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01화-사연(死緣)(4)
"아오이스라니 어떻게 네가 그런걸 알고 있는거지?"
"역시.."
"역시?"
"젊은 모습을 하고 계셔서 혹시나 했지만, 정말 아오이스에서 오신것이었군요."
벤하르트는 아라나가 뭔가의 오해를 하고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난 아오이스의 일원이 아니다. 네 말대로 알고는 있지만,"
"그럼 어떻게 젊은 모습을 취하시게 된거죠?"
"아오이스와 관련이 있다면 젊은 모습을 유지시킬수 있기라도 한 모양이군. 하지만 나는 아니야."
"실언을 해버렸군요."
아라나는 자신을 책망했다. 이전에 벤하르트에게 비밀을 하려던 일은 아오이스에 관한 건이었다. 덴 루크 지러스에 이은 벤하르트도 그에 관련한 일중 하나였다. 벤하르트가 젊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했던 '예상 밖'으로 그가 아오이스에 속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아오이스를 너희들이 알았을리는 없을테고, 알려준것은 닐스겠지? 닐스는 어떻게 아오이스를 알고 있었던 건지 물어봐도 될까?"
"....."
아라나는 알려주는것을 망설였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 비밀로 한 사항에 대한 질문이었기 때문이었다.
"좋아. 억지로 말하게 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이쪽도 닐스를 만나러 온 만큼 닐스에 대해서는 알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니까, 네가 알려주지 않겠다면, 나도 도공술에 대해서는 임하지 않도록 하지."
"네?"
아라나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아무도 없는곳에서 눈치를 살폈다. 그녀의 속 안에서는 두가지 의견이 팽배해져 싸우고 있었다.
'아오이스가 아닌 이분에게 사부님에 대한 것을 알려야 하나?'
'아오이스가 아니라고 이분은 사숙이신데다가,, 도공술을...'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그녀는 한동안 고민했다. 그 모습이 벤하르트에게는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고,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아라나는 스스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것을 원했지만, 가끔 그녀의 의지와는 다르게 속내가 그대로 비쳐 보일때가 있었다. 벤하르트는 그녀가 망설이는것을 알고 운을 띄우듯 물었다.
"그래 어떻게 할까?"
그녀는 입술을 지끈 깨물고 눈알을 좌우로 돌리다 말했다.
"말.. 하겠습니다. 대신 도공술에 지도는.."
"좋아."
벤하르트의 응낙에 다시 평정을 가장하고 말했다.
"사부님은 아오이스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하셨습니다."
"일원이 되고 싶었다고?"
"예."
"아오이스가 무엇을 하는 줄도 알고 있었던 건가?"
"제가 듣기로는 아오이스는 세계의 비밀을 모으는 집단이라고 들었습니다."
"세계의 비밀?"
벤하르트는 이전 제로에게 들었던 신물을 수집한다는 말을 생각했다. 아라나가 말하는 세계의 비밀이 제로가 말했던 신물의 수집과 같다고 한다면 그녀가 말하는 집단이 자신이 생각하는 집단과 같은것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고 해도 아오이스라는 이름 자체가 흔한것은 아니었지만,,
"그건 사부님도 모르셨다고 생각되요. 저도 자세한것은 모릅니다. 아오이스에 속하는 사람들은 영생을 약속받고 힘을 얻을수 있다고 했습니다."
"영생.. 그래서 나를 아오이스의 일원으로 착각한 것이군."
"사부님은 지난날 수십년간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기 위해서 애썼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문파에 적을 두게 되었죠. 사부님이 했던 '도장파괴'는 아오이스에 자신의 실력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런가.. 하지만 그 행동에는 아무리 닐스라고 해도 찬동할수 없어. 이자리에 있었다면, 한번쯤 티격태격 거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제가 이곳에 들어올 무렵에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연철장을 노리고 오는 무도가들은 많았죠. 하나같이 원한에 사무쳐서는.."
닐스는 연철장에서도 성격좋기로는 제일이었다. 루크는 말할것도 없이 성격적으로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고, 덴은 성격 자체는 흠잡을곳이 없었지만, 너무도 완벽해서 다가가기가 힘들었다. 지러스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수가 없어서 연철장 내에서도 가장 성격이 무난하고 좋은 사람은 닐스였다.
닐스의 과거 모습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싸움을 걸고 다니는것을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의 개인의 문제라는 것을 벤하르트는 잘 알고 있었다.
실제 자신의 모습을 닐스에게 설명한다면 닐스는 얼마나 놀라워 하겠는가..
"너는 닐스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직접 본일은 없겠구나."
"네."
"닐스가 한짓을 나에 빗대어 말하자면, 내가 이곳 연철장에 와서 닐스를 죽이고, 어디에 있다고 당당히 말한후 돌아가는것과 비슷한 일이지. 원한에 사무치는것도 전혀 무리는 아니야."
"그렇군요."
"닐스는 아오이스에 들어가고 싶어했다고 했었지? 그럼 그 이야기를 어떻게 들었는지는 이야기 하지 않았니?"
"그 이야기는.."
아라나는 벤하르트의 눈치를 살피고는 입을 다물었다.
"설사 가르쳐주시지 않는다고 해도 이 이야기는 해서는 안되겠네요."
그녀는 냉담하게 말했다.
"그래?"
벤하르트는 개의치 않았지만, 아라나는 검을 만든다는것에 무척이나 빠져 있었기 때문에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척 해도 속으로는 혹여 벤하르트가 자신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어쩌나 싶어 전전긍긍 하고 있었다.
"아오이스와 관계가 없으시면서 알고 계신다면, 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아오이스와는 여러번 만났었지. 아오이스라는 조직이 옳은지 나쁜지는 나에게 판단할 권리는 없을지 몰라도, 최소한 내 입장에서 아오이스는 범죄의 집단 이었다고 생각해."
이렇게 확답을 내릴수 있는것은 벤하르트가 이전 K를 만났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K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오이스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란 쉽지 않았을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신물을 모은다. 하지만 레니아의 말대로 그런 보물을 정당한 방법으로 모은다는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임에 틀림 없었다.
'불법적인 일도 많겠지.'
"그런가요."
"만나게 된 동기는 글쎄 잘 모르겠네. 그녀석들에게 해를 입힌적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느순간엔가 표적이 되어 있더라고,"
"벤하르트님 한가지 더 물어봐도 될까요?"
벤하르트는 아라나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오이스와 관계 있는게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젊음을 유지 할수 있었던 거죠?"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들이 있는거라서 말야. 말하기는 어렵지만, 젊어지는 방법은 몇가지 있지. 그중에 하나로 우리의 도공술로도 젊어질수가 있어."
아라나는 총명했기 때문에 벤하르트가 말을 돌리려 한다는것을 진작부터 눈치챘지만, 그 숨기는것을 캐 물을수 없었다. 자신도 벤하르트가 알고자 하는것을 알려주지 않은데다가 벤하르트의 뒷 이야기 또한 꽤 재미 있었기 때문이었다.
벤하르트가 이야기한것은 루크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럼 루크 사백도 벤하르트님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는 말씀이세요?"
"그렇겠지? 아마.. 나도 도공술로 밀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말이지."
벤하르트에게 있어 검술은 아무래도 상관 없었지만, 역시 자신의 전문 분야 만큼은 진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루크 형님의 경우는 사백이라고 부르는것 같은데,"
"그렇습니다만? 뭔가 문제가 있나요?"
"내 경우에는 님자가 들어가는것 같아서,,"
"예. 저는 벤하르트님을 존경하고 있으니까요."
"좋은게 좋은거지만, 역시 님자는 익숙치 않아. 잘 들어보니 님자를 뺀 호칭은 나쁘지 않은것 같은데, 벤하르트 사숙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다."
"네 사숙.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아라나와 벤하르트의 대화는 끝이 났다.
"레니아. 다녀왔다."
"왔어?"
일부러 부스스한 헝클어진 머리칼을 해두고 레니아는 과장 되게 눈을 비비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행했구만, 이녀석.'
레니아는 꽤나 철두철미하게 벤하르트의 사각을 돌았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그녀를 눈치챌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가끔 연기가 아주 서툴렀다.
"아라나가 불렀었지? 무슨 일이었어?"
"뭐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어. 아오이스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더라."
"들려줘."
벤하르트는 아라나와 한 이야기를 숨김없이 말해주었다. 그녀가 자신을 묘하게 잘 따른다는 것은 함구한채..
그날 이후 벤하르트는 아라나와 리핀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이제 닐스가 남긴 제자라고는 이 둘 밖에 없었고, 벤하르트도 언제까지나 이곳에 있을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최대한 정성을 쏟아주고자 했다.
리핀에게는 싫다고 했지만, 반 강제적으로 도공술을 가르쳤고, 아라나의 경우는 그녀의 요구에 따라 벤하르트 나름대로의 도공술을 가르쳤다.
"신나셨구만 제자를 가지고 싶었던 걸까?"
레니아는 자신에게 제자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갔다. 벤하르트는 리핀과 아라나를 가르치느라 바쁘고 계속된 무료한 생활에 적적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마당에 벤하르트가 리핀과 아라나를 가르치는것을 보고 또 그들이 성장해나가는것을 보니 왠지 부러운 마음까지 일었다.
'제자라..'
그녀는 곰곰히 생각하다 마을에 있는 기란을 떠올렸다. 총명한고 성격도 좋은것이 레니아의 마음에는 쏙 든 것이었다.
"벤!"
"어 레니아 무슨일이야."
"마을에 좀 갔다 올게."
"마을? 무슨일로..?"
"기란 말야. 가르치는 도중에 나왔잖아. 나도 조금 가르쳐줘 볼까 해서.."
벤하르트는 레니아가 심심해 하고 있다는것을 잘 알고 있었고, 말린다고 들을 성격이 아니라는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이전까지였다면 나름 말릴수도 있었지만, 이제 레니아는 자신 못지 않은 실력을 가졌기 때문에 말리기도 뭐했다. 뭐니뭐니해도 둘은 상하관계가 아닌 평등관계였기 때문이었다.
"알았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하도록 하고,"
"그래. 다녀올게."
레니아는 마을로 내려갔고, 벤하르트는 다시 리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벤하르트가 아라나와 리핀을 가르치고 레니아가 기란을 가르친지 보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 작가의말
급하네요 바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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