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63화-뎁스(1)
환마의 숲의 근처에 있으면 일반 병사들은 환술에 걸려 숲에 빠져들기 때문에 숲의 근처에는 경계 조차도 없었다. 그리고 도시의 경계인 성벽을 보고 벤하르트가 말했다.
"마법을 쓰면 걸린다고 하니까 내가 먼저 올라가서 끌어 올려 줄게."
"마음대로"
벤하르트는 벽을 타고 올라가 성벽을 단숨에 올랐다. 놀란것은 그 행동이 순수하게 신체능력만으로 했다는 점이었다. 당연했지만, 주변에는 한명의 병사도 없었다. 벤하르트는 기를 이용해 병사들의 위치를 읽었다. 숲과 맞닿아 있는 그쪽 성벽만이 병사가 없을뿐이지, 다른 성벽에는 꽤나 병사들이 삼엄하게 보초를 서고 있었다. 그는 사슬을 길게 늘여서 레니아가 올라올수 있게 해 주었다.
레니아는 껑충 뛰더니 벤하르트가 했던 발놀림을 따라해보았다. 한 세번은 성공했지만, 그 이상은 무리여서 결국 쇠사슬을 잡고 올라와야만 했다. 그 때문인지 도시의 안으로 들어와서도 그녀는 꽤나 불만인듯 보였다.
성벽은 높았지만, 벽을 타고 내려오는것은 벤하르트나 레니아에게는 간단한 일이었다.
"이곳이 뎁스구나."
샤이한이나 브렌모스와는 달랐다. 두 나라가 아름다움이나 혹은 서민적임을 중심적으로 두고 있는것에 반해 라군델은 웅장함을 주로 이루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라군델은 저번에도 들렀었잖아?"
"그렇군. 무법도시 대르나드나 에코트 말이지? 무법도시쪽은 전혀 라군델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그때는 트레이야가 있었는데,"
"그랬지. 지금쯤 뭘하고 있으려나."
"지금쯤 재채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약간 의기양양한 어조로 그녀가 말했지만, 벤하르트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물었다.
"응? 그건 무슨소리야?"
"모르면 됐어. 설명하기도 귀찮고, 그 숲 때문인지 너무 피곤한데, 빨리 여관이나 잡자."
"그렇게 피곤해?"
"그러고 보니, 숲에서도 느꼈는데, 사실 벤은 별로 피곤하지 않은거 아냐?"
"그럴리가, 피곤하기는 하지만, 넌 너무 피곤해 보여서 말이지."
레니아는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이제는 신이라고 하기 뭐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신이니까, 그런 마기에 약할수 밖에 없는거야. 예전이었다면, 신기가 강하니까, 받아 치겠지만, 지금은 속성만 남아서 빌빌거리면서 고생하게 되는거지. 아마 그런 이유겠지? 아..."
그녀는 나지막한 탄성을 내지르면서 약간 미심쩍은 눈으로 말했다.
"그랬지. 벤.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나 보구만,"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힘들었어."
"그럴리가. 너는 그녀석의 피를 가지고 있잖아. 악마중의 악마인 원의 흡혈귀인 리스의 피를 말야. 비록 적다고는 해도, 저 마기정도에는 친숙했던것 아냐? 못해도 나보다야."
너무 정확해서 순간 벤하르트는 말문이 막혔다. 레니아도 그게 어쩔수 없는 일이라는것을 알기에 더 추궁하지는 않았다.
"짜증나."
"그러냐. 그럼 조금이라도 빨리 여관을 잡아야 겠군."
여관을 잡자마자 레니아는 축 늘어져서 여관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다음날 아침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의논을 시작했다.
"이곳 라군델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두가지야."
"두가지라.."
"하나는 라질이 봤다고 하는 영석을 가지고 있는 곳."
"하지만 그곳이 어딘지는 라질씨 스스로도 잘 몰랐잖아."
"그렇지. 하지만 그곳이 어딘지 우리는 찾을수 있잖아. 너도 짐작하고 있을텐데,"
"뭐 짐작이라고 해봐야 우리가 아는것으로는 그것 하나 밖에 없으니까 말야. 아스포에라로 가기 위한 공간을 말하는거지?"
"그래. 흑백의 세계라는건 그렇게 흔히 있는게 아니니까, 라질은 우연으로 들어간것이겠지만, 그 공간은 아마 아스포에라를 타기 위한 공간중 하나겠지. 그 두꺼비 같은 요괴인 팀이라는 녀석도 말했지? 위치를 지정하기 위해 여행중이라고, 그것은 가렌더 부크 외에도 그 흑백의 땅에는 여러가지 비밀도시나 공간이 존재한다는 말이 되는 것이거든. 그중에 하나가 라질이 들렀던 곳일거야."
레니아의 말에 벤하르트는 이해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앞으로의 여행은 그 공간 탐방이라고 할수 있겠군."
"그렇지. 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어. 아스포에라를 타기 위한 공간을 열기 위해서는 이 패가 필요하다는건 알고 있겠지? 어제 자기 전에 패를 사용했어. 1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나와 있었는데, 오늘 보니 10일이나 걸어야 하는 곳에 위치가 되어 있었지. 처음 받았을때부터 이것의 문제점은 알고 있었지만 말야. 이 패는 위치를 알아서 찾고자 하는 곳으로 갈수가 없어. 오직 아스포에라를 타기 위한 목적에만 의지해 움직이게 되어 있지. 즉 아스포에라에 맞춰서 우리는 그 역을 고를수 있게 되어 있는거야. 아스포에라가 지나지 않는다면, 우리가 찾고자 하는 위치는 수십년이 지난다고 해도 찾을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
약간 혼란했지만, 겨우 이해하며 그는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그렇겠군. 그래서 팀은 50년간 자신이 원하는곳을 고작해야 세곳 찾았다고 한것이었군."
"50년이 많을수도 있겠지만, 되려 빨리 찾았다고 할수도 있어. 물론 그녀석의 경우는 한곳을 찾아 해메는게 아니라 여러곳을 목적으로 여행을 다니는 것이었겠지만 말이지."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하지?"
"거기서 두가지중 두번째가 나오게 되는것이지."
레니아는 꽤나 밝게 말했다.
"두번째라. 그건 뭔데?"
"닐스를 찾는거야."
"뭐?"
"어차피 이곳 라군델에 온 이상 닐스를 찾을 생각이었으니까, 닐스를 찾으면서 동시에 패를 이용해서 흑백공간을 뒤지는 거지. 물론 흑백공간을 뒤지는것도 경우라는게 있으니까 정해두고, 우리가 가려고 하는 길쪽이 아닌 경우는 3일 이내에만 찾으러 간다거나.. 우리의 발이면 1일하고 반나절정도면 도착할테니까,"
"그렇다면 일단의 목표는 라군델의 세프로 겠군."
벤하르트는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닐스는 벤하르트보다 한살이 위였지만, 벤하르트와 그는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하지만 세월은 길다. 루크와 같이 이상적이라고 할수 있을 정도로 만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을수 있다는것은 그도 경험상으로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 '도장파괴'말은 번지르르 해도 결국 닐스는 극도문을 반 격파 시킬 정도로 무너뜨리고 간 것이다. 어째서인지 이유는 모른다. 그것에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없을 가능성도 배제 할수 없었다. 적어도 벤하르트는 극도문을 실제로 접해보았고, 극도문의 라질과 르바를 만났었다. 그들이 치졸한 흉계를 부린다거나 할것 같지는 않았기에, 닐스가 어떻게 변했을수도 있다는 가정에 까지 이를수 있었다.
[팟]
하고 리스가 주의를 주고 그에 따라 레니아의 손바닥이 그의 머리를 쳤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라고, 사연이 있던 없던, 만나는 쪽이 확실히 낫다고 나는 생각해. 너도 원하고 있는 것일 테니까 말이지. 그 결과가 안좋던 좋던 해야 하는 일이라면 좀더 밝게 가잔 말이지. 좋을수도 있잖아?"
"긍정적이라 좋겠어."
"그럼 일단은 지도를 찾아야 겠군. 이래뵈도 나는 라군델 쪽의 지리는 잘 몰라. 노시엘트에 갈때에도 해상을 이용해서 에코트와 대르나드 정도 밖에는 알지 못하니까, 그 세프로가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알아둬야지."
"아 그럼 나도. 한동안은 용병들과 전쟁을 한다 극도문과 싸운다 해서 몸이 남아 나질 않았는데, 오랜만에 기분전환이라도 할겸.."
벤하르트는 다음의 말이 무얼까 살짝 예상해보았다.
"할겸?"
"책을 살거야. 꽤나 장거리 여행이 될지 모르니까, 여러가지로.. 다행히 꽤나 큰 도시이기도 하고 말야."
뎁스는 프노스와는 달리 완벽한 경계도시였다. 프노스도시는 도시자체가 경계가 아닌 경계지까지 가려면 한참을 더 가야만 했지만, 뎁스는 그와 달리 그 도시 자체가 경계선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사람들의 모습은 편하기 그지 없었다.
"왜 그럴까?"
"라군델과 브렌모스는 다르거든."
"어떤 점에서 다른건데?"
"라군델은 브렌모스에 싸움을 걸었어. 즉 브렌모스를 자신의 땅으로 만들기 위한 전쟁을 건거지. 상대적으로 브렌모스는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한 병력을 갖추고 있는거야. 생각의 차이랄까. 적어도 브렌모스에서 라군델에게 전면적으로 도전할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아 혹여나 전쟁 이야기는 꺼내지 마. 라군델 사람인것 같지 않으면, 이곳에서 바로 브렌모스의 첩자정도로 생각하게 될테니까."
"호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다니 대단한데?"
벌써 익히 알고 있었던것 같은 레니아의 말에 벤하르트는 괜시리 힘이 빠졌다.
"그런데 어제와는 다르게 꽤 기운이 없어 보이는걸?"
"그렇지. 어젯밤은 이 도시의 여러가지를 조사했으니까."
"아직도 그런걸 하고 있는거야?"
"이런건 중요하다고, 프노스에서도 알다시피 준비하면 걱정이 점점 덜어지는 거야."
"뭐 그렇지. 벤이 좋다면야 별로 상관은 없는데, 귀찮잖아?"
그 말에는 벤하르트도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여행을 하면서 조금씩 벌어 모아 두었던 돈을 털어 옷가짐과 도구를 바꾸고 벤하르트는 지도와 몇가지 여행 필요 도구와 싸울때 써먹을 무기를 살짝 정돈했다. 레니아의 책타령을 다 들어주면서 그는 도서관에서 지도를 꺼내들었다.
"으음?"
"왜?"
"아니 세프로는 꽤나 가까운데? 라군델은 브렌모스나 샤이한과는 다르게 땅이 굉장히 넓으니까, 샤이한과 비교하면 8배 브렌모스와 비교하면 20배나 되고 마도왕국과 비교해도 5배나 되는 굉장히 넓은 땅이거든. 그래서 조금 걱정을 했는데, 그렇게 멀지는 않아서 다행이야."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흑백공간을 찾는것에는 별반 도움이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지."
"그렇긴 하지만, 그나저나 언제 까지 볼꺼야?"
"속이 풀릴때 까지."
벤하르트는 한숨을 쉬고 지도를 보면서 닐스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레니아의 책타령을 몇시간이나 받아 주고 나서야 여관으로 돌아갈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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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쓰지는 않았지만, 히얄은 지친몸을 이끌고 쓸쓸히 다시 그 숲을 통해 돌아갔다고 하는.... 뭐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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