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45화-히얄(1)
"스승 스승님."
남자를 따라 움직이며 브레시가 말했다.
"나는 스승이 아니라고 했을텐데요."
"그래도.."
브레시가 어물거리면서 몸을 사리자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다시는 나를 스승이라 부르지 말아주세요. 그나저나.."
단검을 뽑아 능숙하게 역수로 쥐며 그는 골목을 쳐다보았다.
"무슨일이십니까?"
골목을 돌아 그의 앞에 벤하르트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어어! 당신은 어제의 그 멋진 언니의 연... 아차 동행인?"
"그때 부라프 할머니의 집에서 나를 습격한게 자네였지?"
"대단하군요. 그때는 저의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었는데, 맞습니다. 실례를 하게 되었군요. 설마하니 그정도의 실력자가 할머니의 집에서 머무르고 있을줄은 생각치도 못했기에,, 조금 의심이 일어.. 죄송함과 동시에 감사합니다."
"아니 죄송한것은 둘째치고 감사한것은 무엇이."
"아까의.."
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벤하르트는 소년이 말하고 있는것이 브레시를 구하기 위한 공격이라는것을 알아 차렸다.
다시 소년의 얼굴을 보니 정말 앳되어 보여서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백옥같은 피부에 소년이라고 생각하기에 키는 꽤 큰 편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얼굴이 너무 어리게 보인 것이다. 부라프의 말을 어느정도 이해할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저희 집에서 차라도 한잔 하시지 않겠습니까? 부라프 할머니의 손님과의 첫 만남을 안좋게 만들고 싶지는 않거든요."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할일이 없기도 했지만, 그도 부라프와 연관지어 소년을 조금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럼.."
"당신의 방향은 이쪽이 아니겠지요?"
"그래도, 여자 하나 없으면 삭막하잖아요."
"별로 그렇지 않으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세요."
"벤하르트님!"
눈을 초롱초롱하게 하며 브레시는 벤하르트에게 달라 붙었다. 난처하게 벤하르트는 소년과 브레시를 번갈아 보다가 얼굴을 긁적이며 말했다.
"괜찮다면 이쪽의 브레시도 함께,,"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소년은 이내 머리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소년의 집으로 가는 도중 브레시는 연신 자신의 활약과 레니아에 대해서 소년에게 이야기 했다. 왠지 레니아에 대한 어딘가 왜곡된 무언가의 이야기가 신경쓰였지만, 소녀의 환상을 깨는것도 별로 원하는 바는 아니어서 지적하지는 않았다.
신나게 이야기는 했지만, 소년은 별로 받아주는것 같지 않았고, 이야기 자체도 같은 나이 또래로 보이는 생김새들이라 굉장히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프노스 도시의 4구역에 이르러 소년은 자신의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서는 끽끽 거리는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뭐지?'
"깨어났나."
투덜이면서 소년이 방으로 들어가자 곧 소리가 잠잠해졌다.
"거기에 무언가 있나?"
"네. 푸르키라고 부르는 마수이지만, 지금은 기절 시켜두었습니다. 물론 기절하지 않고 가둬 두지 않는다고 해서 그녀석들에게 당할분은 아니시겠지만, 거기 편하게 쉬고 계세요. 준비를 할테니."
"오랜만에 스승님의 집으로 왔네요."
"차만 마시고 바로 돌아가 주세요."
소년은 브레시에게는 왠지 냉정하게 대했다.
"푸르키인가. 이곳에 있는 푸르키를 부라프 할머니에게 가져다 주었던 것이로군."
"스승님은 정말로 대단하시다구요. 이곳에 있는 어느 용병보다도 더 강할걸요. 아마 벤하르트씨보다도."
"그럴지도 모르겠군."
"에에 믿지 않는거에요? 정말이라구요. 한번은.."
"그렇게 말많은 여자는 질색입니다."
"거짓말."
브레시는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지만, 소년은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소년은 따뜻하게 데워진 차를 건네었다.
"드세요."
"고맙..아 이름이?"
"실례했습니다. 제 이름은 히얄. 히얄 사스로 라고 합니다."
"히얄 이라고?"
"예. 그렇습니다만,"
'잠깐 내가 어디서 히얄을 들었었지?'
분명히 히얄이라는 이름을 알고는 있는데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다가, 그는 푸르키를 떠올리고 상을 치며 말했다.
"깜짝이야. 무슨일이죠?"
브레시가 놀라며 벤하르트를 보았고, 그는 히얄을 보면서 말했다.
"리드씨.."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던 히얄도 그 순간에만큼은 눈이 커지며 꽤나 놀라해하고 있었다. 히얄 사스로는 리드도 한번 말했던 백귀의 수하중 하나였다. 이곳 프노스의 서쪽에는 푸르키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히얄은 푸르키들을 잡아 리드에게 보내는 역할을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 한명 더 있다고 했었지만, 여기에 있었을 줄은.'
"대장님을 아시는건가요?"
"이전에 조금.."
"벤하르트..? 아.."
그제야 히얄은 벤하르트를 떠올릴수 있었다. 반년도 전에 리드에게서 받은 편지에 실려 있었던 사람 이름중 벤하르트가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재미있는 사람'으로만 써두었기에 무슨 의미인지 알수 없어 금새 잊어 버렸는데, 벤하르트의 행동을 보고난 이후에야 그 편지에 실려 있던 사람이라는것을 깨달은 것이다.
벤하르트는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리드가 리베스에서 있었던 일을 히얄에게 말하지 않았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리드는 히얄이 먼곳에서 자신에 대해 걱정하지 않기를 바란 것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잠시 실언을 해버려 벤하르트는 히얄에게 그때의 일에 대한 내용을 살짝 누설해 버렸는데, 그말에 냉정한 얼굴만 하던 히얄이 그때의 일에 대해 굉장히 듣고 싶어하며 사정을 해 그는 결국 리베스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오 그래서 그 리드씨라는 사람과 샤리네씨라는 사람은..?"
브레시는 흥흥 거리는 콧소리를 내면서 실실 거렸는데, 그런 그녀에게 히얄이 일침을 가했다.
"어째서 당신이 더 관심있게 듣고 있는거죠?"
"이야기에는 남여구분이 없는 법이잖아요. 스승님."
'예시가 잘못되었어.'
하지만 왠지 천진난만한 소녀를 꺽기는 뭐했고, 귀찮기도 했기에 벤하르트는 별로 내색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리드씨와 용병생활을 했다면 지금 몇살이라는거지?"
"올해로 29입니다만,"
"29!!!? 그 얼굴로?"
"확실합니다. 태어났을때가 기억이나는건 아니지만, 기록상으로는 29입니다."
'나도 기적으로 젊어진것이지만, 이건 이것 나름대로 기적이 아닐까..'
외모로보면 15세로 봐도 아니 그보다 더 어리게 봐도 무리가 아닌 히얄을 보며 그제야 벤하르트는 브레시와 히얄의 대화를 이해할수 있었다.
'확실히 스승님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나이로군.'
"실례했습니다. 당연히 어린아이일거라 생각해서.."
"뭐 종종 듣습니다만, 어찌반응하셔도 상관은 없어요."
히얄의 말투 자체도 마치 소년이 말하는것 같은 어조라 더더욱 이 위화감 서린 대화에 자신이 없어지는 벤하르트였지만, 의외로 히얄이 리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수월하게 의기투합할수 있었다.
별개의 인물이야기가 나오자 브레시는 따분한듯 자리에서 일어서 방안을 거닐었고 벤하르트와 히얄은 몇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꺄악."
브레시의 비명소리에 벤하르트와 히얄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으로 들어갔다. 브레시의 팔에는 피와 푸르키 한마리가 대롱대롱 걸려 있었다. 벤하르트가 반응하기도 전에 재빠르게 히얄은 그녀의 손에서 푸르키를 떼어냈다.
"뀨익 뀨익 뀨우."
"무슨 짓입니까?"
히얄이 언성을 높히자 브레시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죄송해요. 스승님. 조금 심심해서."
창살이 열려 있고 수십마리에 달하는 푸르키들이 느글거리며 히얄을 향해 눈을 도사리고 있었다.
"둘다. 집밖으로 나가세요. 당신은 이걸 가지고 가서 피를 빨고 그 자리에 바르도록 하세요."
푸르키의 손톱이나 이에는 독이 있었고, 자연히 그런 푸르키들을 상대하는 히얄은 해독제를 가지고 있어 브레시에게 전해주었다.
"스승님."
"어서!"
자신이 있으면 폐만 된다는것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브레시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이내 달려 밖으로 나왔다.
"벤하르트씨는.."
"저는 도와드리겠습니다."
"죄송하지만 피는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이녀석들은 악취가 심해서.."
검집째로 자신의 검을 들어 벤하르트는 방안을 가득 메운 푸르키들과 대치하며 말했다.
"이미 질리도록 맡아서.. 알고 있습니다. 그럼 기절시키면 되는겁니까?"
"예 부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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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가 살짝 언급 히얄도 옛날에 살짝 언급. 이전부터 넣으려고 했던것이기는 한데요,
리베스 마을이 생각이 안나서 곤욕을.... 하도 길어지니 마을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요. 제 작품인데도,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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