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19화-혈문(血聞)(3)
북쪽 경계로 가는 길은 다른 사람들이 경고했듯 예상 이상으로 험난했다. 길 자체도 편치 않았지만, 마수도 심심찮게 나와주곤 했다. 벤하르트와 레니아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마수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그렇다손 쳐도 그들은 상당한 체력을 빼앗기고 있었다.
원래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여행을 할때 보통 사람들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을 해왔다. 그 강인한 체력으로도 여행을 하면서 조금은 지친다라는 느낌을 가질정도로,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안전이 보장된 여행이었고, 현재의 그들은 위험속을 몇일이나 걷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실수한것 같은 느낌이..'
탄티노 도시를 나와 여행을 재개한지 3일째, 산이나 마수 그런 외적인 요인을 얕봤다기 보다는 분명 이전과는 비교할수도 없을 정도로 성장한 자신들을 너무 믿고 있었던 오만으로 조금 벤하르트는 후회하고 있었다.
"레니아 조금 천천히 가자."
"하아.. 그렇게 하는게 좋겠어."
둘은 호흡이 꽤나 거칠어져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는 좀처럼 볼수 없는 일이었다.
"까악!"
한차례 마수가 레니아를 덮치자 벤하르트는 재빠르게 검집으로 후려쳐 기절시켰다.
"벤 정말 이런곳을 일반인들이 오갈수 있다는거야? 우리들도 이정도로 지치는 곳을."
"우리가 지친 이유는 체력 배분을 잘 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 병사가 말했잖아 호위를 데리고 다녀도 위험하다고, 일반인들은 이 계절에는 다니지 않겠지. 이 위험을 알고 있다고 한다면,"
"그래도 마수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라는건 변함이 없잖아."
"그래서 마수를 전문적으로 퇴치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 그런 사람들이라면 적절하게 체력안배를 잘해서 이렇게 힘을 들이지 않았겠지.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우리도 조금 천천히 나가야 할것 같아. 마수도 마수지만 이 산 어쩐지 노시엘트의 산 못지 않게 험악하다고,"
"그런것 같아. 내게 있어 노시엘트는 놀이터나 다름 없었지만, 그렇군 노시엘트를 인간이 오르면 이렇게 버거운 거였나?"
둘은 나무를 등지고 조금 휴식을 취했다. 레니아는 그냥 고개를 숙이고 쉬려는듯 하다가 땅을 한차례 짚었다. 마법벽을 사용한것이다.
"쉴때는 확실하게 쉬도록 하자고,"
"너무 체력을 낭비 하지 마. 이게 뭐냐."
기와 마력은 종류는 달라도 그 세기를 느끼는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레니아가 어느정도의 마력을 사용했는지 얼추 알수 있었다.
"그러니까 푹 쉬어둬. 여차했을때는 네가 날 지켜주는걸로 해두면 되잖아?"
그렇게 말하고 레니아는 천을 깔고 벌렁 누워 버렸다.
"하여간.."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마수가 많은걸까?"
"그건 무슨 질문인건데?"
"아니 마수들은 보통으로 생각해보면 특정한 상황이 아닌 이상에야 이정도까지 자주 출몰하지는 않잖아. 개중에는 많은곳도 적은곳도 있지만 이건 조금 심하지 않아? 애초에 이녀석들 객체가 굉장히 강해."
레니아의 말에 벤하르트는 잠시 생각하는듯 척 하고는 말했다.
"생태 같은것은 잘 알지 못하지만, 이런곳도 있을수 있는것 아닌가?"
"하지만 여기 있는 마수들은 우리를 습격하는것만 봐도 알수 있듯이 이녀석들 굉장히 포악하잖아. 인간을 공격하는걸로 봐서 먹을수도 있다는 건데, 이 마수들이 단결이라도 한다면 탄티노 도시 같은건 위험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그럴까.. 탄티노 도시는 그렇게 교류의 성지가 된게 상당히 오래전의 일이거든. 그리고 그 사이에 불상사 같은건 없었다고 전해지고 있고, 병사들의 모습만 봐도 알수 있어. 적어도 탄티노도시는 아직 위협을 받은적은 없었다는 것이 되겠지. 거기에 우리가 전력으로 뛰어온 3일은 마수들이라고 해도 그렇게 빠르게 갈수 있을만한 거리는 아니잖아. 중간 중간에 방비태세는 갖추고 있었고,"
"나는 별로 탄티노 도시가 걱정되서 이런 말을 한건 아니야."
"그런거야?"
말투로 보아 벤하르트는 레니아가 왠일로 다른 사람의 일을 걱정해주는건가 착각을 했었다.
"조금 이상해서 말야."
"세상은 이상한일 투성이라고, 나는 신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신은 있었던 데다가 지금 나는 그 신과 여행을 하고 있고, 괴물이나 마왕 마족 흡혈귀등 한번 전설로나 들어보기만 했었던게 전부 현존하고 있었던데다가 실제로 보기까지 했었지. 이런 현상 같은건 이제 이상한 부류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그건 당연한거잖아?"
신과 인간의 상식은 왠지 맞지 않았다.
"당연한건 당연한 상식으로써 생각하지만 이건 별로 인간의 상식으로 볼때 이상한 현상이니까,,"
"헷갈려. 넌 도대체 어느쪽의 배경지식으로 살아가고 있는거냐."
"난 신이기도 하고 인간이기도 하니까,"
"인간인 나로써는 이해하기도 힘들구만, 아니 별로 이해하고 싶지는 않은 생각이지만, 어쨋든 마수가 많은 이유를 지금 생각한다고 해도 딱히 이유를 알수 있는것도 아니니까, 그런건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자고."
"현 상황에서는 현명한 답이라고 할수 있겠네. 더 생각해봐야 번잡하기만 하겠지. 하지만 의혹은 가지고 있는게 좋아. 네 특기지?"
"아무렴."
벤하르트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나저나 경계지역의 사람들은 결국 이 마수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건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건지. 감이 안잡히는군. 이렇게 말하는건 내 취향에 전혀 맞지 않지만, 우리들도 이정도로 애먹을 정도의 마수들이 지천에 널렸는데 살아갈수 있다니."
"그러게."
무덤덤하게 말하는듯 했지만, 둘은 마수의 발톱에서 이는 칼바람 같은 공격을 정신없이 피하면서 하나하나 제압해 나갔다. 점점 더 경계지역으로 향하는 곳으로 깊숙히 들어가자 마수들도 이전보다 강해져서 이제는 만연의 상태인 벤하르트와 레니아도 마음을 놓고 다닐수는 없는 수준이 되어 버렸다.
"정말 무시무시하군. 이 계절에는 경계지역으로 가지 말라는 이야기는 정말이었나 보다. 다른 사람들이 왔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겠어.""
"그것을 빌미로 묶어 둘 생각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어쨋든 거짓말을 한것 같지는 않네."
"잠깐.. 그러고 보니 단순히 위험하다는 이야기만 한게 아니었잖아. 분명 피먹이 라는 마수가 있었다고,,"
"피먹이... 어떤 마수인걸까?"
레니아는 호기심이 동한듯한 얼굴을 해보이며 말했다.
"잠깐 거기서 흥미가 있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곤란해. 분명히 이런 마수들보다는 강할테니까 사서 위험을 초래하고 싶지는 않거든."
"농담 한번 해본거야."
'네가 말하는건 왠지 농담 같아 보이지 않는단 말이지.'
"읏."
레니아는 몸을 확 뒤로 제쳐 칼날을 피해냈다. 흡사 사마귀처럼 생긴 마수가 그녀의 몸을 두동강 내기 위한 공격을 가한것이다.
"말도안돼."
지금껏 마수들은 분명 위험할 부류였지만, 대부분은 한 두번 정도는 맞아줄 여유가 있는 공격을 가하는 마수들이었기 때문에 몸은 지쳐도 마음편하게 상대할수 있었다. 하지만 방금의 공격을 가한 마수는 명백하게 목숨을 끊는것에 최적화 되어 있는 공격을 가했다.
"이런 녀석들이 있는데 경계지역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거야?"
"낸들 알겠냐. 뒤로 물러서."
벤하르트가 검을 뽑자 마수는 무지막지한 속도로 그에게 달려 들었다. 인간보다 반절은 더 붙혀서 큰 키에 양 팔에 달린 낫과 같은 손 그리고 비정상적일 정도로 빠른 움직임은 벤하르트라고 해도 약간 진땀을 일으키게 했지만, 이미 그의 강함은 이곳의 마수들로는 어찌 할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벤하르트는 굳이 일격을 먹이지 않아도 검을 휘두르는것만으로 양팔의 날을 상하게 하는것만으로 마수를 물리쳤다.
"저런 마수까지 있다고 이상하잖아. 난 여행을 떠난지 1년반이 지났지만 저런 마수는 본적도 없어."
"그야 우리가 다닌 길은 대부분 안전을 기하는 길이었으니까, 저런 마수는 의외로 흔하다고, 그러니 전문적으로 퇴치 하는 직업이 존재하지. 하지만 레니아 네말대로 확실히 이상하긴 한걸."
벤하르트의 시선은 레니아에 머물지 않았다. 우거진 숲 뒷편 윗편을 보는 그의 시선에 레니아는 살짝 놀라며 물었다.
"뭐?"
"후우."
벤하르트의 검에는 흰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레니아도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끝마치고 숲안에서 기어나오는 마수에 대한 대비를 끝마쳤다.
"구오오!"
네마리나 되는 마수가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향해 돌진했다. 각각의 마수 하나하나하가 방금 싸운 마수보다도 더 강력하다는것을 알아챈 벤하르트는 그대로 살기를 내뿜어 세마리의 공격을 자신의 쪽으로 돌려냈다. 벤하르트에게 달려든 셋은 움직임이 마수 스럽지가 않았다. 연신 빈틈을 보이지 않고 합공의 틈을 노리는데다 어딘지 벤하르트를 두려워 하고 있었다.
"어쩔수 없군."
두마리가 공중을 쏘다니며 견제하는 마수였기 때문에 좀체 승부를 낼수 없었던 벤하르트는 단번에 승부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백뢰."
마수들은 그 빛에 피하려는듯 싶었지만, 그 피하는 방향쪽으로 번개가 쇄도해 꼼짝하지도 못하고 당해버렸다.
"늦는걸. 이쪽은 이미 예전에 끝냈는데 말야."
"한마리였잖냐."
"세마리여도 마찬가지였을걸. 그런 기술이었으니까,"
의기양양한 얼굴로 그녀가 말하자 벤하르트가 답하듯 빈정거렸다.
"예 예. 역시나 레니아신님이십니다."
"비꼬지말라고!"
"그럼 애초에 그런 이야기를 안꺼내면 되잖아?"
"눈치라고는.."
중얼거리는 레니아의 말보다 먼저 벤하르트는 산을 두리번 거리며 말했다.
"어쨋든 이젠 네 말이 맞다고 인정할수밖에 없겠다. 이 산은 꽤 이상해."
산의 깊은곳으로 들어가면 들어갈때마다 마수가 나오는 빈도도 그 강함도 점차적으로 강해지자 벤하르트와 레니아도 서서히 상처가 날정도 까지 이르게 되었다. 한마리씩 덤비면 설사 수백이 온다고 해도 당할리 없겠지만, 한번에 많으면 열마리씩도 덤벼드는데다 그 수준도 처음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정도가 되었기 때문에 그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벤. 점점 마수들이 강해지고 있는것 같은데,"
이미 몸은 군데군데에 흙이나 진흙이 묻어 있었고, 높은 곳에 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으슬으슬한 추위에 상처부위까지 아려와서 점잖빼기 좋아하는 벤하르트도 꽤나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러게.."
"도대체 북쪽 경계는 얼마나 더 가야 있는거야?"
"지도를 보면 아직 한참은 더 남은것 같아. 볼래?"
레니아는 고개를 저었다. 한참 더 남았다는 지도를 보고 더 절망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마수들이 존재하는곳에서 사람이 살수 있는거야?"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왕래가 있다는건 역시 사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 아닐까?"
"으으 이게 뭐야. 징그러운 녀석들 투성이에다 산은 험악해 상처는 늘어가 피곤해 죽겠는데 쉬지도 못하고,,"
레니아는 몇일간 쌓여있던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반년 뒤에 출발하는게 나았을것 같아?"
"헛소리. 그쪽도 그쪽 나름대로 숨이 막힐정도로 느끼 하단 말이지. 후회따위 할까보냐!"
"네 그런점은 본받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지도.... 똑바로 가고 있는것 맞지?"
레니아는 지칠대로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나와 있는 대로는 맞는것 같은데, 으음. 레니아!"
벤하르트는 재빠르게 검을 뽑고 생각하기보다 먼저 백뢰를 쏟아 부었다.
"이젠 싫어!!"
레니아는 절규했지만 그 와중에도 마수들을 물리치고 있었다.
'뭐지 이 수는 마수가 이정도로 연합을 하는 경우도 있나.. 하지만 종류도 제각각인데,,'
언뜻 보이는것만 수십종에 이르러 이제는 벤하르트와 레니아도 명백하게 위기라고 생각할수 있을 정도였다. 순간 벤하르트는 몸을 비틀었다.
'당했..'
그렇게 생각한 순간 광탄이 마수를 꿰뚫었다. 레니아는 벤하르트에게 붙어서 확실하게 보조를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 많던 마수들조차도 실질적으로는 위협이 안될 정도가 되었다.
"이제 죽일 각오로 가도 되는거지?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게 생겼으니까, 아니 죽일 각오로 가!"
"..... 어쩔수 없지."
"그럼 간다!"
둘이 출발하려는 순간 하늘이 붉어졌다. 아니 붉어진것 처럼 보였다.
"뭐..?"
"뭐야 저건?"
하늘을 뒤덮는것은 마치 피구름이나 핏덩어리를 연상 시키는 듯한 붉은색의 무언가 였다. 그렇게 거대한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마수들에게는 확실하게 위협을 내포하고 있었다.
"저게.. 피먹이라는 그것인가!?"
- 작가의말
가끔 글을 쓰다 보면 빼먹은건 없는지..(아무래도 제 머릿속에는 설정이 잡혀 있다보니 상관 없는데, 다른 분들은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요.
아무래도 길어지다보니,, 조금은 에러가 있을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은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부분의 뼈대는 2년 1년?정도 전에 다 생각해둔 이야기죠. 뭔가 너무 길어져서 죄송스럽기도 하고,,
별 볼일도 없는 소설에 여기까지 달려와 주신분들은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게 없습니다..
왠일인지 이런 말을 쓰고 싶어질때가 종종 있습니다. 조회수 같은걸 보면서,, 문득 떠오르곤 하죠.
최소 50~70명 정도는 이 긴글을 읽어 주셨다는 건가 ㅇㅅㅇ; 하고 놀라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인간인지라 조회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요.
이 긴글을 이만큼이나 읽어주신분들이 계시니 포기할래야 포기할수가 없네요. 댓글도 달아주시고, 여튼 힘내서 쓰겠습니다. 조금만 전개를 타이트하게요. 완결까지 얼마 안남았습니다.(준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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