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91화-주마의 숲(8)
"사실 별다른 말은 아니고, 그저 감사하다고 말하려고 했었던것 뿐이었는데, 갑자기 네가 정신을 잃었으니,"
"아 잠시 다른 생각을 조금 하느라,, 그나저나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주마의 숲이 어떤지 제가 알 방도는 없지만, 그래도 확실히 원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기에 도움을 청했다는것 정도는 알겠는데 말이죠."
"도움을 청했다라.."
약간 나이 들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는 마수가 말을 꺼냈다. 벤하르트는 그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눈을 마주쳤던 그 마수라는것을 직감적으로 알수 있었다.
"물론 맞는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건 자네도 분명 어떤 가정을 하고 우리들을 구해주었다는 말이겠군. 그 말대로지. 그라이누프 너희 인간들이 부르는 이 주마의 숲은 하나의 마수다."
"그렇군요."
"살아있는 마수이자 마수들의 집이나 다름 없는 마기의 덩어리지. 마수처럼 보여도 어느 마수하고도 의사소통을 할수 없고, 주마의 숲의 어떤 마수라도 이녀석과는 연결되어 있다. 한마디의 말도 오가지 않으면서도 어떤 의식이든 전달할수 있지. 주마의 숲에 산다는것은 그런것을 뜻하는 것이다."
"연결?"
"그 연결이 문제가 되어 버린것이지. 정확히 말하면 그라이누프는 마수가 아니다. 마기가 뭉쳐져 있는 마수들을 위한 어떤 힘이라고 해두는게 맞겠지. 그 힘에 이상이 생겨 버린 것이다. 사실 주마의 숲이라는것은 인간에게는 어떤식으로 생각될지 몰라도, 그저 조금 더 강한 마수들이 안락하게 살아가고 있는 장소일 뿐이다. 태생적으로 인간과는 맞지 않는 서로간의 입장 때문에 싸우거나 죽이거나 잡아 먹거나 잡히거나 하는 경우야 빈번했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수의 본능적인 인간의 이성적인 특성에서 빚어지는 일일 뿐이지. 그렇기에 이번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수 있다."
"뭐가 말입니까."
마수는 흘끗 벤하르트를 보고는 말했다.
"첫째로 그라이누프가 너희들 분단한것. 그 기술은 본래는 없는 기술이다. 물론 주마의 숲 자체인 그라이누프가 마음만 먹으면 그쯤이야 간단하겠지만, 보통의 주마의 숲에서 그런것은 나오지 않는다. 두번째로 마수들이 너희들을 집중적으로 노린것. 아까도 말했었다만, 마수들은 인간을 보면 공격한다. 하지만 자신보다 강한자는 본능적으로 꺼리게 되지. 여럿이 공격해서 감당이 된다면 아마 싸워 보겠지만, 그것조차 아니라면 보통은 건드리지 않는다. 호전적이기는 해도 본능적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런 녀석들이 자신보다 확실하게 강한 인간에게 동족이 그정도로 죽는것을 보면서도 수만이나 되는 무리가 공격을 한다는건 현실적으로 무리지. 자네도 굉장히 운이 좋았던 것이다."
"어떤 점이 말입니까."
"우리를 보면 알수 있지. 그라이누프는 마수들을 조종 할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저항했지. 저항할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수들은 단지 그 힘을 완전히 저항할수 있는 힘을 가지지 못했던것 뿐으로, 실상 네가 상대한 마수들은 사실은 도망치거나 싸우기를 원하지 않았던 마수들이다. 그런 마수들의 미약한 저항이라고 할지라도 공격은 엄청난 차이가 나게 되지. 솔직히 이런 생각도 들었을거다. '주마의 숲의 마수가 왜이리 약하지?'라거나 '내가 강한건가?' 라거나.. 물론 너는 강하다. 아마 이곳에 있는 우리들도 1:1로 싸우라고 한다면 이기기 쉽지 않겠지. 질수도 있겠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큰 차이는 나지 않아. 단언하지 여기중 어떤 마수도 이곳 주마의 숲의 마수를 만이나 죽이는것은 불가능하다."
'그런건가..'
"개중에는 같이 공격하는 마수들도 있던데,"
"그런 놈들은 단순히 머리가 좋고 약을 뿐이다. 본능쪽이 이성적인 녀석들이지. 아마도 하이에나처럼 살아왔을 무리.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어차피 조종을 당한다면, 저 인간을 빠르게 죽여야 한다.'고 말이지."
벤하르트는 왠지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게 두번째인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일도 처음 있는 일이다. 정말 이례적이라고 할수 있는것은 이 마지막 부분인데, 네가 어떻게 생각했든 인간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 그렇습니까. 별로 도와 주고자 해서 한것은 아니니 너무 마음은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말하면 이쪽은 기분이 나쁘지. 마음 따위를 쓰지는 않는다. 그저 그것이 이례적인 상황이었다는 것과, 그것이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었다는 것 뿐. 고맙다고는 느끼고 있지만, 그렇게 딱 잘라 말할수는 없다는 것이지. 자네가 죽인 그 마수들 때문에 말이야."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구해준 일로써 마수들을 죽인 죄는 불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우리들 마수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이니까, 사실 누가 어떻게 죽던 죽어나가던 관심은 없다. 다만 주마의 숲에서 마수들이 그렇게 까지 당한것은 어찌 보면 인간하나에 농락 당한것 같은 기분이 드는것도 사실. 하지만 그 점은 자네의 도움 때문에 넘어가 주기로 한 것이지."
"그렇게 말하면 이쪽에서 감사를 해야 겠군요."
사실 진심으로 감사하냐고 묻는다면 조금 애매했지만, 벤하르트는 그렇게 대답할수밖에 없었다. 눈에 보이는 여섯의 마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감당할 수준은 아득하게 넘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어째서 그렇게 된겁니까? 셋 다 문제는 주마의 숲 아니 그라이.."
"누프다."
"그 그라이누프라는 것이 문제가 되어서 발생한것이나 다름 없는것 같은데,"
"사실 며칠전 어떤 인간 남자가 온적이 있었다. 이 중심지까지 우리들에게 발견되지도 그라이누프에도 발견되지 않고 도착한 자가 있었다. 물론 근처에 이르렀을때는 느낄수 있었지만, 끝내 발견할수 없었지. 다음날 그라이누프에 장착되어 있는 이 검은 물체를 찾을수 있었다. 부숴 보려고 해도 부수고자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 하지만 별다른 달라진점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 했었지만, 역시나 위험한 물건이었던 것이었어."
"어떤 인간? 인간이 이런곳에 혼자 들키지도 않고 오는게 가능한 겁니까?"
"그게 이상한 점이었다. 우리들은 주마의 숲이 아니니 사실 인간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범위까지 들어와 주어야 하지만, 그라이누프는 다르다. 그는 숲 마수 그 자체니까, 숲에 들어오기만 하면 누구든지 감지해낼수 있어야 함에도 눈치채지 못했다는게,,"
그 수상한 남자가 누구인지 벤하르트는 알아두고 싶었지만, 마수들도 그 얼굴을 확인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마수들과의 이야기가 끝나고 대충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벤하르트와 나머지 일행들이 모였다.
"어쨋든 모두들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여기 너무 섬뜩하다고, 빨리 나갈수 없나."
"곧 어떻게든 되겠지요. 아무래도 죽일 생각은 없는 모양이니 전 처럼 나가게 되면 이번에는 쉽게 나갈수 있을 겁니다."
"그나저나 어째서 계속 예의를 갖추어서 이야기를 하는거지?"
"그거야 그렇게 해왔으니,"
"아니잖아. 라프라에게는 실제로 말을 놓고 있고, 실제로 나이도 우리보다 훨씬 많다면서 라프라가 할아버지나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된건지 묻지는 않겠지만, 이쪽도 그런 나이에게 높혀 불려 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그렇다고 내 말투를 바꾸기도 싫어. 순리대로 가자고 순리대로."
"그럼 저보고 말을 놓으라는 이야기인지."
"바로 그거야. 그리고 이건 별로 상관 없는 이야긴데 말이지. 당신은! 긴급한 상황이 되면 우리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아."
"헛. 그랬습니까."
"그렇지. 그것은 은연중에 우리를 낮게 보고 있다는 뜻이지. 실제로는 어떤지 몰라도, 아마 그렇게 우리를 생각하고 있었을거야. 사실 우리쪽도 굉장히 높게 보고는 있기는 하지만, 바보나 짐짝취급을 받는것은 싫다는 것이지."
벤하르트는 멋쩍어 하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말을 놓으라는건가? 하긴 나도 조금은 애매하긴 했지만,"
"차라리 계속 그렇게 격식을 차렸으면 상관 없겠지만, 말이지."
류누는 궁시렁 거렸다.
"그래서 어떻게 나갈 생각이지?"
"아니 그냥 말하고 갈까 합니다. 저들 말대로 마수들을 죽인 이상 이곳에 길게 머무는것도 무언가를 요구하는것도 할수 있는 입장은 아니니까..."
묘한 시선으로 벤하르트를 보는 라프라와 류누 스크루의 압박을 받으며 벤하르트는 말투를 바꾸었다.
"그렇게 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는데, 뭐라뭐라 해도 아마 당신이 없었다면 우리들은 계속 언제 꼭두각시가 되어 버릴지 모르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을 테니까, 길 안내는 내가 하도록 하지. 길 안내라고 해봐야 지금의 당신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겠지만, 내가 있는것 하나만으로도 무의미한 살생은 막을수 있을테니까, 최단 거리로 데리고 가 주도록 할게."
여인의 마수는 그렇게 말하고 난 후 거대한 백조로 변했다. 벤하르트외 셋이 타도 충분할 만큼의 크기. 필시 본래의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한 그 위용은 대단한 것이었다.
"대단하다."
순수하게 라프라는 감탄했고, 남은 사람들도 그 모습에는 시선을 빼앗겼다.
공중을 날아 간다는것. 사실은 가장 이상적이지만, 공중에 자신이 없다면 그만큼 표적이 되는 짓도 없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주마의 숲의 마수들 중에서는 손을 꼽는 대마수 그녀에게 손을 든다는것은 죽여달라고 시인하는것이나 다름 없었다. 벤하르트에게는 나름의 호의를 보이기는 했지만, 그녀 역시 마수였다.
"그런데 주마의 숲이라는게 그정도의 어려움이 없다면 왜 그렇게 인간들이 살아 돌아 오기 힘든곳이라고 말하는거지?"
"그거야.. 마수들 개개인의 역량이 강한것도 이유중 하나겠지만, 결정적으로 가끔씩 우리들이 나서기 때문이겠지.."
우리들이라고 말한게 여섯을 뜻한다는것은 벤하르트도 쉽게 알아차릴수 있었다.
'이런 녀석들이 여섯..'
"그런데 이번에는 참가하지 않았군. 사실 조금 생각해보면 이상한데, 내가 구한다는건 어디까지나 그곳에 도착할수 있을때에나 가능한것 아닌가? 그렇다면 도착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데다 그곳에 간다는것 자체가 힘든일인데,"
"우리도 그라이누프의 연결이 그정도까지 대단한지는 알지 못했으니까, 사실 그 명령을 거절 한다는것 하나만으로도 기절 하는줄 알았지. 다른것을 생각할 겨를은 없었어. 마수들은 본능에 의지해서 움직이지. 이성도 없는것은 아니지만, 대충은 감각적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는 만장일치로 '이녀석에게 조종당하고 싶지 않다.'로 통일 되었던 모양이야. 그 때문에 그것에만 신경을 썼던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나 할까.. 물론 되려 멀쩡한 상태였다면 습격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나도 인간사냥을 싫어하지는 않고 말이지."
"인간 사냥인가."
"그래 인간사냥."
회피할 생각도 없이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본능적이 아닌 이성적으로 그녀는 벤하르트의 마음이 어느정도 약하다는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완벽했지. 우리가 나서지 않아서 너는 어떻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곳까지 올수 있었고, 주마의 숲은 주박에서 벗어났다. 이정도로 멋진 우연이 겹친 일은 일어나기 힘든 법이지만, 아주 좋아."
그녀는 진심으로 만족스러운듯 했다.
'우연이라고만 생각할 문제는 아니지만,'
"거의 다 왔군."
"저기 이름을 물어도 될까?"
"그건 안돼."
마수는 냉랭하게 말했다. 살짝 뒤를 돌아 벤하르트를 보는 시선에는 차가움이 묻어나 있었다.
"구해준것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지. 그리고 나 자신은 너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어. 하지만, 나도 마수다. 마수에도 종족은 있으니까, 저런녀석들은 동족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마수 굳이 분별한다면 아군이며 나의 부하지. 그런 놈들을 수만,, 네 실력이던 살기위해 어쩔수 없었다는둥 그런 변명은 필요도 없고 듣고 싶지도 않아. 그저 너는 정당하게 죽였다. 나는 그것을 형식적으로는 용인하지 못한다. 그것 하나면 족한 일이지."
"그런가."
"이름을 묻고자 하는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바보같은 나는 모르지만, 내가 보여줄수 있는 호의는 여기까지 웃으면서 보내줄수 있는것도 이렇게 대화하는것도 여기까지.. 그 이상은 없어. 이 비행이 끝나면 우리는 적이야. 이름따윈 알필요도 없고 알려주고 싶지도 않은 보이면 죽이면 그만인 그런 적일 뿐이지. 너희들을 내려 주자마자 협공을 한다해도 나는 아무래도 상관 없을 정도의 그런 심정이라는 거야. 희희낙락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
"그래. 실례를 범했군."
"완벽한 실례지. 나는 인간따위는 식량으로 삼는 마수. 네 적이야.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이것만큼은 양보할수 없지."
끝은 가깝다. 벤하르트는 검을 들어 라프라와 류누 스크루를 백색의 끈으로 묶었다.
"그래도 나는 고맙다고 말해야 겠다. 친구까지는 아니어도 아는 마수 정도까지는 될수 있겠지. 인간은 너무 괴롭히지 말아줘. 애초에 이런 숲 어떤 인간이 들어오겠냐만은."
"뭘.."
벤하르트는 그대로 일행들을 이끌고 마수의 등에서 뛰어 내렸다.
"바보같은 이 높은 곳에서.."
잠시 아래를 보고 난 후에야 그녀는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알수 있었다. 몇발의 광탄 아래에 있는것은 아마도 여섯의 마수가 합공을 해도 상대할수 없을 만큼의 괴물들이었다. 하지만 이정도의 거리라면 그녀가 당할 확률은 적다.
'저녀석 나를 살리기 위해서.'
"정말 바보같은 인간이로군."
그렇게 말하고 마수는 주마의 숲의 중심지 그라이누프를 향해 유유히 날아갔다.
- 작가의말
그 여인이라는건 이전 고야마와 싸울때 말했던 현묘요매 베라스키를 말하는 것입니다. 벤하르트가 그녀의 힘을 받은적이 있었죠.
그건 그렇고 설에 소설은 쉬는지 몰라도 알바는 계속 가야 하군요. 진짜 주말 야간 알바는 못잡나 봅니다. 2월 되면 빠르게 접어 치워 버려야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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