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36화-교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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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하르트는 별채로 돌아와 레니아에게 쥐엔의 일은 빼고 베라모에게 들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레니아는 약재를 고르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방문을 열고 그녀는 스스를 불렀다.
"네 레니아님."
"물을 끓이고 담을수 있는 도구를 조금 구해다 줄래? 따로따로 두가지를 준비해줘."
"예."
"부탁할게."
자신을 무시하고 스스에게 요구하는 레니아에게 벤하르트는 불만스럽게 한마디 했다.
"어이 레니아. 내 말을 들은거야?"
"들었어. 하지만 잠시만 기다려."
곧 스스는 레니아의 요구를 들어 약을 달일수 있는 도구를 준비해왔다.
'무엇을 하려고 하시는거지?'
레니아가 사온 재료와 도구를 준비하면서 약을 만들려 한다는것을 알았지만, 레니아와 약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였기 때문에 그녀는 의아해 하면서 그녀를 바라 보았다.
"이 약들은 누가 준비한거지?"
퀘퀘한 냄새가 나는 약을 가리키며 레니아는 웃으며 스스에게 물었다.
"그건 저희 시종들에게 전수되는 극도문의 의술중 하나입니다."
"효과는 어느정도 있었지만, 이정도로는 의술이라고 부를수는 없지."
스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그것들을 의술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전혀 그에 대해서는 의심을 하거나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이제 나가도 돼. 그리고 나중에 이것들은 조금 치워줘."
"예."
대답을 하고 그녀는 아리송한 얼굴로 자리를 비웠다.
"괜찮은거냐? 재료가 변변치 않은데, 아무리 너라 해도 약을 만드는건 힘들지 않아?"
"약이라는것은 본래가 무언가를 낫게 하기 위해 만드는것이지. 그리고 그 방면의 신이 바로 이몸이고, 신은 아니게 되어 버렸을지 몰라도. 시간만 주어지면 나는 네가 어디서든 검을 만들수 있듯이 어디서든 약을 만들수 있어. 약신이라는 명을 받을 정도라면 마시자 마자 살이 돛고 모든 병이 치유되는 수준이 아니면 안되지만, 이정도의 재료라고 해도, 맞기만 한다면 이정도의 상처는 시간으로 해결할수 있다는 것이지. 편리하게 마시자마자는 무리어도 말야."
벤하르트의 전문이 도공술에 있다면 레니아의 전문은 약에 있었다. 레니아가 도공술을 이해하지 못하듯 벤하르트가 그녀의 제약을 이해할수 없었다.
"이것에는 시간이 걸리니까, 일단은 이렇게 만들어 두고 이야기를 하려 한거야."
스스가 설치한 의료기구들 못지 않게 쓴 냄새가 방안을 메워 냈다.
"그것에 대해서는 그 베라모라고 한 사람의 말이 맞을거야. 나도 그때 그 네가지의 말을 들으면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거든 본래 라질은 내문주니 그 상징이라는것을 위해서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까내려서는 안돼. 개인적으로 가능하다의 문제가 아니라 극도문을 위해서도 그는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어야 했지. 과한 추측이 아니라면 네가 싸움을 거는것 조차도, 의심하고 있었을지 몰라. 싸움을 건다면 그 마를 함으로써 자신을 악역으로 너를 인정할수 있도록 환경을 만든다라는것도 미리 생각하고 있었을수도 있겠군."
"레니아 너 은근히 라질씨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들어가는것 같은데,"
"무작정 아니라고 할 정도로 난 바보가 아니야."
그는 레니아가 인정할 정도의 재략을 지닌 남자였다.
"그나저나 부탁은 무엇을 들어 달라고 할지 알겠어?"
"정확하게는 알수 없지만, 도공술 쪽으로 관련한 것인것은 확실하겠지. 검을 만들어 달라거나 기술을 가르쳐 달라거나.. 우선순위로 가져야 할것과 그 다음의 구분은 명확하지만 나라고 해도 예언가 같은건 아니니까, 정확하게 무엇을 요구할지까지는 알수 없어. 그런데 벤. 네 검술은 일섬류 고유의 것이라거나 그런거야?"
레니아의 질문에 그는 살짝 멈칫하고는 물었다.
"그런건 왜 묻는데?"
"아니 르바와 싸울때 조금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뭐라고 말하기는 뭣하지만 너와 싸울때의 느낌을 군데군데에서 느낄수 있었거든."
"그래? 나도 그런건 느꼈지만, 아쉽게도 그에 대한 대답은 해줄수가 없어. 나도 일섬류에 대해서는 루크 형님에게서 배운게 다니까 말야. 입문 1년차 라서 그런 역사에 대해서는 알수 없어."
"그럼 다른걸 물을게. 그 도공술이라는것을 라질이 가르쳐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거야? 전부 가르쳐 줄수 있어?"
그 대답에는 벤하르트도 망설일수 밖에 없었다. 루크는 딱히 그런것에 대해 제재를 하지는 않았지만, 일섬류라는 굴레의 기술을 벤하르트 마음대로 유출을 해도 될것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거기에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루크는 자신에게 검을 만들어 주는것을 가리라고는 말했던 터였다. 하물며 그 근간이 되는 기술을 타인에게 전수할수 있을리 없는 것이다.
"역시 안되지 않을까?"
"하지만 거절 하기도 애매하니까 이런건 어떨까?"
"뭘?"
"내 생각에 라질이라면 도공술의 전부를 가르쳐 달라고 할것 같지는 않아. 하지만 어느정도는 요구할수 있을거야.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한것은 우리였으니까,"
'정확히는 너 였지.'
입밖에 내면 한동안 쫓겨야 했기 때문에 그것을 굳이 입에 담는 바보짓은 하지 않았다. 워낙 감이 좋은 레니아였기 때문에 벤하르트를 살짝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려다 이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제한을 두고 네가 검을 만드는것을 보여주는것으로 기술을 가져가라 하는것은 어떨까? 검을 만들어 주는것과 기술을 전수하는것 그 둘을 동시에 충족 시킬수 있잖아. 네 기술이라는것이 한번 만에 빼앗길만큼 약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한번만으로도 많은것을 보여줄수 있다는것에는 의심이 여지가 없으니까, 타협점은 될수 있을것 같지 않아?"
"그렇군."
"말을 이렇게 해도 정확하게 라질이 무엇을 요구해 올지는 알수 없지. 무리한것은 아니다 라고 자신의 입으로 실토했으니까, 그 점은 얼추 맞겠지."
"그러고 보니.. 라질씨에 대해서 베라모씨가 말한 그것 덕분에,,"
그는 극도문 사람들의 분위기도 좋아졌다는 것을 레니아에게 말해 주었다.
"그러니까 그녀석은 능구렁이라는 거야. 자신을 버려도 그것이 극도문에 득이 된다면 서슴 없이 한다. 르바의 일만 봐도 알수 있잖아. 냉혹무정 나는 그쪽이 더 마음에 들지만 말이지. 그런 의미에서 너는 너무 사람이 좋아."
"좋지는 않아. 나는 나만을 위해 약을 뿐이지."
"그래 치사한거야. 그런게 너고 그런 네가 싫지 않지만, 그 사실 하나만 따로 놓고 본다면 행위로써는 좋아하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운 말인데?"
"그래?"
레니아는 왠일인지 더 토를 달지 않았다.
"내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라질이 너를 반정도 닮고 네가 라질을 반정도 닮으면 딱 좋을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설사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라질씨가 나를 닮을 필요는 없을거야."
"아니 조금은 그녀석도 정이라는것을 알아야 해."
'그러니까 닮을 필요는 없는거지.'
이미 라질은 그녀가 말하고 그가 알고 있는것을 깨닫고 있었으니까, 라질도 눈치채지 못한것이 있다면, 그 점이 벤하르트에게 있어서 좋은 작용을 했다는 점이었다. 끝까지 그가 바란대로 무정을 연기 했다면 벤하르트의 마음이 돌아설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레니아의 약은 효과가 좋았다. 팔목에 아직까지도 붕대를 돌돌 말고 있었지만, 레니아는 물론이고 벤하르트도 몸 상태가 매우 호전 되어 슬슬 대련을 해도 무방할 정도 까지 몸이 나을수 있었다.
이전에 죽은 자마저도 소생시킬수 있을것 같은 기적의 약과는 확실히 종류가 틀리지만, 먹어서 효과가 빠르게 나는것만큼은 사실이었다. 신의 힘으로나 이룰수 있는 비약은 초 단위로 몸이 낫는 기적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신이나 가능할 법한 약이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기준으로 봤을때 빠른 쾌유를 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이었던 것이다.
다만 맛은 이전과 다르게 장담할수 없었다.
"크으윽."
"참으라고,"
"저기 말야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네 약에서는 왠지 향긋한 냄새와 함께 달콤한 기운이 섞여 있는것 같은 착각이 드는데?"
"그거 참 멋진 착각이네. 그건 확실히 착각이야."
느긋하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녀는 약을 입으로 흘려 넣었다.
"아니 내것이 터무니 없이 쓴거다! 네 약의 맛을 봐 정보를 얻는건 이미 끝을 내뒀다고!"
"약재가 그런건 어쩔수가 없잖아."
"정말 약재가 쓰기 때문에 이렇게 되어 있는거냐?"
"물론이지."
태연자약한 표정을 짓는것이 되려 두리뭉실하게 의심이 갔다.
"그런데 이미 맛을 봐뒀다는건 뭐야. 내가 먹은 그릇이라도 핥은거야?"
"핥다니,,"
"그럼 뭔데?"
"....."
대답은 할수 없었다. 핥은것은 아니지만 당당히 말할정도의 일을 한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를 보고 한심하다는듯 레니아가 말했다.
"타락했구나. 벤."
"그렇게 까지 부를 짓은 하지 않았어. 내친김에 묻겠는데, 쉬기만 해도 자연히 나을수 있었던 내가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쓴 약을 먹어야 하고 중상을 입은 너는 그렇게 달달한 약을 먹어야 하는거냐. 아플수록 더 쓴약을 먹어야 하는게 아니었냐고!"
"그러니까 그건 인간의 논리. 나는 신이잖아?"
"경상에 쓴약을 주고 중상에 단약을 주는게 신의 기술인 거냐고,"
"중상인데 약을 안먹는것 보다는 경상일때 약을 안먹는게 낫다고 보는데,"
"약을 안먹는다는 전제를 깔아둔것이 문제라는..."
벤하르트는 말을 멈추고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레니아는 그의 태도로 누군가가 오고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잠시후 문이 열리고 라질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입니다. 벤씨 레니아씨."
"네."
"설마 레니아씨가 의학에도 정통할줄은 몰랐습니다. 양쪽이 다재자능하시군요."
"의학이 아니라 약. 의술같은건 전혀 이만큼도 할줄 몰라 나는. 오늘 온것은 우리가 들어준다고 했던 부탁을 요구하러 온것이겠지?"
"그 서두입니다. 아직 몸도 성치 않은 사람에게 그런 부탁을 무턱대고 할수는 없지요."
"말은 잘하는군."
서로가 여우라는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말들이 빈말 투성이라는것은 손쉽게 알아 차릴수 있었다.
"서두라면 무엇을 말하러 오신 겁니까?"
라질은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앞에 두고 자리에 앉았다.
"이전 저는 그 일섬류의 이름을 저 자신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아 그 말장난.'
그 일때문에 결국 갖은 꼴을 다 겪었던것이었으니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었다.
"그 말은 절대 거짓은 아닙니다. 저 자신은 일섬류검사의 이름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유인 즉슨 그당시 저는 여행 도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젊었을때에는 방랑벽이 있었는지라 각국을 돌아다니곤 했었지요. 돌아왔을때는 이미 도장파괴를 당하고 난 뒤였던 것입니다."
그때 그는 아버지를 잃었고 자신의 아내를 잃었다. 그것 때문에 그는 자신의 천성을 버렸다. 방랑하고 싶은 욕구도 자유도 감정도 자신을 극도문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기계 같은 사람으로 개조 시켜 나갔다. 그것은 일종의 속죄이자 약속이었다.
"그때 제가 잃은건 가족 뿐이 아니었습니다. 극도문으로써의 신물. 이전 르바에게 한번 들었습니다. 벤씨는 역대 내문주가 거하고 있는곳을 멍하니 보신적이 있다고 하셨지요?"
'그때의 검걸이인가?'
"그 방을 보고 있었던 이유가 혹시 검을 걸기 위해 존재하는 걸이 때문이셨습니까?"
"....."
라질이 르바에게 들은것은 벤하르트가 '역대 내문주'의 방을 보고 있었다는것 뿐이었을것인데, 라질은 과감하게도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다. 얼마간은 확신까지 한 그의 말을 듣고 벤하르트는 진심으로 라질이 대단하다는것을 느꼈다.
"맞습니다만,"
"그곳에 걸려 있던것은 극도문의 초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신물입니다. 도공술과 검술을 주루로 배우는 극도문의 은양도 섬천(纖天)이라고 하는 검입니다."
"그 검이 걸려 있지 않았어?"
"그래. 있는것은 검의 예기의 잔향 뿐이었어."
이미 십년여나 지난 시간동안 사라지지 않은 예기에 그는 내문주의 방에 시선을 빼앗겼던 것이다.
"그 검을 가져간것은 다름아닌 도장파괴의 일섬류 입니다."
레니아는 라질이 일섬류 노인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것을 보고 그것을 이용할 심산이라는것을 알아 차렸다.
"이미 잃은 물건은 찾기전까지는 저희의 것이라 말할수 없습니다. 평생 찾지 못하게 될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스스로 초대의 기술을 얻어낼 필요가 있는겁니다. 그것도 신물을 만드는데 합당한 이 재료로."
라질은 하나의 작은 돌을 내려 놓았다.
"아!"
"뭐.."
그것은 분명 작지만 영석의 기운을 풍기는 벤하르트의 검과 같은 영석 파편의 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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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나무 코팅칠을 하루 죙일 했더니 몸이 남아 나질 않네요.
그나저나 슬슬 연참대전은 끝나가는데,,,,,
끝나면 또 텐션이 떨어지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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