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66화-괴마(2)
"그 남자 뭐였지?"
"....."
"왜?"
"아니 잘못봤겠지. 그런데 이런 괴물은 처음 보는데 네가 아는 괴물중에 이런 녀석이 있었어?"
"어차피 속세와는 무관한 신이었으니까,, 어떤 괴물이 있는지 조사를 했을리가 없잖아. 당연히 모르지 이런녀석."
덤덤하게 그녀는 재가 되어 버린 괴물을 내려 보면서 말했다. 레니아는 벤하르트가 잘못봤다고 한것에 대해 물으려 하다가 너무 세세하게 따지고 드는것도 썩 좋은게 아니라는것을 알고 있었기에 넘어갔다.
'어차피 벤이라면 알아서 하겠지.'
"그럼 갈까?"
"그래."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그뒤로도 흑백공간을 찾으러 돌아다녔기 때문에 세프로 마을의 옆 도시 라군델의 제 2의 수도라고 불리우는 대도시 도네스에 보름이란 시간을 더 보냈음에도 도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후우, 지치는데. 이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말이지. 벤. 패는 3일을 넘어 있는데 말야. 도네스까지는 얼마나 더 가야만 하는거야?"
"앞으로? 이제 코앞이야. 아마 이 산을 넘으면 보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 그건 낭보인걸?"
"그렇지? 그래도 나는 꽤 놀랐다고, 레니아 네가 그렇게까지 자신의 휴식을 줄여가면서 그 공간을 찾으려 할줄은 몰랐거든."
중간중간에 마을에서 여행 물자를 보급하기는 했지만,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히 성실하게 레니아는 흑백공간을 찾기 위해 휴식을 줄였다.
"바보야. 영석을 찾는다는건 기적을 손으로 쟁취한다고 하는거야. 이정도의 노력을 가지고 놀라다니, 내가 중요한게 무엇인지 모를것 같아? 이건 1일만 넘어가도 시시각각 바뀐다구, 마을에서 한가하게 쉬고 있을 틈은 없다는걸 잘 알고 있는 내가 고작해야 귀찮음이나 게으름 따위에 져서 무너지면 그건 얼마나 큰 바보짓이냐는 거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서 그녀는 합리적인 말을 했다고 자신했다.
"물론 그렇기야 하겠지만, 그럼 도네스에서도 머무르지 않을건가?"
"그렇게는 이야기 하지 않았어. 심신의 피로는 어느때나 풀어줘야 하는거야. 곧 네 친구인지 형인지 모를 닐스를 만나게 된다고 했잖아? 그럼 육체나 정신이나 휴식을 좀 취해 두는게 낫지 않겠느냐 하는거지."
'이러니 저러니 돌리고는 있지만, 결국은 쉬겠다는 거잖아.'
하지만 굳이 그 말에 반박하지 않은것은 벤하르트도 그녀와 같이 상당히 피로했기 때문이었다. 목적지도 정해지지 않고, 현재 어디까지 왔는지 기한도 존재하지 않는 그들의 흑백공간 찾기는 그야말로 어둠속을 걸어서 보석을 찾는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말야."
"뭐?"
"만약에 도네스에서 쉬고 있을때 근처에 있었던 흑백공간이 열렸었는데, 사실 '그것이 우리가 찾던 것'이면 어떻게 되는거지?"
"그런 최악의 상상을 하지마!"
"만약 이잖아."
"그럴 경우.. 글세.."
그녀는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경우도 있을수 있지만,,,'
생각하지 않은것은 아니었지만, 억지로라도 잊으려고 생각했던것중에 하나였다. 그게 벤하르트의 입에서 나오게 되자 자꾸 머릿속을 멤돌게 되어서 잊을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으으..'
눈을 지긋이 감고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꽤나 스트레스가 쌓여가던 도중이었기에 도네스에서 단 몇일이라도 편하게 쉴 달콤한 생각으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벤하르트의 한마디에 달콤한 생각은 씁쓸하고 배를 들쑤시는 느낌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런 경우는 말이지.."
"어."
레니아가 고개를 숙이자 벤하르트는 따라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쩌긴 어째 그냥 최악이지!"
레니아의 발길질이 벤하르트의 관자놀이에 적중했다.
"크헉.."
"어?"
맞은 벤하르트보다 때린 레니아가 더 놀랄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피하거나 혹은 막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정확하게 들어갈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아."
균형을 잃고 벤하르트는 산의 오름길에서 굴러 떨어져 내렸다.
"뭐하는거야. 벤! 정신 차려!"
레니아는 마법으로 그를 부양 시키려 했지만 수많은 나뭇가지가 그것을 방해했다.
"젠장."
'레니아 녀석.. 그런 발차기를 왜 그렇게 진심이 담겨 있었던 거야.'
머리가 지끈거리는것을 느끼면서 그는 나뭇가지 하나를 잡아 몸을 가누려고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잡은 나뭇가지는 그대로 끊어
져 버렸다.
'하필이면,,'
벤하르트라고 해도 모든 공격을 막을수 있는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그는 무적의 인간일테니까, 어디까지나 방어를 하고 있을때, 공격을 하려는 낌새를 알았을때, 살기가 있을때등 몇가지 방어하기 쉬울때가 있지만, 그것에 레니아는 접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점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레니아는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아직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내가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벤이라면 막거나 해서 상관 없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벤하르트는 그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고, 설사 다른 생각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녀의 공격은 굉장히 빨라서 대비하지 않으면 막아내기 어려울 정도의 세기를 가지고 있었다.
'어???'
끊긴 나뭇가지를 넘자 왠 절벽이 존재하고 있었다.
"말도 안돼!"
그는 이미 검사던 권사던 무도에 관해서는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나무를 걷어차 균형을 잡았다.
'레니아녀석 이번에는 참을수 없어. 확실하게 말해두겠어. 아니 다친척이라도 해서 몇일간 잘못을 뉘우치게 한다거나.. 골려먹거나 이용해먹거나 약점을 잡아야 겠다.'
그런 벤하르트 치고는 사악한 생각을 하다가 그는 발목 쪽을 살짝 뛰었다.
벤하르트는 순간 검을 뽑아 자신을 지탱하던 바위에 박아 내려 했지만, 그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 움직임은.'
분명 이전 벤하르트를 막아섰던 괴물의 움직임이었다.
레니아는 굴러 떨어지는 벤하르트를 보고 다급하게 외치면서 쫓았다.
"벤! 벤!"
'어째서 피하지 못한거야. 그 바..'
그렇게 생각하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에 관해서 만큼은 분명 자신이 잘못하고 있었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억지와 응석이라니, 어지간히도 바보같았고, 어지간히도 재수없었다. 당연한듯한 행동은 전혀 당연하지 않았던 것. 알고 있어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는 많다.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실수를 하지 않는것은 아니었으니까, 그것을 몸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벤!!"
그녀는 목이 빠져라 외쳤다.
절벽 아래로 사뿐하게 내려온 벤하르트는 주변에 기를 둘렀다.
'말도 안돼. 그런 녀석이 셋이나.. 아니 달라. 그녀석보다도 강하다. 이녀석들은. 분명 어디선가 이 마물들을 본적이 있었다.'
"그그.."
'하지만 그녀석은 아니다. 그렇다면 백뢰의 기술은 알지 못하겠지.'
그렇기에 그는 일합에 한마리 확실하게 베어낼 기술을 준비했다.
'일섬 수에 이은 백뢰 그리고 마지막녀석은 어떻게 한다.'
그 사이 인간형으로 생긴 악마같은 괴물중 한마리가 달려들었다. 뚝뚝 떨어지는 검은 무언가는 분명 벤하르트의 기억속에서 무언가를 연상 시켰다.
'어디서 보았지?'
피하면서 그는 기회를 노렸다. 한마리로는 자신에게 상처를 줄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둘이 되어도, 셋이되어야 가능할것이라고 생각하도록,, 포석을 깔았다.
'하지만 상처를 입을수는 없지. 저건 뭔가 위험해 보이니까. 하여간 이래저래 방해가 되는걸.'
"레니아는.. 뭐 상관 없지만,"
괴물 한마리로는 도저히 벤하르트에게는 생체기 하나조차도 낼수 없었다. 일섬에 이은 자세에서 이어지는 '수' 지켜야 할것은 무엇이라도 가능했다. 자신의 몸이라 할지라도 지킬 대상으로는 충분한것이다.
"어이 너희들도 나서는게 어떨까?"
살짝 경계도 안될정도의 백광을 양방향으로 쏘아내었다. 그러자 숨어서 기회를 노리던 괴물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슬슬 벤하르트의 생각이 먹혔는지 한마리가 더 추가로 움직였다. 미묘한 차이로 벤하르트는 다시 공격을 입지 않자 다시 마지막 한마리가 들고 일어섰다.
'됐다.'
괴물 셋의 동시연격은 아무리 벤하르트라고 해도 동시에 막기는 버겁기 그지 없는 것인지라, 바로 단번에 결판을 내고자 했다. 첫번째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수'를 통해 마물을 베고 그에 놀란 틈을타 백뢰를 쏘아 두번째 마물도 쓰러트렸다.
"꾸에에!"
"놓치지 않.."
'아니 빨라..'
벤하르트도 느린편은 아니었지만, '공중을 나는' 괴물을 쫓을 도리는 없었다.
"벤! 벤!"
'레니아!?'
"오지마 레니아!"
"벤!"
"뀍."
순간 벤하르트의 다급함을 보기라도 한듯 마물은 고개를 돌려 레니아를 향해 날았다. 그 무시무시한 속력을 쫓을 도리는 없었지만, 레니아는 망설임도 없이 뛴 뒤에 다리를 엮어 마물의 목을 꺽어 버렸다.
"하아..?"
그 움직임은 분명 벤하르트가 알려준 기술이었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달랐다. 그녀 나름대로 개량한 것이었다는것을 알고 그는 질린듯 허탈한 한숨을 내쉬면서 생각했다.
'괴물이구나.'
신력을 가지고 있을때의 그녀가 왜 그렇게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는지 새삼 이해할수 있을것 같았다.
"벤 괘 괜찮아?"
"아 아무래도 당한것 같아.."
"어디가?"
"한번 제대로 부딛혀서 말이지."
"미안해."
'어?'
"미안해 벤."
'으음.'
"미안해."
"아니 세번이나 말할 필요는 없는데,"
"정말이야. 장난이 아니라."
말할것도 없었다. 그녀의 표정은 평상시의 자신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신 이런일이 없도록 할게."
"아니 뭐.."
이젠 다치지 않았다고 말할수가 없는 상태인지라 그는 스스로 기를 이용해 팔목을 쳐서 일그러뜨렸다.
"너 때문은 아니고, 이녀석들의 공격을 막다가 말이지. 약간 나간것 같아."
"줘봐."
레니아는 마법을 이용해 치료하면서 말했다.
"그런데 이녀석들 어째서 이곳에 있는거야?"
"글세. 나도 떨어지면서 습격을 당한거거든."
"그런가.. 거듭 말하지만 미안해."
평소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이 사과를 하면 뭔가 묘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벤하르트는 연신 사과하는 레니아의 말에 멋쩍게 되어 화를 낼 기회마저 잃게 되어 버렸다.
'상관 없지만,'
애초에 자신은 화를 내는데에 자신있는것도 아니었기에 아무래도 좋다는듯 그녀는 그녀의 치료를 받았다. 그러다가 무심코 시선을 돌리자 레니아가 서 있던 자리에 불길이 치솟는것을 보았다. 그리고 벤하르트가 고개를 돌린곳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저 사람은..'
이 괴물 한마리를 퇴치 했었던 사내.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였다.
"변명은 통하지 않겠군, 어쩔수 없나."
허리에 찬 검에서 검 하나. 그리고 또 다른 팔로 '같은 위치에서' 사내는 검을 하나 뽑아 들었다.
"벤 저녀석.."
"그래. 뭐가 뭔지는 몰라도,"
벤하르트는 오른손으로 검을 뽑아들었다.
'괜히 다치게 했잖아. 왜 이렇게 운이 나쁜거지?'
스스로 자해한것을 후회하면서 벤하르트는 검을 쥔손에 힘을 주었다.
"그때 한마리만 나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었지. 하지만 아닌 모양이로군."
"헛소리 하지마! 누가 그런 말에 속겠냐!"
레니아가 외치자 그는 살짝 미소를 걸면서 말했다.
"확실히. 그럼 연극은 집어 치우도록 하지. 이것들을 보았으니, 너희들은 죽어 줘야겠다. 이것으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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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이건 말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이 남자의 검에서 일어난 불은 그 자체의 특성이었습니다. 조금 더 가면 나올 사실이었지만, 설정 오류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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