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78화-난중(亂中)(1)
은은한 빛을 받고 의기양양하게 서 있는 찬티아 공주와, 그 뒤를 지키고 있는 벨드를 보면서 벤하르트가 말했다.
"어떻게 된겁니까.."
"간단한 일이잖아. 우리는 속은거야."
"그런건 나도 알아. 그저.."
상황을 통해 무슨일이 일어났는가 알면서도 논리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
"속인것 자체는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해. 당한것은 분한일이지만, 하지만 찬티아 공주 순수하게 감탄했어. 나는 너를 고작해야 어제 처음 봤을 뿐이지만, 어제의 만남으로 네가 그다지 흉계를 꾸밀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어."
"그래?"
"특히나 벨드의 위치를 물었던 벤하르트에 대한 답변이 일품이었다고 생각해. 고문구경이라니, 그건 벤의 성격을 파악하지 않았다면, 말할수 없는 것이겠지. 그 짧은 시간에 벤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았던것 그것을 이용해 먹은것 둘다 훌륭하다고 생각해."
"칭찬 고마운걸."
여유롭게 찬티아 공주가 말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찬티아 공주 당신이 이것을 꾸민 일이었다는 것이겠군요."
"물론 여기까지 와서 부인할 생각은 없어."
"처음에 만났을때, 제가 봤던 그 모습이 거짓이었다니,,"
믿을수가 없었다. 이러니 저러니 그때의 벤하르트는 찬티아 공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것은 다르다."
말한것은 뒤에 서 있던 벨드였다.
"그때의 공주님은 정말로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공주님과는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한 것이겠지."
"무슨 소리를 하는것이지?"
[말했잖아? 기억 혼동이라고, 저 여자의 경우는 그래 세상에서 말하는 다중인격과 같다고 보면 되겠군. 인격이 분리되어 있어.]
"알 필요는 없다. 그것에 대해 말할 이유도 명분도 없으니, 너희들은 여기서 뼈를 묻게 될테니까,"
"그래? 그렇다면 어차피 뼈를 묻은거 이 일에 대해 이야기라도 해주는게 어때?"
레니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야말로 바보같은 우문이었지만, 예상외로 찬티아는 입을 열었다.
"이 일? 아 이 괴물들에 대한 일 말인가? 내 일생을 건 도박중 하나야 이건."
"도박?"
"라군델 제국의 황제 즉 우리 아버지는 수 많은 황자 황녀. 그들중에서 실권을 차지 할수 있는건 몇 되지 않아. 나는 수많은 자녀들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안전하다고는 결코 말할수가 없지. 꼭 황제가 되고 싶은건 아니지만, 공주로 태어났다면, 나라를 좌지우지 할수 있을만한 곳까지는 올라가보고 싶은게 내 심정이지. 필요하다면 황제라고 해도 말야. 하지만 역시 그런걸 노리려면 권력을 쥐지 않으면 안되거든. 그러던 어느날 나는 이 제카리트의 연금서를 발견하게 되었지."
"제카리트의 연금서? 그게 뭔데?"
"인간을 너희들이 말하는 마물로 아니 좀더 뛰어난 존재로 만드는것이라고 할까. 아직은 미완성인 모양이지만, 그 미완성품 조차도 이정도의 능력을 지니고 있지."
"그런게 당신의 권력에 무슨 도움을 주게 됩니까?"
"충분히 도움을 줄수 있지. 나의 아버지는 겉으로 내보이지는 않지만, 상당한 야심가야. 자신이 이 대륙을 평정한 황제로 남고 싶은 야망을 품고 있지. 하지만 한 나라를 멸망시키거나 함락한다는것은 그렇게 쉬운게 아니였어. 브렌모스는 물론이거니와 샤이한조차도 손에 넣지 못하고 있는처지지. 하지만 이 연구가 완료 된다면, 두 나라를 손에 넣는것도 시간 문제나 다름이 없지. 그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너희들은 알수 있으려나?"
"인간을 마물로 만든다니 공주라고 해도 아니 황제라고 해도 그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어!"
벤하르트는 참지 못하고 찬티아 공주에게 말했다.
"그녀석들은 사형수들이야. 어차피 죽을 목숨 조금이라도 내 밑에서 살게 해준다는게 무슨 상관이라는 것이지?"
"무슨 상관이라니.. 인간의 목숨은 사형수라고 해도 마음대로 해서 좋은게 아니잖아! 되려 죽고 싶은 사람도 있을터!"
"죽어도 되는 인간이 없을리가 없잖아. 그래 예외가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사형수들은 대체로 죽을만한 짓을 했으니까, 사형수가 되는거야. 사형을 시키는것은 인간에게 그것보다 더한 고통은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것보다 더한 고통이 있다면, 당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어. 죽고 싶다고? 누군가를 죽여놓고 편하게 되고 싶다니 그것이 바로 사치스러운 생각이 아니면 뭐겠나? 순순히 죽여주지는 않아. 죽을때는 괴물이 되어서 내 수족으로 일하고 난 후에나 죽으라는 거다."
벤하르트의 이상론적인 말에 짜증스러운 어투로 찬티아가 말했다.
"어차피 논쟁을 하려고 여기에 있는건 아니잖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가 믿는것을 밀고 나갈 뿐이지. 안그래?"
"찬티아 너는 분명히 권력을 위해 이것의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었지. 그런 연구를 아직까지도 비밀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일터, 강력함의 문제 같은게 아닐것이다. 이정도나 되는 마물의 힘이 부족할리가 없어. 결국 통제가 되지 않는게 아닌 것이냐!"
벤하르트의 말에 찬티아는 미소를 띄워 보였다.
"반쪽은 정답. 이녀석들은 나의 명령이라면 죽는 것까지도 듣지만, 정작 중요한건 내가 사라지면 그 명령의 효과가 약해진다는 것이야. 이런 물건을 황제에게 가져갔다가는 아무리 딸이라고 해도 목을 간수하지 못할걸? 위험함을 내포한 선물은 도리어 준 사람이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이런 흉측하고 완성하지도 못한 괴물들은 세상에 내보일수가 없었지. 아무런 이상은 없었지. 그래 너희들이 이것을 보기 전까지는.. 나는 벨드에게 너희들은 설사 벨드가 노린다고 해도 이 라군델이 움직인다고 해도 충분히 달아날만한 능력이 있다는것을 들을수 있었어. 그랬기에 불안했지. 이 이야기가 전파 될까봐. 하지만 벤하르트 너는 당치도 않은 노력을 해서 나에게 몸소 다가와 준거야. 그리고 나는 보시다시피 함정을 파게 된것이지. 정말 웃기지 않아?"
"당사자로써 웃기지는 않지만, 삼자가 본다면 웃을지도 모를 일이겠군. 하지만 네 명령이 닿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런 위험한 것들을 관리조차 못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위해 연구한다고?"
"처음 만났던 나는 다른 인물이라고 벨드에게 들었지? 하지만 그녀 조차도 나 자신이나 다름이 없지. 나는 민중들을 위한다. 더 위하고 싶은거야.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서 이런짓을 하려고 하는것이지."
"민중을 위한다니 그거야 말로 모순이다."
"그렇게 말한다 해도 상관 없어. 이해하지 못해도 좋아. 어차피 이해 시킬 마음따위는 없었으니까, 개인적으로 나는 너같은 녀석은 싫지 않아.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었다면, 내가 해줄수 있는건 죽이되 편하게 죽이는것 정도가 아닐까 싶어."
찬티아는 냉랭하게 웃었다. 벤하르트나 찬티아나 둘다 성격 자체는 비슷하다 할수 있을것이다. 그것이 선이던 악이던 부정이던 정론이던 모순을 품고 자신을 위할 뿐이다. 결국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이야기로,, 찬티아는 뜻모를 화를 느끼고 있었다.
"이제 남은것이라고는 싸우는일 뿐이겠지만 찬티아 이런일을 굳이 우리에게 말해줄 의무가 네게 있는건가? 나로써는 전혀 이해할수가 없는데? 우리가 만에 하나라도 살아 돌아갈수 있다면, 네가 말한것들은 수습할수 없어."
레니아는 벤하르트와 찬티아의 논박을 듣고 있다가 물었다.
"글세. 너무 오랫동안 비밀로 하고 있었더니 미쳐버렸는지도 몰라. 이녀석과는 다르게 나는 온갖 더러운일을 다 해왔으니까, 짜증이 났었는지도, 어차피 너희들을 살려둘 마음은 없었고, 너희들이 살아 나간다 하면 어차피 말하던 말하지 않던 나에게 좋을것은 없겠지? 아까 말했지? 도박이라고, 그 도박에 좀더 발을 깊게 담근것 뿐이야. 덕분에 지금 기분은 아주 후련해."
민간인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벨드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비밀로 해야 했다. 본래 절대 말해서는 안되는 비밀이 있다는것은 왠지 말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그 충동은 점점 스트레스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찬티아는 특수한 주술에 의해 현재 이중인격이었지만, 처음 벤하르트를 만났던 찬티아의 경우와 지금의 찬티아는 엄연히 다른 인물이라고 할만하면서도 스스로가 인정했듯 동일인물이었다.
벤하르트와 처음만났던 찬티아는 이 뒷일을 전혀 모르고 있는 자신이 겪고 있는 일만을 기억하고 있는 찬티아였고.
지금 서 있는 찬티아의 경우는 그 찬티아와 현재의 찬티아 두 기억을 전부 공유하고 있는 찬티아였다.
"후련하면서도 기분 나쁘다고,"
모든 기억을 공유하는것은 딱히 좋은일만은 아니다. 온갖 더러운 일들을 감당해야 하는것은 오직 그녀의 몫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연구중에도 사형수만을 사용했고, 민간인들의 피해는 없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너무도 이성적이기에,,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바르거나 좋은 인물이라는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죽일수 밖에 없었다.
모든 사실을 말해준것에 굳이 이유를 대자면, 아무 죄도 없는 그들을 죽여야 하는 자신에 대한 변호이기도 했고, 스스로의 말처럼 도박이기도 했으며, 짜증의 해소도 도왔어도 어떠한 이유를 댄다해도 결국 그녀는 자신이 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어디까지나 그 근간은 그녀가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절대적으로 죽일수 있다는 자신에 있었다.
그다지 죽이고 싶지 않아도, 죽여야 하는 이유는 어찌 되었든간에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자신의 연구를 봐버린것에 있었고, 자신의 규칙을 깨는것도 벤하르트와 레니아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지극히 이기적이면서도 마음을 먹을수 있었다. 그것은 벤하르트와는 정반대의 이기적인 감상이었다.
- 작가의말
어째 선호작은 점점 떨어져만 가는군요.
다 제가 부덕한 탓이지만,,,;;
이번 화는 정리가 조금 부실합니다. 분명히 다 생각해 두었는데, 전달하는게 조금 힘드네요. 부실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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