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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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탄티노 도시에 도착하겠군."
멀리 보이는 도시의 윤곽을 보면서 벤하르트는 중얼거렸다. 그들이 세프로 마을을 떠나 여행을 한지도 한달여. 보름이면 갈수 있는 도시였지만, 수많은 흑백공간을 조사했기 때문에 그들이 도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늘어났던 것이다.
"그 탄티노 도시는 뭐 특별한거라도 있어?"
"특별한것?"
레니아의 질문을 순간 이해하지 못해 벤하르트는 되물었다.
"뭐 있잖아. 뎁스는 국경지역 도네스는 제2의 수도. 이 도시는 무슨 특별한게 있는가 해서 말야."
"음.. 여행을 해오면서 물어본 정보에 따르면, 라군델에서도 가장 물류 교환이 활발한 두곳중 하나라고 하더라."
"그럼 마도왕국에서의 페이렌 같은 곳일까?"
"그럴지도. 하지만 나도 가본적은 없으니까, 확답은 할수 없어."
레니아의 말에 벤하르트는 그곳에서 만났던 K를 생각하다 문득 트레이야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헤어지고 난 뒤로 꽤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사실상 걱정은 희미해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따금씩은 생각나기 마련이었다. 트레이야가 혼자 여행을 하는것이라면 그렇게 까지 걱정을 하지 않겠지만, 그녀와 현재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은 제네스라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생각해보면 약간의 걱정은 나기 마련이었다.
'쓸모없는 걱정이지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벤하르트가 그녀를 만날수 있는것도 도울수 있는것도 아니었기에 그는 그 생각이 아무리 고민해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 망상이라는걸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저 도시는 여러 라군델의 지방에서 여러가지 상품이나 제품들을 받아들이기에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해. 도시로 연결되는 길도 다양해서 라군델 전역을 여행하고 싶다면 꼭 들려야 할 곳으로 손꼽히지. 자연히 많은 정보가 모이는 곳이라고도 하더군."
"그래?"
"일단은 탄티노에서 장비와 옷가짐을 점검하고 북쪽의 경계까지 갈꺼야. 사실 탄티노는 별개 아니고 이쪽이 조금 성가시지."
"어째서?"
레니아가 물었다.
"북쪽 경계는 라군델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존재해. 브렌모스나 샤이 한 같은 곳에서도 북쪽과 맞닿은 곳은 여러군데 존재하고 있지. 희한하게도 그 근방에 가까히 다가갈수록 마수가 자주 출몰하는 모양이거든."
"고생 꽤나 하겠군. 그런고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오랜만에 허리띠를 조금 풀러도 되겠지?"
기대에 차서 벤하르트에게 허락을 구하는 레니아의 눈은 은근히 반짝이고 있었다.
"적당히 라면,,"
아직 자금의 여유는 충분했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한숨을 쉬면서 그녀의 응석을 받아주었다.
탄티노 도시는 굉장히 활발한 도시였다. 실시간적인 무역이 일어나는 곳 답게 여기저기서 소란으로 야단이었다. 세프로를 지나온 뒤로 나름대로 작은 마을을 지나 왔기 때문에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그런 소란스러움이 나름대로 반가웠다.
그들은 여관방을 잡고 적당한 요리집에 들러 배를 채웠다.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는것을 보통의 큰 도시와도 비슷해서 그들의 취향에 맞는 음식을 찾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잘 먹었다."
"평범한 음식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실력은 정말 뛰어나군."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게 돼. 네가 요리사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뭐?"
"도공술이 아니라 요리의 명 장인이었다면, 여행이 항상 즐거움으로 가득 찼을텐데,"
"침이나 닦아. 나도 가끔 생각하곤 하지."
허공을 응시하면서 벤하르트의 눈도 한층 부드러워 졌다.
"네가 약신이 아니라 요리의 신이었으면 어떨까 하고 말야. 과연 엄청났겠지."
레니아는 불만 스럽게 벤하르트의 정강이를 걷어 찼다.
"크윽."
"요리의 신이 아니라서 미안하구만,"
"그딴건 아무래도 좋지만, 손찌검은 좀 줄여 줬으면 좋겠는데, 네 손은 굉장히 맵거든."
"낄낄.."
주변의 비웃는 소리에도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모른척 길을 걸어갔다. 척 보기에도 힘 꽤나 사용할것 같은 무리들이 그들에게 달라붙었다.
"어이 그쪽의 여자. 이런 여자같은 남자는 뒤로 하고 나와 함께 노는게 어때?"
꼬여든것은 세명정도의 남자였는데 말을 건 한명을 제외한 두명은 방금전 벤하르트의 말투를 울상지은 비굴한 얼굴로 흉내내고 있었다.
"네 손은 굉장히 맵거든."
"아하하하."
처음 말을 걸었던 건달은 벤하르트에게 눈을 부라리면서 다가와 그의 검을 보고 말했다.
"어딜가나 이런 녀석들이 있지. 실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검을 가지고 검사라고 부르는 종자들이.."
"후우."
벤하르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레니아는 들으라는듯 중얼거렸다.
"어디라나 벌레들은 꼬여서는."
레니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뭐 방금 뭐라고 했냐?"
"벌레라고 했다."
레니아는 곧바로 가는 팔로 눈앞의 남자의 명치를 가격했다. 남자는 멀뚱 멀뚱 서있다가 입에 거품을 문채 쓰러졌고, 나머지 둘은 그에 바로 싸울 태세를 취했지만, 그들의 시계에서 벤하르트가 사라지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흰눈자위를 보이며 쓰러졌다.
"결심했어."
"뭘?"
"언제까지 이런 꼴로 살아갈수는 없지. 내 외모를 바꾸겠어."
"서 설마. 곰보처럼 바꾼다는건 아니겠지?"
여러모로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벤하르트도 남자였기 때문에 레니아의 외모가 바뀌는건 그다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약간 긴장한 벤하르트의 얼굴을 보면서 그녀는 우습다는듯 그를 흘겨보았다.
"나는 신이지만 그 이전에 여자야. 여자이면서 신이지. 그러니 주목을 받는건 반기는 바야. 때문에 네가 말한 그런 짓을 하지는 않아."
"그럼 무슨 외모를 바꾼다는거냐?"
"개선이야 개선."
레니아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개선은 무슨.."
레니아의 머리는 긴 청은발의 생머리였다. 그녀는 돌아오자마자 스스로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만져 몇가지 머리를 해보였고, 벤하르트는 그에 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여인도 못하는게 있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개선은 개선이었다.
머리를 여덟갈래로 묶은 문어 머리 산발로 볶아 놓은 흡사 아프로를 연상시키는 보글머리 사방으로 뻗히게 서 있는 머리의 변천 과정을 보다가 벤하르트는 과감하게 레니아의 손을 잡았다.
"무슨 짓이야?"
"너야말로 무슨 짓이냐 그것만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짓이잖아!"
레니아는 자신의 머리에 가위를 가져간 것이다. 흡사 죽기 직전까지 갔을때의 섬뜩함을 느끼면서 벤하르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길 조금만 자르게 되면 외모가 살아날거야."
"절대 그럴일은 없어."
갑작스럽게 힘대결로 넘어간 둘은 한동안 기와 최면을 이용해 서로의 힘을 겨루어야 했다.
'뭐가 이렇게 필사적인거야?'
"레니아 네가 바라고자 하는 머리의 형태가 어떤 건데 그래? 그래. 넌 그림 실력이 뛰어나니까 한번 그려봐."
레니아는 한장을 그리는게 아니라 꽤나 여러장의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이런 머리 저런 머리 등 전부 그다지 이상한 머리는 아니었지만, 벤하르트는 그녀의 문제가 무엇인지 조금 알수 있었다. 그녀가 상상했던 모든 머리를 한번에 하려고 하니 뒤죽박죽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처음부터 그랬어.'
그가 디레인이 되어 쫓기고 있을때 레니아는 그를 쫓았던 사람들의 머리를 손질했다. 나름 처음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만 두어야 할때에도 그녀는 생각하다가 조금씩 조금씩 더 자르게 되고 눈치 챘을때에는 대머리가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사진을 보던 벤하르트는 바닥을 치며 말했다.
"좋아. 네 머리는 내가 손봐주지."
"뭐? 에이.. 벤이 무슨.."
레니아는 노골적이게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무시하면 좋지 않아. 이래뵈도 나는 강철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사나이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벤하르트의 속내는 레니아에게 그녀의 머리를 맡기고 싶지 않다는 일념 하나 뿐이었다. 그는 흔하게 볼수 있는 밴드 하나를 팽팽하게 잡아 당기며 말했다.
"준비 끝."
"뭐? 으햐앗."
그의 손이 오가자 그녀의 머리칼이 바람에 붕 떳다.
'부..드럽네.'
벤하르트는 정신이 살짝 아찔해 져서 재빠르게 머리를 한줌으로 모아 밴드로 싹 묶어 버렸다.
"완료."
그 머리는 레니아가 구상했던 몇가지 머리중 하나였다. 레니아는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한바퀴를 빙글 돌아보더니 조금 분한 얼굴을 하고 머리를 가다듬었다. 레니아는 흘끗 그를 보면서 다소곳하게 자세를 잡고는 말했다.
"어때?"
그에 벤하르트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어떠긴 뭘 어떠겠어? 내가 만들어준 머리를 내게 물어봐야 별수 없잖아?"
"이! 바보가!"
레니아의 양발을 모은 발차기에 휘청거리면서 벤하르트도 성을 내며 말했다.
"어째서 화를 내는 거냐고!"
한동안 그들의 여관방은 끊이지 않는 소동에 휘말려야 했다.
- 작가의말
사실 다른 뒷이야기로 넣을게 있습니다만, 시간 관계상 아슬아슬하게 4천자를 넘기는 이 시점에서 연참대전을 종료 하겠습니다.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투리에님 앤드류님 군발이230님 알테마웨폰님 더룰러님 연호량님 마음의양식님 텔로이브님 (일단은 최근 글 위주로,, 추려서...)
감사합니다.
연참대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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