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30화-에린델(3)
"그럼 어떻게 할까."
"뭘 어떻게 해?"
벤하르트의 말에 레니아가 물었다.
"윗길과 아랫길 이야기는 들었지? 그에 관해서 말야. 위로 가야 할까 아래로 가야 할까?"
"아래로 가야 하는것 아냐? 어차피 지도도 준비해야 한다고 했잖아."
"그렇긴 하지만, 다브로스씨가 말해줬잖아. 우리는 적어도 다음 마을까지 가는 지도는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거나 다름 없다는 거지. 사실 다음 마을까지 가는것에는 지도가 별로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야."
"하지만 말이지."
레니아는 바로 지척에 마을이 있다는것에 깊은 아쉬움을 느꼈다. 실제로 그녀는 지독히도 아파보기도 했고, 벌써 며칠이나 되는 혹독스러운 환경의 여행에 조금 지쳐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오늘 완벽하게 체력관리를 하고 조금 힘내서 우리가 달린다면, 하루만에도 윗 마을까지 갈수 있다는거지."
"뭐? 정말이야?"
"아까 다브로스씨가 말하는건 자신들의 속도에 맞춘 계산 법일거야. 그들은 우리가 어떻게 다니는지 알수 없으니까, 그 마수가 가는 속도 정도로 여행을 하는 거리로 말한 것이겠지.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여행을 할수 있는데다가, 달리기라도 하면 그보다도 더 빠르게 도착할수 있어."
벤하르트는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평소대로 우리가 여행을 하는 방식대로 가더라도 2일 안에는 갈수 있을테고, 몸을 완전하게 사용한다고 하면 하루면 충분해. 사실 어느쪽으로 가도 상관은 없지. 아랫길로 가면 빠르게 쉴수 있고 안정적인 여행을 할수 있게 되겠고, 윗길로 가게 되면 빠르게 도착하고 우리의 목적지에도 좀더 도착하기 용이한 위치를 갈수 있게 되겠지만, 조금은 힘들테니까, 장단점은 양쪽 다 존재하고 있지만, 어느쪽을 선택할래?"
"글세.. 어쩔까."
레니아는 조금 뜸 들이고 생각했다. 한번에 노력해서 힘들지만 빠른길을 택할 것인가. 편안하게 둘러 가는 길을 택할 것인가. 사실 후자쪽이 그녀에게는 더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지만, 그녀는 왠지 모를 기분에 휘말렸다.
'정말 힘들게 여행을 한 상태에서 쉰다면, 그것도,,'
거기에 윗길로 가면 본래 가던 길과도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잠시 같은 자리를 빙빙 돌며 그녀는 생각을 정리하고는 말했다.
"좋아. 윗길로 가자."
"왠일이야? 나는 필히 아랫쪽으로 가겠다고 말할줄 알았는데,"
"우리가 지금 미적미적이고 있을때냐는 말이지. 한시라도 빨리 여행을 재촉해야 하는것 아니겠어?"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레니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벤하르트는 알 턱이 없었고, 사실 그도 윗길로 가는쪽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짐을 꾸려 챙겼다.
"그럼 가볼까."
"이전에 네가 홀로 갔을때가 떠올랐어."
지극히 기분나쁜 표정으로 레니아는 벤하르트를 노려보았다. 벤하르트는 애써 모른척 하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둘의 신체능력은 굉장히 뛰어 났다. 이전 타리노를 만나기 위해 바오윈으로 하루만에 달렸을때보다 더 빠르고 더 안정적이게 둘은 달리고 있었다. 레니아는 왠지 경쟁심리가 붙었는지 벤하르트를 계속 앞서고자 했고, 그에 벤하르트는 적당히 상대해주려 하다가 둘은 서로간에 불이 붙어 열심히 내달렸다.
"그런데 벤."
"음?"
달리기를 쉬지 않는 상태에서 레니아가 물었다.
"돈 말이야. 에린델과 룬델은 굉장히 문화가 다르잖아? 그러면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은 쓸데가 없는것 아냐?"
"아니 아무래도 그건 아닐것 같은데,"
"어째서?"
"그 책은 읽지 않았나 보구나. 룬델 아니 나는 샤이한과 브렌모스에 살고 있었지만, 이 이야기는 어느 나라 어느 지방에 가서도 상당히 유명해서 어지간한 시골이 아니면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말이지."
"뭔데 말해봐."
"오랜 옛날도 아닌 이야기야. 300여년전 화폐가 각각 다르다는것이 복잡함을 느꼈던 남자가 있었대. 북과 남 에린델과 룬델 그리고 마도왕국을 통틀어서 어니스 대륙이라고 불리우고 있어. 그건 알고 있지?"
"그래."
레니아는 기본적인 지식들은 이미 책으로 거의 한번씩은 다 본적이 있었다. 잊지도 않는 편리한 머리덕에 쉽사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어니스와 또 다른 하나도 알고 있지?"
"가우스를 말하는거야?"
"그래. 기본적으로 룬델에서는 룬델의 정보나 내용 역사만을 기록하지만, 이 세계는 그렇게 분리되어 있어. 서방의 대륙 어니스 동방의 대륙 가우스 어니스의 북쪽경계는 에린델 남쪽은 룬델, 뭐 이런식이지."
"그래서..?"
"300여년전 화폐의 복잡성을 느꼈던 그 사람의 이름은 도르돈 데랄트? 였던것 같아."
"였던것 같아는 뭐야."
"난 너처럼 기억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마지막에 들었던게 벌써 10년은 된것 같은데, 어쨋든 도르돈은 확실하니까 도르돈이라는 사람은 화폐를 통일하는 정책을 시행했어."
"그런게 가능한거야?"
그게 얼마나 어렵고 불가능한 일인지 레니아는 잘 알수 있었다.
"그는 엄청난 부자였다고 하더라. 돈만 가지고도 뭐든지간에 할수 있을정도로 나라도 살수 있을정도의 대 부자였다고 해. 그보다 부를 가진사람은 없을정도로, 그 밑천을 전부 화폐개혁에 사용한거야. 그렇게 수십년 사실 나도 느끼는게 그런건 기적이 아닐까 싶어. 일생을 건다고 해서 쉽사리 이루어질 일도 아니잖아? 하지만 결과는 성공이었다고 해. 지금 어디에서나 사용하고 있는 마크닐 크닐 미넬이라는 것은 그런 역사속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지."
"결과적으로 이 돈은 어딜가나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야? 대단하잖아. 그 도르돈이라는 사람."
"만날수는 없지만, 그 사람이 뭐라고 불리우는지 알고 있어?"
"본적이 없는데 알수 있을리 있겠어? 나라고 해도 봐야 기억하고 봐야 이해할수 있는 거라고."
"상인의 왕으로 마지막에나 불릴수 있었다고 하더라."
"그럴만 하네."
레니아는 단순한 이야기였지만 도르돈을 굉장히 높게 평가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찬동했다.
"웃긴것은 '상인의 왕'이라고 불리기 전 그 개혁을 하고 있던 당시에는 엄청난 욕을 먹었다는거야. 죽을 위기도 몇번이나 겪었을 테고, 사실 그런 과정이 없다는게 더 이상한것이긴 하지만, 그가 성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편리함에 그를 '상인의 왕'으로 불렀다고 해."
"필요하지 않으면 원수 필요하면 은인이라는건 인간의 공통사잖아? 벤 너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조금 혼란스러울 정도로 말야."
레니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이곳 룬델은 에린델 보다는 전체적으로 강한것 같아."
"강하다는건 힘을 말하는거야?"
"그래 단순한 무력 같은 거. 다브로스씨는 상인이라고 했지만, 그 몸은 평범한 상인이라고는 생각할수 없었어. 아마 지금이라도 당장에 밖으로 나가서 마수들을 때려 잡을수 있는 사람일걸."
"나름 강하다는것은 알았지만, 그정도였어?"
"가끔 생각하는데, 레니아 네가 기본적인 주의력을 기르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거야 괴롭지 않을까? 내가 부주의 한것은 천성이지만, 일부러 이기도 해. 너무 틈이 없는 사람은 매력이 없거든."
'어쨋든 천성이구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는 레니아의 생각 자체에는 찬성하는 쪽이었다. 너무 빡빡한것은 그것 나름대로 힘든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 너무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꾀이지 않는 법이지."
"그럴싸한 비윤데?"
"어쨋든 그래서 말해두는건데, 너라면 이제 잘 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에린델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하도록 하자. 상인이 저정도라는 것은 실제 무인들은 그보다 더 강할거라는 이야기거든. 어느정도일지는 알수 없어."
"김이 빠져서 짜증나는걸."
레니아는 한숨을 쉬었다.
"뭐가?"
"나도 말야. 슬슬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잖아. 그걸 이런데서 쭉 잘라 먹으니 왠지 의욕이 쑥 사라지는 느낌이.."
왠지 그녀는 몸을 축 늘여 뜨린것 처럼 보였다. 그에 벤하르트는 다급하게 손을 모으면서 말했다.
"아아 잘못 했어 잘못했으니까,"
"알고는 있고, 나도 잘 할테지만, 기분이 영 찝찝해져 버렸어. 하지만 벤. 잘 생각해보면 예의야 이제부터는 잘 지킬 생각이지만 말야. 사실 내가 스스로 싸움을 거는 경우는 별로 없어."
"그랬나?"
"뭐가 그랬나? 야. 그렇잖아. 죄다 스스로 꾀여서 시비나 찍찍 거는 녀석들에게 응징을 해줬을 뿐이라고, 내 말투에서 비롯된 시비야 그래 없다고는 할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대다수의 일들은 다 자신들이 자초한 일이잖아."
"그랬던것 같기도 하고,"
"그랬어! 확실해! 네 어줍잖은 기억과 비교하지마!"
"으음. 뭐 그렇겠지."
생각해봐야 그런 옛일은 실상 제대로 기억하기 어려웠기에 그는 쉽사리 포기했다.
"후우."
레니아는 살짝 숨을 내쉬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오오 드디어 나왔다."
수시간을 달려 그들은 갈림길을 발견했다. 벤하르트는 왼쪽과 오른쪽의 길을 보고 나침반을 꺼내 들었다. 그는 오른쪽의 길을 보고 말했다.
"이곳이 남쪽길."
레니아는 왼쪽의 길을 보면서 말했다.
"그럼 이쪽이 북쪽인가?"
"그래."
"그럼 북쪽으로 가야 겠네. 몇시간정도를 달려야 되는거야?"
"글세. 못해도 10시간 이상은,,"
"흐으음."
레니아는 그렇게 심각하게 지친건 아니었지만, 사실 벤하르트와는 달리 지성파였기 몸을 단순하게 강화하는게 아닌 마력강화를 하는지라, 실질적으로 드는 힘은 벤하르트보다도 컸다. 벤하르트는 망설이는 그녀를 보고 슬쩍 웃다가 표정을 바꾸고는 단번에 검을 뽑고 달렸다.
"벤 뭐하는거.."
보이는것은 꽤나 멀었지만, 레니아도 금새 사태를 파악했다. 마력석의 바깥쪽 일반인이라면 보기도 힘들정도의 먼 곳에서 한 여자가 마수들에 습격을 받으며 도망쳐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꽤나 먼곳이었기 때문에 여자의 비명성은 아주 작은 소리가 되어 들렸었지만, 벤하르트는 그 소리를 듣고 바로 움직인것이다. 레니아도 그의 표정 하나만으로 그런쪽의 일일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정적인것은 그녀도 곧 그 여자의 비명성을 들었기 때문에 확신한것이다.
그는 백색의 섬광을 흩뿌려 마수들을 쫓아내려 했지만, 마수들은 되려 역으로 벤하르트를 공격했다.
'체계적이다.'
공중에서 반바퀴를 돌고 그는 빛을 이용해 줄을 만들어 날고 있는 마수의 다리에 묶어 반대로 날아 올라 다리로 마수의 머리를 걷어 찼다. 마수는 찍 소리를 내며 쓰러졌지만, 쓰러지는 도중 다른 날고 있는 마수들이 벤하르트를 공격하고 다른 마수를 구해주었다.
여자는 벤하르트의 화려한 몸놀림에 취했는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비명을 질렀던 아까와는 다르게 멍한 얼굴로 싸움을 지켜 보았다.
"뭐야 이것들."
생각보다 드센 마수들의 반격에 벤하르트는 조금 당황하며 말했다.
그는 떨어지면서 백색의 빛을 뿌렸지만 마수들은 영리하게 그 공격을 회피했다.
"벤!"
"레니아 위험해."
"위험하기는!"
마수들은 상대적으로 약해보이는 레니아를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들었지만 레니아에게 거의 접근할 무렵 표정을 달리하고는 도망쳤다.
"어?"
자신이 거의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 줬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거리낌 없이 싸우던 마수들이 레니아를 보자 도망가는것을 보고 벤하르트는 의아해 했다.
"후후후."
레니아는 웃으면서 한껏 뽐내고자 하는 표정이 가득한 의기양양함을 전신으로 드러냈다.
- 작가의말
상인의 왕 같은 경우는 시작 하자마자 제 설정집에 적어 두었던(때문에 오랜만에 찾았었던;; ^^;) 분입니다. 처음 시작할때는 설정집을 만들었었는데,
어니스 가우스 그리고 상인의 왕 화폐 단위 샤이한 라군델 브렌모스 등이 그런것에 속하지요. 그밖에도 벤하르트의 동문 형제들과 레니아 두보엔등 초반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대개 적어두었습니다.
위에 있는 1-113? 까지의 내용 요약도 비슷한 부류라고 봅니다.
그리고 참고로 저는 비축분은 쌓아 두지 않습니다. 그럴 여유가 있으면 재빠르게 올리죠;; 연참대전때는 그저 저를 불사를수 있을뿐... 비축분이 있다면 얼마나 편하겠습니까만은,,
항상 올리는 즉시 올리게 되죠. (그래서 새벽 3~4시에 올리는 글이 심심찮게 많습니다. 댓글이 예상보다 많이 달려서 그날은 써야 해! 하는 강박관념에서 1시나 2시부터 쓰기 시작하거든요)
뭐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엔쿠라스를 쓰면서 비축분을 쌓은 최고 기록은 단 4화 정도!! 그 이상의 비축분을 가진적은 제 기억에는 별로 없지만, 하도 오래되서 잘 기억이 안날수도,,(벌써 몇년을 쓰는건지..)
여튼 그렇습니다 ^^; 모두 한주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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