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22화-극도문(4)
브렌모스에서 제일간다는 극도문의 검술은 분명 대단한 것이었고, 실제로 그 문주인 르바도 상당한 실력자여서 벤하르트도 쉽게 상대할수는 없었다. 하지만 벤하르트의 상대가 되기에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극도문의 문주는 두명이 존재했다. 하나는 업무나 대외적인 형식상의 절차를 행하는 외문주와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상징적인 의미를 자기는 내문주가 그것이었다. 보통 외문주가 후에 대성하게 되면 내문주가 되고 다시 다른 외문주가 등장하는 방법을 취했기 때문에, 현대의 내문주는 르바의 아버지인 전대 문주에 해당되는 일이었고, 아직 젊은 르바는 외문주로써 대외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본래 호전적인 성격에 무술을 좋아하는 것을 이유로 그녀는 아직 조금 부족한 실력임에도 외문주에 취임할수 있었던 것이다.
벤하르트에 비해 약했다고 해서 그렇게 까지 격차가 큰것도 아니었다. 비한다면 운이 좋을 경우 디레인에도 충분히 오를수 있을만큼 탄탄한 기술과 실력을 겸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이미 디레인에서도 상위권에 있다 말해도 좋을 벤하르트에게 통용될 실력이 아닐 뿐이었다.
그녀와 몇합을 겨루고 벤하르트는 뒤로 한바퀴를 돌아 거리를 벌렸다.
"하아."
강맹한 르바의 공격을 막지않고 그는 몸을 돌려 피하면서 검을 검집에 돌려 보냈다. 그 행동에 그녀는 굉장히 찝찝한 얼굴로 벤하르트에게 따지듯 물었다.
"뭘 하시는거죠?"
"뭘 한다니, 검을 집어 넣었을 뿐입니다만,"
"제가 묻는건 왜 검을 집어 넣으셨냐는 겁니다. 저를 봐주시기라도 할 생각이신겁니까?"
"그게 아니라.."
벤하르트는 다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검을향해 단순하게 내리 찍듯이 공격했다. 눈에 훤히 보이는 공격이었기 때문에 다소의 실력차가 있다고 해도 르바는 충분히 막아낼수 있었지만, 그녀의 검은 그렇지 못했다. 금이 가서 부서졌다는 형식좋은 이야기도 아닌 완벽하게 절단난 검이 덩그러니 그녀의 앞에 놓여있었다.
"....."
"정 비무를 하고 싶다면 다른 검으로 했으면 합니다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벤하르트는 소용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르바의 검술은 검을 버리는 검술. 검의 내구도를 한도치까치 이용하여 검술의 질을 높히는 검술이었다. 보통의 검사들은 검이 상하지 않도록 검으로 검을 칠수 있도록 어느정도의 범주까지 이용할수 있는가로 검사의 경지를 점검하는데 그녀의 경우는 반대의 경우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급의 실력일 경우에는 어느정도 탁월하다고도 할수 있었지만, 이경우에는 벤하르트의 실력이 한 수 위인데다 검 또한 몇수는 위였기 때문에 그런 검술로는 도저히 당해낼수 없는 것이었다.
"과연.. 하지만 괜찮아요. 참고는 하겠지만,"
다시 검을 하나 들고 그녀는 벤하르트에게 달려 들었다. 날아올라 공중에서 세번을 연속으로 베는데 아까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검술이었다. 검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검술이 전자였다면 지금의 검술은 그것을 포함해 검을 보호하기까지 하는 벤하르트가 검사를 구분하는 방법의 경지로 그녀는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경우에는 벤하르트의 검을 신경써야 하는 르바가 몇배는 더 힘겨운 것이었기 때문에 벤하르트도 검을 겁집에 집어 넣어 검집째로 들어 공격을 부어내기 시작했다. 벤하르트의 검집이나 검의 위력을 잘 알아 힘겹게 싸우고 있던 르바였기에 그에대해 별다른 말을 걸지는 않았다.
조금 상대하니 르바의 패색은 짙었지만 필사적으로 물어 뜯듯이 달려드는 르바의 성격을 어느정도 알것만도 같았다.
지는것은 싫지만 봐주는것도 싫은, 결말을 내기에는 가장 성가신 부류중에 하나라는것을 알았기에 그는 자세를 잡았다. 져줄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끌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인정하게 만들수 밖에 없는.. '격'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일섬의 자세를 취했다.
꿰뚫는것같이 베이는것은 '수'의 검기와 더불은 '참도' 벌써 자신보다 한수는 낮은 그녀와 수십합을 겨뤘고 대단찮은 검도 아니었기 때문에 검날을 자르는게 그렇게 힘든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전력을 다했다면 수십합까지 오지도 못했을 비무였기 때문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조용해진 채였다.
'문주인데, 너무 날뛰어 댄건가..'
르바의 성격을 대충 읽었기에 정신없이 싸울때는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하고나니 금새 후회심이 일기 시작했다.
'싸기전과 싼 후가 다른법이지만,,'
뭔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쪽을 벤하르트는 시선을 돌려 유심히 살펴 보았다. 유심히 들여다 보니 그제야 카몬왕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보이는 태도만 해도 '왜 이겼느냐'라는 분위기를 짙게 풍기면서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검술은 어디서 배운것입니까?"
다시 검을 하나 쥐고 이번에는 굉장히 날카로운 살기를 내뿜으면서 르바가 말했다.
"예?"
"??"
그 말에는 카몬조차 놀라서 영문을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전에 제 검을 갈라낸 그 검술을 말하는 것입니다.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이건 오래전에 할아버지께 배운 검술이라서,,"
"그렇다면,"
다시금 르바는 약간 지친몸으로 맹렬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뒤가 없을정도로 강경한 검술이었다. 이정도의 태도로 덤빈다면 디레인정도야 우스울정도로 갑작스러워 벤하르트가 당황할 정도로.. 직접적으로 벤하르트를 죽일 각오로 그녀는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것이다. 검 끝이 벤하르트의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갔다.
"무슨."
대답도않고 횡으로 베어내는 검을 미묘한 차이로 피하자 그 사이를 얼음벽이 갈라내었다.
"너 무슨 짓을 하는거지?"
"....."
르바가 멈추고 살짝 손짓하자 문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레니아를 속박하려 들었다. 레니아도 쉽사리 당해주지는 않아서 곧바로 두명을 공격과 동시에 얼음으로 결박시키면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역시 그 나이에 검을 만들었다는것 부터가 수상했습니다."
"아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만,"
"저와 당신이 말할것은 아무것도 없겠지요!"
하면서 그녀는 검을 휘둘렀다. 목 근거를 스치고 지나가자 벤하르트도 이제는 가만히 공격을 받아줄수만은 없어서 검을 뽑아들었다.
"일섬."
검과 검이 부딛힘과 동시에 르바는 퉁겨져 나가 공중에서 두어바퀴를 돌아 바닥에 착지했다. 레니아를 쫓던 문원들은 반으로 갈려 벤하르트쪽을 뒤덮기 시작했다.
"저기.. 무슨일을 벌이시는겁니까. 다들."
"왕자 지금 그런 말을 할때가 아닙니다."
존재감 없는 왕자의 말은 어떤 사람에게도 들리지 않았고, 그런 왕자를 잡아 끌면서 틸타트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창칼을 피하고 돌려내는데 그들중에는 문주인 르바보다도 분명 뛰어난 사람들이 있어서 방심은 커녕 벤하르트는 전력을 다해도 힘겨울 정도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겨루는것은 눈에 보이는 둘 셋 정도에 르바보다 실력이 뛰어난 상대는 전체를 통틀어도 한 둘 정도 뿐이었기 때문에 그는 불리하기는 해도 상대하지 못하는것은 아니었다.
"이게 무슨 짓.."
말에는 부답. 되돌아오는 대답은 오직 창과 칼 뿐이었다. 그제서야 벤하르트는 말을 해도 전혀 소용없다는것을 깨달아 검에 힘을 주었다.
"일섬 백뢰."
백색의 빛이 주변을 뒤덮쳐 몇명의 문원들을 덮치고 지나갔다. 희안한것은 그 검술을 쓸때마다 문원들의 움직임이 더 강맹해져 간다는것에 있었다.
'역시 일섬류가..'
그는 공중에서 창에 검을 맞대어 튀어 올랐다.
"레니아!"
"이제 슬슬 네 운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것 같은.."
공중에서 벤하르트의 손을 잡아 끌며 레니아가 말했다.
"그런 한가한 말은 지금에 하지 말아줘."
"지금안하면 나중에 어떻게 말해?"
"아니 그러니까 으하.."
그는 검을 휘둘러 백색의 빛으로 날아오는 공격들을 막아 내었다.
"잠깐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몰라도 그것과 저희는 무관하단 말입니다."
"그럴리가 없어! 그 나이에 그정도의 검을 만드는것과 무위를 가질수 있는것은 불가능하다. 거기에 그 검술. 역시 너는 그때의.."
"그때?"
일섬류는 일섬류 밖에 사용할수 없다. 검술의 본질은 다름아닌 도공술. 검술만을 배운다고 해도 그 기초에는 도공술이 깔려 있는것이다.
"그만두거라. 어리석은 것들아!"
쩌렁쩌렁한 중후한 목소리가 장내에 엄습했다. 곧 한명의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과 기품이 남달라 벤하르트는 물론이고 그자리에 있는 전부가 시선을 집중했다.
"아버지.?"
"이 바보녀석이. 극도문이 손님을 이따위로 대접하면 누가 우리에 대해 좋아라 생각하겠느냐."
"하지만 저녀석은 그때의 도장파괴범의 검술을 사용했어요."
"그건 조금 다르다. 적어도 너나 다른 녀석들이 간파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야. 다만, 관련은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저녀석의 경우는 달라. 봐라 아까의 기술 마음만 먹었다면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수 있었는데도 전혀 흠하나 없고 다친녀석들이라고 해도 아마 몸에 전혀 이상조차도 없게 당했다. 도장파괴정도의 악의정도도 가지고 있지 않은 녀석에게 칼부림이라니.. 브렌모스를 대표하는 도장이 할짓이냐!"
"하지만.."
드세디 드센 그녀도 약간 움츠러들었다.
"거기 있는 손님분은 이제 내려 오시지요."
"괜찮을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여기에 와서 본것은 극도문이라는 도장을 본것과 네가 저 여자와 짧고 득없는 대화를 한것 그리고 비무와 '왜 그 랬 는 지' 이유도 모른채 습격당한 일밖에 없는데,"
"너 말야. 이게 내탓은 아니잖아?"
"글세.."
공중에서 계속 있을수도 없는 일이어서 그들은 바닥으로 내려왔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극도문의 내문주인 라질이라고 합니다."
"내문주?"
"딸이 외문주를 맡고 있고 제가 내문주를 맡고 있지요. 이거 딸이 실례가 많았습니다. 워낙에 다혈질인지라.."
"아니 뭐.."
"아니 뭐가 뭐야 벤. 이런건 확실하게 말하라고, 우린 선물을 주려고 왔는데 죽을뻔 한거라니까, 책에서 보니 이런 경우에는.."
"이런 경우에는 뭐."
"저 여자의 한팔을 자르라고 라도 해 사죄를 요구한다고,"
"과연."
짤막하게 대답하더니 라질은 허릿춤의 검을휘둘렀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벤하르트의 검에 막혀 있었다. 묵직한 느낌은 르바의 가벼운 검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서 놀랍기 그지 없다 말할수 있었지만, 그보다도 놀란것은 라질의 행동이었다.
그만큼의 힘을 담아, 거짓도 없이 라질은 자신의 딸의 팔을 잘라내려 한것이었다.
"무슨 짓입니까."
"확실히 잘못한쪽에서는 무엇을 당해도 싼 법입니다. 이쪽은 뭐라 해도 그쪽의 목숨을 노렸으니 팔 하나 정도야 값싼게 아니겠습니까."
"아니 그건 농담이니까 그만두시지요. 그런건 별로 받고 싶지도 않고 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렇지?"
"뭐 나름의 예시였으니까, 실용성도 가치도 마음조차도 담기지 않은 팔을 가지고 싶을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사과를 받아 주신것으로 생각하도록 하고, 손님으로써 다시 모시고 싶습니다만, 저기 있는 카몬왕자님을 포함해서.."
'조금 잊혀져 있었던것 같은.. 느낌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카몬왕자는 라질의 인도를 따라 별채의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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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대전 시작! 3줄 제한이 걸리기 시작해서 많이는 사족을 못다는데, 댓글로 달까요? 뭔가 추잡해 보이지 않나. 내 유일한 취미가..
봉 인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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