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73화-찬티아(4)
"누 누구냐? 어딜 함부로."
"공주님 해하지 않을터이니 제발 조용히좀 말해주셨으면 합니다."
그 말은 너무도 악당같은 어조였기 때문에 그는 살짝 거슬림을 느꼈다.
"네가 그 침입자라는 녀석일텐데 조용히 말하라니, 제정신인거냐?"
"제가 침입한 이유는 공주님에게 말을 해야할 사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입장상 어떤 경로로도 공주님에게는 말을 할수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내게 된것일뿐입니다."
"말을 할수가 없었다? 이래뵈도 이몸은 민중을 위하는데, 장난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닿을수 있었을터, 그런대도 그런 어줍잖은 둘러대기를 하다니,,"
"하지만 그 말은 저에 한해서는 절대로 이루어 질수 없었겠지요. 왜냐하면 제가 말하려하는 일은 다름아닌 공주님의 심복 벨드 서키스 그자에 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뭐..."
"확실히 대단하다고 칭해두지."
얼굴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는 레니아의 정체를 꿰차고 있었다.
"이깟게 뭐가 대단하다는거야? 참고로 나는 실력의 반도 채 안내었다고,"
"나는 3할도 내지 않았다."
"그럼 나는 2할."
"의미 없군."
벨드는 실소 하면서 조용히 쌍도를 레니아에게 겨누었다.
"어이 벨드 어째서 병사들을 물린것이냐."
조금 뒤늦게 베이든이 나타났다.
"이자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뭐야? 그럼 병사를 물리지 말아야지."
"공교롭지만, 눈앞의 마녀를 상대로는 병사의 수는 많아 봐야 소용없겠지요. 그녀가 사용하는 방어는 병사의 공격을 능가합니다. 즉 얼마만큼의 공격을 가한다고 해도 그녀는 도망칠 여지를 남길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벨드는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거기에.. 제 기술은 아군마저도 상하게 하기때문에 병사는 있으나 마나.. 그것에는 베이든님도 마찬가지이니, 베이든님은 양동의 하나에 전념하시는게 나을것으로 보입니다."
"흥. 건방지긴 하지만, 정론이군. 좋다. 이곳은 네게 맡기지. 어이 네녀석들은 나를 따라오너라!"
투덜거리면서도 어떤의미에서 베이든은 벨드를 신뢰하고 있었다.
"괜찮겠어? 괜히 나를 무시하다가는 큰코 다칠텐데?"
"상관 없다. 네 실력은 이미 잘 알게 되었으니."
"벨드에 관한 일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그 전에 앞서 공주님은 벨드를 얼마만큼이나 믿으시는지."
"추상적이게 대답하자면 굉장히.. 라고 생각한다만,"
"그렇습니까. 이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벨드에 관한 험담입니다. 유언비어나 헛소문이나 헛소리로 치부한다 해도 저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을정도로,, 그것을 믿을지 말지는 공주님이 결정해야할 사실입니다만,"
찬티아 공주는 이불을 돌돌 둘린채 벤하르트를 보고 두려워 하고 있었지만, 곧 그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져 있었다.
"일단 내가 어찌 믿던 간에 그 이야기를 할 생각이겠지. 해보거라."
벤하르트는 벨드 서키스와 처음 만났을때의 일과 그 다음의 일을 차례대로 말해주었다.
"혹 벨드가 오고나서 달라진점은 없었습니까. 라군델의 변화라던가 아니면 공주님 자신의 변화라던가.."
"그 말을 듣고 보면, 뭔가.. 잘 모르겠군."
[기억 혼동인걸.]
'기억 혼동?'
[정신에 관여하는것은 이제는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이런 경우에는 인간보다 좀더 격식 있다고 생각하는 이몸이 살짝 전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한번씩은 조사를 해보곤 하지만, 이녀석 중간중간의 기억을 잃고 있어. 그 중간중간에 잃은 기억에 대해서는 아주 완고하게 장벽이 쳐져 있어서 나라해도 읽는것은 무리지만,]
'조종이라고 당하고 있다는건가?'
[그야 알수 없지. 벤 인간의 뇌는 작은 우주와 같다라고 들어본적이 있나? 그정도야 나는 지우고 기억을 넣는것고 읽는것도 가능하지만, 그게 인간의 전부를 알수 있는건가 하면 그것도 아니야. 얼마든지 모르는 부분 읽을수 없는 부분은 존재하고 있어. 예를들자면, 벤 너라 해도 부모정도는 있을거야.]
'너라해도? 뭐야 그 불쾌한 표현은.'
[하지만 말이지. 네가 기억할수 없듯이 나도 그 기억을 찾기가 쉬운게 아니란 것이지. 어딘가에는 있겠지. 확실히 존재할 기억도 일백년 가까히 되면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야 찾기 힘들다는거야.]
'만능은 아니라는 것을 굉장히 어렵게도 표현하는군.'
[도와줘도 불만이네.]
머릿속에서 리스는 방방 뛰어 벤하르트를 어지럽게 했다.
"어쨋든 그 마수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괴물과 벨드가 관련이 있다는것은.."
벤하르트는 말문을 멈추었다. 공주는 대답을 재촉하게 하려 했으나 곧 공주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공주님 계십니까?"
그는 베이든이었다.
"그래 무슨 일이지? 침입자는 잡은것이냐?"
"그게.. 침입자는 아마도 둘인것 같습니다. 아직은 잡지 못했습니다만, 곧 잡을수 있을겁니다.
"그렇다면 어서 침입자를 찾도록 해. 아직까지도 잠을 자지 못했더니 조금 지치려고 해서 화가 날것 같아. 우리 라군델의 병사가 이정도밖에 안되었던 것이라니, 한심하기 그지 없는 일인데 그래?"
"죄송합니다. 서두르도록 하도록 하겠습니다."
베이든은 평소와 같은 공주의 모습에 침입자가 그 방에 있을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방을 돌았다.
"고 공주님?"
"네 이야기를 믿은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그렇다고 등한시 할 사항은 절대로 아니겠지. 그 위치를 알려다오. 그런 일이 설사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조사해보기전까지는 알수 없는일. 조사를 해보고 아니라면 그때가서 네게 침입자의 죄를 물게 하면 되겠지."
"그건 좀.."
"하지만 어느정도는 네 이야기를 믿을수 있을것도 같아. 이 위험을 무릅쓰면서 까지 와서 한다는 것이 벨드의 이야기라니, 아니면 이런 이야기로 방심을 유도한뒤에 나의 목을 베기라도 한다는 반전이라도 숨어 있으려나?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 일생의 실수를 한셈이 되겠는걸."
"그럴리가.."
"그렇다고 한다면, 이 이야기만을 하고 돌아간다는 네 말도 어느정도 사실이라는 감수를 해야 맞는것이겠지. 네가 나를 살려준 목숨값으로 나는 그 괴물에 대한 진의를 파악한다. 사실이라면 벨드에 대해서도 일을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될일."
'꽤나 논리정연하군.'
무심결에 레니아의 말에 동조하듯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끄덕이다가 실례라는 것을 깨닫고 금새 사죄했다.
"됐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일보다 중요한 한가지가 남아 있지.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벨드를 믿는다. 신뢰라고 해도 좋을 일이겠지. 만약 이 일이 네가 꾸민 자작극에 불과한 일이었다면, 나와 벨드간의 신뢰를 깨뜨리게한 네게 죄를 묻지 않을수 없겠군."
"변명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벨드는 제가 살아갔다는것을 알고 있습니다. 혹 그 마물들을 숨기기라도 했다면,,"
"그때는 네 패배가 되는것 뿐이겠지? 나는 죽기 전까지는 벨드를 믿을터이니, 네가 그것을 증명할수 없었다면, 내 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나는 벨드를 믿겠어. 그게 설사 거짓된 믿음이라고 해도. 그러니 그 결과를 알기 위해서라도 자네는 여기에 묵고 있는 숙소를 쓰도록 해줘."
"좋습니다. 단 설사 벨드의 일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도 순순히 잡힐 마음은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건가? 아주 재미있군. 좋아 네 이름은 뭐지?"
공주는 깔깔대면서 살짝 웃고는 벤하르트에게 물었다.
"본명을 말하면 후일에는 수배를 내리겠지요?"
"그런가. 우문이었군."
벨드의 일격을 레니아가 막고 레니아의 일격을 벨드가 막는다. 수차례나 반복되었다. 그 시점에서 둘의 실력은 호각이라고 말할수 있었을것이다.
'이녀석..'
레니아는 알고 있었다. 벨드가 서서히 그 실력을 보이고 있다는것을. 레니아가 7할의 힘을 낸다면 벨드는 그에 맞추어 레니아가 7할을 넘는 힘으로 상대할 만큼으로 천천히 힘을 높혀 나갔다. 레니아는 검을 퉁기며 얼음의 창을 몇갈래로 뿌리고는 말했다.
"지금쯤이면 베.. 내 일행이 네 공주와 만났을걸."
"그렇다면 공주님을 베어버려야 하나?"
레니아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자신이 말을 내뱉지 않아도, 충분히 그 일에 대해 벨드가 생각을 할수는 있을것이라 생각했기에 시간벌이용으로 말한 생각이었지만, 설마하니 이정도까지 극단적이게 나올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것이다.
"농담이다. 내가 계획하고 있는일이 공주님에게 들킬 일은 절대로 없다. 절대로. 오해를 사게 되는건 네녀석들의 일이겠지. 그것을 제하더라도 너는 이곳에서 내게 당할터이지만!"
"너 목적이 뭐야?"
"글세. 그것에 답할 마음은 없다만, 그런 질문을 들으니 이쪽도 질문을 하고 싶어지는군. 너 아니 네녀석들의 목적은 뭐냐..고."
"네가 하는 일의 폭로다!"
"그런일을 한다고 무슨 득이 있나. 설마하니 내가 라군델을 멸망이라도 시킬것이라 생각하기라도 한것인가?"
"뭐라고 해도 좋은일이 아니라는것만은 분명한 사실이겠지."
"지레짐작은 좋지 않다. 잡담은 이정도로 해두도록 하지."
벨드는 쌍도를 교차시켰다. 그 자세야 말로 그의 기술 '염도호'의 시작이며 그의 검술의 시작이었다.
"실력을 숨기는것은 그만두겠다. 이이상은 시간낭비에 불과하니.."
"크윽."
벨드의 연격 이동 검술 거기에 염도호까지 레니아는 전에 없던 압박감을 받았다. 죽기 살기로 대항한다면 싸울수 있을지도 모른다. 격의 차이는 있지만, 그것이 백에 한없이 가까울정도의 패배율을 뜻하는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사생결단을 하기위해 이곳에 온것이 아니었다.
벨드의 검격에 몸을 날려 뜬 상태를 그대로 속도로 뒤쫓으며 벨드가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너는 대단하다. 나를 상대로 이정도까지 버틸수 있을줄은 생각치도 못했다. 그것도.."
'음?'
뒷말은 말하지도 않고 그는 레니아의 복부를 가격하려 했다. 레니아는 발을 들어 그 공격을 막아 내면서 치프를 이용해 그의 얼굴을 베려 들었다. 무리하지 않는선에서 할수만 있다면, 그녀는 그를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검은 허공을 내질렀고, 그 틈을 탄 벨드의 검술이 레니아를 조여들었다. 위태위태한 공격이 연이어 지나가자 레니아는 더 버틸수가 없어졌다.
"여기까지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얼음장벽으로 뒤덮었다.
"잔재주를.."
검을 교차시킨후 그는 '염도호'를 사용해 얼음 장벽을 부수었다. 그을리고 부수어졌을 쯤에 레니아의 모습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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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습니다. 엔쿠라스 정리하랴 다른소설 쓰랴 일처리 하랴. 요새 꽤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네요.
후우,,,, 두통과 씨름하며(실제로) 살아갑니다. 요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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