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62화-환마의숲(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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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습하네."
"뭐 그렇죠. 이 숲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생각하는 숲이라고 불리우는 마의 숲이니까요.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자신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숲에 매혹 되어 버리죠."
"매혹?"
"간간히 들리는 생존자들의 경험담이 있습니다. 일단 걸렸다 하면 거의 빠져 나올수 없겠지만, 이 환마의숲이 보여주는것은 행복한 기억이나 어두운 기억, 둘다 입니다."
히얄은 넝쿨을 능숙하게 잘랐다. 벤하르트는 그에게서 숲이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약간 섬칫하게 느껴졌다.
"둘다라는건 무슨 소리야?"
"둘중 이 숲에서 나가지 못하게 할 기억을 보여준다고 하더군요. 물론 추측이지만요. 이곳에서 살아 나온 사람들은 더할나위 없이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나 더할나위 없이 불행한 기억을 일으킨 사람들이 있습니다. 양쪽의 의견을 토대로 전문가가 제멋대로 지어낸 이야기들이라는 것이지요."
"프노스 도시는 어떻게 될것 같습니까?"
"글세요. 용병들이 나아졌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공포가 사라진것은 아니겠지만, 좋은쪽으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곳은 본래가 아름다운 도시였으니까요. 조금씩 침식당해 곪았던 부분은 덜어 내었으니, 일어서는건 스스로의 힘이 되겠지요. 아니라면, 어쩔수 없지만,"
그 말대로여서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레니아와 히얄은 어두운 표정으로 불쾌한 기색을 역력하게 드러내며 걷고 있었지만, 그는 조금 달랐다. 어두운 분위기가 싫기는 했고, 실제로 기분 나쁘다는것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왠일인지 친숙한 느낌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치를 떨정도로 불쾌하다고는 왠일인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이곳은 기분이 좋은걸?]
오랜만에 리스는 잠에서 깬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즐거운듯이 들떠 있었다.
'기분이 좋다니..'
[벤. 그건 너도 느끼고 있을텐데, 이래뵈도 너는 내 피의 십분의 일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니까, 이곳은 마의 소굴이나 다름 없어. 어째서 이런곳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나같은 악마나 마족의 정점을 이루고 있는 요마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기분이 좋은 마기로 충만해 있지.]
'내가 상대적으로 기분이 나쁘지 않은것은 그런 이유 때문인거냐.'
[뭐 그렇지. 반대로 기분이 나쁘기도 한것은 네 인간성 때문이겠지만,]
벤하르트는 그 말을 듣고 살짝 안도했다.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리스가 노리고 말한것이라고 그는 꿈에도 생각치 않았다.
[그나저나 찌질남씨.]
'뭐야 그 호칭은.'
[아니 아까전에 느꼈던 심정의 변화가 너무도 쥐새끼 같아서 말이지. 왠지 그렇게 비꼬고 싶어지더라고..]
'.....'
아까전이라고 말하면 어떤 일인지 충분히 알수 있었기에 그는 더 답하지 않았다.
[찌질한 질투심이었지. 그점은 정말로 아쉬워.]
'헛소리.'
들을때마다 가슴이 뜨끔뜨끔 거리는 일이라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벤. 괜찮아? 안색이 안좋은데?"
"안좋은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괜찮아. 조금 불쾌할뿐이야."
"한가지를 집중하는건 썩 추천하고 싶지 않군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 서로 손을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물은 안됩니다. 사물은 숲의 환각 때문에 어느 사이엔가 바꿔치기를 당할수 있거든요. 슬슬 위험한 구간이니 조심하도록 하죠."
"그럼 순서는 네가 가장 앞 중앙에 나 마지막을 레니아로 하지."
"그러죠. 순서야 아무래도 상관 없으니까요."
"나도 불만은 없어."
레니아는 살짝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후후.]
'변명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쳇.]
'?'
리스의 마지막의 말은 조금 이상해 의아해 했지만, 그는 곧 환마의숲의 중심지로 들어가게 되어 그런것에 생각을 하기 힘들어졌다.
히얄이 말한 숲이 살아있다고 말한것은 과언이 아닐정도였다. 바람이 일어 나무가 흔들리는게 착시현상이나 환각 때문에 숲이 움직이는것처럼 보이는건지 아니면 정말 움직이는건지 혼동이 될 정도로 숲은 사납게 일고 있었다. 그때 히얄의 발이 살짝 멈추고 멈칫 거리며 손을 움직였다.
"조심하세요. 이곳에서 가끔 볼수 있는 마물중에 푸르키가 있으니까요."
"푸르키!!?"
"유일하게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마물이죠. 그 외에 더 있을지도 모르지만,"
웅성웅성이면서 숲이 흔들거리는것은 설사 벤하르트가 기분이 레니아나 히얄 보다 나쁘지 않다고 해도 울렁증이 일정도로 기분 나쁘고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
'히얄은 어떻게 길을 찾고 있는거지?'
[저녀석 대단한데? 너희야 그저 따라가고 있을뿐이니까, 모를지 몰라도, 이정도의 마기는 내가 기쁘다고 느낄정도로 굉장한 양이야. 보통 사람들은 백에 하나 빠져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날 정도지. 그런곳에서 너희들을 데리고 길을 안내하고 있다니 부하로 만들고 싶을 정도야.]
'제발 그런 행동을 하진 말아줘.'
[질투해주는 건가?]
'그럴리가.'
[뭐 그렇겠지.]
리스는 약간 섭섭한듯 말했다. 꽤나 오랜시간을 숲이 웅성거리는 것을 보았다 싶었는데, 막상 시간상으로는 1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역시 둘이나 데리고 이곳을 오는건 버겁네요. 하아 하아.."
"우욱.. 토할것 같아."
둘은 다 죽을상을 하고 있는데 자신만 멀쩡한 모습으로 있기 뭣하자 벤하르트는 속이 안좋은듯한 연기를 했다. 킥킥대는 리스의 목소리가 굉장히 거슬려 바보취급이라도 당하는듯 했는데, 사실 리스는 정말로 바보취급을 하며 웃고 있었다.
"이제 위험한 고지는 넘었지만, 손은 놓지 않도록 하죠. 혹시 모르니까요."
"아아. 그러는게 좋을것 같아. 차라리 용병녀석들과 싸우는게 마음이 편하겠어. 여긴 정말 좋지 않아."
"레니아. 네가 약한 소리를 하다니,,"
"그런거에 비하면 너는 왠지 멀쩡해 보이는데?"
"아니 나도 정말 불쾌해.."
레니아는 미심쩍게 벤하르트를 보았지만,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속마음까지 읽을수는 없었고, 본인이 그렇다고 하는 일을 지적하기에는 단서가 너무 부족했다.
[음? 아..]
'왜그래?'
리스는 음음 하면서 뭔가 수긍하는듯 하다가도 아니 라는둥 여러가지 혼잣말을 해대었다. 나중에는 짜증스레 신경 쓰지 말라는둥 이래저래 벤하르트가 '신경쓰일법한' 말을 중얼 거렸고, 한참뒤에야 말을 멈추었다.
'리스?'
[왜?]
'무슨 일인데?'
[별로 너와 관련은 있었지만, 상관 없는 일이었어. 그것도 마무리 지어 졌고,]
'관련이 있었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완연히 궁금증을 유발 시킬 것만을 목적이 다분해서 벤하르트는 궁금해 했지만, 리스는 입을 열지 않았다.
[글세. 별로 말하고는 싶지 않아. 나도 누구 못지 않게 자존심은 센편이라서 말이지.]
리스는 숲으로 부터 권유 받았다. 이 숲을 지배해 마왕이 되어 달라는, 그로 인해 숲은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혹 벤하르트와 관련된 일이라도 숲은 들어줄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마지막에는 숲을 없애 버릴정도의 살기를 내며, 확고하게 거절했다. 벤하르트를 강제로 손에 넣고자 했다면, 언제든지 지금 이순간이라도 그녀는 가능했다. 그렇게 하지 않은것은 벤하르트에 한해서 만큼은 그녀라 할지라도 완벽을 기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이런 숲을 믿을까.. 하지만 그 말조차도 이제는 핑계에 불과하다. 그녀는 이토록이나 벤하르트와 레니아와 함께 다니길 원하고 있었기에,
'이런 재미 없는 곳에 있을쏘냐.'
그녀는 레니아와 닮은 꼴이었기 때문에 이런 말을 절대 입밖으로 내지 않는다. 끙끙 앓는 벤하르트의 모습은 도리어 그녀가 바라던 바였으니까,
그 뒤로 상대적으로 조용히 숲을 빠져 나올수 있었다. 마치 보통의 숲을 지나는듯이..
"희안하군요."
히얄은 의문형으로 중얼거렸다.
"뭐가?"
"앞으로도 몇번인가 고비가 있었어야 했는데, 상대적으로 쉽사리 지나올수 있었습니다. 왠일인지."
"좋은게 좋은거지. 그런데 여기거 라군델인가?"
"라군델의 서쪽 경계도시 뎁스 입니다."
"히얄씨. 감사합니다."
벤하르트가 꾸벅 인사했다. 이러니 저러니, 도로호우이를 불러 들인것은 히얄이었지만, 비록 레니아의 꾀에 조금 넘어갔다고 해도 결국 도로호우이를 끝까지 도와준것도 히얄이었다.
"별로 인사를 들을 일은 아닌것 같군요. 벤하르트님은 저에게 도로호우이를 저는 라군델로 오는 길을 알려준것이니 서로간에 빚은 없는겁니다."
"그래도, 이녀석은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가 봐."
하여간 이라고 말하면서 레니아도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일반사람들에게는 유심히 봐도 모를 정도이지만, 그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히얄이 못알아차릴리가 없었다.
"저는 여기 까지인것 같군요. 두분은 아무쪼록 좋은 여행 되시길 기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리드씨에게도 안부를 전해주세요."
"그러도록 하죠."
그리고 웃는 히얄의 얼굴은 굉장히 천진난만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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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4천자 넘겼네요.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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