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97화-세프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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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란 네가 왜 여기에 있는거지?"
"그런 말을 들으면 조금 곤란한데, 이유부터 말하자면 여긴 저희 집이거든요. 지금 유슬딘은 방학이라, 저를 비롯해서 학생들은 다 집으로 돌아가 있거든요. 덕분에 이렇게 어머니를 도와 여관일을 하고 있지요."
밖에서 벤하르트의 대화하는 소리를 듣고 레니아는 무슨일인가 싶어 방문을 열고 나와 말했다.
"벤. 무슨일이야? 어?"
레니아도 기란을 알아보고는 놀란얼굴을 했다.
"오랜만입니다 레니아누나."
배시시 웃으면서 기란은 밝은 얼굴로 레니아에게 말했다.
"기란 아냐? 네가 왜 이곳에 있어?"
레니아도 놀라며 벤하르트와 같은 질문을 해 대답하려던 기란은 아랫층의 소리에 멈칫했다.
"기란! 아직도 안끝났니?"
"네! 지금 내려가요."
"저기 못다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해줘요. 지금은 조금 바빠서.."
밑에서 여관주인인 기란의 어머니가 부르자 기란은 짧게 말하고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알았어. 다녀와."
한참 뒤에야 기란은 모든 일을 끝마치고 벤하르트가 머물고 있는 여관방에 이를수 있었다.
"굉장히 바쁜 모양이구나."
"늘상 있는 일이죠. 그나저나 정말 기가막힌 우연이네요. 여행을 다니는 벤하르트형과 레니아누나를 이렇게 저희집에서 만날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거든요."
"우리도 이곳이 네 여관집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레니아가 엄청 칭찬하더라. 원래 칭찬을 잘 하는 성격이 아닌데 말이지."
그 말에 킥킥 거리면서 기란이 말했다.
"정말 그렇네요. 유슬딘에서 봤을때 인상을 따지면 레니아 누나는 깐깐한것처럼 보였으니까요."
"정말 깐깐한게 뭔지 보여주고 싶은걸?"
손가락을 풀면서 레니아가 장난스레 웃었다.
"농담이라구요. 그나저나 세프로에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옛 지인이 이곳에 머문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나러 왔어."
"오 벤하르트 형의 옛 지인이 이곳에 머문다구요?"
"아니 아니야."
레니아는 기란의 말을 저지하면서 손을 저었다.
"옛 지인의 아는 사람을 만나러 온거야. 벤하르트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것은 아니지."
레니아는 살짝 벤하르트를 질타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 그랬지 참."
턱을 긁적이면서 벤하르트는 멋쩍게 말을 수정했다.
벤하르트의 현재 나이는 스물 중반으로 되어 있었고, 그가 만나려 하는 닐스의 나이는 뭐라 해도 백을 바라보는 노인. 옛 지인이라고 말하면 그 진의여부를 떠나 미심쩍게 보이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기란은 가벼워 보여도 머리는 좋은 편이었으니까, 조심해서 나쁠건 없지.'
"그런가요? 세프로에 대해서는 제가 잘 알고 있으니까 묻고 싶은게 있으시다면 저에게 물어 주십쇼."
"그래 그럼 부탁좀 할까?"
"그리고 덧붙혀서 저도 부탁하고 싶은게 있는데,,"
"뭔데?"
"벤하르트 형의 검술을 저에게 가르쳐 주시면 좋겠는데요."
능청스레 기란은 싱글거리면서 말했다.
"검술? 넌 별로 관심이 없지 않았었나?"
기란은 살짝 놀랐다. 유슬딘에서 자신은 검술에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을 벤하르트가 알고 있을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예에.. 형이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제 경우는 관심이 없는 척을 한것이라서요."
기란은 성격도 좋고 꽤 총명해서 인기가 많았지만, 검술이나 기타 몸을 사용하는 일에는 썩 재능이 뛰어나지 않았다. 입학을 하고 첫 체육 활동에 호되게 망신을 당한 기란은 그 뒤로 검술이나 여타 다른 활동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척을 해왔다. 유슬딘은 무에 대한 관심이 깊지만, 꼭 그 길로만 나가야 하는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그는 체육활동을 좋아하지 않을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정 반대였다.
그는 사실 검술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망신살이 뻗히고 그 뒤에 있었던 그 자신의 행동 때문에 자연히 검술에서 멀어져 갔고, 벤하르트와 만났을 당시에는 검술에는 전연 흥미가 없는것처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눈치를 보지 않는 이때를 기회삼아 노력을 조금 해볼까 하고요. 하지만 노력을 한다고 해도 혼자서 연습할수 있는것도 아니고,, 해서.."
기란은 벤하르트의 눈치를 살폈다. 사연을 들은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가르쳐 주는건 상관 없지만, 그렇다고 네가 잘하게 될수 있을지는 알수 없어. 원래 나는 가르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된다면, 포기하면 되겠죠. 검술 못배운다고 사람이 못살아갈것도 아니고,"
"좋아. 그럼 검술에 대해서는 내가 가르쳐 주도록 할게. 너는 이 마을에 대해서 우리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어."
벤하르트는 기란에게 마을에서의 전반적인 것들을 묻다가 은근스레 본론의 이야기를 꺼냈다.
"세프로에는 무술이나 무언가를 가르치는 문파 같은게 없나?"
"음.. 없지는 않지만, 있다고 하기에도 뭐한데요. 본래 이곳에는 꽤 유명한 문파 하나가 있었다고 했어요."
'했다?'
"했다는건 무슨 말이지?"
레니아는 거슬리는 말을 그냥 지나가지 않고 물었다.
"그게 지금은 문파라고 하기에는 조금 뭐한 상태거든요. 5년전에 문파에 있던 대다수의 사람들은 문파를 떠났거든요. 떠나면서 몇몇은 여러가지 악행을 저지르고 나가서 마을사람들은 그 문파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지요. 하지만 전부 떠난것은 아니어서 아직도 그 문파에는 몇명 사람들이 남아 있다고 해요."
"문파의 이름은 뭐지?"
"글세요. 5년전이면 저는 아직 꼬마였을때라서,, 기억이 나지 않는데 말입니다. 그 사건 자체는 하도 말이 많아서 기억하고 있지만, 문파의 이름은 5년전 문원이라고 해야하나..? 그 사람들이 나간 뒤로는 그 문파에 대해서는 거의 들어본적이 없어서."
"5년전..?"
"그런데 그렇게 묻는것을 보니 볼일이 있는곳은 그 문파인가보네."
기란은 꽤나 영특한 청년이었다.
"거기까지는 알것 없어."
"하기사.. 이런 작은 마을에 뭔가의 목적으로 찾아왔다 하면 그런정도밖에 없을것 같긴 하지만, 어쨋든 제가 도울건 뭐 없을까요?"
"그곳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림잡아서 알려줬으면 좋겠어."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는 연극부출신 답게 정중하게 손을 휘저어 인사했다.
"어쨋든 도움이 많이 되었으니까, 약속대로 검술에 대해서 조금 가르쳐 주도록 해야겠군."
벤하르트는 기란을 불러 작은 작대 하나를 찾아 기란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하나의 작대를 들었다.
"일단은 기본적으로 휘두르는것 정도를 배워보자."
벤하르트는 몇가지 동작을 알려주고 반복하게 했다. 간단한 동작이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몸치라고 주장하는 기란도 충분히 잘 해낼수 있는 동작들이었다.
"그럼 내가 공격하는것을 방금 배운 동작으로 막아내는 훈련을 해보자."
그는 가볍게 머리와 허리를 지나는 연이은 동작으로 공격했다. 기란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전혀 이상한 곳을 막아내었다. 벤하르트가 휘두른 작대는 그의 허리를 제대로 적중시켰다.
"컥."
"아 미안. 나는 검술을 배울때 거의 이런식으로 배워서, 이게 아닌 방법으로는 가르치는 방법을 잘 모르거든. 그만 할까?"
레니아를 가르칠때에도 같은 방법으로 가르쳤지만, 애초에 신이었기에 움직임이 좋고 재능이 뛰어난 레니아와 스스로를 몸치라고 칭하며 실제로도 움직임이 그렇게 좋지 않은 기란은 차이가 많았다. 연신 무방비로 얻어맞아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그는 고통을 참으면서 일어났다.
"아니,, 괜찮습니다."
기란은 숨을 컥컥 거리면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벤하르트는 좀더 느린 공격으로 몇번 공격을 가했지만, 어지간하게 느리지 않는한은 제대로 막지를 못했다.
"괜찮니 기란?"
"후우.. 역시 저는 재능이 없나 봅니다. 그때도 남들은 다 하는것을 저만은 못했었죠. 그것 때문에 검술을 멀리하게 되었지만, 조금은 동경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안되는건 안되는 것이네요."
기란은 한숨을 푹 쉬면서 작대를 내려 놓았다. 그런 그의 어깨에 가느다란 손이 얹혀졌다.
"하하 기란. 어때 검술이라는건 무식하지? 아니 벤의 가르침이 무식하다고 해야 하나?"
레니아는 실실 웃으면서 기란의 어깨를 토닥이며 다가왔다.
"뭐야 레니아 갑자기 나타나서는 아까부터 조금 거슬렸는데, 왜 여기 있는거야?"
"구경을 하러 온게 당연하잖아. 벤 네가 어떻게 가르치나 보려고 왔지. 예상대로 엉망진창으로 가르치고 있구만,"
"엉망이라니, 나는 말야!"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려 했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기란에게 착찹하게 느껴질수 있어 그는 말을 삼켰다.
"벤. 너는 너 자신이 배우는것에는 어떻게 보면 타고났다고 할수 있을지 몰라. 리드때도 그렇고 루크때나 그외의 상황에서 기술을 익히는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수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남을 가르치는 능력은 그렇게 뛰어난것 같지는 않은데?"
벤하르트가 자신이 가르치는것을 조금 비하한듯 말한것은 나름의 예의이자 보험이었다. 레니아에게서 그렇게 듣고 나니 벤하르트도 반박해 나섰다.
"그런 나에게 여러가지를 배운건 누구시더라?"
"이런 말을 하기는 거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내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 말로 표현하자면 내가 너에게 배운거야. 네가 나에게 가르친건 조금 아니라고 보는데?"
그말이 그말인것 같았지만, 결국 자신이 잘나서 벤하르트가 가르쳐준것을 소화해냈다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벤하르트는 레니아가 거만하다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조금 욱하기는 했지만, 그 말대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벤하르트의 경우 레니아를 가르치는 상황에서만큼은 자신이 의도한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잘 가르친 것이었다.
레니아가 잘 알아들은것도 스스로 잘 배운것도 있지만, 벤하르트의 가르치는 방법은 레니아에게는 제대로 먹혀드는 옳은 방법이라 할수 있었다. 실제로 레니아 본인도 벤하르트에게 배울때 제대로 배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 그가 기란에게 가르치는 것은 경우가 달랐다.
'뭐 잘됐어. 이 기회에 조금 알게 해주는것도 좋겠지.'
"그 증거로 나라면 벤 너보다 더 기란을 잘 가르칠수 있지."
"뭐?"
벤하르트는 기란에게 가르쳐주면서도 상당히 미안해 하고 있었다. 기란은 자신을 믿고 배우려 하고 있었는데, 정작 자신이 하고 있는 방법은 기란에게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니아와 말다툼을 하는것보다 레니아가 기란을 봐주는쪽이 백번은 나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 어디 한번 가르쳐봐."
"좋아."
자신있는 미소로 레니아는 기란을 불러들였다.
- 작가의말
아마 전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아니 한호흡만에 읽었다고 해도 기란은 모르실 분들이 많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기란은 트레인과 달리 많이 등장하지는 않았거든요. 저는 이런걸 넣어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넣어보게 되네요. 지문으로 따지면 아주 조금..? 유슬딘에서 연극부에 속해있던 애 입니다. 거의 등장신은 없었지만, 혹시 짚고 넘어가야 겠다 하시는분은
1-113 요약편을 살짝 되짚고 넘어가시는것도 괜찮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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