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61화-환마의숲(1)
사람들은 모여있다. 용병은 물론이거니와 프노스 도시의 사람들마저도 무언가의 기대와 호기심을 품은채 단상위에 올라가 있는 벤하르트를 보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호크 용병단의 대장인 벤하르트는 도로호우이의 요구사항을 말하기 위해 도시 중앙에 있는 광장에 서 있었다. 도시를 왈칵 뒤집어 놓은 그의 행동은 실제로 과격하지 않다 말할수 없었지만, 전례로 세피아 용병단의 도로호우이가 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브렌모스는 어느정도 능동적이게 넘어가 주었다.
그리하여 모인 사람들 앞에서 벤하르트는 약간 굳어 서 있었다. 겉모습으로 보면 그닥 강해보이지 않는 벤하르트의 모습에 사람들은 살짝 의아해했다.
"정말 저 사람이 성공했다는 건가?"
"흥 애초에 '도로호우이'라는 것도 미심쩍지 않나? 왠지 속임수를 당하고 있는 듯한 기분일세."
"아니 아니 그렇지 않아. 나는 직접 저 남자가 싸우는것을 본적이 있다네. 겉모습만 가지고 판단하는지 않는게 좋아."
벤하르트의 뒤에는 네명의 남녀가 서 있었다.
"후우. 안녕하십니까. 호크용병단의 수령인 벤하르트 하르크라고 합니다. 요 며칠 사이 프노스 도시가 많이 소란 스러웠을겁니다. 그것은 제가 일으킨 도로호우이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아마 저를 보신 분도 있을것이고 못본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도로호우이를 성공했습니다. 의의가 있다면, 아무나 나서도 좋습니다."
그 말은 즉각에서 벤하르트를 비롯한 호크 용병단이 나설것을 의미했다. 그때만큼은 벤하르트도 살기를 내세워 주변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게 했기에 민간인은 나올리가 없었고, 용병들은 더더욱 나올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지간히 자신이 있다고 해도 눈앞에 보이는 벤하르트는 물론이거니와 용병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파리스까지 뒤에 있는것으로 단독으로는 승산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미리부터 준비를 하려고 해도 '이제와서는' 누구도 모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도로호우이의 성공은 확실시 되어갔다.
"도로호우이에 대해서 조금 설명을 하자면,,"
히얄에게서 들은 도로호우이에 대한 설명을 끝마치자 몰랐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해했고, 아는 사람들은 그 뒤의 내용을 듣고 싶어 했다.
"그리하여, 저는 용병들에게 명합니다. 앞으로는 이곳 프노스 도시에서 절대로 횡포를 부리거나 하는 비도덕적인 행동을 부리는것을 절대적으로 금합니다."
웅성이던 용병중 하나가 말했다.
"네가 뭔데 우리보고 하라 마라냐!"
"불만이 있다면, 자네는 도시 사람들의 불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이겠지요. 불만이라면 실력으로 대답하시지요."
"크으.. 좋다. 어디 한번 받아 봐라!"
사람의 몸만한 쇠철퇴가 단상 위로 날아오자 벤하르트는 검을 뽑아 철퇴의 끈 부분을 잘라 철퇴를 한손으로 받아 내려 놓았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될뻔했던 했지만, 그런 모습을 보자 사람들은 관객이 되어 숨죽여 그들의 싸움을 구경했다. 적어도 그들에게 벤하르트는 아군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겁을 먹어 거리를 벌리고는 있었지만, 예로부터 가장 재밌는것이 싸움구경과 불구경이라고 했다. 그건 프노스도시의 사람들도 다를바가 없었다.
"그럼."
다시 검을 집어 넣고 벤하르트는 용병의 다리를 후려 쳤다. 펑 하는 굉음이 들리고 용병은 굉장한 고통소리를 내었다.
"으아아아악."
"죄송합니다만, 본보기는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에,"
벤하르트가 치는것은 상처가 남지 않는 것들이었지만, 한방한방이 굉장히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한 두어방 때리고 벤하르트는 흘끗 레니아가 있는곳을 쳐다보았다.
'어림 없지.'
레니아는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고, 벤하르트는 약간 침울한 얼굴로 열번가까히 용병을 때렸다. 실제로는 매질같이 막공격하는게 아니고, 절도 있는 공격이었기에 타인이 보기에도 꽤나 그럴싸해보였던터였고, 평소 그 용병의 행실에 당한 프노스 도시 사람들은 더 하라며 소리를 지르기 까지도 했다.
"그으.."
"저는 도로호우이를 성공했습니다. 의의가 있다면, 지금 이자리에서 저에게 도전하십시오."
용병들의 반응도 제각각 이었다. 평소에도 못마땅하게 여겨도 굳이 건드리지 않았던 용병들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지금껏 자유분방하게 살아왔던 용병들은 흙씹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개중에는 벤하르트가 떠나면 앙갚음을 할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속내는 즉각 접어들수밖에 없었다.
"아아.. 한가지 더, 말해두고자 할게 있는데,"
"어?"
벤하르트는 흠칫 거리며 놀랐다. 목소리의 주인은 척스였기 때문이었다.
"이녀석이 성공한 도로호우이는 우리 세피아 용병단이 지지하겠다."
은빛 갑주를 두른 다섯의 용병이 단상위로 올랐다. 세피아 용병단이 모이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고 할수 있었기 때문에 용병들도 놀랐지만, 그 못지 않게 도시 사람들도 놀라며 환호했다.
"세피아.. 어째서.."
"이녀석의 뜻과 같기 때문이다. 패자가 승자에게 따른다는건 도로호우이에도 걸맞는 의식이라고 할수 있을거다."
벤하르트는 세피아 용병단 다섯을 전부 보고 그날 참여한것이 척스와 테서스인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명이라도 더 들어왔다면, 정말로 이기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벤하르트 개인의 생각이었고, 세피아 용병단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다섯이 이렇게 모이는 경우가 드물었다. 아무리 휴전 같은 전쟁이라지만, 전쟁은 전쟁 상대적으로 병사를 의지하는게 아닌 용병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브렌모스가 용병 주 전력을 전부 뺀다는것은 위험한 행동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특별히' 세피아 용병단의 수장 척스가 기스와 헤럴 사고스등에게 부탁을 해두고 나머지를 불러 자리를 빌린것이다.
"감사..합니다."
"아니 이쪽이야말로 고맙다고 하고싶군. 이 도로호우이는 전대 세피아 용병단의 캡틴이 이루고 싶어했던 일이었으니까,"
서로가 악수를 하는것으로써 도로호우이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벤하르트 혼자였다면 이 마지막을 끝맺기에는 꽤나 번거로웠을수 있었을텐데, 척스의 등장으로 도로호우이는 거의 완벽하게 종료 할수 있었다. 물론 척스는 벤하르트가 난처하게 될줄 알았기 때문에 그것까지 고려해서 모습을 보인것이었지만, 그것까지 벤하르트가 알수는 없었다.
"어리버리 했지만, 꽤나 잘 해냈군요."
"거의 세피아 용병단이라는 녀석들이 다 챙겨먹은것 같지만,"
레니아가 다소 불만이라는듯이 말하자 히얄이 말했다.
"그건 상관 없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원했던 것이지 명성을 원한게 아니었으니까요."
"하하. 너무 좀스럽게 놀지 말라고 레니아."
파리스는 약간 경박스러운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약속은 잊지 마. 히얄. 우리가 이 죽을 고생을 한것은 프노스 도시를 위해서가 아니니까. 저 라군델로 넘어가기 위해서지."
"물론입니다. 조금 쉬고 싶으실지도 모르지만, 출발은 오늘이 되겠군요."
"어? 왜 그렇게 갑자기."
계속해서 피로한 일들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레니아는 앞으로 며칠간은 프노스 도시의 사람들에게 거들먹 거리면서 휴식을 하고자 했다.
"오늘을 분기점으로 라군델을 들어가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 지기 때문이죠. 뭐 얼마든지 늦어도 상관 없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
"확실히 오늘이라는것은 굉장히 의외이긴 한데 말이지."
"그래도 할수 없습니다. 지금 저희가 갈곳은 환마의 숲이니까요."
"환마?"
"이곳 브렌모스의 프노스는 물론이거니와 라군델에서도 신경을 쓰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신경을 쓰지 않는게 아니라 '못 쓰는 것이지만,' 그 길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제정신이 아니군. 환마의 숲은 나도 들어간적이 있지만, 그곳을 들어가는건 자살행위라고, 우리같은 용병들이라고 해서 자유롭게 다닐수 있는 길이 아니야. 나같으면 그냥 돌아서 라군델로 들어가는것을 선호하겠어."
파리스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 그러니 오늘입니다. 환마의숲의 마기가 사그라든 몇일의 마지막이 오늘이거든요. 그리고 마기가 사그러들었을때는 저에 한해서 라군델까지 갈수 있는 길을 찾을수 있습니다."
"환마의 숲? 그런데 그런 이름이 붙은 이유라도 있나?"
"글세요. 원인은 모릅니다만, 그곳에 들어간 인간들은 정신을 잃고 환각이나 환술에 걸려 미쳐 날뛰게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환(幻)자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범위인데, 어지간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그 주변만가도 미쳐 버리게 되어 금침 구역으로 설정되어 있죠. 그곳은 심지어 지키는 병사마저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통과하는게 가능하죠."
"그래. 나도 한번 들어갔다가 죽을뻔 했거든. 적어도 기를 다루는데에 능숙한 자가 아니면 백에 구십은 미치게 되어있지. 아무리 히얄이라고 해도 말야. 썩 추천하고 싶은곳은 아닌데,"
"아뇨. 저에 한해서는 백에 백 절대로 환술에 걸리는 일은 없어요. 놓칠일도 없습니다. 다만,,"
"다만?"
레니아가 물었다.
"제가 없을때에는 저곳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게 좋겠죠. 저도 들어가 나오는 출입의 길 외에는 '아무곳도' 가본적이 없을정도로 위험한 곳이니까요."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요."
히얄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벤하르트는 안심하며 말했다.
"뭐 같은 숲이지 거기는.."
아지랑이 같이 먹히지 않는 말을 투덜거리듯 내뱉는 파리스의 말만이 공허롭게 들렸다.
한참뒤 환마의 숲의 앞에서 모두는 모였다.
"그런데 숲이라는곳에 이렇게 늦은 시간에 들어가도 되는건가?"
"눈이라면 제가 있으니 상관 없어요. 어차피 마기의 문제지 시간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여러모로 준비하는데 시간도 걸리셨잖아요."
"언니!!"
"아.."
레니아는 브레시에게 따뜻한 말이라도 건넬까 하다가 약간 괘씸한 생각과 분함에 말하는것을 관두었다. 히얄에게 모든 전말의 이야기를 다 들은 그녀는 결과적으로는 되려 브레시에게 속은것이나 다름없게 되어 버린것이다. 레니아는 훌륭하게 히얄을 이용했지만, 그 이용하기 위한 포석은 사실상 히얄이 레니아를 속여 먹은 것이었다. 히얄은 그런 생각은 하고 있지도 않았지만, 레니아는 자존심이 상해 있었던 것이다.
"잘 있어."
퉁명스레 그렇게 답하고 히얄을 쳐다보다 파리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부탁할게."
"마음이 바뀔때 까지만이라고, 그나저나 조심해라."
"히얄이 있으니까 괜찮겠지."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지. 저 숲은 히얄이 있으니까 상관 없겠지만, 그 후의 여행 말이다. 이래저래 고생 깨나 할것 같은 느낌이거든."
"이미 실컷 하고 있으니까."
'음..'
벤하르트는 레니아와 파리스가 필요 이상으로 수근덕 대는것을 보며 약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는 대충대충 들을수 있었지만, 전날부터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 진것 같은 기분에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어이 대장. 뭐 이름뿐이었지만, 앞으로의 여행길 순탄하기를 빌겠어. 벤하르트."
"당신도, 목표를 이루기를 기대하겠습니다. 파리스."
"거창하기는."
"이제 가지요."
묵뚝뚝한 히얄의 소리를 기점으로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프노스 도시를 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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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드네요.. 이래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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