 22.03.24 185 8 15쪽
128 애물단지 (4) 22.03.23 182 8 11쪽
127 애물단지 (3) 22.03.22 184 8 12쪽
126 애물단지 (2) 22.03.21 193 8 14쪽
125 애물단지 (1) 22.03.19 201 8 14쪽
124 [번외] 야상곡 22.03.18 189 7 19쪽
123 속상한 혼잣말 (11) +2 22.03.18 189 9 15쪽
122 속상한 혼잣말 (10) 22.03.17 194 8 16쪽
121 속상한 혼잣말 (9) 22.03.16 203 10 14쪽
120 속상한 혼잣말 (8) 22.03.15 207 8 16쪽
119 속상한 혼잣말 (7) 22.03.14 202 8 17쪽
118 속상한 혼잣말 (6) 22.03.12 205 8 14쪽
117 속상한 혼잣말 (5) 22.03.11 202 8 17쪽
116 속상한 혼잣말 (4) 22.03.10 210 8 13쪽
115 속상한 혼잣말 (3) 22.03.09 214 8 11쪽
114 속상한 혼잣말 (2) 22.03.08 212 9 14쪽
113 서툰 오해 (4) + 속상한 혼잣말 (1) 22.03.07 209 8 13쪽
112 서툰 오해 (3) 22.03.05 212 8 14쪽
111 서툰 오해 (2) 22.03.04 214 7 16쪽
110 편법, 꼼수. 그리고 잔머리 (7) + 서툰 오해 (1) 22.03.03 214 7 16쪽
109 편법, 꼼수. 그리고 잔머리 (6) 22.03.02 219 8 14쪽
108 편법, 꼼수. 그리고 잔머리 (5) 22.03.01 213 8 13쪽
107 편법, 꼼수. 그리고 잔머리 (4) 22.02.28 216 8 12쪽
106 편법, 꼼수. 그리고 잔머리 (3) 22.02.26 218 8 13쪽
105 편법, 꼼수. 그리고 잔머리 (2) 22.02.25 227 7 14쪽
104 그 여자와 그 남자의 고충 (3) + 편법, 꼼수. 그리고 잔머리 (1) 22.02.24 220 8 15쪽
103 그 여자와 그 남자의 고충 (2) 22.02.23 232 8 14쪽
102 그 여자와 그 남자의 고충 (1) 22.02.22 233 8 17쪽
101 가려진 발자취 (7) 22.02.21 223 8 17쪽
100 가려진 발자취 (6) 22.02.19 222 8 13쪽
99 가려진 발자취 (5) 22.02.18 228 8 12쪽
98 가려진 발자취 (4) 22.02.17 231 8 16쪽
97 가려진 발자취 (3) 22.02.16 241 8 12쪽
96 가려진 발자취 (2) 22.02.15 242 7 13쪽
95 가려진 발자취 (1) 22.02.14 237 8 13쪽
94 기껏해야 100년, 영원같은 100년 (6) 22.02.12 234 7 13쪽
93 기껏해야 100년, 영원같은 100년 (5) 22.02.12 238 8 17쪽
92 기껏해야 100년, 영원같은 100년 (4) 22.02.11 237 8 15쪽
91 기껏해야 100년, 영원같은 100년 (3) 22.02.10 239 8 18쪽
90 기껏해야 100년, 영원같은 100년 (2) 22.02.09 240 8 15쪽
89 기껏해야 100년, 영원같은 100년 (1) 22.02.08 253 7 15쪽
88 내일은 영주님 (3) 22.02.07 248 7 12쪽
87 내일은 영주님 (2) 22.02.05 253 8 14쪽
86 헬퍼드 가의 최종병기 (3) + 내일은 영주님 (1) +2 22.02.04 261 8 15쪽
85 헬퍼드 가의 최종병기 (2) 22.02.03 251 7 15쪽
84 헬퍼드 가의 최종병기 (1) 22.02.02 261 8 15쪽
83 확률을 읽는 소녀 (8) 22.02.01 255 8 16쪽
82 확률을 읽는 소녀 (7) 22.01.31 253 8 13쪽
81 확률을 읽는 소녀 (6) 22.01.29 252 8 13쪽
80 확률을 읽는 소녀 (5) +2 22.01.28 252 8 16쪽
79 확률을 읽는 소녀 (4) 22.01.27 253 8 14쪽
78 확률을 읽는 소녀 (3) +2 22.01.26 261 8 14쪽
77 확률을 읽는 소녀 (2) 22.01.25 270 8 19쪽
76 확률을 읽는 소녀 (1) 22.01.24 291 8 15쪽
75 [번외] 드디어 알파테스트 22.01.24 283 7 15쪽
74 어긋난 신조 (4) 22.01.22 268 7 17쪽
73 어긋난 신조 (3) 22.01.21 271 7 13쪽
72 어긋난 신조 (2) 22.01.20 274 7 16쪽
71 정령과 악령의 상관관계 (5) + 어긋난 신조 (1) 22.01.19 280 7 16쪽
70 정령과 악령의 상관관계 (4) 22.01.18 272 7 13쪽
69 정령과 악령의 상관관계 (3) 22.01.17 268 7 16쪽
68 정령과 악령의 상관관계 (2) 22.01.17 278 7 14쪽
67 그가 잘 하는 일 (4) + 정령과 악령의 상관관계 (1) +2 22.01.16 268 10 13쪽
66 그가 잘 하는 일 (3) +4 22.01.15 264 11 14쪽
65 그가 잘 하는 일 (2) +2 22.01.14 274 9 15쪽
64 난해한 정신세계 (6) + 그가 잘 하는 일 (1) +1 22.01.13 275 8 15쪽
63 난해한 정신세계 (5) 22.01.12 270 7 13쪽
62 난해한 정신세계 (4) +1 22.01.11 274 8 15쪽
61 난해한 정신세계 (3) +5 22.01.10 274 11 13쪽
60 난해한 정신세계 (2) +2 22.01.09 276 10 14쪽
59 난해한 정신세계 (1) +1 22.01.08 274 16 14쪽
58 [번외] 그 시각 그 사람들 (2) +1 22.01.07 272 11 14쪽
57 [번외] 그 시각 그 사람들 (1) 22.01.07 282 10 13쪽
56 그대는 순례자 (5) 22.01.06 272 15 12쪽
55 그대는 순례자 (4) +1 22.01.05 274 15 14쪽
54 그대는 순례자 (3) 22.01.04 288 8 15쪽
53 그대는 순례자 (2) 22.01.03 285 13 14쪽
52 그대는 순례자 (1) 22.01.03 296 9 11쪽
51 혁명은 성공, 실패는 반란의 역사 (5) 22.01.02 288 10 14쪽
50 혁명은 성공, 실패는 반란의 역사 (4) +1 22.01.02 291 10 12쪽
49 혁명은 성공, 실패는 반란의 역사 (3) +3 22.01.01 290 12 13쪽
48 혁명은 성공, 실패는 반란의 역사 (2) +1 22.01.01 295 12 13쪽
47 그날 이후 (3) + 혁명은 성공, 반란은 실패의 역사 (1) +1 21.12.31 310 9 14쪽
46 그날 이후 (2) 21.12.31 297 9 12쪽
45 그날 이후 (1) +1 21.12.30 299 10 13쪽
44 결코 다시 전쟁 (4) +1 21.12.30 297 13 14쪽
43 결코 다시 전쟁 (3) +3 21.12.29 307 12 18쪽
42 결코 다시 전쟁 (2) 21.12.29 312 10 13쪽
41 결코 다시 전쟁 (1) 21.12.29 328 15 12쪽
40 트로돈의 사냥개 (3) +1 21.12.28 310 14 16쪽
39 트로돈의 사냥개 (2) 21.12.28 307 14 15쪽
38 트로돈의 사냥개 (1) 21.12.27 313 10 13쪽
37 유적발굴 금지령 (3) 21.12.27 312 11 13쪽
36 유적발굴 금지령 (2) +1 21.12.26 317 11 15쪽
35 첫인상 (3) + 유적발굴 금지령 (1) 21.12.26 324 12 14쪽
34 첫인상 (2) +1 21.12.25 337 10 15쪽
33 궁여지책 (3) + 첫인상 (1) 21.12.25 333 10 14쪽
32 궁여지책 (2) +1 21.12.24 342 11 14쪽
31 궁여지책 (1) 21.12.24 353 10 15쪽
30 얼떨결에 강림 (4) +2 21.12.23 362 11 14쪽
29 얼떨결에 강림 (3) 21.12.23 367 10 15쪽
28 얼떨결에 강림 (2) 21.12.23 361 10 11쪽
27 얼떨결에 강림 (1) +1 21.12.22 370 10 13쪽
26 시간벌이 (3) 21.12.22 375 10 14쪽
25 시간벌이 (2) 21.12.22 376 10 14쪽
24 시간벌이 (1) 21.12.22 415 11 15쪽
23 전쟁유발자 (3) 21.12.22 391 12 15쪽
22 전쟁유발자 (2) 21.12.22 408 12 13쪽
21 전쟁유발자 (1) 21.12.22 421 14 13쪽
20 눈높이 스승 (4) 21.12.22 419 14 14쪽
19 눈높이 스승 (3) +1 21.12.22 425 16 13쪽
18 눈높이 스승 (2) 21.12.21 431 15 12쪽
17 눈높이 스승 (1) 21.12.21 482 13 13쪽
16 메마른 하늘, 흐르는 빗물 21.12.21 454 14 13쪽
15 악마는 희생을 모른다. (7) 21.12.21 442 13 11쪽
14 악마는 희생을 모른다. (6) +1 21.12.21 453 14 14쪽
13 악마는 희생을 모른다. (5) 21.12.21 489 13 15쪽
12 악마는 희생을 모른다. (4) 21.12.21 497 13 14쪽
» 악마는 희생을 모른다. (3) 21.12.21 567 16 17쪽
10 악마는 희생을 모른다. (2) 21.12.21 572 16 11쪽
9 악마는 희생을 모른다. (1) +1 21.12.20 618 17 14쪽
8 시험과 거래와 마왕 (3) +1 21.12.20 728 18 15쪽
7 시험과 거래와 마왕 (2) +2 21.12.20 743 18 13쪽
6 [번외] 새로운 시도 (2) + 시험과 거래와 마왕 (1) +1 21.12.20 797 19 14쪽
5 빼앗긴 축복 (2) + [번외] 새로운 시도 (1) 21.12.20 902 21 14쪽
4 빼앗긴 축복 (1) 21.12.20 969 25 16쪽
3 그들이 추구하는 영광 (2) +6 21.12.20 1,193 67 15쪽
2 그들이 추구하는 영광 (1) +7 21.12.20 1,879 72 13쪽
1 어느 다큐멘터리 공식 예고편 +36 21.12.20 3,281 1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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