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71화-찬티아(2)
불과 몇백년전 까지만 해도 수도였던 도네스는 왕궁이 존재했다. 찬티아 공주는 바로 그곳에 있었는데, 벤하르트는 왕궁 주위를 눈에 띄지 않게 돌면서 위치를 탐색했다. 궁은 굉장히 컸고 또 안에는 굉장히 높은 성이 있었기 때문에 공주의 위치를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벤하르트가 가지고 온 정보를 토대로 둘은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작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간단하고 어이 없는 것이었지만,
"즉 내가 미끼가 되고 네가 공주를 찾아 벨드에 대한 일을 설명해 설득하는거야."
"못찾을수도 있을텐데, 내가 보기에는 꽤나 삼엄한데다, 나름대로 고수들도 있는것 같았어. 거기에 벨드라고 하는 녀석까지 있잖아. 거기에 네가 미끼가 된다고?"
"그러니까 최대한 성심성의껏 찾아줘. 나는 네가 들어갈수 있을 정도로만 시간을 끌거야. 벨드도 꾀게 할수 있다면 꾀는 쪽으로 화려하게 일을 벌여 놓을거니까 나머지는 벤 너만 믿을게."
"나도 나름 작전을 몇번 짜본 의미에서 이야기하는건데, 이번 만큼은 너무 구멍이 술술 뚫려 있는것 같다."
"어쩔수 없잖아. 너와 나 둘에 벨드라는 녀석은 공주의 수하이고, 궁이라는 곳을 쳐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무슨 더 방법이 있겠어? 이럴때는 간단하고 생각없이 가는게 좋을지도 모른다고 책에서 읽은적이 있지."
"무슨 책이 그래? 어디 한번 봐야 겠다."
불만스레 벤하르트가 말했지만 레니아는 느긋하게 말했다.
"이미 팔았어. 못만난다고 하면 다른 작전을 세우면 되니까,"
"그나저나 레니아 너 그대로 나갈 생각은 아니지? 소란을 벌인다고 했으면, 뭐라고 하던 간에 결국 우리는 썩 좋은일을 하러 가는건 아니잖아. 거기에 네 얼굴은 너무 눈에 띄기도 하고,"
"걱정 마. 복면을 쓸거야."
"그런데, 정말 미끼가 될거야? 잡히면 고문 수준으로는 끝나지 않을테고, 그냥 내가 잡입하는게,,"
"내 생각은 바뀌지 않을거야. 벤. 네가 그냥 잡입하는 위험을 내가 감당하는거나 나에 대한 위험을 네가 감당하는거나 느끼는 바는 같잖아. 더 설득 하려 들지 마."
벤하르트는 어쩔수 없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벨드가 나서면 어쩔건데?"
"이미 한번 봐뒀으니까 대응할수 있어. 내 머릿속에서는 그녀석이 그보다 더 빠르다고 해도 충분히 달아날수 있는 계산이 되어 있으니까, 그 점은 걱정 하지 말아. 만약의 일조차도 나오지 않도록 만에 하나의 확률로도 당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테니까,"
'미덥지 않은데,'
자신스러운 레니아의 모습은 어울렸지만, 레니아는 항상 신이었을때의 과잉적인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약간은 미덥지 않은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네가 나에게 하는 말은 결국 내가 너에게 해줄 말들이야."
"뭐?"
"아무리 공주를 보러 간다고 해도 네가 위험하지 않을리가 없잖아. 아까 네 입으로도 위험한 녀석들이 있다고 이야기 했었고,"
"그랬지."
"그럼 나도 그점은 너와 비슷하게 느끼고 있다는 거지. 누구보고 조심하라는 말을 할 겨를이 있다면 너야말로 조심하라고,"
"알았어."
그 뒤 벤하르트는 레니아에게 도네스에 대한 지리를 설명해두고 몇가지 의논을 하면서 세부적인 계획을 짜내었다.
"후우 힘들다."
"아 레니아. 복면을 쓰는건 좋은데, 머리칼도 보이지 않도록 해. 네 은발은 너무 눈에 띄거든."
"걱정도 팔자다. 벤. 마음놓고 공주를 찾도록 해."
"그래."
"혹 잡히게 되면 내가 구해줄테니까. 내게 잔소리를 들을 각오로 기대 하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레니아는 자신이 벤하르트를 구하는 상상을 하면서 싱긋 웃었다.
'상상하는건 좋지만, 내가 잡혔다는게 전제냐고,'
작전이라고 한다면 역시 낮보다는 밤이었다. 그것도 모두가 잠에 빠져들 깊은 밤. 한명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제 2의 수도라 불리우는 도네스의 궁쪽에서는 굉음이 들려왔다.
"무슨일이야!"
"모르겠습니다. 입구쪽에 폭발이.."
"어서 살피고 경계를 확실히 하도록 해라! 그리고 폭발을 일으킨녀석이 누군지 확인하고!"
"폭발을 일으킨 자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으로 일으켰는지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네."
수비대장은 곧 궁의 입구쪽으로 나와 소란을 벌이고 있다는 칩입자를 발견했다.
"마법사로군."
장검을 뽑아들고 그는 성큼 성큼 걸어 레니아의 앞에 당도했다. 레니아도 제법 눈썰미가 좋아졌기 때문에 그 남자가 상당한 실력자라는것을 깨닫고는 재빠르게 몸을 돌려 거리를 벌렸다.
"잠깐! 당신은 누구고 여긴 무슨일로 온것이지?"
"내가 누군지는 알것 없고, 무슨일로 왔는지도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데?"
여자의 목소리에도 수비대장은 전혀 방심하는 기색없이 물었다.
"흥 마녀주제에 말은 잘하는군. 얼굴을 숨기는걸 보니 떳떳한 일로 온것은 아닐테고, 애초에 얼굴을 보이지 않으니 항복할 생각도 없음이 분명하겠군. 침입자로 간주해 항복하지 않겠다면 사형에 처하겠다."
"마음대로 하세요."
"이녀석들아 쏴라."
빗발치는 화살에 레니아는 얼음벽을 이용해 단한발도 맞지 않았지만, 남자는 그 사이를 뚫고 들어와 장검을 휘둘렀다. 그의 장검은 레니아의 단검에 떡 하니 막혔고, 레니아는 약간 위급함을 느껴 공중으로 날아 넓은 궁의 내부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게 벤이 말하던 성이구나. 확실히 못찾을수도 있겠는데?"
그녀는 성 부근을 돌다가 몸을 젖혀 검을 피했다. 멀리서 수비대장은 달려 오면서 자신의 검을 던진것이다.
"마법사 주제에 꽤나 완성된 몸을 가지고 있군."
"그게 숙녀에게 할 소린가?"
"너는 숙녀가 아니라 침입자에 불과할 뿐이다."
그의 검술은 라군델 제국의 대대로 내려오는 검술이었다. 레니아는 그와 정면 승부를 한다고 해서 확실하게 승부를 장담할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에 성에 손해가 되지 않을 보이기 위한 공격만을 수도 없이 퍼부으면서 주변을 뱅글 뱅글 돌았다.
"읏."
레니아는 공중에서 뱅글 돌면서 검을 낚아 챘다. 한 청년이 검을 지르고 있었는데, 그 공격이 나이에 비해 굉장히 예리했다.
"사부님 괜찮으십니까?"
"사부고 뭐고 너도 수비대라면 눈앞의 적을 직시해라. 음? 잠깐."
수비대장은 레니아가 공격한 성의 표면을 손으로 슥 긁었다.
"그런가.."
"왜 그러십니까?"
"부노딘 너는 이 길로 성안으로 들어가 내부에 침입자가 있는지 없는지 감시하도록 해라. 나는 저녀석을 맡도록 할테니.."
"내부입니까? 그럼 제가 저 마녀를 맡도록 하겠습니다."
"이녀석아 너는 바보인거냐. 이건 양동 작전이다. 누군가를 묶어 두기 위함이란 거다. 그런데 너같은 애송이를 저 마녀에게 넘기면 바로 잡히거나 기절시킬게 뻔하고 이번에는 정말로 내 눈을 돌리기 위해 공격할지도 모르는 일이란 말이다. 너는 이 길로 올라가 가도브와 세노랑에게 내부 적에 대한 감시를 해달라고 말하고 조사에 합류해라."
거의 직접적일 정도로 부노딘을 신랄하게 약하다 평한 것이었지만, 부노딘은 그것에 개의치 않고 바로 이행하기 시작했다.
"예 사부."
"그럼 건방진 마녀사냥이나 시작해 볼까."
팔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아까와는 다른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으로 그는 검을 챙겨들고 굉음이 이는곳으로 걸어갔다.
'어 쫓아오지 않네. 이러면 안되는데.'
조금 더 강한 마법으로 보초들에게 공격을 가하려 할때 장검 하나가 하늘을 향해 날아왔고 그것을 레니아는 발로 차 경로를 바꾸어냈다. 팅 하고 떨어지는 장검을 받아 들고 수비대장은 웃으며 말했다.
"많이 기다렸나? 침입자 마녀."
레니아는 방금전 사부라고 불렀던 소년이 없어진것을 보고 생각했다. 설마하니 이렇게 이른 시간에 알아차릴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것이다.
'후아. 벤 진짜 내가 구하러 가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나저나 생김새와 다르게 이녀석 무지 노련하잖아!'
바로 아래에 있는 남자의 실력도 이정도 성 안쪽에도 그만한 실력자들이 있어도 전혀 이상할게 없었기 때문에 레니아는 살짝 불안해 하면서 있는 힘껏 난동을 부렸다. 굉음과 연기 때문에 마치 쑥대밭을 만들고 있는것 같았지만, 실상 궁이던 성이던 생채기 하나 내지 않는 공격들이었다.
'잔꾀를 쓰는구만,'
수비병들이 좀더 등장함에 따라 레니아도 그들의 신경을 끌기 위해 더 노력해야 했다. 무작정 도망쳐서도 안되고 적당히 잡힐듯 말듯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을 낭비할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소란이지?"
도도한 목소리로 공주는 잠에서 깨어나 말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밖에 침입자가 있는 모양입니다."
"침입자?"
"예."
"상대는 누구지? 2황녀?"
"황녀들과는 아마 관계가 없는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그래? 그럼 잠에 방해되니 네가 가서 처리하고 와줘. 단잠을 방해했으니 정보 불문 사형시켜도 좋아."
"명대로."
소리 하나 없이 남자는 자리를 뒤로 했다. 쾅쾅 거리는 밖의 소리에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벨드가 빨리 정리해야 할텐데 내가 잠을 잘수 있도록,"
"으아아 어아아.. 왓."
벤하르트를 보조할때는 느끼지 못했던 다군의 공격에 레니아는 이리 저리 피하고 있었다. 당황한듯 보이는것은 연기중 하나로 적들이 금방이라도 쫓을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지만, 실제로도 그녀는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빗발치는 공격들은 마법으로 막아낸다고 쳐도 매복하고 정면에서 공격하고 쇄도하는 공격들을 막거나 상대하는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중 하나였다. 물론 그녀의 경우에는 중간에 무시할수 없는 상대도 끼어 있었지만,
수비대장 베이든은 라군델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의 검술실력을 가진 남자였다. 레니아는 남자의 실력에 놀라고 있었지만, 사실상 베이든과 수비대원 입장에서는 그를 상대로도 아직껏 잡히지도 다치지도 않은 레니아가 훨씬 더 놀라운 존재였다.
"룩 편대는 왼쪽으로 인 편대는 오른쪽으로 돌아라."
일사분란하게 이동하는 병사들을 보고 레니아는 생각할시간도 없이 바로 자신이 가야할길을 알고 달아났다.
'저 여자 어떻게 저렇게 진을 잘 알고 있는거지?'
마법으로 억지로 달아나는것과 그 길을 알고 그길로 달아나는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었기 때문에 베이든은 상당히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진형만 수가지였고, 이곳 병사들은 베이든을 존경해서 베이든을 따라 여러가지 진형을 숙지하고 있었지만, '어느것 하나' 레니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꽤나 곤욕을 치르고 계시는듯한.."
"벨드냐!? 어째서 네가 여기에?"
"공주님이 잠에 방해가 된다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이 바보녀석아! 이건 양동작전이란 말이다. 여긴 내가 맡을테니 너는 공주님을 지키기나 해라."
"양동 이군요."
레니아의 모습을 보자마자 이미 알았음에도 벨드는 마치 몰랐다는듯 호응 했다.
"하지만 공주님의 명령은 절대적입니다. 저자를 잡고나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은 있는거냐?"
"상대의 실력에 따라 다릅니다만, 한번 움직여 보도록 하지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벨드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곳은 레니아에게서 꽤나 떨어진 곳. 그는 천천히 검 하나를 뽑아 들고 같은 자리에서 또 같은검을 뽑아 쌍검을 내들었다.
"염도호."
조용히 기술의 이름을 말해 레니아를 향해 겨냥했다. 그는 기척조차 차단하고 레니아가 파악하지도 못할 거리에서 검을 레니아에게 겨냥한 것이다. 조용히 불길은 치솟는가 싶더니 이윽고 거대한 화염이 그녀를 향해 덮쳐왔다. 레니아가 알아챌수 있는 범위안에 들어왔을때 이미 불을 피하기에는 너무도 늦어 있었다.
'마법으로는 막을수 없다. 피하기에도 이미 글렀지. 어찌할테냐.'
하지만 레니아는 당황하지도 않고 '마법으로' 그 공격을 얼음으로 막아내었다.
'뭐지?'
그녀의 손에는 벤하르트가 만들어준 자신이 애칭으로 붙힌 치프라는 이름의 영검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벨드가 있는곳을 바라보았다. 되려 그 화염공격을 보고 레니아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베이든이 자신의 의도를 파악한 이상 벨드가 자리를 뜨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몸소 나와 주면 벤하르트가 돌아다니기 훨씬 수월해질것이기 때문이었다.
레니아를 보고 벨드는 중얼거리며 걸음을 내딛었다.
"성가시군."
공주에게 들을 잔소리를 걱정하면서 벨드는 그자리를 사라지듯 이탈해 레니아를 향해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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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월요일걸 쓰면 연참대전이 종료겠죠. 적어도 이 챕터? 까지는 끝내두려고 했는데 이거 참,, 몸은 개운 마음은 불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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