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02화-결(結)(3)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루크가 떠난지 단 하루만에 헤이로카는 난리가 났다. 헤이로카에서 공인된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최강이라 칭해지던 디레인이 하룻밤사이에 홀연히 도시를 떠난것이다. 목격자인 수위병의 '잠시 외출하는줄 알았다.' 하는 증언을 끝으로 루크는 모습을 감추어 버린것이다. 불쌍하게도 그것을 즉각 보고 하지 않았던 수위는 그날 이후로 해고를 당하고 말았다는 것은 지나가는 이야기.
바로 루크가 떠났다 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헤이로카는 루크에게 현상금을 걸어내었다. 이유인즉슨 자신들의 '소유'로 되어 있었던 로오나를 그가 데려가 버린것에 있었는데, 실상 그것은 명분 뿐인것으로 루크 만한 인재는 존재만으로도 도시의 위상을 떨쳐 줄수 있었기 때문에 반쯤 포기하면서도 작은 보험을 들어 루크를 강제적으로라도 돌아오게 할 포석을 깔아둔것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리한 현상수배라는것은 지나가는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애라 해도 알수 있을 정도였다.
"하루만에 대단하구나 루크형님은. 그나저나 괜찮을까."
"그거야 말로 쓸데 없는 걱정이야.. 하지만 벤. 그것보다도 이런 경우라면 확실하게 제대로 말하고 와야겠어. 몰래 나가는것은 괜한 오해를 사거나 이렇게 안좋은 일이 될수도 있으니까, 더이상의 쫓김은 별로 원하는 바가 아니거든."
자신도 디레인은 디레인. 루크와 같이 명백한 죄목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말도 없이 나가는것은 결론적으로는 위험한 일로 치닺을수 있었기 때문에 그는 스메트에게 가서 확실하게 말하려 했다.
"그런데 레니아."
"왜?"
"다음으로 갈 목적지는 정한거야?"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루크가 말한곳 밖에는 딱히 갈곳이 없잖아. 가볼수밖에 없지. 그녀석이 이 대륙의 끝이라고 말한 '라스펠'이라는 곳에."
"전부터 궁금했는데, 어째서 '마음에 들지 않는'거야? 별로 레니아 네가 짜증이 날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말야. 루크 형님이 마음에 들지 않기라도 한거야?"
벤하르트는 살짝 조심스레 레니아에게 물었다.
"있어."
"있어? 뭐가?"
"이유 말야 이유. 자기가 물어놓고서 기억을 못하면 어쩌자는거야. 루크와는 처음 만났을때부터 느낀건데, 왠지 인간답지 않게 박식한데다가 행동력이 있지? 누구와는 다르게."
"뭐 그렇지. 뒤에 말은 필요 없는것 같다만,"
"거기서 결국 이쪽이 조언을 얻게 되는데, 그게 마치 루크에게 내가 놀아나는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그 특유의 거만함도 그렇고,"
레니아의 말을 들으면서 벤하르트는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열등감 인가?"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내가 어째서 루크에게 열등감을 느껴야 하는건데? 나는 루크가 모르는것도 얼마든지 알고 있는 몸이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벤하르트를 칠것 같은 준비자세를 취했는데, 벤하르트의 반응이 너무도 빨라 이미 때릴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으으!"
분한듯 노려보는 레니아에게 벤하르트는 실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미안. 진짜 였다고 해도 말을 꺼내지는 않는게 좋았던 내용이었다."
말을 하자 마자 벤하르트는 나는듯 발을 움직일수밖에 없었다.
"웃기지 마!"
루크의 저택은 몇몇의 조사관들이 와서 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 도중에 벤하르트와 레니아도 조사를 받게 되어 버렸지만, 벤하르트의 둘러대기와 실제 루크의 손님 정도의 위치였다는 증언을 통해서 무언가의 심문까지는 받지 않았다. 로오나의 작은 배려 덕분에 그들은 쉽사리 조사를 끝낼수 있었다.
"그럼 뭔가 다른 사항이 있을경우 다시 뵙도록 하지요."
"아 네."
벤하르트도 신등장의 제로 모은 어느정도의 돈은 있었기 때문에 여관방을 하나 잡아 하룻밤을 머무를 생각을 했다.
"그나저나 루크형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니까, 중요한것은 무엇하나 얻지 못했어."
"루크답다고 해야 하나. 빈틈이 없다고 해야 하나. 만약 고용을 한다면 그런 녀석을 고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고용이라니?"
"그러니까 만약. 그만큼 일처리가 좋다는 것이지.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걸로 인해 몇가지는 알수 있었어."
레니아는 조금 굳은 얼굴로 망설였다. 이 이야기를 벤하르트에게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 벤하르트의 독촉에 그녀는 입을 열었다.
"뭔데 그래?"
"알았어. 이야기할게. 이야기의 순차는 상관 없지만, 일단 첫번째. 루크는 너에게 관련 없이 도움을 주는 일에는 어떤것이든 도움을 주었어. 예의 그 의사나 이번의 라스펠 같은 경우가 그에 속하지. 뭐 일섬에 대한 '기술' 같은것도 루크에게 있어서는 외부인이 알아서는 안될 굉장히 중요한 검술이었을테니, 너에 관해서 거진 비밀은 없다 해도 무방할 정도가 맞다는것이지."
"그런가..? 조금 납득하기는 어렵지만, 그럴수도 있겠군. 그래서? 그게 첫번째라면, 두번째가 있다는건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야? 레니아."
"두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에게 자신에 대한 사실을 거진 말하지 않았다는점. '라군델'로 가는것은 최소한의 것이니 알려주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외의 것은 너나 나나 전혀 알지 못하지? 심지어는 그의 과거에 대해서도 헤이로카와 관련되고 나가샤와 관련된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알아내지 못했어. 그만큼 루크는 정체를 숨겼다는 이야기야. 어째설까?"
벤하르트는 눈치가 아주 빠르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어느정도 레니아가 말하려 하는 바를 짐작했다.
"세번째도 있어?"
"로오나를 데리고 가지 않으려 했다는 점. 겉보기에는 로오나가 방해가 되서 데리고 가지 않으려 하는것 같았지만, 실제 루크는 로오나를 싫어하지 않았고 도리어 긍정적이게 받아 들이고는 있었을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토록이나 사정하는 로오나를 데리고 가지 않으려 했다는것은, 우리 못지 않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아니면 그런 일을 한다거나, 혹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내용일지도, 루크도 분명히 말했었지? 로오나에게 한 말. 그건 협박만은 아닐거야. 또 빈말도 아닐거야. 그렇게 한다면 말이 되니까,"
"그러니까 결국 루크형님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
"위험에 처했다기 보다 루크는 관여했다는 분위기일것 같지만, 이것도 저것도 추측이고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 로오나에게 한말도 단순하게 의욕을 저하시키기 위해 한말일수도 있고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생각해."
[여자의 감은 멋질정도로 잘 들어 맞던데, 어떨까?]
어지간히도 나서고 싶었는지 리스가 살짝 끼어들며 벤하르트에게 말했다.
'.....'
"하지만 루크잖아? 또 언젠가 겉멋 부리면서 멋지게 나타나거나 할것 같지 않아? 사서 걱정할 필요는 없어. 원래가 무뚝뚝한 녀석이니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실컷 이야기하고서는 뭐야 그 끝맛 이상한 말은."
"그래도 너는 그녀석의 동생이잖아. 무책임할정도로 그녀석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것도 나로써는 꽤 불만이라서 말이지. 벤 너는 고민할때가 가장....."
"가장..?"
레니아는 살짝 고민하다 손가락을 부딛히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으음. 그래 진실 되게 보이거든. 평소에는 뭐 그냥저냥이지. 물 흐르는 대로 사는 듯한 느낌 이나 나사 하나 빠진듯한 느낌쪽에 가깝다고나 할까."
[굉장히 잘 집어내는데? 레니아 녀석.]
'시끄러워. 그나저나 정말 심한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데,'
'칭찬 아닌가?'
리스가 보기에는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 레니아에게는 마음에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벤하르트는 눈치채지 못한것 같아서 속으로 웃으며 둘을 지켜보았다.
최북부 벤하르트조차 넘어가 본적이 없는 절대 혹한의 땅을 지나 도달해야 하는 라스펠에 가기 위해서는 벤하르트나 레니아나 이대로 헤이로카에 머물러 있을수는 없었다. 이미 헤이로카라는 도시에서는 굉장히 오랜 시간을 있기도 했었고, 출발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은것이었기 때문에 하룻밤을 자고 벤하르트는 스메트를 만나러 걸음을 옮겼다.
"여 거기 있는건 벤하르트 아냐?"
"라구스?"
"루크의 소식은 들었다. 그녀석 줄행랑 쳤다며? 디레인의 자리를 유지할수 있을것 같지 않아서가 틀림 없어. 그녀석을 끌어내리는건 내가 하려고 했는데 정말 아쉽군."
'진심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건 아니겠지.'
평소 자신을 대하는 태도도 이런 식이었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그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렸다.
"그런데, 여긴 뭐하러 온거지?"
"알아서 뭘하려고?"
"때가 이러니 뭐든지 알아둬서 나쁠건 없다고 생각하는거다. 네녀석을 누르는건 내가 할 일이니까 말야."
한없이 가볍게 떠들기만 하는 라구스지만, 그도 디레인은 디레인 무시할만한 상대는 아니었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별다른 자극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뭐 단순한 보고."
"보고? 싱거운 녀석. 아 그나저나 네놈은 신을 보러 가겠다고 했다면서 참 별난 녀석인데? 그래 신은 있었냐?"
"보고 싶다면 스스로가 가도록 하라고. 추천은 하지 않겠지만,"
정말 올라갔다가 나가샤에게 잡혀 버리는것도 뒤숭숭해서 마냥 좋다고 하기는 뭐했다. 애초에 나가샤가 라구스를 받아 들인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그런 고로 나는 일단 올라가 보도록 하겠어."
"쳇. 싱거운 녀석."
라구스를 지나쳐 그는 시종의 안내에 따라 스메트가 있는곳까지 인도 받았다.
중개인 스메트. 그는 나가샤의 신관중 하나였지만, 직접 나가샤에게 디레인들을 인수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여전히 속내를 잘 읽을수 없는 얼굴로 스메트는 벤하르트를 마주했다.
"오랜만이군요. 벤하르트 하르크. 신님은 잘 만나 보셨습니까?"
"정말이지 아름답고 무서운 신이었습니다."
"옳은 말씀. 그런데 오늘은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나가샤님을 만나고 온 소감을 말하려 온것은 아닐테지요."
스메트는 중개인이지만 나가샤의 인간이다. 자연히 나가샤와 벤하르트사이에 있었던 일도 어느정도 알고 있었고 그게 나가샤에게 좋은일이 아니라는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랬으니 당연히 벤하르트가 그것을 보고하러 왔다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는것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느꼈는데 참 시원시원 하시군요."
"그런 이야기는 가끔 듣곤 합니다. 그래서 어떤 용무로?"
"디레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만, 이제 제가 헤이로카를 나가야 하는데, 그에 관해서 어떤 법이 있는가 해서 미리 묻고자 이렇게 왔습니다."
"법이라면?"
스메트가 짧게 말했다.
"제가 도시를 나가는 순간 디레인의 지위를 반납하거나 해야 할일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아 그렇군요. 그런것도 알지 못하면 분명 불안하기는 할겁니다. 설명해드리죠. 저희 헤이로카의 디레인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헤이로카에서 계셔 주셔도 좋겠지만, 밖으로 나간다고 해도 디레인이 사라지는것은 아니란 이야깁니다. 단 디레인을 뜻하고 있는 증표는 가지고 계셔야 합니다."
"증표?"
벤하르트의 물음에 스메트는 기다렸다는듯이 상자를 가져와 봉인을 풀고 그안에서 반지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것입니다. 본래는 디레인으로써 몇개월을 지낸 분에게 드리는것이지만, 당신의 경우는 지금 당장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벤하르트는 왠지 의심이 들었지만, 증표를 가지고 있어야 나갈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그에게서 반지를 받아 들였다.
"그 반지는 디레인이라는 표식. 이미 벤하르트씨는 무명의 검사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도전하는 자들이 쇄도하게 될터인데, 그들을 쓰러트림으로써 저희 헤이로카의 홍보 효과를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곡 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겁니까?"
"버린다고 해도 저희가 알수단은 없겠지만, 헤이로카나 디레인을 무시하는 처사는 아무쪼록 내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어떠한 것으로든."
디레인의 관리자 답게 스메트는 묘한 카리스마를 풍겨냈다.
"뭐 그것으로써 도시를 나가는데에는 아무런 일이 없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루크의 경우는 다르지요. 그는 저희가 소유한 재산을 가지고 달아난 경우니, 그에 따른 제재를 가한 겁니다."
"제재라니. 고작해야 시종하나에.."
"별로 고작해야도 아니지요. 세상에는 작은것 하나에 목숨이 오갈수도 있는겁니다. 벤하르트씨. 잘 기억해 두시지요."
스메트는 발을 차를 한잔 입에 가져가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벤하르트씨에 대한 질문의 답은 드렸고, 이번에는 저의 제안을 들어주실수 있겠습니까?"
"제안?"
"이곳 헤이로카에서 앞으로 1년간 일해주실수 있겠습니까. 루크의 자리를 대신해서요."
"뭐라구요?"
지금까지의 벤하르트와의 대화를 싸그리 무시하는 발언을 하면서 디레인의 관리인 스메트는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
요즘 왜이리 부제를 정하기가 어려운지. 고민중....
그리고 이 찌는듯한 무더위는 이번 연참대전을 더더욱 지옥으로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방의 컴퓨터실과 거실 에어컨의 단절된 경계. 그야말로 지옥의 한발자국.. OTL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