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96화-도로호우이(4)
도로호우이의 의식을 하는 용병단은 별수 없이라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수 없었다. 용병들이 모이는곳에 오래토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의식은 자동으로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하게 벤하르트는 다시 용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제는 어중이 떠중이들은 걸러져서 검을 뽑지 않고는 위험할정도에 이르렀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백색의 빛을 머금은 검을 뽑아 용병단들과 대치하다가 재빠르게 움직여 골목으로 돌았다. 벤하르트는 그들과 정면 승부로 상대할 마음따위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추적해!"
자신이 프노스 도시의 구석구석을 알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의 용병단은 달랐다. 두팀으로 이루어진 용병단은 전쟁터에서 손발을 맞추듯 절묘하게 벤하르트를 몰고 들어갔다.
"백뢰."
나지막한 목소리로 살짝 말하자 검에서 백색의 번개가 두어명을 향해 쇄도했다. 하고자 한다면 최소한도 며칠간은 전투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곤란했다. 전투불능이 아니라면 언제라도 다시 도전하는것 정도의 의미가 아니게 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용병들은 상대를 이용한다. 그 행동은 영악하면서도 영악하기에 진실이었다. 목숨과 목숨이 오가는곳에서 용병들은 모든것을 이용한다. 벤하르트가 그들을 죽일마음이 없다는것. 아니 불구로 만들정도의 각오가 없다는것이 확실해지면, 그들은 그것을 노리고 공격해올것이 뻔한 것이었다.
그런 상황이 오게 되면 그때는 죽이거나 불구자로 만들지 않으면 도로호우이를 성공한다는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건 무슨.."
"마법인가?"
"아니 기(氣)술 같아. 하지만 저정도로 형태를 구현시킨 기술이라니 실제로 보는건 처음인데,,"
"어이 괜찮은거야?"
"흥 어차피 상대는 혼자다. 최강의 디레인인지 뭔지 잘난척 늘어 놓지만, 이 인원수로 잡지 못한다면 그저 수치밖에 되지 않아."
그는 손을 벤하르트를 향해 겨냥했다. 손에는 활이 장착되어 있었는데, 그 활은 일반적인 활과는 다른 활이었다. 마도왕국에서 꽤 큰돈을 주고 산 활로, 화살에 기를 부여해 발사하는것이 가능한 것이었다.
'뭐지.'
뒤를 보지는 못했지만, 강맹한 기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것을 안 벤하르트는 그 궤적을 느끼고 벽을 걷어차 화살을 피했다. 피했음에도 그 풍압에 살이 찢겨져 나가 그 위력에 놀라며 그는 더 도망갈수 없었다.
"역시나. 주만의 게레이트구만,"
벤하르트는 주만이라고 불리운 용병과 자신을 두르고 있는 7명의 용병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개개인으로 따지면 벤하르트보다는 꽤나 격이 떨어진다 할수 있었지만, 지금 그들은 협공을 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디레인 나리. 너무 용병들을 우습게 보지 말어."
가위처럼 생긴무기를 들고 몇번인가 챙챙 거리는 소리를 내던 한 용병은 바로 양팔에 하나씩 검을 들어 공격준비를 했다.
'조금 힘들려나.'
검을 들고 집중해 그는 자세를 잡았다. 먼저 달려오는 한명부터 잡아 챌 요량으로 '일섬'의 기본 자세를 했다. 같은 용병들이라고 해도 개개인의 실력차이는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몇은 그 자세가 위험하다는것을 알았고, 몇은 별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그만둬!"
벤하르트는 총 3방향에서 달려드는 용병들의 위치를 확인해 서로의 공격의 궤적을 이용했다. 정면의 적은 일섬 수로 치고 나머지 양쪽에서 달려오는 적을 교차시켜 서로에 대해 반응하게 함과 동시에 백뢰로 둘을 기절 시켰다. 그 행동이 너무도 절묘해 용병들은 놀라고 있었다. 단 한사람을 빼고는,
삽시간에 7명이 4명이 되어 버렸지만, 그 이상으로 용병들은 이길수 있는 정도를 얻었다. 벤하르트가 세명을 단숨에 물리치고 있을때, 그자리에 있던 3명의 용병들은 놀라기 바빴지만, 주만이라고 불렸던 화살을 쏘는 용병은 그 완벽한 몸놀림을 하면서 벤하르트가 다른곳에 방비를 하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해 준비를 하고 벤하르트를 공격했던 것이다. 그 셋을 물리치는 와중에도 벤하르트는 몸을 비틀어 배를 향하던 화살을 팔쪽에 맞을수 있었다.
'방심했다.'
하지만 따지고 들자면 굳이 방심이 아니더라도 그 공격만큼은 당할수 밖에 없었다. 셋의 공격을 막는것에도 급급했고, 설마 그 시간을 맞춰서 공격할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다.
"자아. 그러면,"
'뭐지 저 웃음은?'
벤하르트는 천천히 움직이는 네명의 용병 특히 표정을 감춘채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을 하는 주만을 보고 의아해했다. 주만은 신호를 해 섵부르게 벤하르트에게 덤비지 않도록 했고, 그 사실을 모르는 벤하르트는 점잖게 대치했는데, 서서히 몸이 굳어 가는것을 느꼈다.
'그렇구나.'
그제야 벤하르트는 화살에 독이 묻어져 있다는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게있지.'
벤하르트는 겉주머니에서 레니아의 약병을 꺼내들었다. 그것을 마시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주만은 거침없이 화살을 쏘았다. 약병을 노린 화살에 벤하르트는 알고도 당할수 없어 팔을 움직여 그 공격을 피하자 주만이 소리쳤다.
"달려들어! 저걸 마시지 못하게 해야 한다."
"좋아. 그럼 명령대로."
"움직여주지."
셋이 동시에 벤하르트에게 각자의 무기를 들고 돌진했다. 도끼와 가위검 채찍을 들고 공격하는데, 공격자체를 반응하는것은 사실상 벤하르트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나, 그는 약에 중독되어 몸이 저린데다가 뒤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주만의 활을 경계하느라 제대로 된 반응을 할수 없었다.
"최강의 디레인 좋아하시네. 폼잡지 말란 말이다!"
가위검의 사내는 강맹하게 검을 휘두르다가 별안간 뒤로 살짝 물러서 말했다
"떨어져. '가즈노이드'."
가즈노이드는 그 용병이 즐겨 쓰는 기술로 가위검을 하나로 합쳐 지르는데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스쳐도 목숨이 날아갈것 같을 정도의 공격이었다. 심지어 같은 용병단 조차도 기겁을 하면서 피하자 벤하르트와 가위검 용병의 일대일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하나라도... 여기서 줄여 둬야..'
그는 그 찰나의 순간에 눈하나 깜박이지 않고 검을 쳐다보았다.
"참..도..(斬刀)"
아주 작은힘. 평범한 성인이 무기를 휘두를 정도의 힘이 가위를 밀쳐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그 공격은 가위를 산산조각나게 만들었다.
"뭐!"
대답할 시간도 없이 벤하르트의 주먹은 가위손 용병의 머리를 강타했고, 그자리에서 가위손 머리는 기절해버렸다. 거세게 화살하나가 날아왔지만 벤하르트는 몸을 살짝 비트는것으로 그 공격을 피하고 약에 손을 가져갔다.
"막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남은 둘도 저 약을 벤하르트가 먹는다면 자신들은 상대가 안될것이라는 것을 알아 차렸고, 더 집요하게 벤하르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래서야. 약을 지키기도 벅차겠어.'
벤하르트는 싸움 도중 내빼어 뒷골목을 돌았다. 지리는 이미 다 공부해둔 참이었지만, 그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이미 5일째에 접어들어 왠만한 수준높은 용병들은 프노스 도시의 지리를 꿰뚫어 놓아 벤하르트를 잡을 궁리를 하고 있었기에 고작해야 지리를 안다는 이점 하나만으로는 떨쳐낼수가 없었다.
'레니아를 부르지 않으면 안되겠는걸.'
현재 벤하르트는 그녀의 마법과 연결되어 있었다. 마법을 기로 끊으면 레니아가 찾아오는 신호로 삼고 있었다. 사실 그는 레니아의 손까지 가게 하기 싫었지만, 당장에 패배뿐만아니라 몸이 위험에 처한 마당에 그런 생각을 굴리고 있을 여력이 없었다.
"읏."
골목을 돌아 마법의 끈을 자르려 하는데, 누군가가 그를 잡아당겼다.
"어? 너는."
"쉿. 이리로 들어오세요."
놀랍게도 그녀는 브레시였다. 낡은 창고의 문을 열어 그녀는 벤하르트를 집어 넣고 언제부터 있었는지 빗자루를 쥐고 청소하는 시늉을 했다.
"어? 이곳을 돌았는데, 그쪽은 어때?"
"이쪽은 없어. 어이 루쿠어스. 그쪽은?"
"이쪽도 없어. 젠장. 인원수가 부족하니 전부 커버할수가 없잖아."
처음 7명일때는 어떤 길로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셋이었기 때문에 조금의 빈틈이 남아 있었다.
"어이 꼬마야 이쪽을 지나던 남자 보지 못했나?"
"못봤는데요?"
'호오 못봤다라고?'
벤하르트를 추적하고 있었기에 몇가지 벤하르트가 도망을 친 선택지를 알수는 없었지만, 그는 벤하르트가 그곳을 지나갔다는것 정도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벤하르트를 못봤다고 하는것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군 너는 호크 용병단원이군."
"그래요. 저는 호크 용병단이에요."
겁도 없이 브레시는 그렇게 말하고 검을 쥐고 달려들었다. 확실히 히얄에게 배운 그녀의 실력은 나이에 비해서 뛰어났고, 분명 엊그제 까지의 어중이 떠중이 정도는 상대하고도 남았으나 지금 눈앞에 있는 용병을 상대로 하기에는 미세하게 부족했다. 30여합을 겨루자 슬슬 브레시는 밀리기 시작했다.
한편 벤하르트는 브레시의 창고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브레시가 잘 해결해 줄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밖에서 브레시의 호크용병단이라는 외침이 들렸고, 다시 싸움이 벌어졌다.
'무슨 바보같은!'
"호크 용병단. 굉장한걸. 너같이 어린녀석이 이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니, 하지만 너희들의 도로호우이는 우리손에 무너지게,,"
그는 이기고 있다는 것때문에 살짝 판단이 어그러졌다. 방금까지만해도 죽어라 공격했던 의미 그 자체를 살짝 망각했던 것이다.
'벤하르트가 약을 먹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낡은 창고의 문을 가르고 벤하르트는 백광의 빛으로 용병을 공격했다. 해독이 되어 가고 있는지라 몸은 전부 돌아온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성격상 브레시를 가만히 놔둔다는것은 불가능했다. 주만은 창고에서 나와 용병을 제압한 벤하르트를 보고 말했다.
"흐음. 저 소녀가 일행이라는 말이지. 거기에.."
그는 벤하르트가 필요이상으로 손을 쓰기를 꺼려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이 주만 어떻게 하지?"
"루쿠어스 물러난다."
"저녀석은?"
"걱정 마라. 오늘 밤이면 끙끙 앓으면서 돌아올테니.. 어찌되었든 우리 둘로 벤하르트라는 녀석을 상대하는건 불가능에 가까우니, 그만두도록 하자."
"알았다."
둘은 재빠르게 몸을 날려 자리에서 벗어났다. 벤하르트는 왠만하면 활을 쏘는 남자는 잡아 두고 싶었지만, 상대가 둘인것과 브레시를 보고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어이 브레시 무슨 짓을 한거냐. 졸지에 네가 호크용병단이 되어 버렸잖아."
"헤헤."
난처한 흙씹은 얼굴로 그는 투덜거리며 걸었다. 이미 둘을 놓쳐 버린이상 브레시는 호크용병단이 되어 버린것이기에, 두고 갈수는 없는 일이었다.
"잘들어. 이건 장난이 아니라고,"
"알아요."
부시시한 웃음을 싹 거두고 그녀는 답지 않게 진중히 말했다.
"알아요. 그러니, 그들에게 그렇게 말했던 거에요. 벤하르트는 내가 호크용병단에 들어오게 하지 않을거란걸 알고 있으니까,"
벤하르트는 더 불만스러운 얼굴을 지어 보였다.
'머리를 꽤 굴리는 군, 어쨋든 이번에는 제대로 걸려 버렸어.'
골머리를 앓던 벤하르트는 머리를 헝크러 뜨리고는 브레시를 데리고 샛길로 레니아가 묵고 있는 여관으로 향했다.
"으으 아."
"이런 꼴이 되도록 나를 부르지 않았단 말이지?"
"어 어이. 비틀어 넣지 마! 내가 뽑을래."
"안돼."
레니아는 화살에 힘을 주어 쑤셔 넣는가 싶더니 이내 화살을 뽑아 바닥에 팽개쳐 버렸다. 그리고 구석에서 초롱거리는 눈으로 자신을 보는 브레시를 보고 말했다.
"저녀석은 왜 데리고 온건데?"
벤하르트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잘하는 꼬라지군. 진작에 나를 부르지 않으니 이런 꼴이 되는 거잖아!"
그녀의 발길질을 살짝 건드려 궤도를 수정하자 그녀는 벌렁 넘어지려다 마법으로 공중에 뜬채로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후회하고 있습니다."
다시 내려와 앉아 그녀는 표정을 바꿔 살짝 여우같이 웃으면서 브레시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그토록 가볍게 화가 풀리는건 생소한 일중 하나였기에 벤하르트는 살짝 의아해했다. 브레시를 보던 레니아는 웃음을 지우지 않고 중얼거렸다.
"뭐 저건 저거대로 꼭 나쁘지 만은 않을지도 모르지만,"
=====================================
실시간? 10분 전후한 시간에 글을 쓰다가 앤드류님이 댓글을 올린것을 확인했네요. 신기한 일입니다만, 이 늦은 밤에 글을 보시다니,, 놀랍네요.(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위에 나온 활은 석궁형으로 팔에 장착하는 형식입니다. 기계화인데도 기를 실을수 있는 무기인 것이지요.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