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82화-난중(亂中)(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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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째서? 이런.."
"우문이군요. 최소한도 제가 현명하다고 생각했다는 공주님이라면 그정도는 스스로가 생각해 주셨으면 했습니다만, 그걸 요하기 위해 심장을 찌르지 않은겁니다."
"후 후후.. 이 인..격조차 내 행동..조차,, 네 꼭..두각시 였던 건가? 아.. 하..하."
"벨드!!"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벤하르트는 벨드를 향해 백뢰를 쏘아 붙혔다. 검하나로 그 공격을 빗기고 벨드는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나를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라. 벤하르트 하르크. 그건 내가 이 임무를 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받은 이름에 불과하다. 내 본명은 페스돈. 다우트의 페스돈 그라켓이다."
"그따위 것은 알고 싶지도 않다. 너 무슨 짓을 한거냐?"
"웃기는군. 너는 도대체 왜 분개하고 있는 것이냐. 나는 네가 앞으로 해야할 일을 대신 해준것에 불과해. 되려 일을 생략 시켜 주었으니 고맙다고 말해줘야 할게 아닌가? 그리고 제로 네녀석도 마찬가지다. 계획은 멋지게 실패로 돌아가 버렸다."
"아오이스."
제로는 페스돈을 노려보면서 중얼거렸다.
"아오이스라니, 저녀석이?"
벌써 수차례나 들어 보았던 조직의 이름을 듣고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적지 않게 놀랐다.
"당신은 정말 너무나도 방해가 심하다. 100년은 앞당길수 있었던 계획이 10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아직 끝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 놀라운건지 제로 당신의 무용이 놀라운건지.."
"하지만, 그조차도 언젠가는 벌어진다."
페스돈의 말에 제로가 답했다.
"이해도 안갈 이야기는 그만해! 어째서 공주를 죽인거냐!"
"너희들만이 상대였다면, 공주님이 죽을 필요는 없었겠지. 하지만 저기 있는 제로에 벤하르트 레니아 너희까지 상대하는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무리가 아니라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니 이번 임무를 실패한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그게 어째서 공주를 죽일 이유가 되는거냐!"
벤하르트는 앞뒤 보지도 않고 달려들었다. 한달음에 페스돈의 근처까지 걸어 검을 휘둘렀지만, 페스돈은 이미 그 자리를 벗어나 있었다.
"공주가 외고 있는 것은 제카리트의 연금서. 일반인이 알기에 전혀 합당치 않은 물건이다. 벤하르트 하르크 아마도 알고 있었던것 같지만, 이것은 수마행의 탑에서나 얻을수 있는 물건이다. 내가 공주에게 붙어 있어 조율할수 있다면 모를까, 손을 벗어나 공주 스스로가 그 연금서를 활용할수 있다고 하면 곤란한 것이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 저기 있는 제로가 알아서 처리해줄 문제였지만, 아무래도 실패한 임무중에서 이것만은 성공적이었던것 같군."
"무슨 뜻이지?"
"벤하르트. 네가 아오이스를 알고 있듯이 아오이스도 너를 잘 알고 있다. 설마 설마 했지만, 적임에도 불구하고 그정도로 분개한다는것은 만에 하나 내가 처리 하지 않았을 경우에, 너는 제로에게서도 공주를 지키려 들었을터, 만에 하나의 경우도 남겨둘수는 없는 것을 감안할때 내 행동은 틀리다고 할수도 없다."
"닥쳐!"
"네가 분개하는 이유를 나로써는 알수 없다만, 더이상의 잡담도 상대도 무의미하겠지."
페스돈은 단번에 거리를 벌려 문을 향해 달려갔다. 문에 손을 가져가다가 그는 손을 멈추고 곧장 한걸음 물러날수밖에 없었다. 벤하르트가 그의 뒤를 쫓았던 것이다.
'성가신 녀석이.. 이건 회수하지 못하면 곤란한데,'
"표정이 바뀐걸 보니 여기 뭔가 중요한게 있나 보군."
벤하르트가 자신의 속도를 따라올것이라고는 미쳐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페스돈은 난처해했다. 문 뒤의 물건은 꼭 회수해 가야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페스돈은 괴물 브라무헬에게 다가가 말했다.
".....허가하지."
"므 무호호호!"
브라무헬은 미친듯이 방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에 집히는 대상을 페스돈을 제외하고 무차별로 공격하다가 그 시선을 제로에게로 돌렸다. 자신에게 직접적인 상처를 입힌것은 제로였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그를 공격하려 한 것이다.
그 사이 레니아는 열려서 가려진 문에 무엇이 있는지 보기 위해 문에 접근했다. 그것을 발견한 페스돈은 쌍검을 교차시켰다.
"염도호!"
"백뢰!"
날아가는 염화를 백색의 번개가 찢어버리고 레니아는 문 뒤에 다다를수 있었다.
"이 이건!?"
레니아는 문에 박혀 있는 푸르스름한 기운의 돌을 보고 말했다.
"영석이잖아?"
벤하르트와 페스돈은 그야말로 미친듯 어우러지고 있었다. 페스돈도 꽤나 다급해졌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틈은 없었다. 검과 검이 맞붙던중 한차례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 하.. 하하 하 하하하하하.."
정신 없이 싸우고 있었기에 서 있는 자리를 미처 파악하지 못했지만, 둘은 어느샌가 찬티아 공주의 근처에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찬티아의 처참한 웃음소리를 듣고 페스돈은 냉소했다.
"미쳐버린건가?"
"후.. 후후 이런.. 말.을 하는 나를 비..웃더라고 해..도 어..쩔수 없지..만, 이..제와 다..행이.라고 느..낀다..."
"그런가. 그렇다면 이제 원없이 죽을수 있겠군."
품에서 단검 하나를 꺼내 페스돈은 그녀에게 던지려 했지만, 그 짧은 틈새를 놓치지 않고 벤하르트는 검을 휘둘러 단검자체를 베어버렸다. 레니아가 영석을 주머니에 넣는것 까지 확인하자 페스돈은 미간에 인상을 찌푸렸다.
"과연.. 놀랐다. 루에인과 K가 괜히 당한것도 아니었나.."
'승부를 내고자 한다면 못낼것도 없지만,,'
그는 제로를 흘끗 쳐다보았다. 설사 벤하르트를 이자리에서 이길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되면 제로에게서의 뒷감당을 전혀 할수 없게 되어 버릴게 뻔한 일이었다. 도망치는것의 여력을 포함한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도 무방했다. 그정도로 제로의 실력은 그의 상상을 뛰어 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저녀석만큼은 무시할수가 없다. 제온님이 그정도로 말하는것도 무리가 아니야. '아오이스의 조직 자체'가 두려워 할만큰 저자는 대단하다.'
벤하르트에게서 떨어져 우두커니 선 그는 얇게 미소를 띄웠다. 몸이 투명하게 비추어 보이는것을 보고 벤하르트는 그를 베었지만, 검은 그의 모습을 관통해버렸다.
"이 절호의 기회조차 다리를 공격하다니, 정말이지, 구역질이 나올 정도다. 이 실패는 기억해두도록 하지. 미리 선고하겠다. 벤하르트 다음번에는 이렇게 살아 돌아갈수 있는 상황 자체를 절대 만들지 않을것이다."
"벨드!!"
"내 이름은 페스돈이다."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페스돈은 한차례 휘파람 소리를 내고 사라져 버렸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페스돈이 사라진곳을 얼빠지게 보고 있던 벤하르트는 제로 쪽을 돌아보았다. 페스돈이 말하지 않더라도 제로가 얼마나 강한지 벤하르트는 충분할정도로 알수 있었다. 그 싸움 와중에서도 여유가 느껴질것 같아 벤하르트는 시선을 떼어 바로 찬티아를 향해 달렸다.
"도 도..망쳐. 베.. 벤하르트.. 결..국은 네 말이.. 맞..았군... 아주 멋..지게 배신..당했다."
"....."
찔린 부위에 피는 세어나오지 않았다. 찔린 부위를 기점으로 점점 화상이 열기가 살을 좀먹고 들어가는 것만 눈에 보일 뿐이었다. 생살을 태우는 고통을 당하면서도 찬티아는 안간힘을 다해 참아내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죽..는다고 해도 할..말이 없..는 짓을 저..지른 여자..다. 악녀..나 마녀 역..사서에 실린..다면 어느..쪽에 들..어갈까? 궁금..하지만,, 이렇..게 죽..기에 후..회를 남기..지 않을..수 있어.."
"바보 같은.."
"후..회가 남..는게 있다..면, 내 반쪽일.까. 그..녀석은 나.라는 잘..못된 인격..을 만나 같이 사라..지게 되어 버렸어. 간..섭없이 서로간..에 같은 인간이..면서 또한 별개의 인격이..었지만, 나 때문..에 영..문도 모른..채 죽어..버린..다고 생..각하면 잔혹..한 이야..기다."
"후회하는거냐!"
"치..사한 이..야기야. 배신..을 당..했기에 후회..를 한..다니, 당..하지 않았..다면 후회..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게,,"
"후회는 언제나 늦는 법이니까,"
레니아의 말에
"그건은 현답이구나.."
하고 찬티아는 답했다.
"다시 시작할수 있다면, 어떻할거냐."
"다시는.. 없어."
"있다면 어쩔거냐고 묻고 있잖아!"
"그 만약...이라.는 것은 누..구도 알수 없..는거.니까, 나는 벨..드를 믿었다. 이 행동 자체..에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이모양..이야. 양쪽..다 틀려..버렸어. 미래는 그정도..로 불투명..한거였다. 하지..만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면, 이것과 반대..되도록, 살아가..겠지. 그건 도덕..적으로 살아..간다는 결..말...일..까?"
찬티아의 말에 힘이 떨어져 내리고 그녀는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잔열은 이미 심장에 까지 이르고 있었다.
"레니아."
벤하르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레니아는 메마른 목소리로 칼같이 답했다.
"안돼."
"너라면 살릴수 있을거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어. 물론 살릴수는 있을거야. 그렇지만, 안돼."
이런 상황에서 벤하르트에게 거짓말이 통하지 않을것이라는것을 그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다시는 이런 짓을 저지르지 않을거야."
"이상적인것을 바라지마. 설사 그 말이 맞다고 쳐도, 이번만은 아니 앞으로도 안돼. 이녀석에게 인정을 베푸려고 하지 마. 벨드건 페스돈이건 그녀석의 말중에 틀린건 없어. 우리는 맞붙는이상 죽였어야 했다고,"
"레니아. 부탁한다."
그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벤하르트는 설사 레니아가 찬티아를 구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수 없다고 체념했다. 레니아의 말은 틀린게 없었으니까, 페스돈의 말조차도 사실상 잔혹하지도 않은 지극히 정상적인 말임에 틀림 없었다. 틀린것은 어디까지나 벤하르트 그 자신.. 이었다.
레니아는 고민했다. 벤하르트는 너무나도 무르다. 구하지 않고 넘어가야만 했다. 찬티아의 일은 어찌되었건 스스로의 문제로라도 그냥 넘어가야만 했다. 하지만 그의 무른 성격 못지 않게, 벤하르트에 한정한다면, 그녀도 너무나 물렀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레니아가 묻자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다면,"
레니아는 소매춤에서 약병을 하나 들어 찬티아에게 뿌렸다. 심장까지 타오르던 상처는 거짓말같이 되돌아가 사그러 들었다. 헐떡이던 숨은 천천히 사그라 들었다.
"고마워! 레니아."
벤하르트는 레니아를 껴안았다.
"이 바보야! 사태 파악을 좀 하라고!"
뿌리치는 행위를 하면서도 그 손에는 별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으음.."
"찬티아."
"벤하르트..? 나는 어떻게 된거지?"
"내 비약으로 살아난거야."
"살아났다고? 어떻게.. 이런일이.. 아니 그것보다 브라무헬!! 그만둬!"
깨어나자마자 찬티아가 하는 이상한 말에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살짝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찬티아는 이미 자신의 명령을 듣지 않는 브라무헬을 보고 아연질색 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벨드가 마지막으로 외고 간 휘파람은 브라무헬의 마지막 단계를 강제적으로 적용시킨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브라무헬은 총 세단계로 나뉘어 일단계는 처음 나왔을때 처럼 명령에 순종하는 것. 이단계는 아군외의 적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는것. 그리고 삼단계 마지막 단계는 피아구별 없이 죽을때까지 생명체를 죽이는거야. 아까 도망치라고 했었잖아. 왜 내 말을 듣지 않고, 나를 살려낸거야!"
"..... 하지만 저기 제로라는 분이.."
때마침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로가 브라무헬의 공격에 의해 벽에 부딛힌 것이다. 아직도 잘 싸우고 있다고 할수는 있었지만, 분명히 아까전과 같은 여유는 사라져 있었다.
"최종단계에 접어든 브라무헬은 죽지 않는다고 제카리트의 연금서에는 적혀 있었어."
찬티아는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 작가의말
글쓰는 사람 마음으로써 찬티아를 죽이느냐? 마느냐? 하는 갈림길에 섰습니다. 제가 생각한 전개상 살려야 했습니다만,
저는 죽이고 싶었습니다.(이리 말하니 왠지 섬뜩한데요?)
그래서 고민한겁니다. 벤하르트의 성격때문에 엔쿠라스를 탈락한 사람이 대략 한 80% 정도는 될테고 10%는 성격에 맞지 않아.. 나머지는 기타의 이유로 떨어졌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피드백을 하다 보니 솔직히 죽일때는 죽이자! 라는 마인드로 글을 쓰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딱 찬티아가 죽여도 좋을 상인겁니다. (물론 살리려는 스토리쪽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글 쓰는 당일까지도요, 죽여도 전개상에 문제는 없는데, 살려야 찬티아 파트를 넣은 의미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이런 잡담을 쓰는 이유는 저도 죽일수 있다는 것을 앞으로 보여드리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자!!!(?) --*
그나저나 두번째 영석이 왠지 분위기에 묻혀버린듯한 기분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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