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34화-췌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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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의 소굴로 향했었기 때문에 남쪽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조금 돌아야 했지만 그들은 별 이상 없이 마을에 도착할수 있었다. 그 와중에 달라진점이 있다면 라프라가 더욱 벤하르트를 따르게 되었다는 점과 호칭이 다르게 변한것, 그리고 그에 따라 레니아의 기분이 조금 저조하다는 것에 있었다.
"이곳이 네 일족이 머물렀다고 하는 그 마을이지?"
"네. 여기에요. 아마 저를 아시는 분들도 몇분 계실거에요. 저희가 살던 곳도 있구요."
"그래?"
마을 밖에는 건장한 남자들이 땔감을 자르고 있었다. 그들은 마을쪽으로 걸어오는 벤하르트 일행을 발견했다. 그들중 한사람은 라프라를 알고 있었는지, 아는체를 했다.
"음? 너는? 아마 퀘이소의 부촌장의 딸 이었나?"
"네! 거봐요. 오빠 제 말이 맞죠?"
라프라의 그 말에 마을사람들은 묘한 얼굴로 벤하르트를 바라보았지만, 그가 뭐라 할말은 달리 없었다. 여행도중 몇번이나 설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라프라는 도통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행도중 라프라의 오빠라는 말을 수시로 듣게된 벤하르트는 왠지 멋쩍은 기분을 감출수가 없어서 조곤조곤 라프라를 설득했다.
"저기 말야. 라프라. 사실 말이지. 나는 엄청나게 나이가 많아."
"아 그랬어요? 별로 그렇게 들어보이지는 않는데요."
"그러니까 사실상 오빠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지. 할아버지로 불리고 싶은건 결코 아니지만, 그냥 불러야 한다면 벤하르트 씨가 어떨까?"
"왜요? 나이가 많은 쪽을 오빠라고 부르는건 당연하잖아요."
실제로 그녀는 레니아도 언니라고 부르고 있었다. 레니아에 있어 그것 자체는 그다지 싫은게 아니었지만, 연신 벤하르트를 따르는 라프라의 모습은 그녀에게 썩 좋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아니 실제로 열살이 넘으면 오빠라고는 안하잖아?"
"왜요? 인간은 그런가보죠? 저희 일족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데,,"
"뭐?"
"저는 아버지와도 백살이 넘는 차이가 나고요. 마을에서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오십살도 넘어요. 하지만 그 오빠도 오빠인거죠. 그러니까 아무래도 상관 없는데요 저는."
"으음."
그렇게 말하자 벤하르트는 인간의 상식으로써 그녀를 설득하는게 불가능하다는것을 깨달았다. 라프라는 별로 양보할 생각이 없어보였고, 사실 그 자신도 적응만 된다면야 아무래도 상관 없는일이라 그렇게 굳어 졌던 것이다.
두명의 남자중 몸이 다부지고 꽤 젊어 보이는 남자가 환한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여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꽤 많이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능숙한 말투에 벤하르트는 그 남자가 마을에서 조금 높은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저는 여행객입니다만, 여행과 동시에 이 애의 일족에 관한 일때문에 잠시 들리게 되었습니다. 말투를 보니 이 아이의 종족을 아시는 모양인데, 최근 이 아이의 일족이 다시 마을에 돌아왔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까?"
"없습니다. 사실 보통 퀘이소는 한번 떠난 곳을 다시 돌아오거나 하지 않지요. 일족 내의 역사 때문이라고 하지만, 자세한것은 저도 잘 모릅니다. 어쨋든 결과적으로 따지면 이 마을에는 오지 않았지요. 그나저나 저 여자가 누군지 알면서 같이 다니는 거요?"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퀘이소라는 말에도 놀라지 않은걸 보면 그럴것이라 생각은 했소만, 마수에게 오빠라니, 참 태평하신 분이시군. 하긴 퀘이소니까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군요."
"어째서 입니까?"
"그거야 차차 알아가면 될일이고, 퀘이소라, 한마리 뿐이니 마을에 들이기는 쉽지 않겠군요."
"마을에 들일수도 있는겁니까?"
에린델의 길과 같이 이 마을도 영롱한 마력석에 의해 둘러 쌓여 있었다. 그런곳을 퀘이소들이 들어가는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터인데, 사내는 마치 들어갈수 있다는것마냥 이야기 한것이다.
"퀘이소가 여러 마을과 도시를 돌아다닌다는것은 알고 있소?"
"네."
"그런 퀘이소들은 다른 마을이나 도시의 물건이나 마수들에게서 얻을수 있는 물건들을 인간들과 교류합니다. 그런 상부상조를 하기에 저희도 퀘이소와 친하게 지내고 있지요. 그것에 대한 성의로 마을 사람들은 퀘이소가 머무르고 있을때에는 마력석을 치워서 자유로히 오갈수 있게 하는겁니다."
"정말입니까?"
"그렇지요. 하지만 저렇게 한마리라면 마력석을 치울수야 없죠. 이해타산을 통해서 한마리를 들이기 위해서 마력석을 전부 해제하는건 위험한 행동이니까요."
"그렇겠군요."
"하지만 이 마을의 둘레를 조금 나선 북동쪽에는 퀘이소들이 머무는 거처가 있습니다. 그곳이라면 마력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머무는데에 불편함이 없을겁니다. 퀘이소들은 인간처럼 사는것을 꿈꾸는 마수인지라, 집이나 다른 것들도 인간들이 사용하는것처럼 가공하니까요."
벤하르트는 여러가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내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나저나 저 어린 퀘이소의 일족을 찾아주시려고 하다니, 대단하십니다."
"별로 그렇지도 않습니다."
"사양할것 없습니다. 거기에 옷차림을 보니 에린델의 사람도 아닌것 같은데, 놀랍군요. 이 시기에 넘어오다니 말이죠."
"어떻게 이 시기에 넘어왔다고 생각하시는겁니까?"
"그 옷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 옷은 에린델의 옷이 아닙니다. 에린델은 그렇게 형식을 요하지 않죠. 물론 개중에는 외모에 치장하는 옷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 옷은 척 보기에도 룬델에서 가져온 옷이라는게 눈에 보입니다.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다녔다면 그 옷을 입고 다닐 틈은 없었을테니 최근에야 추위를 대비해 그 옷을 입고왔다는것을 추리할수 있죠. 물론 예외는 언제나 있어서 몇번인가 틀린적도 있습니다."
사내는 너털웃음을 뿌리며 말했다.
"마수는 들일수 없지만, 사람들은 언제라도 마을에 들일수 있으니 언제라도 필요한게 있으면 마을에서 구해가도록 하세요."
"예."
"촌장님 사모님이 들어오시라고,,"
마을에서 한 남자가 뛰어와 말하다 벤하르트의 얼굴을 보고 그는 멈칫 거리며 섰다. 벤하르트도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놀라며 말했다.
"루루...투?"
"루루토."
옆에서 레니아가 작게 속삭이자 벤하르트는 바로 말을 바꿔 말했다.
"루루토 였었죠..?"
죄송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벤하르트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벤하르트씨. 오랜만이군요. 저흰 딱히 쌍둥이 같은것도 아닌데, 외모를 헷갈리실 줄이야.."
"하하.. 어떻게 여길.."
벤하르트는 난처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이곳은 제가 태어난 고향입니다. 룬델에서 나름 구할것도 구했고, 돌아와 몇개월간 쉬고 있는 참이었습니다만,"
"그렇군요."
"그나저나 벤하르트씨가 이곳에 온게 저는 더 놀랍군요. 이곳은 무슨일로..."
"이야기 하자면 길지만, 요약하자면 에린델에 있는 도시에 볼일이 있어서 온것입니다."
"아 그래서 차림이 그러하셨군요. 아차 이럴때가 아니지, 촌장 사모님이,,"
"알았네 알았어. 하여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툴툴거리면서 그는 마지막 장작을 쪼개 버렸다. 루루토는 촌장을 따라 마을로 가면서 벤하르트에게 말했다.
"나중에 마을에 들러 저를 찾아오십시오. 숙박문제정도는 해결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행이 있는데다가 사정이 있어서,, 마을 안으로 들어갈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이봐 루루토 서두르라면서 무슨 말을 그리 길게 하나? 자세한 사정은 내가 들려 줄테니까 빨리 따라 오기나 해!"
촌장은 루루토의 귀를 잡아 끌면서 그 거구를 잡아서 쏜살같이 달려 마을에 들어갔다.
"어쨋든 마을에는 놀러오게나 벤하르트라고 불리운 청년."
"라프라."
벤하르트는 촌장과의 대화에 조금 먼 곳에서 혼자 놀고 있던 라프라를 불렀다. 라프라는 영특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눈치는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대화에 끼는것이 썩 좋은것은 아닐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벤하르트의 부름에 활기차게 대답했다.
"네!"
그녀는 멀리서 쫄래 쫄래 거리며 벤하르트에게 다가왔다.
"너희 퀘이소들이 머물렀던 마을이 어디지?"
"이쪽이에요. 따라오세요."
그녀를 따라 그들은 마을의 북동쪽에 위치한 퀘이소의 마을에 도착했다. 황폐한 땅에 지어졌지만, 그 모습은 영락없이 마을이라고 부를만한 것이어서, 벤하르트는 진심으로 놀랐다.
"대단한걸."
"이 마을은 제가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 졌다고 해요. 저희집은 여기죠."
라프라는 자신의 집을 자랑하고 싶었지만, 벤하르트는 퀘이소 일족의 집의 수를 헤아렸다.
'꽤 많군.'
"저기요! 저기가 저희 집이라니까요."
벤하르트가 계속 딴청을 부리고 있자 그녀는 그의 팔을 끌면서 말했다.
"아 그래? 그럼 네 집에서 묵어도 될까?"
"물론이죠."
라프라는 기다렸다는듯이 빠르게 대답하고는 집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어이 벤."
레니아의 표정을 보고 벤하르트는 그녀가 썩 기분좋지 않다는것을 깨달았다.
"어 레니아 왜?"
"라프라의 일도 좋지만, 슬슬 우리의 일도 생각해야 하지 않아? 언제까지고 라프라를 도와주기만 할수는 없는 처지잖아."
"그렇긴 하지. 하지만 저런 녀석을 그냥 둘수는 없잖아."
"버리자는 이야기는 아니거든? 분명히 라프라의 일도 좋지만, 이라고 말했잖아. 하지만 저녀석에게만 너무 신경 쓰지는 마. 도대체가 말야. 주객전도에 굴러온돌이 박힌돌 빼는 처지라고, 여행준비는 어떻게 된거야?"
투덜투덜 거리면서 그녀는 번뜩이는 눈을 하고 따지듯 벤하르트에게 물었다. 묘하게 박력있는 그녀의 말투에 벤하르트는 말했다.
"너 오늘따라 미묘하게 열성적이다. 나라고 해도 말야 잊은건 아니라고,"
벤하르트는 라프라의 재촉에 손짓 하고 레니아에게 말했다.
"일단 집을 보고 라프라의 일을 생각하도록 하자. 하루 이틀 정도야 적응기로 봐도 될 문제니까,"
"알았어."
레니아는 찌뿌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와 함께 라프라의 집으로 들어갔다.
- 작가의말
할머니가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 화에 착수,, 과연 연참대전을 하루 남겨놓은 지금 성공을 할수는 있을까요? 정말 조마조마합니다. 저는 다음화를 적으러.....
왠지 4G 광고의 롸잇 나우가 떠오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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