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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향 님의 서재입니다.

엔쿠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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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향
작품등록일 :
2012.11.05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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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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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2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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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엔쿠라스 452화-대형(3)

DUMMY

벤하르트와 함께 밖으로 나온 덴은 곧장 창백한 얼굴로 쓰러져 있는 레니아를 향해 다가갔다. 라프라는 그를 보고 잠시 멍한 얼굴로 멈추어 섰다.

"아."

"잠시만 비켜줄래?"

살짝 손을 흔들자 살랑 바람이 일어 라프라를 포근하게 밀어 제쳤다. 벤하르트는 라프라가 비켜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라프라 본인은 귀신에라도 홀린듯 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레니아의 머리에 손을 가져갔다. 미묘하게 표정을 변화하는게 레니아와 확실히 무언가를 이야기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모습을 보고 벤하르트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레니아의 해독약이 생각보다 구하기 어려운 것이면 어떻게 하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레니아는 어떻게든 약재를 자신이 구해주면 될 일이지만, 마을사람들은 죽을텐데,, 로 점차 뜬금없는 걱정으로 퍼져 나갔다.

그 와중에 덴은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됐어요?"

덴의 표정은 밝은것도 아니었고 어두운것도 아니었기에 읽을수가 없어 벤하르트는 초조하게 물었다. 그에 그는 동문서답 하듯 말했다.

"생각보다 이 여자는 더 대단한 여자로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니 약은 만들수 있는건지?"

"그점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약은 만들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왜 그렇게 심각한 얼굴이었던 겁니까?"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벤하르트는 뚱한 얼굴로 물었다.

"아 그건.."

그는 차마 벤하르트를 놀리려 했다고는 아무래도 그의 진중한 성격상 말하지 못했다.

"어쨋든 치료를 하는건 가능하니까 너무 걱정 하지마라."

"그런데 대단한 여자라는건 무슨 뜻입니까?"

"일단은 약을 만들면서 이야기를 하도록 할까? 너희들은 이곳에서 기다려라."

"예 스승님."

아이들은 까르르 웃고는 라프라를 데리고 달려가려 했다. 그때 라프라는 벤하르트가 레니아를 보는것을 놓치지 않았다. 아이들의 손을 거절하고 그녀는 레니아의 곁에 앉았다. 그 행동에 벤하르트는 꽤 놀랐다.

처음 만났을때만 해도 라프라는 눈치라고는 별로 없는 아이였다. 나이를 먹은것도 아니고, 선천적으로 깊은 생각을 하는 아이는 아니었는데, 어느샌가 굉장히 눈치 빠른 아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라프라의 모습에 이전 그녀를 원망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얘 놀자."

"난 레니아 언니를 봐야해."

"그럼 우리가 이 근처에서 놀아야 겠군."

아이들도 꽤 성숙했는지 적당히 타협해서 근처에서 놀며 라프라를 끼워 주었다.



"저 아이들은 누굽니까?"

"우리처럼 버려진 아이들이지. 이름은 내가 지어 줬다."

"연철장의 특색인가보군요. 버려진 아이들을 모으는것은."

벤하르트는 닐스의 연철장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럴지도.."

덴은 구석을 돌아 여러가지 약재가 모여 있는곳에 이르렀다. 방안을 가득 메운 약재들의 모습을 보고 벤하르트는 감탄했다.

"대단하군요."

"젊었을때 모아두었던 것들이다. 부족한 부분은 이 산에서 재배를 해서 다시 메꾸고 있지. 하지만 카이후의 독의 경우 여러가지 약재가 필요한건 아니니까,"

"그나저나 아까도 물었지만 대단한 여자라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그 레니아라는 여자는 신이었지?"

"예."

벤하르트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의 신이라고 했었지."

"그렇죠. 여러가지 대단한 약들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피치못할 사정으로 조수를 맡고 있었죠."

그저 레니아의 곁에서 그녀의 약을 실험한것 뿐이었지만, 확실히 레니아는 대단한 약들을 많이 만들었다. 그 무렵의 레니아는 비약 레나스트를 잃었지만, 무료한 생활을 의미있는 생활로 만들어준 벤하르트의 '그런 일들이 가능한 실험체'를 얻었기에 꽤나 즐거워 했었다. 벤하르트도 그때의 일을 떠올리자 조금은 그립게도 느껴졌다.

"그런데 말이다. 레니아의 약이 대단한 이유는 그 선 후가 극명하게 파악되었다."

"무슨 뜻인지.. 잘 알수가 없군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를 말이다."

옛부터 벤하르트는 하나를 말해주었을때 열을 아는 재주 따위는 없었다. 하나의 말을 풀어서 이야기 해주면 더 잘 이해하는 동생이라는것을 잘 알고 있었던 덴은 다시 입을 열었다.

"레니아가 뛰어난 약을 만드는것은 약신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녀 스스로가 뛰어나서 였을까? 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맥락상 덴이 레니아에 대해 말하는 내용이 전자일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뛰어나서 였다는 말이겠군요."

"그래. 예를 들자면 이렇다. 약의 신이라는 것은 형식적인 것이다. 신이라고 해도 모든 약을 만들어 낼수는 없지. 더 뛰어난 독의 신이 있다면 그보다 밀릴 뿐인 것이다. 상징적으로 누군가에 의해 필요하기에 약의 신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는 것이지. 그렇기에 약과 관련한 일들에 정통하지만, 그것이 모든 약을 만들수 있다는것은 아닌 것이다. 설사 신이라고 해도 말이지."

"그렇군요."

"하지만 레니아의 경우는 다르다. 이미 신의 힘을 잃어버린 지금도 스스로의 힘으로 약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익힌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그녀는 '인간' 으로써 신의 비약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지."

벤하르트는 그녀가 신조차 뛰어넘는 비약인 레나스트를 만들었던 일을 기억해냈다. 신이 신을 뛰어넘을수 있게 만드는 비약이라니, 실상 말을 들으면 간단한듯 싶지만 그것이 얼마나 가능하기 어려운 일이었는지 그는 이제서야 감각적으로 느꼈다. 그 약을 얻기 위해서 두보엔이 직접 나설 정도로 그 약의 가치란 대단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것을 내가 먹었다는거지.'

레니아의 이전 성격을 생각해볼때 자신이 죽지 않은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레니아는 천성이 모질거나 난폭하거나 악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비로운면과도 거리는 멀었다. 500년동안이나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만든 비약을 어디선가 죽으려고 했던 인간이 먹어 버렸으니 그 심정은 상상하지도 못할 것이었을 것이다.

무료함을 달래가면서 500년의 시간.. 벤하르트로는 상상도 할수 없었다. 당시의 레니아가 인간을 흡사 벌레를 보는것과 같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살아남은게 기적처럼 느껴질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레니아는 매사에 난폭한것 같이 굴지만 내면은 한없이 다정한 여자였다. 실로 그에게 불만을 토로할때는 언제든 자신이 억지를 부렸을때였던 것이다.

실제 분노하기는 했을것이다. 분명 고의였다면 죽일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이 우연이라는것을 그녀라면 알았을것이 틀림 없었다. 유연하다고 생각해도 근본적으로는 고지식한 그녀의 입장에서 우연이라는것을 알면서 누군가를 죽이지는 않았을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안한건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군.'

"그녀는 지금 인간으로써 '마법'을 이용해 신의 힘을 구현해 내고 있다."

"예?"

"이전의 그녀였다면 '신의 힘'으로 별개의 재료를 이용해 약을 만들고 연구할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경우는 달라. 모든 신과 관련된 힘을 잃어버린 지금 그녀가 약을 만들수 있는 수단은 한정 되어 있지."

"약은 재료로 만드는게 아니었습니까?"

"물론 기본은 재료로 만들지. 하지만 만능의 힘을 앞에 두고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자가 누가 있겠나. 레니아의 경우도 마찬가지. 근간이 되는 재료를 바탕으로 자신의 힘으로 재료를 변환 시켜서 약을 창조해 낸다. 실로 약의 신 다운 능력이지."

"하지만 신의 힘을 잃고 마법도 못쓰는 얼마간에도 그녀는 약을 만들수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벤. 그녀는 이미 자신이 만드는 모든 약의 제조법을 머리에 달고 다니는 신이다. 즉 재료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만들수 있는거지. 딱히 신의 힘을 쓸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신의 힘을 쓰게 되면 최소한의 재료로도 최대의 아니 상상하는것 이상의 효과를 낼수 있게 되는것이지. 힘을 전부 잃었다고 해서 약을 만들지 못하는건 아니야."

그는 약재를 꺼내서 몇가지를 섞으면서 말했다.

"그렇습니까?"

"벤 너는 마법에 대한 공부를 굉장히 게을리 했구나. 아니 애초에 모든 공부를 게을리 했던가. 도공술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게 없었지."

"검술은 루크 형님에게 배워서 기초정도는 배웠지만, 다른것은 아예 생각도 안나지요."

"레니아가 사용하는 마법은 인간으로서는 본래 도달하지 못하는 마법이다. 그녀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마법은 신의힘을 마법으로 돌리는 역할을 하는 마법이다."

"형도 사용하지 못하는겁니까?"

"너란 녀석은 어리숙하구나. 루크에게 조금 말좀 들었겠는걸. 애초에 '신'이 되어 보지 못한 나는 그 마법이 어떤것인지 인식할수가 없다. 하지만 레니아는 전직이 신이었지. 지금 신의 힘을 잃어 대용으로 마법으로 신의 힘을 대처하는것. 나는 그 경험이 없기에 그 힘에 대한것을 이해할수 없는것이다. 지금 만들려고 하는것도 고작해야 레니아에게 술식을 겨우겨우 익혀 만드는것 뿐이니,,"

"레니아가 형보다 더 똑똑하다는 겁니까?"

"비교할것도 없지. 나는 무언가를 익힐수는 있지만, 만들어내는것에는 서툴다. 그래 벤 너나 루크보다도 서툴러. 스승님에게 모든 방면의 기술을 배우고 습득하고 마치 천재인것마냥 너희들에게 떠받들여 졌지만, 실상 그것들은 배운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상의 것을 갈구 하지는 못하는 것이지.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그는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덴은 살짝 놀란 얼굴로 벤하르트에게 물었다.

"뭐가 말이냐?"

"형님은 대단하신 분입니다. 저는 고작해야 도공술 하나만을 익히는 데에도 바빠 다른것은 생각할 겨를 조차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덴 형의 경우는 그 전부를 익혔지 않습니까. 거기에 이 에린델의 마력석을 만든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형님이 대단하지 않으면, 존경해 마지 않았던 제 입장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네가 존경했던건 루크였잖냐."

"루크형님도 존경하고 있지만, 그만큼 덴형도 존경하고 있어요. 정말입니다."

덴은 약을 달이면서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냐. 그나저나 존경하는 사람 치고는 루크는 형님이고 나는 형이라 이거지."

"아니 이건.."

벤하르트는 당황해서 어찌할줄을 몰랐는데 그 모습을 보고 덴은 살짝 미소짓고는 말했다.

"농담이다. 이제와 형님이라니 닭살이 돛아서 들어주지 못하겠구나."

"예."

'역시 너무 달라지신것 같은데,'

여하튼 벤하르트가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때 덴의 손에서 한차례 빛이 어렸다. 그 마법이 얼마나 어려운것인가는 덴의 표정에 잘 드러나 있었다. 평소 흐트러짐이 없던 덴의 얼굴에는 상당히 집중으로 뭉친 표정이 서려 있었다.

"역시 대단해. 이 마법을 술식으로 엮었다는건."

"그게 그렇게 대단한겁니까?"

"설사 내가 신의 힘을 경험했다고 해도 술식을 짜내지는 못했을 거다. 레니아도 전부를 할수 있는것은 아닌 모양이다만, 몇개는 할수 있는것으로 보여지던데,"

"하지만 레니아도 형의 마법을 알아내는데 꽤 긴 시간이 걸린데다가, 덴형을 엄청나게 칭찬하던데, 그녀석이 남을 칭찬하는것은 흔한 일이 아니거든요."

"그건 다르지. 나는 레니아에게 어떻게 이 마법이 이루어지는지 직접 술식을 들었다. 하지만 레니아는 매개체를 통해 내 마법을 훔쳐간 것이거든."

벤하르트도 레니아가 대단하다는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몸으로 와닿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당연한듯이 대단하다고 생각만 했을뿐. 그것이 어느정도나 대단한지 감을 잡을수는 없었던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우러러 보기만 했었던 덴이 레니아에 대한 찬양에 가까운 칭찬을 하는것을 보고나서야 새삼 그녀가 신의 힘을 떠나서 대단하다는것을 깨달았다.

"어쨋든 완성이군. 이걸 레니아에게 먹이면 된다."

"그렇군요."

"그럼 잘 부탁한다. 벤."

그 말에 벤하르트가 물었다.

"뭘 부탁합니까?"

"이것 말이다. 먹여 주어야지."

"알아서 먹... 예? 잠깐 만요."

"레니아의 신체는 전부 굳어 있다. 그건 입도 예외는 아니지. 전신이 마비되어 있는것인데, 숨을 쉴수 있는것 외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지? 마시는것 조차도 할수 있을리 없지. 누군가가 강제로 밀어 주는 수밖에 없는거다."

"뭘로요? 기구라도 주셔야.."

덴은 멀뚱히 벤하르트를 보면서 말했다.

"..... 연인 아니냐?"

"동료일 뿐이라구요!"

얼굴을 시뻘겋게 하고 벤하르트가 말했다.

"흐음 그렇다면 레니아는 어째서... 아... 뭐 어쨋든 방법은 네가 상상하는 그것뿐이니까 말이지. 알아서 하도록 해라. 정히 뭣하면 그 꼬마 퀘이소족에게 시키는것도 괜찮지 않겠나?"

"아 그 방법도 있었군요."

그제야 안심하면서 그는 약병을 가지고 레니아가 있는곳으로 향했다.



벤하르트가 돌아오자 라프라는 밝게 맞았다. 레니아가 굳어있는 모습때문인지 아이들과 그다지 많이 논 기색은 없었다. 라프라는 벤하르트를 보자 밝게 맞이하다가 미묘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라프라 약이 완성 되었다."

"네!"

라프라는 다행이라는듯 밝게 그를 맞았지만, 벤하르트는 살짝 진중한 얼굴로 라프라의 양 어깨를 잡고 말했다.

"그런데 말이지. 이 약을 레니아는 스스로 먹을수가 없어.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강제로 약을 그녀의 목에 넘겨 줘야 하는거야."

"그래요?"

"그래서 말인데, 네가 그 일을 해주지 않을래?"

"으음."

라프라는 망설이면서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쳐다보았다. 그 기색이 사뭇 이상해보이는 관계로 벤하르트가 물었다.

"왜 그래?"

"하지만 두분은 연인 사이시잖아요.. 이런 일을 제가 할수는 없어요."

"아니야!"

'아닌데다 오해를 하고 있어. 거기에 왠 쓸데 없는 오지랖이냐! 그런쪽으로 철이 드는건 또 뭐냔 말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딴지와 함께 수많은 말을 일순간에 퍼부어 주고 싶었지만, 그렇게는 할수 없었다.

"그게 아니니까 걱정말고,,"

차분하게 라프라를 설득 하려고 하는데 라프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 안다는듯한 모습으로 말했다.

"제 눈치는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러니까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하지만 그 뒤로도 몇번을 부탁했음에도 라프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왠 똥고집이냐. 그렇다면,"

슬쩍 슈우와 샤아 두 아이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꼬맹이라고 해도 남자에게는 맡길수 없었고, 남은것은 샤아뿐이었지만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여우같은 눈을 하고 샤아는 재빨리 스승의 뒤로 숨어버렸다.

"전 그 일은 하지 않을거에요."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벤하르트는 꼼짝없이 자신이 해야할 처지에 빠져 있었다.

'그래 처음도 아니고,'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지난날의 한없이 미화된 추억을 되새김질 해보았다. 무법마을에서 있었던 레니아와의 입맞춤을 떠올리자 그에게는 이상한 생각이 똬리를 틀고 일어났다.

'아니 그러고보니..'

사람들의 시선에 자신들은 영락없이 연인처럼 보이는것도 무리는 아닌듯 싶었다. 기억을 되새기자 그 뒤로 부터도 왠지 그런 비슷한 분위기가 있었던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내 망상일 뿐이겠지. 그것도 연인이라기 보다 보복성 아니 입가심? 아니 뭐라고 해야 하나.. 그래 지금 나는 제정신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상태인것이 틀림 없다.'

실로 정확하게 집었지만, 자신에게 자신이 없었던 그는 당연히 그런 사실이 아닐거라고 편하게 생각하고는 레니아를 쳐다보았다. 자신은 레니아를 좋아하는것에는 별다른 이견은 없지만, 레니아가 자신을 좋아하는 일에는 한사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건 역시 괜한 망상인 것이겠지. 하여간에 저녀석들은 어째서,'

속으로 투덜 거리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돌렸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일행들은 재밌다는듯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혼자서 고뇌하는 모습은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것이었다. 벤하르트는 덴과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신경 쓰이니까 일단은 들어가 주시죠. 어차피 도와 줄것도 아니잖습니까."

"그러는게 좋겠군."

특기인 싱긋웃음을 보여주며 덴은 아이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죽겠군."

그때는 '당했기에' 알지 못했지만, 실제 스스로 하려고 드니 긴장감이 엄청났다. 반쯤 농담으로라도 카이후와 싸우는 쪽을 선택할수 있을정도로 피가 머리 끝까지 쏠려서 제정신으로 있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레니아는 언제고 일어날수 없었다.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걸면서 그는 독한 마음을 먹고 레니아에게 서서히 얼굴을 가져갔다.

'그래 처음도 아니잖아? 레니아를 살리기 위해서!'

라고 하면서 그는 레니아와 입을 맞추었다. 찌르르하게 가슴이 일렁이는데, 그제야 그는 자신이 약병을 입에 넣지 않았다는것을 깨달았다.

"..... 미안해 레니아! 고의는 아니었어!"

분명 깨어있을게 뻔한 레니아에게 사과를 하고 그는 벌렁이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설마하니 그걸 까먹었을줄은..'

그리고 슬쩍 덴이 들어갔던 곳을 쳐다보니 어느틈엔가 낄낄 거리는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는 한 무리를 발견할수 있었다.

"그래 이해한다 벤."

살짝 세상에 나가는 아들을 배웅하는 아버지 같은 표정이 느껴지는 얼굴을 보이면서 덴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더할나위 없는 창피함과 짜증을 느끼면서 벤하르트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뭘 이해한다는겁니까! 빨리 들어가시죠!"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는 검까지 뽑아 빛을 드리우면서 휙휙 저으며 그들을 물렸다.

'하지만, 이건 장난이 아니군.'

달달한 느낌이 온 입은 물론이고 가슴까지 가득 메운듯한 느낌에 그는 벌렁이는 심장을 추스렸다. 이번에는 잊지 않고 약병을 들어 한입에 털어넣었다.

'이제 뒤도 없잖아!'

단단히 마음먹고 그는 레니아의 입에 자신의 의지로 입을 맞추었다. 천둥번개가 치던 광란의 마음은 순간 시간이라도 멈춘것처럼 고요하게 가라앉아 마치 꿈이라도 꾸는듯했다. 약을 밀어넣는 행위 라기 보다 입맞춤에 한없이 가깝다는 생각에 벤하르트는 한동안 자아를 잃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조금 시간이 지나자 레니아는 몸에 있던 독은 해독이 되어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무 말 없이 그녀는 벤하르트를 살짝 보고 옷을 털털 털고 일어났다.

"레니아 미안해."

"됐어. 그 방법이 아니었으면 어차피 독을 몰아낼 수단은 없었잖아. 나라고 해도 그런것에 작정하고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아. 뭐 몹쓸짓 한것도 아니고,"

의외로 덤덤한 어투로 그녀가 답했다.

"아니 실수의 부분... 말야."

하지만 그 부분에서도 레니아는 덤덤하고 시원시원하게 넘어갔다.

"너다운 실수였지. 그것도.. 넘어가줄게."

그녀는 뒤를 돌아 얼굴을 보이지 않은채로 말했다.

"정말이냐?"

"그럼?"

"아니 너답지 않다고 할.."

벤하르트의 말을 확 자르면서 그녀가 말했다.

"내가 탓한다고 해도 말야. 뭘 어떻게 탓하라는거야?"

짜증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몰아붙히자 벤하르트는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레니아가 화풀이로 자신을 손발로 친다고 해도 그건 벌이라고 하기에도 사실 어이가 없는 행동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벌이라고 내세울만한것도 없었고, 감정 외에는 딱히 무언가를 요구할 수단도 없는 것이었다.

"사죄는 받아두지만, 네가 미안하다고 해도 내가 어떻게 할 도리는 없는거잖아. 그러니까 넘어가 주겠다고,"

"그것도 그렇네. 어쨋든 미안해."

"됐어."

하지만 그 순간 벤하르트가 보지 못하는 시야에서 그녀가 웃고 있었다는것을 벤하르트는 알지 못했다.



사실 레니아의 약은 뿌리기만 해도 충분했다. 미처 그가 생각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이미 벤하르트는 그렇게 뿌리는 것으로 두번이나 살아난 산 증인이었다. 하지만 레니아는 약을 만들어 줄때, 그런 방법으로 만들어 주는 것을 덴에게 일러주지 않았다.

만들어주는것은 어디까지나 스스로가 먹어야 하는 약 이었다. 그 긴 시간동안 자신의 마법에 대한 술식을 설명하고 결론을 지을때 그녀는 덴에게 마셔야 하는 약이라고 단단히 일러 두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한것이 덴에게 있어 어떤 작용을 할지 알고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그 뒤에 자신의 예상대로 벌어질 일이 기대가 되었기에, 또 덴의 성격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일러두었다.

그 당시 덴은 그런 사실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지만, 약을 만들고 벤하르트에게 건넬때가 되어서 그녀가 한 행동이 무엇을 뜻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밑에서 일어났던, 카이후와 벤하르트일행의 전투를 전부 알고 있었다. 즉 그는 레니아의 약이 피부로도 적용시킬수 있다는 사실또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니아가 그렇게 말한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것이라고 눈치챘다. 그 뒷 레니아의 마음까지도 그는 분명히 읽을수 있었다. 그렇게 눈치를 챌것까지 상정해서 레니아는 그 행동을 결정한 것이었다.

참으로 당돌한 짓을 저지르는 신이라고 생각하고 웃으면서 그는 레니아의 장단에 맞춰 주기로 결심했다.

라프라의 핑계를 대며 벤하르트를 진정시킨 그는 밖으로 나오면서 마법을 통해서 간단하게 라프라에게 전달했고, 꽤나 눈치가 빨라진 라프라는 그 명을 전달받아 확고하게 벤하르트에게 거절의 뜻을 밝힌 것이다.

모든 일은 레니아의 손바닥 위에서 벌어진 일이었던 것이다.

'고의는.. 저녀석의 입장에서는 역시 아니었겠지.'

아쉽기는 했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었다. 그만큼 긴장을 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그런 레니아의 속마음도 모른채 벤하르트는 모두가 자신을 놀려먹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도 못한채 전전긍긍하면서 속을 졸이고 있어야만 했다.


작가의말

레니아의 심정:계획대로.
곰같은 여자보다는 여우같은 여자가 좋다고 하던가요. 전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레니아는 여우같은 여자이면서 자존심만은 곰같은? 여자일수도..
그리고 제가 하나 실수를 했습니다. 마을의,, 복선을 깔려고 했는데 덴의 이름을 착각해버려서 우어어어 ㅠㅠ; 작가가 자신이 지은 케릭터 이름을 까먹는 어처구니 없는 일 발생.
저는 못난이 입니다. 미안해 덴..
그나저나 요즘 정말 행복하네요. 댓글이 아주 풍성해서 오늘은 12개를 받았는데 10개 이상라는게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풍족하게 만들어주는지... 도대체 80개 같이 받으시는 분들은 어떤 느낌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나요. ㅇㅅㅇ;
어쨋든 슬슬 다가오고 있죠?
연참대전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말이죠..(그럴 의도는 아닌데 뭔가 협박 같네요 말투가 --;)
이것을 제외하고 5화 남았네요. 끝까지 잘 달릴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모두 해피 일요일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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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쿠라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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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 엔쿠라스 463화-대형(13) +7 11.11.15 1,568 18 18쪽
467 엔쿠라스 462화-대형(12) +5 11.11.14 1,570 12 16쪽
466 엔쿠라스 461화-대형(11) +8 11.11.12 1,781 14 10쪽
465 엔쿠라스 460화-대형(10) +6 11.11.11 1,438 17 19쪽
464 엔쿠라스 459화-대형(9) +7 11.11.10 1,299 18 13쪽
463 엔쿠라스 458화-대형(8) +11 11.10.31 1,333 14 16쪽
462 엔쿠라스 457화-대형(7) +15 11.09.30 1,544 12 13쪽
461 엔쿠라스 456화-대형(6) +10 11.09.29 1,196 20 18쪽
460 엔쿠라스 455화-대형(5) +10 11.09.28 1,313 13 15쪽
459 엔쿠라스 454화-대형(4) +11 11.09.27 1,556 20 18쪽
458 엔쿠라스 453화-대형(3) +9 11.09.26 1,355 13 14쪽
» 엔쿠라스 452화-대형(3) +16 11.09.24 1,392 26 22쪽
456 엔쿠라스 451화-대형(2) +13 11.09.23 1,238 16 18쪽
455 엔쿠라스 450화-대형(1) +16 11.09.22 1,237 21 15쪽
454 엔쿠라스 449화-유린(3) +10 11.09.21 1,207 13 19쪽
453 엔쿠라스 448화-유린(2) +9 11.09.20 1,322 18 19쪽
452 엔쿠라스 447화-유린(1) +8 11.09.19 1,201 20 14쪽
451 엔쿠라스 446화-쉬이루(3) +6 11.09.17 1,274 15 12쪽
450 엔쿠라스 445화-쉬이루(2) +6 11.09.16 1,242 23 17쪽
449 엔쿠라스 444화-쉬이루(1) +6 11.09.15 1,291 13 12쪽
448 엔쿠라스 443화-보완 +6 11.09.14 1,227 20 16쪽
447 엔쿠라스 442화-거인 +8 11.09.13 1,414 14 14쪽
446 엔쿠라스 441화-췌펜(8) +4 11.09.12 1,578 23 12쪽
445 엔쿠라스 440화-췌펜(7) +6 11.09.10 1,490 17 12쪽
444 엔쿠라스 439화-췌펜(6) +4 11.08.29 1,179 9 9쪽
443 엔쿠라스 438화-췌펜(5) +5 11.08.28 1,252 12 13쪽
442 엔쿠라스 437화-췌펜(4) +7 11.08.19 1,285 14 14쪽
441 엔쿠라스 436화-췌펜(3) +3 11.08.19 1,315 15 15쪽
440 엔쿠라스 435화-췌펜(2) +4 11.07.30 1,458 17 13쪽
439 엔쿠라스 434화-췌펜(1) +3 11.07.29 1,393 18 10쪽
438 엔쿠라스 433화-에린델(6) +4 11.07.28 1,540 12 12쪽
437 엔쿠라스 432화-에린델(5) +4 11.07.27 1,126 15 11쪽
436 엔쿠라스 431화-에린델(4) +6 11.07.26 1,224 27 12쪽
435 엔쿠라스 430화-에린델(3) +4 11.07.25 1,284 23 12쪽
434 엔쿠라스 429화-에린델(2) +4 11.07.23 1,297 13 14쪽
433 엔쿠라스 428화-에린델(1) +5 11.07.22 1,276 14 13쪽
432 엔쿠라스 427화-경계(4) +5 11.07.21 1,292 23 11쪽
431 엔쿠라스 426화-경계(3) +9 11.07.20 1,221 20 18쪽
430 엔쿠라스 425화-경계(2) +4 11.07.19 1,214 14 15쪽
429 엔쿠라스 424화-경계(1) +5 11.07.18 1,176 24 14쪽
428 엔쿠라스 423화-혈문(血聞)(7) +4 11.07.16 1,019 12 14쪽
427 엔쿠라스 422화-혈문(血聞)(6) +6 11.07.15 1,047 17 15쪽
426 엔쿠라스 421화-혈문(血聞)(5)//- +3 11.07.14 1,182 19 12쪽
425 엔쿠라스 420화-혈문(血聞)(3) +8 11.07.13 1,215 14 12쪽
424 엔쿠라스 419화-혈문(血聞)(3) +5 11.07.12 1,205 17 13쪽
423 엔쿠라스 418화-혈문(血聞)(2) +6 11.07.11 1,277 21 14쪽
422 엔쿠라스 417화-혈문(血聞)(1) +4 11.07.09 1,295 14 12쪽
421 엔쿠라스 416화- +6 11.07.07 1,106 21 9쪽
420 엔쿠라스 415화- +6 11.07.05 1,574 15 14쪽
419 엔쿠라스 414화- +5 11.07.02 1,007 24 10쪽
418 엔쿠라스 413화- +7 11.05.31 1,304 15 9쪽
417 엔쿠라스 412화-유로(渝路)(4) +4 11.05.30 1,176 16 20쪽
416 엔쿠라스 411화-유로(渝路)(3) +4 11.05.28 1,155 14 10쪽
415 엔쿠라스 410화-유로(渝路)(2) +4 11.05.27 1,229 22 16쪽
414 엔쿠라스 409화-유로(渝路) +6 11.05.26 1,198 19 14쪽
413 엔쿠라스 408화-사연(死緣)(11) +6 11.05.25 1,118 13 13쪽
412 엔쿠라스 407화-사연(死緣)(10) +5 11.05.24 1,123 14 16쪽
411 엔쿠라스 406화-사연(死緣)(9) +5 11.05.23 1,185 22 12쪽
410 엔쿠라스 405화-사연(死緣)(8) +5 11.05.21 935 12 15쪽
409 엔쿠라스 404화-사연(死緣)(7) +5 11.05.20 1,140 17 10쪽
408 엔쿠라스 403화-사연(死緣)(6) +4 11.05.19 1,672 18 11쪽
407 엔쿠라스 402화-사연(死緣)(5) +3 11.05.18 832 12 15쪽
406 엔쿠라스 401화-사연(死緣)(4) +4 11.05.17 967 14 10쪽
405 엔쿠라스 400화-사연(死緣)(3) +5 11.05.16 1,016 14 12쪽
404 엔쿠라스 399화-사연(死緣)(2) +3 11.05.14 1,436 27 11쪽
403 엔쿠라스 398화-사연(死緣)(1) +7 11.05.13 1,129 13 12쪽
402 엔쿠라스 398화-세프로(3) +3 11.05.12 1,044 17 10쪽
401 엔쿠라스 397화-세프로(2) +3 11.05.11 1,140 13 11쪽
400 엔쿠라스 396화-세프로(1) +6 11.05.10 1,165 13 12쪽
399 엔쿠라스 395화-청탁(請託)(5) +9 11.03.31 1,098 15 15쪽
398 엔쿠라스 394화-청탁(請託)(4) +4 11.03.30 1,093 20 10쪽
397 엔쿠라스 393화-청탁(請託)(3) +3 11.03.29 1,114 12 15쪽
396 엔쿠라스 392화-청탁(請託)(2) +3 11.03.28 1,041 10 10쪽
395 엔쿠라스 391화-청탁(請託)(1) +4 11.03.26 1,186 12 12쪽
394 엔쿠라스 390화-비(仳) +3 11.03.25 1,179 14 14쪽
393 엔쿠라스 389화-아오이스 +3 11.03.24 1,050 13 13쪽
392 엔쿠라스 388화-혼검(魂劍)(1) +4 11.03.23 1,071 14 11쪽
391 엔쿠라스 387화-전언(傳言) +4 11.03.22 1,154 15 13쪽
390 엔쿠라스 386화-역용(易用)(4) +3 11.03.21 1,049 11 13쪽
389 엔쿠라스 385화-역용(易用)(2) +4 11.03.19 1,199 21 10쪽
388 엔쿠라스 384화-역용(易用)(1) +5 11.03.18 1,064 14 11쪽
387 엔쿠라스 383화-난중(亂中)(6) +3 11.03.17 1,125 13 11쪽
386 엔쿠라스 382화-난중(亂中)(5) +4 11.03.16 928 22 12쪽
385 엔쿠라스 381화-난중(亂中)(4) +2 11.03.15 1,167 15 9쪽
384 엔쿠라스 380화-난중(亂中)(3) +5 11.03.14 1,312 19 12쪽
383 엔쿠라스 379화-난중(亂中)(2) +4 11.03.12 1,092 11 11쪽
382 엔쿠라스 378화-난중(亂中)(1) +2 11.03.11 984 14 10쪽
381 엔쿠라스 377화-찬티아(8) +5 11.03.10 1,202 15 17쪽
380 엔쿠라스 376화-찬티아(7) +5 11.03.02 1,282 15 9쪽
379 엔쿠라스 375화-찬티아(6) +7 11.02.26 1,231 15 10쪽
378 엔쿠라스 374화-찬티아(5) +6 11.02.19 1,099 24 10쪽
377 엔쿠라스 373화-찬티아(4) +3 11.02.17 1,174 12 11쪽
376 엔쿠라스 372화-찬티아(3) +6 11.01.31 977 18 10쪽
375 엔쿠라스 371화-찬티아(2) +3 11.01.29 1,299 11 13쪽
374 엔쿠라스 370화-찬티아(1) +2 11.01.28 1,037 13 11쪽
373 엔쿠라스 369화-도네스(2) +7 11.01.27 1,046 16 13쪽
372 엔쿠라스 368화-도네스(1) +2 11.01.26 1,116 22 11쪽
371 엔쿠라스 367화-괴마(3) +6 11.01.25 1,035 19 11쪽
370 엔쿠라스 366화-괴마(2) +6 11.01.24 1,018 17 12쪽
369 엔쿠라스 365화-괴마(1) +4 11.01.22 1,096 14 12쪽
368 엔쿠라스 364화-뎁스(2) +3 11.01.21 1,237 15 13쪽
367 엔쿠라스 363화-뎁스(1) +2 11.01.20 1,226 14 11쪽
366 엔쿠라스 362화-환마의숲(2) +4 11.01.19 1,227 16 9쪽
365 엔쿠라스 361화-환마의숲(1) +4 11.01.18 1,039 14 12쪽
364 엔쿠라스 360화-도로호우이(13) +2 11.01.17 1,202 16 13쪽
363 엔쿠라스 359화-도로호우이(12) +3 11.01.15 1,071 14 10쪽
362 엔쿠라스 357화-도로호우이(11) +4 11.01.14 979 16 13쪽
361 엔쿠라스 356화-도로호우이(10) +4 11.01.13 1,221 18 11쪽
360 엔쿠라스 355화-도로호우이(9) +4 11.01.12 1,038 26 9쪽
359 엔쿠라스 354화-도로호우이(8) +4 11.01.11 1,125 20 13쪽
358 엔쿠라스 353화-도로호우이(7) +5 11.01.10 1,287 21 11쪽
357 엔쿠라스 352화-도로호우이(6) +6 11.01.02 994 16 10쪽
356 엔쿠라스 351화-도로호우이(5) +5 10.12.15 1,097 26 9쪽
355 엔쿠라스 396화-도로호우이(4) +4 10.12.14 1,068 17 13쪽
354 엔쿠라스 395화-도로호우이(3) +4 10.12.13 1,118 21 10쪽
353 엔쿠라스 394화-도로호우이(2) +4 10.12.12 1,112 25 9쪽
352 엔쿠라스 348화-도로호우이(1) +5 10.12.09 1,126 18 12쪽
351 엔쿠라스 347화-히얄(3) +4 10.12.03 1,139 13 10쪽
350 엔쿠라스 346화-히얄(2) +4 10.11.28 1,273 12 11쪽
349 엔쿠라스 345화-히얄(1) +3 10.11.24 1,188 15 9쪽
348 엔쿠라스 344화-프노스(2) +3 10.11.23 1,377 26 11쪽
347 엔쿠라스 343화-프노스(1) +4 10.11.21 1,189 16 13쪽
346 엔쿠라스 342화-인정(3) +6 10.11.17 1,297 13 11쪽
345 엔쿠라스 341화-인정(2) +9 10.11.13 1,208 10 10쪽
344 엔쿠라스 340화-인정(1) +5 10.11.12 1,283 13 11쪽
343 엔쿠라스 339화-강 +10 10.11.10 1,166 19 22쪽
342 엔쿠라스 338화-교환(5) +8 10.09.30 1,272 10 23쪽
341 엔쿠라스 337화-교환(4) +4 10.09.29 1,049 11 11쪽
340 엔쿠라스 336화-교환(3) +4 10.09.28 1,376 12 13쪽
339 엔쿠라스 335화-교환(2) +5 10.09.27 1,848 11 16쪽
338 엔쿠라스 334화-교환(1) +5 10.09.25 1,198 9 12쪽
337 엔쿠라스 333화-심경(2) +4 10.09.24 1,316 25 19쪽
336 엔쿠라스 332화-심경(1) +5 10.09.23 1,383 12 15쪽
335 엔쿠라스 331화-준비(3) +4 10.09.21 1,250 13 12쪽
334 엔쿠라스 330화-준비(2) +6 10.09.20 1,187 14 14쪽
333 엔쿠라스 329화-준비(1) +4 10.09.18 1,269 10 16쪽
332 엔쿠라스 328화-계략(5) +6 10.09.17 1,380 15 14쪽
331 엔쿠라스 327화-계략(4) +4 10.09.16 1,054 9 17쪽
330 엔쿠라스 326화-계략(3) +5 10.09.15 1,559 17 11쪽
329 엔쿠라스 325화-계략(2) +4 10.09.14 1,238 18 15쪽
328 엔쿠라스 324화-계략(1) +5 10.09.13 1,288 11 14쪽
327 엔쿠라스 323화-극도문(5) +6 10.09.11 1,289 11 12쪽
326 엔쿠라스 322화-극도문(4) +4 10.09.10 1,123 26 12쪽
325 엔쿠라스 321화-극도문(3) +4 10.09.09 1,287 13 9쪽
324 엔쿠라스 320화-극도문(2) +6 10.09.06 1,280 23 10쪽
323 엔쿠라스 319화-극도문(1) +2 10.09.05 1,262 10 12쪽
322 엔쿠라스 318화-파편 +4 10.09.02 1,165 14 9쪽
321 엔쿠라스 317화-호감(2) +5 10.08.31 1,337 21 8쪽
320 엔쿠라스 316화-호감(1) +3 10.08.27 1,379 33 9쪽
319 엔쿠라스 315화-청부(4) +4 10.08.26 1,010 9 12쪽
318 엔쿠라스 314화-청부(3) +2 10.08.24 1,255 15 9쪽
317 엔쿠라스 313화-청부(2) +3 10.08.23 914 7 9쪽
316 엔쿠라스 312화-청부(1) +4 10.08.20 1,388 13 13쪽
315 엔쿠라스 311화-라프티(5) +8 10.07.31 1,186 12 14쪽
314 엔쿠라스 311화-라프티(4) +2 10.07.30 1,197 8 13쪽
313 엔쿠라스 310화-라프티(3) +2 10.07.29 1,229 12 17쪽
312 엔쿠라스 309화-라프티(2) +3 10.07.28 1,178 10 15쪽
311 엔쿠라스 308화-라프티(1) +2 10.07.27 1,305 10 13쪽
310 엔쿠라스 307화-방침 +2 10.07.26 1,147 5 12쪽
309 엔쿠라스 306화-마법사(2) +5 10.07.24 1,363 10 17쪽
308 엔쿠라스 305화-마법사(1) +3 10.07.23 1,559 7 14쪽
307 엔쿠라스 304화-결(結)(5) +4 10.07.22 1,205 7 11쪽
306 엔쿠라스 303화-결(結)(4) +4 10.07.21 1,351 19 17쪽
305 엔쿠라스 302화-결(結)(3) +5 10.07.20 1,580 14 14쪽
304 엔쿠라스 301화-결(結)(2) +3 10.07.19 1,157 13 14쪽
303 엔쿠라스 300화-결(結)(1) +8 10.07.17 1,250 11 15쪽
302 엔쿠라스 299화-난(亂)(6) +3 10.07.16 1,239 11 13쪽
301 엔쿠라스 298화-난(亂)(5) +3 10.07.15 1,282 17 19쪽
300 엔쿠라스 297화-난(亂)(4)[수 정!] +8 10.07.14 1,264 10 17쪽
299 엔쿠라스 296화-난(亂)(3) +5 10.07.13 1,112 13 12쪽
298 엔쿠라스 295화-난(亂)(2) +3 10.07.12 1,195 16 15쪽
297 엔쿠라스 294화-난(亂)(1) +9 10.07.10 1,195 16 13쪽
296 엔쿠라스 293화-나가샤(3) +3 10.06.29 1,250 12 20쪽
295 엔쿠라스 292화-나가샤(2) +6 10.06.14 1,345 11 14쪽
294 엔쿠라스 291화-나가샤(1) +3 10.06.07 1,277 14 10쪽
293 엔쿠라스 290화-신산(神山)(4) +4 10.05.31 1,389 17 13쪽
292 엔쿠라스 289화-신산(神山)(3) +2 10.05.29 1,249 10 14쪽
291 엔쿠라스 288화-신산(神山)(2) +5 10.05.28 1,201 12 19쪽
290 엔쿠라스 287화-신산(神山)(1) +5 10.05.27 1,386 10 19쪽
289 엔쿠라스 286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23) +5 10.05.26 1,351 6 14쪽
288 엔쿠라스 285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22) +2 10.05.25 1,304 13 17쪽
287 엔쿠라스 284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21) +2 10.05.24 1,196 23 14쪽
286 엔쿠라스 283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20) +4 10.05.22 1,072 12 20쪽
285 엔쿠라스 282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19) +2 10.05.21 1,236 8 13쪽
284 엔쿠라스 281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18) +2 10.05.20 1,248 11 18쪽
283 엔쿠라스 280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17) +2 10.05.19 1,276 13 13쪽
282 엔쿠라스 279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16) +2 10.05.18 1,486 14 16쪽
281 엔쿠라스 278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15) +4 10.05.17 1,314 8 13쪽
280 엔쿠라스 277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14) +2 10.05.15 1,301 19 15쪽
279 엔쿠라스 276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13) +2 10.05.14 1,312 7 18쪽
278 엔쿠라스 275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12) +2 10.05.13 1,345 9 17쪽
277 엔쿠라스 274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11) +3 10.05.12 1,313 14 15쪽
276 엔쿠라스 273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10) +3 10.05.11 1,381 12 18쪽
275 엔쿠라스 272화-신등장(神燈將)의 제(祭)(9) +2 10.05.10 1,296 12 14쪽
274 엔쿠라스 271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8) +2 10.04.30 1,204 18 13쪽
273 엔쿠라스 270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7) +2 10.04.24 1,256 6 12쪽
272 엔쿠라스 269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6) +2 10.04.20 1,453 13 14쪽
271 엔쿠라스 268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5) +5 10.04.13 1,323 7 14쪽
270 엔쿠라스 266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4) +2 10.04.09 1,442 7 9쪽
269 엔쿠라스 265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3) +1 10.04.06 1,501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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