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44화-쉬이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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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을 더 걸어 벤하르트 일행은 쉬이루 도시에 도착했다. 거대한 요새마냥 성벽을 뒤덮은 황갈색의 벽은 그 자체만으로도 웅장함을 더 드높힌것 같았다. 그 크기만 해도 여타 룬델의 거대도시들과 비할수 있을정도였다.
내심 췌펜을 보았기 때문에 도시의 크기를 작게 생각하고 있었던 벤하르트는 쉬이루 도시를 보고 놀랄수밖에 없었다. 층층히 도시안에 도시와 또 다른 도시로 이루어진 장관을 보면서 룬델과는 또 다른 색다른 도시의 맛을 느낄수 있었다.
"대단한데,"
"그래 왠만한 마수들은 들어오지도 못할것 같아."
레니아는 눈으로 허공을 보며 말했다. 그녀는 마력석의 마법을 완벽하게 꿰차고 있었기 때문에 그 영역과 힘을 보는 것도 가능했다. 라프라가 들어갈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하기 위해 먼저 살펴본 그녀의 반응은 대단하다는 감탄이었다.
"저정도가 되면 거인이라고 해도 침범할수가 없지. 역시 인간 다워. 자 그럼 준비를 해볼까?"
팔을 걷고 그녀는 라프라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고는 조금 끙하며 마법을 사용했다. 라프라의 몸이 일순 번쩍이는가 싶더니 이내 빛은 수그러 들었다.
"됀거야?"
벤하르트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스스로에게 자랑스럽다는 미소를 얼굴에 가득 품고 라프라에게 말했다.
"췌펜 마을은 이전에도 들어가 본적은 있었겠지? 하지만 이곳은 너희 퀘이소에게는 완벽한 미지의 영역이야. 어때? 그 기분은?"
"정말 기대되요."
"좋아. 그럼 가는거다!"
"으음?"
성을 지키고 있는 수비대원은 벤하르트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물었다.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남쪽의 췌펜 마을에서 오는 길입니다. 도시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벤하르트의 질문에 그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가볍게 벤하르트에게 던졌다.
"그 돌을 얼굴에 문질러 주십시오. 저희 도시에서는 딱히 신분 확인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마수일경우는 곤란하니 확실하게 방비는 해둬야 하지요."
벤하르트는 돌을 보고 라프라가 살짝 불안해져 물었다.
"지금 마력석의 길에 서 있는데도 그런 절차가 필요한 겁니까?"
"마수들중에는 마력석의 길조차도 걸러내지 못하는 영악한 녀석들도 존재합니다. 보통 그런녀석들이 나오는 경우는 없지만, 그것이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고 해도 안전에는 절대적이라는게 없기에 저희는 항상 이 규칙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돌은 아시다시피 마수들에게만 반응합니다. 인체에 유해한것도 아니고, 계속 거절하신다면 마수로 간주할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겠지요. 입장이라는게 있을터이니."
벤하르트는 여유롭게 마력석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팔을 문지르는둥 여러가지 행동을 해주었다.
"되었습니까?"
"아니 뒤에 두분도 해주셔야 합니다. 한명이 인간이라고 나머지가 마수가 아니라고는 말할수 없으니 말입니다."
평소 같으면 그런일이 있겠느냐고 반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겠지만, 실로 그 병사의 말대로의 상황이었는지라 벤하르트는 속내로는 머뭇 거리면서 일단 레니아에게 마력석을 넘겼다. 레니아는 여유롭게 마력석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라프라에게 넘겼다.
"걱정마."
작게 레니아는 벤하르트에게만 들릴정도로 이야기했다. 그 말대로 라프라는 얼굴에 돌을 가져갔음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의심해서 실례했습니다. 곧 문을 열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곧 굳게 닫힌 성문이 천천히 열리고 그들은 쉬이루 도시의 안으로 들어갔다.
에린델에는 마을자체가 그다지 많다고 할수 없었지만, 그만큼 도시의 수도 적었다. 룬델 만큼 거대한 영역에 도시라고는 고작해야 열개를 조금 넘을 뿐이었고, 그 때문에 도시에 모이는 사람들이 많아. 실제 머무는 인구는 보통 룬델의 도시보다 배는 더했다.
도시의 수와 마을의 수가 적은 만큼 에린델은 나라라는 개념이 적었다. 적은 마수일 뿐이었고, 그 외의 인간들은 전부 동지라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사람과 마수의 전쟁을 치루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벤하르트때도 마수라는것의 구분을 제외하고는 신원 확인을 하는것도 어설프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저런식으로 신원을 확인하게 된다면, 좋지 않을텐데,"
"어째서?"
"신원 확인이라는건 꼭 나라와 나라의 대립 때문만 생긴건 아니니까, 물론 그만큼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면 정확도 조차 신용할게 못되는데다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지도 못하지만, 사실상 없는것보다야 있는쪽이 훨씬 나은것도 사실이지. 예를들어 범죄자라던가 그런 부류의 인간임을 구분하는것도 중요한 일들중 하나인거야."
"그렇군. 하지만말야 에린델에 와서 느낀건 남녀노소를 통틀어서 전부 강인하다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렇게 마음대로 안하무인으로 움직였다가는 제몸 간수하기 힘들지 않겠어?"
"아 그렇기도 하겠군."
실제로 룬델의 병사와 에린델의 병사는 질적인 차이가 심했다. 룬델에도 강한 사람이야 얼마든지 있었지만, 에린델의 경우는 평균적인 무력이 강한 느낌이라 한번 어줍잖게 건드렸다가는 뼈도 추리기 힘들수 있어 보인 것이다.
"뭐 우리의 경우는 다르겠지만,"
벤하르트도 레니아의 그 다소 거만함이 섞인 듯한 말에 딱히 부인은 하지 않았다.
셋은 여관을 찾아 다녔지만, 왠일인지 여관은 항상 만원이라는 말과 함께 터무니 없는 가격을 내뱉기 일수였다. 다행히 여관의 수는 많았기 때문에 그들은 여러 군데를 둘러 보았지만, 거의 비슷한 반응들 뿐이었다.
"어떻하지. 아무리 그래도 하루를 묶는데 200크닐이라니 아무리 바가지라도 너무 심한데,"
"그래. 하루 이틀만 묶을 것도 아닌데 그런 거금을 쓴다는것은 무리야."
"일단 여긴 둘러보지 않았으니까 일단 들어가봐야 겠어."
"저기.."
라프라는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불러세웠다.
"왜 그래? 라프라."
"보통 여관이라는 곳은 얼마를 하나요?"
"그거야 때때로 다르지만, 30크닐에서 40크닐만 되어도 묵을만 하지."
그들은 문을 열고 마지막 여관의 문을 열었다.
"하하 저희 여관도 거의 만원인지라 손님을 받기 위해서는 한 방에 200크닐을 받아야 합니다요."
"여관에 하루를 묶는데 200크닐이라니 그런 바가지가 어디에 있습니까?"
"쉬이루 도시는 전부 그 가격일텐데 아직 다른 곳은 안가보신 모양이군요."
"아니 가 보았습니다만,"
"저기요 그쪽의 주인장님?"
평소에 듣던 목소리가 아님을 깨닫고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꽤나 노출적인 옷을 입고 요염한 자세로 서 있는 성인의 라프라가 있었다. 천천히 걸어와 그녀는 카운터에 앉아 요염한 눈으로 여관의 주인을 보았다.
"저희가 정말 돈이 없어서 그래요. 며칠만 묵을수 있게 조금만 싸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물론 다른곳에는 비 밀 로."
여관 주인은 눈을 굴리면서 말했다.
"그 그럼 100?"
"조금만 더 봐주세요. 저희도 '이곳에' 오래 머물러 있고 싶다구요."
"오 오십 그거면 어때?"
"하아, 다른곳으로 가봐야 할라나봐요."
"삼십 이거면 다른 마을에서의 정가다. 어때 이 가격이라면,"
주인은 연신 라프라의 허리나 가슴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손가락을 내리며 흥정했다.
"그럼 그 가격으로 좋아요."
"헤헤. 그럼.."
뭔가를 기대한다는 주인의 모습에 라프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천연덕스러운 어린아이의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사뿐히 벤하르트에게 돌아왔다.
"저기.."
"주인장 고맙습니다."
"이하동문."
냉랭하게 말하면서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성큼성큼 빈방으로 올라갔고 여관의 주인은 홀로 덩그러니 자리에 서 있었다.
"라프라 무슨 짓을 한거야!"
여관에 짐을 풀어 놓자마자 벤하르트는 큰소리로 라프라를 나무랐다.
"저 저도 조금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그 그런건 어디서 배운거야."
"그 형제 마수들은 인간 남자들은 이런걸 좋아한다고 해서,,"
"또 그녀석들이냐! 도대체 그녀석들은 무슨 생각으로,,"
벤하르트는 무심결에 라프라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 정말이지 선정적인 차림이 아니라 할수 없었다.
'도대체 그녀석들은 무슨 마수인거냐고, 도저히 알수가 없어,'
이미 죽어서 대답을 들을수도 없었지만, 정말이지 의문점이 솟구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런 점에 천천히 생각하고 말고도 없이 오싹하고 싸늘한 기운이 그의 등뒤를 뒤흔들었다.
"왜 거기서 말문이 막히는거지?"
가시 돛힌 레니아의 말에 벤하르트는 난처해하며 말했다.
"아니 뭐,, 마수 주제에 인간을 꽤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이크."
레니아는 말도 않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했고, 이전과 다르게 벤하르트는 재빠르게 몸을 이리저리 날리면서 피하면서 변명했다.
"꺄악."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벤하르트는 레니아의 공격을 흘려 버리고는 진중한 얼굴을 하면서 말했다.
"어쨋든 그런건 굉장히 안좋은 행동이라고, 도대체 어떻게 그 마수들이 그 그런 것을 알고 있는지는,,"
말하는 와중에 그는 손을 들어 레니아의 발길질을 막고 사뿐히 그녀를 내려 놓았다.
"이야기 중이잖아."
"이야기 좋아하네. 벤 나는 너를 다시 보게 되었어."
"뭘 다시 봤다는거야?"
"네가 그렇게 변태 같은 녀석일거라고는, 지금까지 한 일이 있어서 바보만큼 신사라고 생각해왔는데,"
"내가 뭐라고 했길래? 나는 그저 말문이 막혔을 뿐이라고, 그래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 마수 녀석들에게 기가 막혀서.."
가늘게 의심스럽게 자신을 흘겨보는 레니아의 차가운 눈을 보고 벤하르트는 고개를 축 숙일수 밖에 없었다.
"어쨋든 간에 앞으로 그런 모습은 금지다 금지! 라프라 그런 마수들이 가르쳐준대로 사는건 좋지 않아. 뭐 이번에 한에서는 단호하게 말해둘수 있겠는데 말이지."
"하지만 제 덕분에 싸게 이곳으로 들어오게 된거잖아요. 어디가 그렇게 안좋은거에요?"
"어린아이가 그런 모습을 하는게 아니야."
"그럼 레니아 언니는?"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마치 시간이 멈춰서 동결이라도 된듯한 멈춤과 라프라와 벤하르트는 동시에 레니아를 보았다. 레니아가 화를 내기도 전에 벤하르트는 얼굴을 홍당무처럼 붉게 물들이면서 뒤로 나자빠졌다.
"뭐 뭐야 그 태도 너 진짜로 상상한거야?"
"아 아냐. 절대 아냐.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내 상상력은 빈곤하니까 말이지."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방금전 라프라가 했던 자세를 구사하는 도도한 레니아를 상상하니 그는 천천히 뒷걸음질칠수밖에 없었다. 레니아도 그런 벤하르트를 나무라기도 남사스러운 기분이 들어 불만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서로가 마치 홍당무처럼 물든 얼굴로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는 기묘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으 으음."
"흐 흐흠."
불쾌한 분위기의 둘과 영문을 모른채 라프라는 양쪽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저기.."
라프라는 계속되는 냉전 사태에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듯 했다.
"왜.."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눈치를 보다가 동시에 말하고는 또 서로를 미묘하게 쳐다보고 고개를 돌렸다.
"뭔가 제가 잘못한것 같으니까, 앞으로 절대 그러지 않을게요. 저기.."
점점 공황상태에 빠진 라프라는 성인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울먹이면서 당황해했다.
"크흠. 좋아. 어쨋든 절대로 금지야. 그리고 이 일에 대한 언급도 금지. 알았지?
레니아는 가시돛힌 말로 그렇게 정리하면서 날카롭게 벤하르트를 보았고, 벤하르트는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왠지 불편하고도 은은한 분위기는 한동안 지속되었다.
- 작가의말
으헉.. 444화,, 조금 불길하지만 그런건 둘째로 훌렁 넘기고,, 사족이나 써볼까 합니다.
마땅한 제목이 없을때에는 도시의 이름을 사용합니다 ^^;;;
뭐 수많은 기록들이 증명하는 바 였지만,
여튼 저는 쓸데없는걸로 사족다는걸 너무 좋아하는듯 합니다. 여튼 내일은 예비군 훈련을 가는날, 이게 언제 들어올지 모르지만, 소설을 쓰고도 남을 정도의 시간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강림악마님. 정답. 제가 글을 남기고 있는 시점에서 1243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허술한 문제였는데도 잘 맞추셨네요. 저야 전지적 시점으로 낸거니까 스스로 풀수 있다고 해도 잘 추리해내신듯,,, 놀랍습니다.
지금은 1300.. 강림 악마님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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