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64화-뎁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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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모스에 있을때와 라군델에 있을때는 확실히 달랐다. 사람들의 분위기나 살아가는 일상적인 면도 달랐지만, 가장 다른것은 뭐니뭐니해도, 습격해오는 무도가들이 없다는것에 있었다. 디레인이라는건 유명하지만, 벤하르트가 라군델에 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벤하르트가 아는 사람들 정도 뿐이었기 때문에, 소문만 듣고 두루뭉실하게 벤하르트를 노리는 무리들은 벤하르트를 찾을수 없었고, 라군델에서도 벤하르트가 어떤 사람인지 알수는 없었기에 그에게 습격하는 무도가들은 없었다.
벤하르트는 상당히 따분해 하고 있었다. 습격해오는 사람들이 없으니 편했지만, 편하다는건 조금만 바꿔 말하면 지루하다는걸로 변해 버릴수 있는것이다. 그래서 그는 남는 시간은 수련을 하는걸로 시간을 보냈다.
허공에 칼질 한번 예리한 검성이 주위에 울려 퍼졌다. 그러는가 하면 검을 갈기도 하고 레니아가 다 읽고 널부러진 책을 읽는둥 하며 생활했다.
그가 그런 행동을 하는것은 그간 정말 많이도 고생한 레니아가 조금이라도 즐기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르바에게 꽤나 상처 입었었고, 용병과 싸울때도 육체적으로는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타격을 '입혔기' 때문에 그녀가 하고 싶은대로 놔두려 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먹고나니 한도 끝도 없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거야. 빨리 여행을 시작하자고,"
"어?"
레니아가 그렇게 나올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그는 조금 놀라했다.
"그래. 그럼 내일."
"아니 오늘 시작해야지."
"왜 갑자기.."
"패를 봐. 세프로에 가는 길목에 2일이면 갈수 있는 흑백공간이 있잖아."
"레니아 너 일부러 이런거지?"
레니아의 행동을 보면 마치 이 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현명했기에 벤하르트가 지루해하고 있다는것을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참고 있다는 것도 알수 있었다. 벤하르트에게만큼은 그런식의 특별한 취급은 별로 받는것을 좋아하지 않는 그녀는 그의 의도 대로 자신이 떠날 날을 조절 하려 애를 썼고, 바뀐 패의 날짜와 방향을 하나 하나 확인한 것이다.
"뭐를 말이야?"
능청을 떠는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해서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는 관계로 벤하르트는 뭐라 말하려다 참았다.
'2일이라니 어중간 하기도 하군.'
내일 출발하자니, 시각이 해가 중천에 뜬 시간이라 하루를 허비하면 설사 벤하르트나 레니아라 할지라도 당도하지 못할것만 같았고, 당장에 출발하자니, 마땅히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
"아. 어쨋든 여행준비를."
"그건 끝내 뒀어."
'쓸데 없는 부지런함이라고,,'
벤하르트는 기운이 살짝 빠진채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를 레니아는 툭 건드리면서 말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잘 쉬었어."
"병주고 약주고 하지 말라고,"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면서 그는 여관방을 나섰다.
뎁스에 돌아다니는 군병사들을 보면서 벤하르트는 확실히 라군델의 수준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군병사 하나하나가 훈련이 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브렌모스에서 그정도의 예산을 버려 가면서 용병들을 이용하면서 라군델을 막으려 하는 이유를 알것만 같았다.
굳이 따지자면, 라군델은 병사만으로도 브렌모스를 상대할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병사의 직속 상관같은 경우는 한명한명이 용병을 상대할수 있을만큼의 실력자들이었고, 병사의 질은 물론이거니와 수 마저도 대국인 라군델은 브렌모스나 샤이한을 압도하고 있었다. 아무리 척스나 파리스나 그에 버금가는 용병들이 있다고 해도 몇몇을 제외하면 결국 돈에 묶인 싸움꾼들이었기에, 라군델이 진짜 싸우기로 마음먹는다면, 브렌모스도 안전하다 할수 없어 보였다.
'그렇게 하지 않는것은 역시 샤이 한도 존재하기 때문일까..'
적어도 이곳 뎁스의 병사만으로는 방어는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였지만, 공격해서 그 용병들을 제압하기란 불가능한것이었다. 국경지의 문제와 또 하나의 문제 현재 라군델이 칼을 들이대로 있는 샤이 한쪽에도 병력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프로까지는 얼마나 걸릴것 같아?"
"뭐 적당히.. 지만, 네 그 첫번째에 해당하는 조건 때문에 20일이 걸릴수도 있고 30일이 걸릴수도 있고 50일이 걸려도 이상할게 없지."
"계산해보면 그정도 까지는 아닐걸?"
"그럴지도.."
벤하르트는 살짝 머리를 굴려 보려다 이내 포기하고는 말했다.
"그냥 조건이 없다고 생각하면 20일 안팍이 아닐까. 물론 중간에 쉬지 않는다면이라는 조건이 붙겠지만, 20일씩이나 막무가내 강행은 무리겠지. 거기에.."
"거기에?"
"세프로는 마을이거든. 세프로에서 몇일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라군델 제2의 수도라고 불리우는 도네스가 있어. 아무리 그래도 그정도로 큰 도시가 있다면, 쉬고 싶은 마음이 안들리가 없겠지."
"호오. 벤이 그정도로 맞춰주다니,"
"읽거나 먹거나 놀거나 하고 싶을것 아냐."
"별로 놀고 싶다거나 하는건 아닌데?"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잡담을 하면서 뎁스의 출구에 도착했다. 출구로 도착하자 한 병사가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가로막았다.
"실례지만, 어디까지 가십니까."
"네.. 도네스로 갈까 합니다만,"
"일단 확인을 좀 하겠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이런것도 하는건가?'
"에. 이녀석은 벤하르트고 저는 레니아라고 해요."
레니아가 갑자기 나서서 말하자, 벤하르트가 다급하게 말했다.
"아 예. 으음. 벤하르트와 레 레니아라.."
레니아의 얼굴을 보고 병사는 약간 당황해하는듯 하면서 명부를 뒤지기 시작했다. 굉장히 두꺼운 명부를 보니 이곳 뎁스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적어놓은 것으로 보였다.
"어이."
"으음? 무슨 문제라도?"
벤하르트의 당황스러운 얼굴에 병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말끝을 흐리는 벤하르트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 당기면서 레니아는 벤하르트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뭐?"
"벤하르트... 그리고.. 레 레.. 아 여기 있군요. 그런데 두분은 무슨 목적으로.."
"그냥 여행차 제2의 수도라는곳은 크겠죠?"
레니아가 밝게 웃으면서 말하자 병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도 가본적은 없습니다만, 뭐 크지 않겠습니까. 나중에 올때 소감이나 말해주십쇼."
"레니아 어떻게 된거야?"
벤하르트와 레니아라는 이름이 그 명부에 실려 있을리가 없었다. 우연이라고 해도 한사람이지 두사람이나 있다는건 레니아가 무슨 수를 부렸다는 것이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최면이지,"
"최면?"
"벤. 너 요사이 심심하다고 뒹구르면서 여러가지 수행이나 수련이랍시고 연습했었잖아. 그중에 하나 트레이야의 자기최면도 있었지?"
"그랬지."
"그걸 보고 생각했어. 자신한테 최면을 걸수 있다면, 마법사인 나는 타인에게도 최면을 걸기 수월하지 않을까 하고 말야. 트레이야가 따라갔던 제네스라는 녀석도 타인에게 최면을 걸수 있었으니까, 나도 할수 있지 않을까 해서.. 연습했었지."
잘 먹힌게 기뻐서 그녀는 손을 모으며 웃었다.
"그것 조금만 더 빠르게 수련했으면 프노스에서 이곳으로 넘어오는게 더 수월할수 있지 않았을까."
"그건 무리야. 더 숙련시켜서 완전하게 자가 최면 아니 세뇌를 시킬수는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되면, 걸리는 사람쪽은 무사하지 못한다고, 저녀석은 우리가 '이곳의 거주자'라고 생각했기에 우리에 대한 의심은 별로 하지 않았어. 네 쓸데 없는 말때문에 조금의 의심은 샀지만, 상대적으로 내가 여유로웠으니까, 다른 이유라고 생각했겠지. 의심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최면을 거는게 훨씬 간단해. 하지만말야. 이곳이 국경지대였다고 하면 어떻겠어? 이녀석이 적군의 첩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 왜 라는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이런 조잡한 최면따위는 걸리지 않겠지. 고로 프노스도시에서 이 마법을 부릴수 있었다고 해도 여길 무사히 넘어오는것은 무리였을거야."
"그러냐. 그나저나.."
벤하르트는 레니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 뭐 뭐하는짓이야!"
"아니 그냥.."
걸리는 사람까지 생각해준 레니아가 왠지 기특한 나머지 그런 행동을 보였지만, 차마 그 이유까지는 말할수 없었다.
"불쾌... 하 지는 않은가."
레니아의 말을 벤하르트는 놓치지 않고 들었지만, 짐짓 모른척 물었다.
"뭐?"
"아니야."
레니아는 벤하르트를 살짝 쳐다보더니 입모양으로 궁시렁 거리기 시작했다. 왠지 자신을 탓하는 모양새여서 벤하르트는 웃음을 참으면서 길을 따라 나섰다.
"여기에 벤하르트 하르크라는 녀석이 왔었다고 하던데,"
술을 마시는 한 용병에게 붉은 머리의 청년이 다가와 합석했다.
"너는 뭐야? 그 재수없는 이름을 들먹이다니?"
"재수 없다고? 어째서 그녀석이 재수없다는건지 좀 들려줄수 있겠나? 대신 술값은 내가 내어주지."
"하. 그녀석때문에 우리 용병들이 얼마나 재수 옴 붙었는지.. 넌 타지 용병인가? 그래 내 들려주지. 하지만 술값은 톡톡히 치뤄야 할거다."
"물론."
용병은 이래 저래 불평불만을 다 토로 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지만, 붉은 머리의 남자가 보기에는 한탄을 해야 할것은 이곳의 도시민들 정도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뭐가 도로호우이냐. 실력만 있어 날뛰는 종자가."
"호오. 그렇게 말하는 네녀석은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 그렇게 날뛰고 다닌게 아니었던 거냐?"
"뭐야? 넌 누구편인거냐?"
"내가 듣고 싶었던건 벤하르트 하르크라고 한 녀석의 정보다. 딱히 네 편이라고 한 기억은 없어. 자기가 주저리 주저리 늘여 놓은 주제에 말이 많구나 돼지녀석아."
"이 개.."
붉은 머리의 남자 버밸 브란츠는 남자의 가슴을 걷어차면서 동시에 용병의 팔을 잡아 팔을 뽑아 버렸다.
"우어어.. 너 너.. 이곳에서 이런 일을 벌이면.."
"별로 듣고 싶지 않군."
버밸은 바로 그에게 주먹을 찍어 기절시켜 버렸다. 그의 펑퍼짐하게 나온 배 위에 그는 1마크닐을 올려 놓고 말했다.
"술값은 치뤘다. 돼지놈아."
그는 밖으로 나가려다 멈칫 거리면서 한발을 물러섰다.
"음?"
분명 공격을 시도당한 느낌이 들었었다. 그와 동시에 기척이 바로 사라졌다가 다시 그를 향해 무언가가 공격해와 그 일격을 그는 반사적으로 피해버렸다.
"여어.. 여기는 용병이라고 마음대로 설칠수 있는 곳이 아닌데, 말이지."
파리스는 검은 연기와 함께 몸을 숨기며 다시 한번 버밸과 맞붙었다.
"아. 그건 미안하군. 저녀석이 너무 졸장부라 어쩔수가 없었다. 그럼 네가 바로 그 파리스라는 녀석이겠군."
파리스는 바로 거리를 벌려 모습을 드러내었다.
"너 뭐하는 녀석이냐."
"네녀석도 한가닥 하는 모양이군. 묻는것에 대답이나 해주면 고맙겠는데? 벤하르트라는 녀석은 어디로 갔는지 말야."
"뭐? 왜 벤하르트를 찼는거지?"
"꼭 만나야 하기 때문이지만, 너도 한가닥 하는 모양이로군?"
버밸은 사스리엘의 목을 꺼내 들어 공격하려 했고 그에 맞춰 파리스도 단검을 들었다. 둘은 서로 순식간에 다섯합을 겨루고는 상대의 전력을 살폈다.
'이거 뭐하는 놈이지? 장난이 아니잖아.'
'잔머리 굴리길 좋아하는 용병 치고는 실력도 우수한 녀석이로군. 재미있게 됐. 쳇.'
버밸과 파리스는 동시에 얼굴을 일그러 뜨렸다. 소란을 듣고 사병이 나선 까닭이었다. 도로호우이에 대한 일은 프노스에서도 숙지하고 있었고 이제는 병사들도 용병들의 눈치를 상당히 줄인채 나설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 이상 해봐야 한동안은 결말을 내지 못할것 같고, 네 반응을 보니 어디로 갔는지는 알겠군. 일단은 고맙게 생각하지. 승부를 내지 못한건 정말 아쉽다만,,"
진심으로 아쉬운듯 입맛을 다시고 땡그랑 하고 한개의 동전을 던지며 그는 그 자리를 벗어나며 말했다.
"그걸로 수리비나 해결해 둬라."
"저녀석.."
파리스는 쫓아갈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버밸이 휘젓고 간 용병의 얼굴을 흘끗 확인하고 그만두었다. 한번쯤은 손봐주고 싶었던 녀석중에 하나였는데, '때마침' 잘돼었다는 것과, 또 버밸과 당장 붙는다고 해도 죽을 각오로 싸우지 않는다면 이기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여간 인기인이구만, 대장이란 것은.."
중얼 거리면서 파리스는 능숙히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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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니,, 삭신이 쑤시네요. 대단하다 근육남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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