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89화-신산(神山)(3)
"으음."
스메트와의 교섭은 잘 끝났다. 원하는 날에 신을 만나러 갈수 있다는것도 또 거기에 따른 여러가지 사항도 제대로 전해 들었다. 거기까지는 전혀 문제될게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들은 사항을 바탕으로 레니아를 데리고 신이 있는 곳으로 가면 되는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필요하다면 거짓말이라도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때 형님의 방해만 없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다. 갈수 있는자는 3명. 아니 사실 두명이나 한명인쪽이 벤하르트의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훨씬 좋은 이야기인 것이다.
"세명이겠지?"
벤하르트가 돌아오고 '신'에 대해 말했다는 스메트와의 이야기에서 같이 갈수 있는 사람의 문제가 나왔을때 칼같이 루크가 대답한 말이다.
"세명."
조용한 침묵이 그들의 사이에 감돌았다. 벤하르트가 가장 이상하게 생각한것은 어느샌가 자연스레 무리에 끼여있는 세레니르였지만, 이상할정도로 아무도 건드리지 않아 스스로가 이야기하기에도 미묘했다. 애시당초에 그토록이나 자신을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니는 세레니르에게 나가달라고 말할수 있는 인간이 아닌것이다.
"....."
서로 각각 생각하고 있는것은 모두 달랐다.
레니아는 자신과 관련 있는 일, 이것을 위해 벤하르트나 자신이 신등장의 제에 참가하게 된것이었기 때문에 여유만만하게 그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고, 루크도 자신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혹은 언제라도 간다면 갈수 있다고 생각해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머지 둘은 굉장히 난해했다.
세레니르도 자신이 개인적으로는 벤하르트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과 벤하르트의 문제일뿐. 레니아와 얽힌 이야기에까지 대동할만한것이 아니었다. 거기에 그녀는 상당히 눈치도 있고 꼼꼼한 성격이어서, 한눈에 로오나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것을 알아차렸다.
로오나가 가고싶은것은 어디까지나 루크가 벤하르트를 따라가려 하기 때문이라는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슬리드의 일 이후에 신등장의 제가 있었기에 그점에서는 그녀도 안심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끝난 지금 루크의 성격이라면 언제라도 기회만 생긴다면 헤이로카를 나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루크와는 별로 떨어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답은 벤. 네가 골라라.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제 삼자나 다름 없다. 결국에는 '디레인'으로 오른 네가 그것을 선택하면 되는 이야기지."
"아.."
"천천히 생각하도록 해라.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라고 해봐야 말이지."
가기 직전까지도 자신도 데리고 가달라고 부탁하고 떠난 세레니르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차피 마음속에 두명은 이미 정해진 채였다. 이미 경험자인 루크나 '신'과 교섭을 해야할 레니아를 데려가야 하는건 당연한 일인것이다. 루크의 쪽은 거절할 권리도 있었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레니아의 동행은 필수적인 것이다.
문제는 나머지 둘. 마음같아서는 둘다 데리고 가지 않고 싶고, 그럴 선택권이 주어진 벤하르트였지만, 벤하르트는 선뜻 그리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형님이 이야기만 안했어도,'
하지만 이 갈등이야 말로 루크가 의도한 바인 것이다.
"벤 있느냐?"
"루크 형님?"
루크는 벤하르트가 머물던 방에 들어왔다. 기다렸다는듯이 벤하르트는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형님. 뭣하러 세명이라는것을 굳이 말해버린겁니까."
"음? 뭔가 문제라도 있나?"
"골라야 하는 제 입장도 생각해달라고요."
"골라? 하. 그거야 네 생각대로 결정하면 되는일 아니냐. 뭐가 그렇게 문제냐."
벤하르트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루크는 태연스레 그렇게 말했다.
"한명이 빕니다. 루크형님과 레니아는 넣고 싶거든요. 그렇게 되면 나머지 둘이.."
"둘다 안넣으면 되는 것을.. 벤. 너는 말이다. 너무 생각이 많아. 이것 아니면 이것으로 무언가 달라지는건 사실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자기 자신이 만들어놓은 환상속의 공포일지도 모르지. 실제로 그 반대일경우도 세상일에는 얼마든 있을수 있지만, 네 경우는 과해서 문제가 아니더냐."
"....."
"그건 그렇고, 이제 나도 슬슬 이곳을 떠야 겠다. 이번에 네가 신을 만나는것만 돕고 나면 헤이로카를 나갈 생각이다. 너는 신을 만나고 나면 어디로 갈 생각이냐."
벤하르트는 루크가 떠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적지 않게 놀랐다. 그보다도 루크의 질문에 생각을 해보니 이 다음의 목표가 어딘지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자신과 레니아의 여행은 언제나 이랬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정해진대로 흘러가는 여행이 아닌것이다. 그때그때에 맞추어서 떠나는 여행. 그 끝의 종착점은 정해져 있지만 그 과정은 자신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어떻게든 되겠지요."
"하여간 속편한 녀석이다."
"형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나? 돈은 벌만큼 벌었으니까, 어디로든지 가겠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갈곳은 정해져 있다. 이대로 라군델 쪽으로 갈것이다."
"라군델? 그곳은 왜."
"거기까지야 네가 알 필요 없겠지. '너'는 '네'여행을 하기만 하면된다. 중요한것의 선후는 언제라도 잊지 않는게 좋아. 동행하고 있는 신의 경우는 걱정이 되지 않지만, 네 쪽은 아무래도 걱정이란 말이지. 내가 부모도 아니고 이런 걱정을 할 처지도 아니지만 말이다. 어떤것에도 현혹되지 않는 판단을 하는 사람이 꼭 좋은건 아니다. 그로인해 못보고 지나칠 무언가가 있을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사람조차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헤어나가지 못할 경우도 있다. 같은 경우라면 너 같은 행동으로는 헤어나갈수 있을까 하는 것이지. 주제넘은 말이다만,"
지나가는 투로 이야기 했지만 루크의 말은 정확하게 벤하르트의 가슴에 비수를 꽃아 넣는것 같이 느껴졌다.
"이제 너와 이런 이야기를 할 날도 한동안은 없겠지. 가는길 마지막으로 주는 조언이라고 생각해라. 그렇다 해도 '신'을 만날때 까지는 도와줄테지만,"
벤하르트를 생각해서 실제로 평생 못봐도 이상할게 없었음에도 루크는 한동안이라는 말로 그를 위로했다.
"뭐야? 세레니르를 데리고 가겠다고? 어째서?"
"어째서고 자시고. 그냥 그렇게 정했어. 사실 레니아 네 경우도 있고 해서 나도 데리고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이게 마지막일테니까,"
"음.."
잘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신에게서의 볼일이 끝나고 나면 그들은 다른곳으로 가게 될것이 뻔했다. 그 여행에 세레니르가 끼게 되지 못할것도..
'이걸로 대처하려고 생각하는거라면, 그녀에게는 그만큼 잔혹한 일도 없겠지만, 그건 벤이 감당해야할 문제겠지.'
"그럼 로오나는?"
"어쩔수 없겠지. 내가 잘 말하고 오는수밖에."
"그녀를 데리고 가겠다고 하셨습니까?"
"그렇게 됐어. 사실은 둘다 데리고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답지 않군요. 확실하게 의견을 말하는것이.. 마음에 안듭니다."
로오나는 불쾌한 시선으로 벤하르트를 흝었다.
"어쩔수 없잖아? 네가 루크 형님과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쩔수 없어. 나는 그렇게 정해버렸으니까,"
"그렇게 정했다면 더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결정을 번복해달라고 구차하게 부탁하는 행동따위 로오나가 절대 할리 없었다. 아무리 같이 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확실하게 정했으면 그 선택에 따를 뿐인 것이다.
'결정해 버려다면 어쩔수 없어.'
그가 확실하게 말해주어 후련해진 기분으로 그녀는 평상시의 무뚝뚝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무쪼록 무운을 빌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무운은 내가 아닌 루크형님에 한해서겠지만?"
로오나는 비웃는것처럼 그에게 웃음 지어보이며 말했다.
"잘 아시는군요."
"하하. 뭐. 그나저나.."
"낭군님! 정말 저를 데려가 주신다구요?"
"저기 너무 좋아하지는 말아줘요. 데려가는것 뿐이니까, 그 낭군님도 좀 고쳐주면.. 이봐요 좀 들으라고요!"
벤하르트가 말하는것을 듣지 못할정도로 감동을 받고 있던 세레니르는 그의 고함소리에 제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소녀가 이성을 잃었던 모양이군요. 죄송합니다. 낭군님. 사실은 저는 데리고 가지 않으실줄 알았습니다. 저도 바보는 아니니까, 나설 자리가 아니라는것은 알고 있었거든요."
죄송스러움을 머금으면서 해맑게 웃는 굉장히 미묘한 얼굴로 그녀가 답했다. 그 모습을 보는 벤하르트는 굉장히 괴로웠다.
"뭐 그렇게 되었으니까, 3일 뒤에 루크 형님의 저택으로 와주시면 되겠습니다."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위험해. 저런 얼굴은.. 마음이 약해지니까,'
벤하르트가 가게될 '신'이 머무는 곳은 산이었다. 헤이로카 도시의 북쪽과 동쪽은 다른 도시로 향하는 길이지만, 서쪽은 산지로 되어 있었다. 레니아도 산에 머물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신들은 '산'이나 그에 준하는 무언가에 머물면서 숭배를 받고 살고 있었다. 브렌모스에서 가장 큰 산 '히다브로'는 레니아가 머물고 있었던 '노시엘트'와는 확연히 달랐다. 레니아가 머물고 있었던 곳은 마을 '레니아'에서 전설로 신이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 뿐으로 그정도의 신앙에 근거하는 레니아와는 달리. '히다브로'의 신 '나가샤'는 브렌모스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었고, 실제로도 아는사람들은 실제로 존재한다는것을 알고 있어서 추앙받는 정도의 차이가 달랐다.
나가샤가 머물고 있는 히다브로는 신산이라고 불리우며 함부로 오를수 없는 산이었다. 저급한 마귀나 마수등은 접근하는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성역' 그 안에는 사랑의 신이라 불리우는 '나가샤'가 있었다.
"세명을 동시에 데리고 온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신산'에 세명이란 인간들을 데리고 가는 디레인은 생전 처음입니다. 하지만 규칙을 어긴것도 아니고 그것에 깐깐하게 굴 생각같은건 없으니 안심해도 좋습니다. 자 그러면 따라오시지요. 브렌모스를 양분하고 있는 대 산맥 신 '나가샤'님이 머물고 있는 '히다브로'에 안내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스메트는 서쪽의 길로 걷기 시작했다. 산이라고 해도 브렌모스라는 나라를 가르는 산맥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있기에 올라갈수 있는것도 아니어서 한참을 걸어서 산을 오르는 길을 발견할수 있었다.
'이건 등산이군.'
"저기 얼마나 걸어 가야해?"
꽤 오랜시간 스메트의 굉장히 빠른 걸음에 맞추어 걸음을 재촉하던 중 레니아가 나서서 물었다.
"이제 곧입니다. 이곳은 이미 성역. 어디에서든지 신님을 만날수 있고, 원하지 않는다면 이곳에 있다 해도 절대 신님을 만날수가 없지요. 이곳은 평범한 산이면서 '성역'이니 신님의 주거지로써 그만한 안전이 되어 있어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에 따른 결계가 쳐져 있지요."
"그런가."
느껴지는것은 상대적인 열등감. 자신외에 신을 만난적은 있어도 노시엘트에만 머물러 있었던 레니아는 다른 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알길이 없었던 것이다. 살짝 자신과 나가샤를 동시에 만난적이 있었던 벤하르트에게 시선을 돌린다.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희안하게도 산을 오르면서 루크는 물론이거니와 벤하르트나 세레니르도 이야기 하나 꺼내지 않고 묵묵히 오르기만을 계속했다. 인간으로써 산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은 '내가 살고 있는곳과는 다르다'라고..
얼마나 걸었을까 스메트가 발을 멈추었다. 도착한곳은 거대한 바위 두개가 맞닿아 있는 거대한 틈새였다.
"다 왔습니다. 이곳이 바로 결계의 입구입니다. 유의해야 할점은 실제 지금 저희가 있는곳은 그렇게 높은 곳은 아니지만, 여기를 지나면서 이 산 '히다브로'의 정상에 한달음에 올라가게 되니 이점은 유의해두는것이 좋을겁니다. 그럼 한명식 받으시지요."
스메트는 백색의 반듯하게 깍인 돌을 각자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을 가지고 이곳을 통과하면 '신'님을 만날수 있습니다. 그럼 중개인인 저는 이곳에서 실례하도록 하지요."
"잠깐만요. 그게 다입니까?"
"물론. 저는 디레인의 의견을 묻고 디레을 안내해주고 디레인을 다루는것까지만 하는 중개자. 여기까지가 제가 할 일이라는 것이지요. 신님을 만나는것은 만나고자 한 디레인인 벤하르트씨의 몫이라는 말입니다. 뭐 아무쪼록 즐거운 시간이 될수 있기를 빌어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내고 그는 바람처럼 벤하르트에게서 멀어져 갔다.
"벤. 주연은 네녀석이니까, 네가 먼저가야지."
"네. 그럼 잘들 따라 오시라구요."
"걱정마세요 낭군님."
"그만 말하고 어서 가라고 벤."
벤하르트는 돌을 꽉 쥐고 바위의 틈새로 들어갔다. 구름을 노니는듯한 느낌과 안개가 손과 발을 스치고 지나가고 눈부신 빛에 휘감겨 그는 어딘가에 도착했다. 후 들려오는 여인 아니 여신의 목소리.
"호오.. 그대가 이번 신등장의 제에서 '디레인'이 된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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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화는 글이 조금 매끄럽지가 못해서 아쉽습니다.
한시간정도 쓰다가 고민하고 수정하고 또 30여분 쉬다가 다시쓰고 이런식으로 세네번을 반복,, 해서,,
어쨋든 쉬어가는 화라고 생각해도 좋을...
근데 여기까지가 원래 이전 연참대전에 완성되어야 했을 분량이라니 말도 안돼!!...
모두 즐거운 주말들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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