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42화-인정(3)
작지만 할머니가 사는 그곳은 하나의 마을이었다. 지도상에는 너무 작아 표시도 되어 있지 않았지만, 근방의 마을에서는 그곳을 '토르가'라고 불렀다.
부라프라는 이름을 가진 할머니는 잔잔한 미소를 띄우고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들여 차를 대접했다. 통나무로 지어진 집 안에는 은은한 불길 덕에 따스함이 어우러져 있었고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오랜만에 안식을 느낄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뭘. 그나저나 마법사와 검사의 여행이라니, 어딘가의 이야기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구나."
벤하르트의 검을 어느샌가 확인하고 그를 검사라 생각했다. 벤하르트는 할머니 치고는 눈치가 빠르다고 생각하면서 주변의 돌아가는 정세를 물었다.
"흐음 정세라.. 겨울이니 마수가 자주 출몰하는것도 없을테고, 애초에 이런 마을에서 이 늙은 몸이 알수 있는 정보래봐야 한정되어 있지.. 아 하지만 프노스 도시의 국경지대의 소문은 들은 적이 있군. 한동안 잠잠했지만, 최근에는 작은 전쟁이 발발한다고 하는 소문을 들었지. 너희들도 그곳을 가려고 한다면 조심하는게 좋을게야."
"작은 전투라."
라군델은 동쪽의 샤이한 뿐만 아니라 브렌모스와도 사이가 썩 좋지 않았다. 전시 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부라프의 말을 듣고나니 전시라고 가정해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둘은 어딘가를 여행을 하는건가? 아니면 여행가라도 되는건가?"
"어느쪽이냐고 말한다면 여행가쪽에 가깝겠죠."
레니아가 대답했다.
"보다 시피 이 마을은 작은 마을이지만, 경로에 여타 마을이 없기 때문에 너희들같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곤 하지. 아까의 대응같이 여러가지 나쁜 마음을 먹고 오는 인간들에 대한 대처나 방안같은것이 있는것도 그 이유 때문이야. 사실 다른 목적으로 이곳에 들어오거나 할 생각이었다면 너희들은 지금쯤 한두번은 위험했을거다."
"에에이. 농담도."
레니아는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그에 부라프는 낄낄 거리며 웃으며 말했다.
"그래 농담이다. 여하튼 너희같은 사람들이 많이 오기에, 여러가지 타 지역이나 지방의 이야기를 모을수 있는 마을이기도 하지. 시간도 넉넉할 텐데, 너희들의 이야기와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바꾸는 건 어떨까?"
"이야기?"
그 말에 레니아는 관심을 보였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그녀 답게 할머니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것을 깨달은 부라프는 어딘가의 용사이야기를 꺼내 주었다.
그 이야기의 흥미가 보일듯 하자 그녀는 말하기를 중단했다.
"어.. 왜?"
"이 이야기는 꽤 길단다. 이래서야 이쪽의 일방적인 이야기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리지. '룰단'의 이야기는 너희들의 여행기나 혹은 버금갈만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야기 하도록 하자."
벤하르트가 말하려고 하는것을 레니아는 살짝 막고 자신이 읽었던 간단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부라프는 그것에 대해 듣기를 거절했다.
"철마의 상 이라는 이야기겠지? 이미 들은 이야기와는 상종하지 않겠다고 했을텐데,"
레니아가 읽었던 대다수의 이야기는 부라프가 알고 있는 이야기였고, 곧 레니아는 포기하고 벤하르트에게 여행기를 이야기 하라고 말했다.
"왜 내가.."
불평을 하면서도 내심 벤하르트도 할머니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따지는것을 관두고 여행기중 하나를 이야기했다. 그제서야 부라프는 즐거운 얼굴을 하면서 벤하르트의 이야기에 경청했다.
벤하르트의 여행기와 룰단의 이야기로 시간이 지나는줄 모를 정도로 심취하던 그들은 하루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었다.
"재밌는 할머니였어."
"확실히.. 저런 말재간을 가지고 있다면 어딘가에서 이야기꾼이 되어도 성공할것 같을 정도로,,"
"아니 아니 저런 솜씨를 가지고 있기에 이런곳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겠지?"
"그렇겠군."
"그나저나 룰단의 이야기. 그정도로 장황한 이야기가 어째서 어떤 도서관에서도 찾을수가 없었던걸까. 그정도의 이야기라면 이름이라도 보았어야 정상이었을텐데,"
"그거야 나와는 별개의 이야기니 거기에 대해서는 나에게 묻지마."
레니아의 잘 자라는 말을 끝으로 그들은 밤을 뒤로 했다.
'음?'
벤하르트는 잠에서 깨어 났다. 밖에서 인기척이 난 까닭이었다. 그 인기척은 부라프의 발걸음과 흡사해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달이 지지 않은 깊은 밤. 부라프의 기척과 살짝 뉘어 있는 그림자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뭘 하는거지?'
그는 조심스레 2층의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통나무의 차가움이 발 사이로 전해지는것을 느끼며 그는 천천히 문을 닫았다. 그리고 문 아래쪽으로 살짝 시선을 돌렸다. 천을 감아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한 사람과 부라프는 뭔가를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낄낄 거리는 소리에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는 무언가를 부라프에게 건네었다. 부라프는 잘 가라는 말과 건강하라는 말을 건네면서 그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서서히 문을 닫았다.
'읏.'
분명히 시각의 사각으로 나갔던 그 천을휘감은 남자는 부라프가 문을 닫자마자 빠르게 벤하르트가 있는 곳으로 다가와 2층으로 올라왔다.
"큭."
남자는 역수로 단검을 쥐고 벤하르트를 공격했다. 그에 벤하르트는 발끝에 힘을줘 사뿐하게 피하고 다른 발로 그의 복부를 걷어 차려고 했고, 너무도 대처가 좋았기에 그 공격은 먹힐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종이한장도 채 되지 않을것만 같은 차이로 그 공격을 피한 복면남은 벤하르트의 목에 검을 들이며 뒤를 잡았다.
"누구냐?"
목소리는 남자의 나이를 잘 연상하지 못할것만 같이 아리송했다. 어떻게 들어보면 소년이라고 해도 믿을수 있을것 같았고, 청년이나 중년이라고 해도 어느정도 감이 잡히지 않는 목소리였다.
손에 역수로 쥐고 있는 검은 금방이라도 벤하르트에게 찌를것만 같히 위압적이었지만, 벤하르트는 그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번 심호흡을 하고 짧게 내리치자 남자는 살짝 다급히 검을 목에 가져가려 했지만, 벤하르트는 그 사이에 얼굴을 뺄수 있었다.
"후우,"
"....."
"당신이야 말로 누굽니까? 저는 그냥 지나가던 여행객입니다. 그것 밖에 저를 포장할 말은 없고, 굳이 말한다면 지금은 부라프 할머니의 손님으로 집에 머물고 있는 도중이라고 생각하면 될겁니다."
"하긴 할머니가 구분을 못할리는 없겠지."
뭔가 안심스런 목소리로 남자가 중얼거렸지만, 벤하르트는 그 말을 잘 듣지 못했다.
"뭐라 말하는 겁니까?"
잘 듣지 못해 벤하르트가 반문했지만, 복면남자는 2층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리더니 사라지던 방향으로 달려갔다.
"뭐였던 거지. 도대체."
다음날 아침 벤하르트는 낯익은 냄새를 맡을수 있었다.
"오오 이건!"
반가운 냄새. 라면 반가운 냄새였지만, 역으로 이 냄새에 대해서 욕을 한다고 해도 아무 반론이 없을 정도의 악취이기도 한 냄새.
"푸르다키아."
샤이 한의 리드가 보여주었고 셰이르에서 맛을 본 뒤로 다른곳에서는 어디에서도 맛을 볼수 없었던, 푸르다키아의 악취가 집에 난 것이다.
"일어 났나. 악취가 조금 심하지?"
"그건 혹시 푸르다키아 인가요?"
"호오, 이걸 알고 있는거냐?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지. 때마침 재료가 들어와서 말이야. 손님도 있겠다. 한번 맛이나 보여주려고 했더니, 이미 맛을 봤다면 이것이 일단 맛을 보면 헤어나올수 없다는것 정도는 알수 있겠지?"
"물론이죠. 그렇지 벤?"
"아아."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지만, 벤하르트는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 왠지 찜찜한 기분으로 부라프를 대할수 밖에 없었다.
"벤. 왜그래?"
"아니.."
벤하르트는 자신들의 입장상 누군가를 의심해 봐야 하는 입장에 있었고, 지도상에도 존재하지 않은 때마침의 마을에 부라프 할머니, 그리고 의문의 복면남을 생각하자 머리가 울려 왔다.
"그런데 이 재료가 들어왔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요?"
레니아의 질문에 벤하르트도 관심을 보였다.
"옛부터 알고 지내던 꼬맹이 한명이 있지. 지금은 프노스도시에 머물고 있는데, 이렇게 가끔 와서 푸르키를 주고 가곤 하는 녀석이지. 덕분에 프노스의 정세도 어느정도 들을수 있고, 푸르다키아도 먹을수 있다는 것이지. 아마 프노스에 가면 푸르다키아를 꽤 볼수 있을거야. 브렌모스에서도 한정된 재료와 이 특유의 악취덕에 푸르다키아를 먹을수 있는곳은 프노스밖에 없지. 이처럼 개인적으로 해먹을수 있는것을 뺀다면 말야."
지글거리며 볶아지고 있는 요리를 보면서 레니아는 침을 삼켰고, 벤하르트는 넌지시 물었다.
"그런데 그 꼬맹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어디에.."
"이걸 주고 가버렸지. 가끔은 집에 머물러 주기도 하는데, 오늘은 아쉽게도 손님이 있었고, 애초부터 집에 머무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녀석이니까, 예전에는 얼굴도 곧잘 보이고는 했었는데, 끌끌. 그 모습이 굉장히 귀엽거든. 옛부터 너무 그런것을 집고 넘어가니 이제는 아주 얼굴에 천을 돌돌 말아 다니더구만, 하지만 뭐 나름 어리단 증거니 그것도 이 노인네가 보기에는 재롱이나 다름 없지."
"흐음."
왠지 부라프의 자식자랑 같은 말을 듣고 나니, 의심했다는 사실이 무의미 하게 느껴질 정도로 독기가 빠져 버렸다.
"그런데 그런건 뭣하러 묻나?"
"아니 잠시 궁금해서요."
"그럼 음식이나 들어. 이건 내 특제 요리니까, 다른곳에서 먹는것보다 맛이 좋을게야."
부라프가 만든 푸르다키아는 리드에게서 먹었던 것보다도 맛이 좋아서 레니아는 극찬을 하면서 아양을 떨며 할머니와 의기투합했고 벤하르트도 순순히 감탄했다. 그렇게 하루의 시간으로 몸을 녹인 둘은 부라프의 집을 뒤로 했다.
"그럼 몸 건강히 여행을 잘하길 빌지."
"푸르다키아 맛있었어요."
"너의 산적증명법의 이야기는 두고두고 이야기화 해주마."
벤하르트는 그녀들이 팔로 서로의 팔을 툭 치는것을 보았다.
'언제 저런걸..'
고작해야 하루의 결과 치고는 너무 친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할때 그는 부라프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럼.. 아야야."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데 부라프의 손이 벤하르트의 귀를 억세게 잡아 끌었다.
"자네는 너무 생각이 많아. 생각이 깊은것과 많은 것은 다른거야. 나는 그냥 보통의 할망구니까, 쓰잘데기 없는 걱정은 집어 치우게나."
"....."
다시 부라프의 모습을 보았을때 부라프는 입가에 싱글거리는 미소를 띄우며 그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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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몸 조심하세요.
3일간 급체를 한건지 장염이 걸린건지, 몸상태가 최악이었습니다. ㅌ..약질도 몇번 할정도로, 최악이었네요.
오늘은 대망의 공익소집해제일이었는데, 기쁘지도 않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하기만 하네요. 뭐가 뭔지... 뒤숭숭한..
겨울이고 하니 몸조심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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